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본) 과제-09 기말과제 007-09 이준표

제목: 캔슬 컬쳐(Cancel Culture)의 정당성: 도덕적 제재 정당성 논증을 중심으로

서론

캔슬 컬쳐(Cancel Culture)는 도덕적 결함이 있는 이에게 주어지는 여론에 의한 제재로, 도덕적 결함이 있는 대상자에 대한 지지나 주목을 철회하고 경우에 따라 참여 기회 축소, 배제로까지 이어지는 집단적 실천이다. 이러한 캔슬 컬쳐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다중 플랫폼과 SNS의 발전으로 더욱 빈번하게 관찰되고 있다. 하지만 캔슬 컬쳐의 발생 증가와 동시에 이러한 문화의 모습을 한 제재가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학술적 논쟁 역시도 이루어지고 있다. 본고는 이러한 학술적 논점에 대하여 다룰 것이며, 캔슬 컬쳐는 도덕적 제재로 정당화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는데도 도덕적 제재로서의 정당화가 가능하도록 하는 필요조건인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으므로 정당화될 수 없다는 주장을 하고자 한다.

이러한 주장의 정당성을 논증하기 이전 관련된 영역에서 이뤄진 캔슬 컬쳐의 정당화에 대한 기존의 학술적인 논쟁을 소개할 필요가 있다. 캔슬링을 사회적 처벌과 특권적 공적 지위의 제거 입장에서 바라본 Jassens와 spreeuwenberg는 캔슬링을 기존에 과도하게 주어진 발언권과 주목을 재분배하여, 그 자리를 소외된 집단의 목소리로 치환하려는 행위로 해석하며 캔슬 컬쳐의 정당화를 긍정했다(Jassens and spreeuwenberg 2022, p. 100-104). 캔슬 컬쳐를 사건에 대한 잘못됨의 집단적 인정으로 해석한 Marissa Traversa 등 역시 캔슬 컬쳐가 피해 집단에 대한 사회적 인정, 감정적 지지와 지위 회복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를 제시하였다(Marissa Traversaet al. 2023, p. 3). 반면 Norris는 캔슬 컬쳐가 과장된 정치적 담론으로 소비될 위험을 우려하며 캔슬 컬쳐의 정당화에 우려를 표했고(Pippa Norris 2023, p. 145), Foelster와 Leon은 캔슬 컬쳐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경험적 증명을 통해 부정적인 영향을 강조했다(Foelster and Leon 2024, p. 442). 이러한 선행 연구들은 캔슬 컬쳐의 정당화 가능성을 다양한 기준점을 통하여 논증하거나, 그 효과를 평가해 왔다. 다만 이러한 선행연구에 한계 역시 존재한다. 이러한 선행연구들은 논고마다 기준점을 통해 캔슬 컬쳐의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연구하고 정당성을 판단하였으나, 캔슬 컬쳐의 정당화 여부 판단보다 경험적이고 이론적인 장단점의 파악에 치중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캔슬 컬쳐와 가장 유사한 제재적 형태인 ‘도덕적 제재’의 입장을 통해 정당성을 다룬 연구는 부족했다.

본고는 절차적 정당성의 결여로 인해 캔슬 컬쳐가 정당화될 수 없음을 보인다. [1] 이를 논증하기 위해 캔슬 컬쳐가 도덕적 제재로 정당화되어야 함을 우선 보일 것이다. 이를 위해 도덕적 제재가 무엇인지, 어떤 절차를 걸쳐 발현하는지를 본고 내에서 확립하고 캔슬 컬쳐가 도덕적 제재와 같은 성격과 구조를 가짐을 경험적으로 세부 논증하여 캔슬 컬쳐가 도덕적 제재의 범주로 편입됨을 보일 것이다. [2] 이후 도덕적 제재의 정당화를 위해 반드시 포함해야 하는 판단의 필요조건이 절차적 정당성임을 보일 것이다. 이러한 전제의 참됨을 보이기 위해 절차적 정당성이 없다면 발생할 수 있는 오판과 과잉 제재가 도덕적 권위를 파괴하고, 이러한 도덕적 권위의 파괴는 도덕적 제재의 불가능성으로 이어져 모순적 결과를 초래함을 도덕철학적으로 논증할 것이다. [3] 최종적으로 위의 두 전제 논증을 고려할 때, 캔슬 컬쳐는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으므로 도덕적 제재로서 정당화될 수 없음을 입증하여 캔슬 컬쳐의 정당화 불가능함에 대한 논증을 마무리할 것이다. 논증의 마무리 이후에는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되었음에도 정당화될 수 있는 도덕적 제재의 예시, 도덕적 제재와 캔슬 컬쳐의 유사성에 대한 반박을 근거로 논증 구조의 취약성과 전제의 건전성을 지적하는 예상 반론을 제시하고, 반론에 대한 재반박을 역시 논증할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결론을 통해 전반적 논의를 종합한 뒤 논증의 함의와 한계를 밝히겠다.

