(최종본) 과제-09 기말과제 007-26 김세이
제목: 치매 환자의 의료 결정권 존중 필요성
서론
일부 인지 기능이 저하되는 것은 노화를 겪는 사람들에게 있어 불가피한 현상이다. 그중에서도 기억력의 저하는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두려워하며 피하려고 노력한다. 기억 상실을 포함해 언어, 공간지각력, 추상적 사고 능력 등 다양한 인지 기능의 저하를 일컫는 증후군이 바로 치매이다. 그리고 노화는 치매의 가장 강력한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에서는 치매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보편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편, 개인은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치매의 위험성뿐만 아니라 암 또는 심혈관계 질환 등 각종 질병에 대한 취약성도 높아진다. 그런데 이러한 질병으로 인해 중요한 의료적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놓인 개인이 치매로 인한 인지 기능의 저하를 함께 겪고 있다면, 현재 개인의 의료 결정권을 수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치매가 발병하기 이전과 이후에 개인의 의료적 결정이 달라진다면, 둘 중 어떤 결정을 존중해야 하는지에 대해 Dworkin(1986)과 Dresser(1995)는 서로 다른 견해를 제시한다. 이들은 ‘치매 환자의 정체성이 유지되는가’라는 쟁점에 대해 논의를 하였다. Dworkin은 치매로 인해 인지적 기능이 저하되었다면 과거에 유능했을 당시 개인의 신념과 가치관이 현재의 의사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인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성이 있는 상태에서 내린 결정이 도덕적으로 더 큰 권위를 가진다는 것이다 (Dworkin 1986, p. 6). 반면, Dresser는 치매 환자의 선행적인 결정보다 현재 환자가 느끼는 삶의 질과 경험을 통한 선호를 중시해야 한다며 Dworkin의 주장에 반대한다 (Dresser 1995, p. 35).
본고에서는 치매 발병 이후의 의료적 결정이 이전과 달라진다면, 현재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주장하고자 한다. 따라서 치매 환자의 의료적 결정을 보장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주장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연역적 구조를 통해 논증을 전개할 것이다. 우선 치매가 발병하기 전과 발병한 후의 개인의 정체성에는 변화가 없다는 점과 정체성을 가진 개인은 자유 의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닌다는 점을 연역적으로 논증한다. 이에 따라, 치매 환자의 자율적인 선택권을 존중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의료 결정권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임으로써 논제를 정당화하고자 한다. 이와 더불어 본고의 주장에 제기될 수 있는 예상 반론을 검토하고, 이를 재반박함으로써 주장을 입증할 것이다. 다만,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본고에서 주장하는 바는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표현할 수 있는 치매 환자들만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본고는 [1] 치매 발병 이전과 이후의 개인이 동일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한다. 개인의 정체성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연속성과 타인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치매 환자는 이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는 점을 근거로 전제를 정당화한다. 이는 현재의 개인을 과거의 결정에 구속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현재의 개인도 과거와 동등한 권리를 가진 주체로서 의사 결정을 갱신할 자격이 있음을 밝히기 위한 것이다. [2] 정체성이 확립된 개인은 스스로의 선택에 자율성을 가진다는 것을 논증한다. 개인은 자신의 선호와 가치관에 따라 행복을 추구할 수 있으며, 이는 자율적인 결정권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 [3] 정체성을 유지하는 치매 환자는 자율적인 선택권을 가지므로 의료 결정권 또한 보장받는 것이 마땅하다는 점을 논증한다. 스스로를 위한 자율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의료적 결정권을 지니고 있어야 하며, 치매 환자들에게는 현재의 의사가 효력을 가지는 것으로 간주된다는 것을 보인다. [4] 치매 발병 이후, 현재의 의사를 수용한다면 이들의 불합리한 결정도 모두 존중해야 한다는 반론을 고려하고, 결정 지원 제도를 통해 인지적 기능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예상 반론을 재반박한다. [5] 마지막으로, 논제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재진술한 후, 본고가 지니는 한계점과 함의에 대해 설명한다.