본론

­­캔슬 컬쳐는 도덕적 제재이다.

캔슬 컬쳐의 성격

캔슬 컬쳐의 정당화 가능성에 대한 논증을 진행하기 전, 본고에서 캔슬 컬쳐의 정당화 가능성 논증을 어떤 기준을 통해 수행할지에 대한 명확한 선택이 필요하다. 학술적 논쟁을 선행 검토한 서론부에서 보이듯 캔슬 컬쳐가 어떻게 정의되고 어떤 특징을 가지는지에 따라 정당성의 판단이 상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고에서는 캔슬 컬쳐를 ‘도덕적 위반 행위에 대한 도덕적 제재(moral sanction for a moral violation)’에 포함되는 현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캔슬 컬쳐는 규범 위반자에 대한 도덕적 판단에서부터 시작한다. 캔슬 컬쳐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한 Greig와 Hogg는 도덕적 위반 인지가 캔슬링의 출발점임을 명확히 하고, 도덕적 민감성(moral sensitivity)가 높을수록 심한 도덕적 판단(greater imortality judgements)이 가해졌음을 드러냈다(Greig and Hogg 2025, p. 8). 이는 캔슬 컬쳐의 참여에 있어 도덕적 판단이 주요한 선행요인임을 보인다. 캔슬컬쳐의 대상자가 도덕을 위반했다는 판단이 선 다음, 그러한 판단에 따라 낙인, 배제, 평판 손상이 가해지고 그 결과로 활동 기회가 박탈되며 삭제(Cancel)의 상황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캔슬 컬쳐는 기존 제도적 처벌과 다르게 비제도적이며, 도덕적 판단이 깊은 연관을 가진다는 특징을 가진다. 하지만 오롯이 도덕적 판단에서 비롯된 작용이라는 점만으로 캔슬 컬쳐가 도덕적 위반에 대한 도덕적 제재라고 단정짓기에는 논리적 증명이 부족하다. 이에 본고는 도덕철학에서의 도덕적 제재가 가지는 일반적 특성을 캔슬 컬쳐의 경험적 특징과 비교하여 캔슬 컬쳐가 도덕적 제재에 포함됨을 보이고, 캔슬 컬쳐의 정당화 여부를 도덕적 제재로서의 정당화로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자 한다.

도덕철학에서 도덕적 제재의 구성 요소

캔슬 컬쳐의 정당화 여부를 고려하기 위해 ‘도덕적 제재로서의 정당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주장하려면 도덕적 제재의 일반적 구조를 밝히고, 캔슬 컬쳐가 그 구조를 공유함을 유추 논증을 통하여 보여 도덕적 제재의 범주에 캔슬 컬쳐가 포함됨을 드러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도덕철학에서 도덕적 제재가 어떤 요소를 갖추고 있는지를 탐구해야 하는데, 이는 (1) 규범 위반 판단, (2) 반응, (3) 제재, (4) 재생산의 단계적 요소로 구성된다. 우선 도덕적 제재를 위해서는 제재 대상이 규범을 위반하였는지에 대한 판단이 전제되어야 한다. 도덕적 제재가 이루어지려면 확실한 제재의 대상이 독립적으로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규범적인 판단은 분노, 분개, 실망 등 정서적 태도와 결부된 반응을 수반한다. 이러한 위반 사실의 판단과 반응 끝에 본격적으로 제재가 부과되는데, 이는 평판 손실과 관계 단절 등의 실질적 비용의 부과를 수반한다. 이 과정에서 도덕적 제재는 비난을 넘어 제재라는 성격을 가진다. 그리고 이러한 도덕적 제재는 공동체 규범으로 집행되며 재생산되기도 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이미 도덕적 제재를 다룬 철학적 분야의 논문에서 서술된 바 있다. Smith는 도덕적 책임을 행위나 태도가 행위자에게 귀속되어 ‘도덕적 평가의 근거’가 될 수 있는지의 문제로 규정하고, 도덕적 책임 귀속에 대한 판단이 도덕적 반응의 전제로서 비난 가능성의 조건을 형성함을 명확히 했다(Angela Smith 2007, p. 467-468). 그리고 이러한 판단에 따른 반응이 구체적 비난과 제재로 이어질 때 실질적 비용이 부과된다는 점은 Coates와 Tognazzini에 의해 드러났는데, 이들은 도덕성에 대한 비난이 단순한 비난이나 평가에 그치지 않고 관계적, 사회적 비용을 부과함을 보였다(Coates and Tognazzini 2012, p. 6). 이는 비난 등의 규범 위반에 따른 반응이 단순한 개인적 표출에 그치지 않고 비용 부과로 이어져 제재적 성격을 띨 수 있음을 드러낸다.

캔슬 컬쳐와 도덕적 제재의 유사성

캔슬 컬쳐는 도덕적 제재의 일반적 구조를 거의 그대로 공유한다. 첫째, 캔슬 컬쳐의 정의를 명확히 하는 부분에서 전술하였듯 캔슬 컬쳐는 특정 발언과 행위를 도덕적 규범 위반으로 규정하는 판단에서 출발한다. 둘째, 그러한 판단은 도덕적 제재와 마찬가지로 분노와 실망 등의 반응을 촉발한다. 그리고 이러한 정서적 반응은 평판 손상과 활동 기회 박탈의 실질적 효과로 나타나고 재생산된다. Palomares 등의 연구에 따르면 캔슬 컬쳐는 평판 손실, 팔로워 감소, 직업 손실, 사회적 고립을 유발하고 심지어는 정신건강 악화의 사례까지 보고되는 집단적이고 문화적인 요인으로 기능했고, 규범 위반에 대한 비용을 부과했다(Palomares et al. 2022, p. 122-141). 캔슬 컬쳐는 보통 여론에 의한 무분별한 심판처럼 알려진 경향이 강한데, 오히려 내부의 구조적 작동을 살피면 규범 위반에 대한 판단, 그로부터 이끌어진 반응과 극심한 제재, 한정적 재생산 등 여러 부분에서 기존 철학적 관점의 도덕적 제재의 틀 안에 있는 것이다. 이처럼 캔슬 컬쳐는 도덕적 제재와의 대단한 유사성을 가지고 있고, 캔슬 컬쳐는 ‘도덕적 위반 행위에 대한 도덕적 제재’에 포함될 수 있다. 따라서 캔슬 컬쳐는 도덕적 제재의 영역으로 편입되고, 캔슬 컬쳐의 도덕적 제재로서의 정당성에 대한 판단으로 캔슬 컬쳐 자체에 대한 정당성 여부를 판별할 수 있을 것이다.

정당한 도덕적 제재의 필요조건으로서의 절차적 정당성

도덕적 제재 정당화의 필요조건

도덕적 제재는 도덕적 명분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제재와 마찬가지로 타인의 지위, 평판 등 실물적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이므로 정당화되어야 한다. 국가 주도의 강제적 절차를 평등, 형평, 법적 안정성의 입장에서 정당화해야 한다는 라드브루흐의 법개념과 같이,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강제적인 성격을 가지는 제재는 그것의 합리적인 적용을 위해 정당화의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도덕적 제재 역시 피제재자의 평판이나 금전적 이득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농후한 만큼 그러한 정당화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도덕적 제재는 그 정의와 구성 요소에 대해 계속 이견이 발생하는 논쟁적인 철학적 개념인 만큼 도덕적 제재를 정당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명확하게 정의 내리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도덕적 제재는 비공식적이지만 타인의 평판, 지위, 기회를 실질적으로 박탈하는 강력한 권력 행사임을 고려할 때, 도덕적 제재의 정당화에 있어 ‘절차적 정당성’이 필요조건임을 보이는 논증은 가능한 범위 내에 위치한다.