본론
치매 환자의 정체성 유지
정체성 유지 조건
논의에 앞서 정체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규정하고자 한다. 인간의 정체성이란 단순한 기억의 합이 아니며, 신체적인 경험과 감각을 통해 세계와 관계를 맺는 주체에 기반하는 특성이다. 따라서 본고에서 주장하는 정체성의 유지는 과거의 성격이나 기억이 완벽하게 보존된다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향유하고 고통을 느끼는 주체가 과거와 현재에 동일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개인이 ‘어떤 사람’인지는 변했을지라도, 여전히 ‘그 사람’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치매 환자들은 치매가 발병하기 이전과 동일한 정체성을 유지한다. 정체성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종류의 연속성을 지닐 필요가 있다. 바로 스스로 연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연속감을 느끼는 것이다 (Erikson 1980, p. 85). 우선, 스스로가 계속 ‘같은 사람’이라고 느끼는 자기 동일성을 유지해야 한다. 이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감정이 일관되게 유지되는 자기 동일성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는 타인과 자신을 구분 짓는 고유성에 대한 개념을 함께 포함한다. 이와 동시에 주변인들이 인식하는 개인의 모습을 통해서 대인관계적 연속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이는 타인이 오랜 시간 동안 개인을 같은 사람으로 인식하며, 타인의 기억을 통해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 개인이 시간에 걸쳐 스스로를 같은 사람이라고 느끼고, 주변인들 또한 동일한 사람으로 인식한다면 정체성이 유지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체성의 연속성은 과거의 결정이 현재의 의사를 묵살하고 일방적으로 채택되는 근거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치매 환자의 정체성이 유지된다는 것은 이들이 과거의 삶과 단절되지 않았으며, 스스로의 삶을 계속해서 영위하고 있는 ‘삶의 주인’임을 의미한다. 즉, 정체성의 유지는 변화된 상황에 따라 의사를 재조정할 수 있는 주체성을 부여하는 근거로 해석되어야 한다.
치매 환자의 연속성
치매 환자는 스스로에 대한 연속성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의 연속성을 모두 가지고 있으므로 치매 발병 전후로 동일한 정체성이 유지된다. 기억력 상실은 치매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치매 환자들의 모든 종류의 기억이 전부 동일하게 저하되는 것은 아니다. 단기 기억과 일화 기억 등은 특히나 빠른 속도로 상실된다. 반대로, 장기 기억과 작업 기억은 상당히 오래 남아 있다. 치매 환자의 정체성 연속성을 논할 때, 단순히 과거의 사실을 회상하는 일화 기억을 근거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 기억은 인지적인 영역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몸과 습관에 각인되어 ‘작업 기억’과 같이 체화된 자아의 형태로도 드러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치매에 걸린 이후에도 작업 기억이 유지된 사례가 있다. 발레리나였던 곤살레스는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로 상당 부분의 기억을 잃었지만, 대표적인 발레 음악인 <백조의 호수="">를 듣고 발레 동작과 거의 유사하게 팔을 움직였다. 이는 치매에 걸리기 이전에 익혔던 작업 기억이 치매 발병 후에도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통해 이전부터 같은 기억을 가진 개인이 스스로를 동일한 존재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치매 환자들에게는 오랜 시간 동안 형성해 온 태도와 취향, 반응과 같이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구체적인 방식 속에서 동일한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백조의>
치매 환자는 자기 동일성을 지닐 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정체성을 유지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치매 환자의 기억 속에서 일부 타인은 사라질 가능성이 있지만, 배우자나 자녀, 돌봄 제공자 등 주요한 타인의 기억 속에서 환자는 여전히 동일한 사람으로 인식된다. 치매 발병 이전에 쌓았던 관계 속에서의 경험을 공유한 사람이 현재의 치매 환자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아 정체성의 바탕이 되는 인격은 본래 타인의 존재에 의해 제공되거나 보장된다는 사회적인 속성을 지닌 것이다 (Kitwood 1992, p. 275). 치매 환자의 정체성은 그들과 상호작용을 하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망 속에 존재하므로, 타인이 치매 환자를 이전과 동일한 인물로 인식한다면, 치매 환자는 대인관계적 연속성도 지닐 수 있게 된다. 물론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환자와 타인간의 관계에는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관계의 의미나 중요성이 변했다고 해서, 타인이 환자를 낯선 존재로 인식하는 것은 아니다.
정체성이 유지되는 개인의 자율적 선택권
정체성이 유지되는 개인의 행복 추구권
정체성을 지니고 있는 개인은 스스로의 선호에 따라 자신의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느끼고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치매 환자들은 스스로의 삶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자기규정적 존재로 이해될 수 있다. 기존의 자율성 이론은 자신의 욕구를 고찰하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고차원적인 인지 능력을 자율성의 필수 조건으로 보았다. 그러나 Jaworska는 인지 능력이 상실되어 시간에 대한 감각이나 기억력이 크게 저하된 후에도, 개인의 ‘가치 평가 능력(Capacity to Value)’은 여전히 남아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Kopeikin 2023, p.142). 그리고 이는 가장 최소한의 기본적인 수준의 자율성을 보장받기 위한 충분조건이다. 따라서, 정체성을 가진 개인은 단순히 외부의 환경이나 본능에 따라서만 반응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이들은 스스로의 선호와 가치 판단에 따라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니게 된다.