절차적 정당성의 정의

절차적 정당성이 도덕적 제재의 정당화에 있어 필요조건임을 논증하기 이전, 절차적 정당성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정의하고 논증에 돌입할 필요가 있다. 절차적 정당성은 Rawls의 절차적 정의에 대한 논변에서 주로 다뤄진 개념으로, 어떤 제재나 판단이 정당하다고 인정되기 위해 과정적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특히 Rawls는 공정한 절차의 마련이 결과의 정당성을 담보하는 절차적 정의를 주장했기 때문에, 대상의 정당함을 증명하기 위하여 결과보다 절차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Tyler는 사회심리학적 연구를 통해 정당성이 결과의 도덕적 타당함보다 절차의 공정성에 의해 구성됨을 드러내며(Tyler 2006, p. 382) 절차적 정당성이 사회학적 논증의 조건으로 이용될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본 논고에서는 이러한 절차적 정당성 개념이 도덕적 제재 정당화 조건임을 먼저 논증하고자 한다.

도덕적 제재의 정당화에 있어 절차적 정당성의 필요조건 성립 논증

절차적 정당성은 도덕적 제재의 정당화에 있어 필요조건이다. 이는 도덕적 제재에 절차적 정당성이 부재하는 상황을 상정하는 귀류적 방식으로 논증될 수 있다. 우선 도덕적 제재에 절차적 정당성이 부재하면 도덕적 제재에서 오판과 과잉 제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비난의 근거가 불명확하기 때문에 사건의 심도에 비하여 더 감정적인 과잉 대응이 나타나고, 제재 역시도 이에 따라 비례성을 잃고 과한 제재를 가하기 쉽다. 그런데 오판과 과잉 제재는 그 자체로 그치지 않고 도덕적 권위의 파괴로 이어진다. 사실관계의 확인 과정이 사라진 제재는 무고한 이에게 피해를 주고 공동체의 신뢰를 붕괴시켜 문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는 규범에 대한 냉소, 나아가 도덕적 권위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도덕적 제재의 기반이 도덕적 권위와 그로부터 도출된 판단임을 고려할 때, 최종적으로 도덕적 권위의 훼손으로 이어지는 도덕적 제재는 존재 기반을 파괴하는 성격을 띠므로 자기모순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도덕적 제재는 정당화되기 어렵고, 절차적 정당성은 도덕적 제재의 정당화에 있어 필요조건의 성격을 가진다.