자율적 선택을 통한 행복 추구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주요 전제 조건 중 하나는 바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삶에 대한 방향성을 스스로 확립함으로써 존엄성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가진 보편적인 심리 욕구 중 하나는 바로 자율성이며, 이는 자기 자신을 스스로 조절하고 통제하려는 욕구이다. 따라서 타인에 의해 통제된 동기보다 스스로 선택한, 즉 자율적인 동기가 더 높은 심리적 안녕감을 불러올 수 있다. 한편, 이러한 자율적인 욕구가 박탈당했을 경우에는 욕구의 좌절로 인한 자기 비하 또는 활력의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Deci 2008, 183). 칸트 철학에 따르면, 인간이 자율성을 가진 존엄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자유 의지에 따른 행동만이 허용된다. 타인에 의해 결정된 삶을 사는 것은 자신의 의지를 타인에게 양도하는 것이며, 이에 따라 개인은 스스로가 목적이 아닌 타인의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Kant 2013, p. 48-49). 그렇기 때문에 감각적 주체인 치매 환자의 감정과 선호를 존중하고, 이에 따라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정한 자율성은 개인의 삶과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의사를 철회하고 변경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한다. 그렇기 때문에 동일한 정체성을 가진 개인 내에서 의사가 충돌할 때, 가장 최근의 경험과 상태를 반영한 의사가 과거의 의사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 따라서 동일한 정체성을 유지하는 치매 환자는 여전히 자신의 삶에 대해 가장 최신의 판단을 존중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점을 시사한다.
치매 환자의 현재 의사 존중을 통한 의료 결정권 보장
의료 결정 존중을 통한 자율적 선택권 보장
의료적인 결정은 자신의 신체와 생명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 판단하고 선택을 내리는 것, 즉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은 이러한 사안에 대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그 효력을 인정받음으로써 자율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신체의 자유’는 자신의 신체를 온전하게 유지하고 통제할 권리를 포함하며, 이를 통해 개인은 자율적인 주체로서 자신의 삶을 이끌어갈 수 있게 된다. 의학적으로 판단했을 때 최선의 결정이라고 해서, 반드시 환자 개인의 삶에서도 최선의 결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가치에 대해서는 환자 본인만이 정의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짧지만 고통이 없는 삶이 행복한 삶이지만, 또 누군가는 고통이 있더라도 더 긴 삶을 영위하는 것이 행복을 추구하는 길이라고 여긴다. 따라서, 의료적 의사결정권을 존중하는 것은 개인의 자율적 선택권을 보장하는 가장 본질적인 영역이라고 간주할 수 있다.
치매 환자의 현재 의사 결정을 통한 자율적 선택권 실현
한 개인이 치매가 발병하기 이전과 이후에 서로 배타적인 의사 결정을 내린다면, 현재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개인의 자율적인 선택권을 실현하는 길이다. 치매 환자의 선호와 가치관은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할 수 있다. 치매에 걸리기 전, 개인이 유능함을 유지하고 있을 때에는 치매에 걸린 상태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거나 예측할 수 없다. 건강한 상태에서도 미래의 의료 결정에 대한 선호가 일관되지 않고, 외부 요인에 의해 쉽게 변하기도 한다. 치매 발병 전에도 기구를 이용한 치료에 매우 긍정적이었다가, 매체에서 치료 장면을 접하고 나서 그러한 치료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힌 후, 다시 치료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경우도 있다 (Black 2009, p. 11). 이는 건강한 개인은 누구라도 미래의 상황을 확고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오히려 현재, 즉 치매에 걸린 이후의 판단이 보다 실제적이고 환자의 삶의 질과 연결되어 있다 (Stumpf 2025, p. 10). 따라서 치매에 걸리기 전에 작성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경우, 치매를 직접 겪어보지 못한 상태에서 느끼는 막연한 두려움이나 편견에 기반한 결정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실제로 치매가 발병한 이후에도 여전히 삶에서 행복을 느낀다면, 과거의 결정은 잘못된 정보에 기반한 결정이 된다. 자신을 둘러싼 상황이 변하면 개인은 그에 따라 행복을 느끼는 기준도 함께 변화한다. 치매 환자 또한 고통, 쾌락, 공포와 같은 감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감각적 주체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차원적인 수준의 지적 판단을 내릴 능력이 결여되었더라도, 그들이 현재 느끼는 감정과 선호의 가치를 묵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치매 환자의 불합리한 의사 수용에 대한 반론
치매 환자의 현재 의사가 과거의 결정과 서로 다를 때, 현재의 의사를 존중할 경우, 인지 기능의 저하로 인한 불합리한 의사 결정 또한 모두 수용해야 한다는 반론을 고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약물을 투여함으로써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 발병한 치매 환자의 상황을 가정하겠다. 만약 환자가 약을 먹기 귀찮다거나, 간호사가 나를 독살하려 한다는 망상 등의 이유로 인해 투약을 거절하는 경우에 이를 수용한다면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정 지원 제도의 필요성