캔슬 컬쳐의 정당성

캔슬 컬쳐의 정당성 논증

지금까지 본고는 캔슬 컬쳐와 도덕적 제재의 유사성을 통해 캔슬 컬쳐에 대한 도덕적 정당화의 필요성을 논증하고, 도덕적 제재의 정당화에 있어 절차적 정당성이 필요조건으로 기능함을 보였다. 두 가지 전제의 참을 논증한 상황에서, 캔슬 컬쳐가 정당화될 수 없음을 보이기 위해서는 캔슬 컬쳐가 절차적 정당성이라는 도덕적 제재의 필요조건을 충족하지 못함을 논증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캔슬 컬쳐는 현실적으로 절차적 정당성을 충족할 수 없는 구조를 가진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캔슬 컬쳐는 규범 위반의 판단이 순간적으로 확산되는 단편적 정보에 기반하여 내려진다는 것이다. 특정 발언이나 짧은 영상, 맥락이 제거된 사진 등이 빠르게 재생산되기 때문에 사실관계의 검증이 어렵고 많은 사례에서 여론 형성은 사실의 정정 이전에 이루어진다. 캔슬 컬쳐에 의한 비례성을 무시하는 제재가 빠르게 확산되어 내려진 상태에서 피제재자의 정정과 해명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캔슬의 효과는 일단 발생하면 되돌리기 힘든, 수정 가능성(correctability)의 부재를 가진다. 캔슬의 효과는 일단 발생한 뒤에는 사과나 해명이 이루어져도 완전히 상쇄되기 어려우며, 이는 제재 결과를 사후적으로 교정할 제도적 경로가 약해 캔슬의 수정이 어렵다는 사실을 시사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Eve Ng는 캔슬 컬쳐의 실제 사례를 예시로 들며 단발적 문제와 반복적 위반이 동일한 방식으로 처리되는 등 경중 구분 없이 제재를 가하는 캔슬 컬쳐의 특성이 소셜 미디어의 속성상 빠르게 확산될 수 있음을 보였다(Eve Ng 2020, p. 623-624). 캔슬 컬쳐의 수정 가능성의 부재는 Palomares 등의 연구에서 경험적으로 드러나는데, 이 문헌은 Buknoy의 사례를 통해 제재 대상자의 사과 후에도 효과가 상쇄되지 않았다는 점을 보였다(Palomares et al. 2022, p. 125). 도덕적 제재의 절차적 정당성 판단에 있어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제재 대상에 대한 사실 파악’이 이뤄지지 않고 심지어는 그에 대한 수정도 불가능한 상황을 도출하는 캔슬 컬쳐는 도덕적 제재로서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한다. 고로 캔슬 컬쳐는 도덕적 제재의 정당화에 있어 필요 조건인 절차적 정당성을 충족하지 못하고, 캔슬 컬쳐는 정당성을 획득하지 못한다.

절차적 정당성 없는 도덕적 제재의 정당화 가능성에 대한 반박

이러한 일련의 논증 과정에 있어, 절차적 정당성이 부재한 도덕적 제재의 정당화 가능성에 대한 반론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본고는 전술하였듯 절차적 정당성이 도덕적 제재의 정당화에 있어 필요조건이라고 보지만, 절차적 정당성이 부재함에도 정당화된 듯 보이는 도덕적 제재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일상적 비난, 도덕적 직관에서 비롯된 행동은 통상적으로 별도의 절차적 과정을 요구하지 않고, 도덕적 책임은 법적 책임과 달리 절차를 본질로 삼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절차적 정의의 부재가 큰 걸림돌이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반론은 도덕적 제재의 유형을 구분하지 않고 논점을 혼동하여 받아들이고 있어 타당하지 않다. 일상적 비난이나 직관적인 반응이 통상적으로 절차적 정당성을 요구받지 않음은 사실이나, 이는 개인적 감정 표현에 속하여 직접적으로 지위, 이해관계, 사회적 기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캔슬 컬쳐와의 동일선상에 놓인다고 보기 어렵다. 반면 캔슬 컬쳐는 앞서 인용한 경험적 연구들에 따르면 특정 개인의 사회적 지위, 기회, 평판 등 실질적 자원을 박탈하는 강한 도덕적 제재로, 그 파급력이 낙인과 구조적 배제라는 극심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반적인 도덕적 비난과 달리 극심한 부정적 영향에 있어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캔슬 컬쳐는 도덕적 절차의 충족을 요하며, 절차적 정당성이 있어야만 그 정당성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절차적 정당성을 요하지 않는 약한 도덕적 표현의 정당화로 캔슬 컬쳐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이러한 점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부재한 도덕적 제재도 정당화될 수 있다는 반론은 캔슬 컬쳐의 정당성에 대한 논증 구조를 훼손하지 못한다.