중증 치매 환자의 경우, 복잡한 의료적 정보를 이해하거나 논리적인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등 기본적인 인지적 사고를 할 능력조차 상실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인지 능력을 상실했다는 것이 곧 인간으로서의 욕구나 선호, 그리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함께 잃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치매 환자들도 여전히 자신의 삶에 대한 고유한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신체와 생명에 대해 자율적인 선택을 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치매 환자들도 자신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고, 그에 따라 자신의 삶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저하된 인지 기능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현재 환자 자신이 어떤 상태에 놓여 있으며, 어떤 결정을 했을 경우에는 어떠한 결과가 초래되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지 기능이 저하된 치매 환자들이 의료적 결정을 하는 데에는 지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치매 환자들이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위해 알고 있어야 하는 정보들을 잘 설명해주고, 이를 바탕으로 한 의사 결정을 도움으로써 환자의 인지적 공백을 채워줄 수 있는 지원자가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치매 환자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가 위해서 자신을 도울 지지자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지원 결정 제도이며, 이는 정체성을 지닌 개인이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자율적인 선택을 내리는 과정에 있어 필연적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지원자의 역할과 한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지원자는 환자를 대신해서 결정을 내리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이들은 단지 적절한 지원을 바탕으로 환자 스스로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의 역할만을 수행해야 한다 (Wright, 2019, p. 258).
결론
본론에서는 치매 이전과 이후의 개인은 동일한 정체성을 유지하며, 정체성을 가진 개인은 자율성에 따른 선택권을 가진다는 점을 바탕으로 치매 환자의 현재 의사 결정을 존중함으로써 의료 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을 논증하였다. 우선 개인의 정체성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자기 동일성과 대인관계를 포함한 연속성이 유지되어야 하며, 치매 환자들은 그 조건을 충족하므로 동일한 정체성을 유지한다. 그리고 정체성을 가진 개인은 가치 판단을 통해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는데, 이는 자율적 선택권을 가짐으로써 실현된다. 따라서, 치매 환자의 자율적인 의사 결정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의료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이에 대해 치매 환자의 현재의 불합리한 의사까지 전부 옹호할 수는 없다는 반론을 검토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반론은 결정 지원 제도를 통해 저하된 인지적 기능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을 통해 해소되었다. 결론적으로, 치매 환자의 의료적 조치에 대한 현재의 의사가 치매 발병 이전과 다른 경우, 현재의 의사를 존중함으로써 자율적인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을 보일 수 있었다.
다만, 본고에서 주장하는 바는 치매 환자가 어떤 방식으로든 명확한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경우에 국한된다. 만약 현재 환자가 의사 표현을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면, 치매가 발병하기 전인 과거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율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선택을 하고, 이를 표현하는 과정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러나 환자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드러낼 수 없는 상태라면, 환자의 의지를 따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과거의 결정 또는 선호와 가치를 고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본고에서 이루어진 논의를 종합하였을 때, 이는 다음과 같은 사회적 함의를 지닌다. 우선, 치매를 자아의 상실한 상태로 바라보던 기존의 비관적 인식의 틀을 바꿀 수 있다. 치매 환자의 인지적 기능이 저하되었다고 해서, 그들의 존엄성과 행복을 추구할 권리까지 소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는 치매 환자들도 감정을 느끼고 선호를 바탕으로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내린 판단을 표현하며, 현재의 삶을 영위하는 실존적인 주체로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나아가, 자율성에 기반한 이러한 판단은 과거에 결정지어지는 것이 아닌,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변화하고 지속되는 과정으로 확장될 수 있다. 본고의 제언을 통해 변화하는 삶의 궤적을 포괄하는 역동적인 자율성을 이해하고, 치매 환자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윤리적 토대를 이끌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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