캔슬 컬쳐와 도덕적 제재의 범주화 가능성에 대한 반박

캔슬 컬쳐와 도덕적 제재의 포함 관계를 설명하는 데 사용한 유추 논증에 대한 반론 역시 제기될 수 있다. 캔슬 컬쳐가 판단, 반응, 제재, 재생산이라는 단계적 구조로 보면 도덕적 제재와 유사한 것이 사실일지라도, 그러한 구조의 유사성만으로 캔슬 컬쳐가 도덕적 제재의 하위 범주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캔슬 컬쳐는 도덕적 위반에 대한 응답이라는 동기로 이루어지는 도덕적 제재와 달리 현대 사회의 더욱 복잡한 동기로 이루어지는 현상이므로, 이를 범주 오류(category mistake)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 동원, 알고리즘 편향 등 캔슬 컬쳐에 개입하는 추가적이고 현대적인 요소들은 도덕적 제재의 본질을 바꾸는 요소라기보다 작동 방식의 차이를 만드는 환경적 조건에 가깝다. 규범의 위반에 대한 판단을 통해 누군가가 비용을 부담하는 제재가 발생한다면, 혹여 그러한 제재가 환경에 의해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도덕적 제재가 성립하기 위한 핵심적 조건은 충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캔슬 컬쳐는 아예 다른 형태로 나타난 이질적 제재가 아니라, 변화한 환경적 조건 속에서 핵심적 유사성을 유지하고 있는 도덕적 제재로 존속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반론 역시 캔슬 컬쳐에 대한 논증 구조를 훼손하지 못한다.

결론

본론에서는 캔슬 컬쳐와 도덕적 제재가 판단, 반응, 제재, 재생산의 단계에 있어 상당한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캔슬 컬쳐가 도덕적 제재 체계에 편입될 수 있음을 드러내고, 캔슬 컬쳐의 정당성을 도덕적 제재로서의 정당성 판단을 통해 입증할 수 있음을 보였다. 또한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도덕적 제재는 제재의 원천인 도덕적 권위를 파괴하는 모순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드러내 도덕적 제재의 정당성을 절차적 정당성이라는 필요조건을 이용하여 판단할 수 있다는 논증을 보였고, 마지막으로 도덕적 제재인 캔슬 컬쳐는 규범 위반의 판단이 순간적으로 확산되는 단편적 정보에 기반하여 내려지므로 절차적 정당성을 충족하지 못함을 보여 결론적으로 캔슬 컬쳐가 정당화될 수 없음을 논증하였다.

캔슬 컬쳐는 도덕적 결함에 대한 사실 증명이 부재한 상태에서 가해지는 비합리적이고 여론 중심적인 도덕적 제재로, 실제로 그 피해는 극심하다. 어떤 이의 도덕적 결함이 발생하였을 때 도덕적 문제에 대해 묻거나 반성, 개선을 요구하기보다 논의의 장에서 피제재자를 배제하여 반박이나 해명, 개선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캔슬 컬쳐의 특징은 도덕적 문제에 대한 집단적 성찰을 방해하고 공동체의 항상적 자기교정 기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실제로 이러한 양상은 유튜브, SNS 등 다양한 다중 플랫폼의 출현으로 심화하고 있으며, 익명성이라는 인터넷의 가장 보편적인 특성은 캔슬 컬쳐의 위험성을 더하고 있다. 본고의 논증은 이렇게 심화하는 캔슬 컬쳐의 정당성 문제에서 기인하여 단순히 캔슬 컬쳐가 과도하다는 경험적 고발을 넘어 도덕적 제재 일반에 적용되는 정당화 구조를 분석적으로 캔슬 컬쳐에 적용하여 캔슬 컬쳐의 정당화 불가능성을 규범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특히 도덕적 제재의 정당화가 결과보다 절차의 정당성에 의해 담보된다는 점을 밝혀 캔슬 컬쳐의 문제가 오판이나 과잉 반응보다도 도덕적 판단 절차를 침식하는 구조적 결함임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캔슬 컬쳐의 나날이 더해가는 심각성을 고려할 때, 이러한 도덕적 제재의 입장에서의 정당성 판단은 추후 더 강한 함의를 가지게 될 가능성이 있다. 무분별한 여론의 형성과 제재가 도덕 영역을 넘어 개인의 사회적 지위와 역량, 기회를 결정하는 구조가 강화될수록 도덕적 판단은 점점 규범 질서를 규정하는 중심 매커니즘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캔슬 컬쳐의 심각성이 극에 달해 철학적 도덕적 판단의 필요성이 더 확실히 드러났을 때, 도덕적 제재의 정당화 조건을 정교히 규정하는 일은 단순한 이론적 관심에서 실제 사회와 공동체의 신뢰 형성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속도, 정확성, 집단성을 기반 삼아 무섭게 발전하는 현대의 캔슬 컬쳐를 비롯한 상호작용에 대한 도덕적 판단의 단초로 이 연구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참고문헌

외국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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