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 과제-04 5-6단락 논증에세이 007-19 채민정
제목: 기본소득의 보장은 무조건적인 권리인가, 노동을 통한 기여의 대가인가?
I. 서론
현대사회의 급속한 산업화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열악한 일자리(bad job)에 놓이게 되면서, ‘노동을 전제로 한 소득 보장’이라는 사회 원리가 더이상 사회보장의 기본 원리로서 기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 소득이 기존의 입장처럼 노동이라는 조건에 의해서만 보장되어야 하는지, 기본소득이라는 방식을 통해 조건 없는 권리로 보장되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이 대두되었다. 이에 대해 Philippe Van Parijs(2001)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이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 무조건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며, 이가 개인의 실질적 자유(real freedom)의 권리를 보장하는 핵심 수단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André Gorz(1989)는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 소득이 권리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노동 의무가 반대급부로 요구되기 때문에 소득은 사회적 기여에 근거하여 보장된다고 주장한다. 본 논문은 이러한 긴장 속에서 Philippe Van Parijs 등의 주장을 옹호하며, 현대 자본주의 노동시장 하에서 기본소득이 조건 없는 권리로서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필자의 논변은 현재의 자본주의 노동시장이 노동만으로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과, 기본소득 보장을 통해 실현할 수 있는 자유권과 사회권은 노동 의무나 시민의 책무보다 우선한다는 두 가지 논증에 토대한다. 이를 보이기 위해 본론에서는 먼저 [1] 자본주의 노동시장의 한계를 밝히고 [2] 노동 의무에 앞선 천부적 권리의 우선성을 논증한 다음, [3] 보편적 기본소득의 효율성에 대한 반론을 고찰하고 이를 재반박함으로써 위 논제를 정당화할 것이다.
II. 본론
1. 자본주의 노동시장에서는 노동만으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어렵다
현대 자본주의 노동시장에서는 더이상 노동만으로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삶을 영위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는 개인의 사회권이 온전히 실현되기 어려우며, 낮은 소득만으로는 ‘실질적 자유(real freedom)’를 누리며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실제로 많은 국가에서 비정규직 일자리가 전체 일자리의 절반을 넘고, 상당수의 노동자가 사회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 조건 하에 놓여 있다는 사실은 국제노동기구(ILO)의 통계를 통해 증명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기본소득은 자본주의 시장의 가혹한 노동 조건을 거부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함으로써, 노동시장 내의 제약으로부터 개인을 해방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노동시장 속 개인은 자신의 선호와 필요에 맞게 자유로이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게 되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자연스럽게 열악한 일자리의 확대를 방지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자본주의 노동시장의 한계와 노동 선택의 자유에 근거해, 소득은 노동이라는 조건 없이 보장되어야 한다.
2. 천부적 권리는 노동의 책무에 앞선다
이처럼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 노동을 영위하며 생활을 유지해나가는 것은 개인의 자유권과 사회권을 온전하게 보장시켜주지 못한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자유권과 사회권이 노동의 책무보다 우선하지 않는다고 본다. 대표적으로 Gorz(1989)는 노동의 의무가 권리의 반대급부로 발생하며, 노동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자유권과 사회권은 천부적 권리로서 인간 존재 자체에 근거하기 때문에 사회적 책무로서의 노동의 의무보다 우선되어 보장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노동의 의무가 정당하게 부과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자유권와 사회권이 보장되어 있는 노동 환경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본론 첫 단락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 자본주의 노동시장에서는 이러한 기본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기 때문에, 기본소득의 지급을 통해 권리가 우선적으로 확보된 이후에야 노동의 의무가 정당하게 부과될 수 있다. 따라서 기본소득은 인간의 천부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핵심적인 수단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
3. 반론: ‘선별적’ 기본소득 지급이 더 효율적인 방안이다.
그러나 두 전제를 모두 수용하더라도, 기본소득이 모든 사람에게 무조건적으로 주어져야 한다는 결론에 대해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일부 학자들은 사회적인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기본소득이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지급될 필요가 없으며, 열악한 노동 환경 내에서 천부적 권리를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에게만 지급되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재원이 중산층 이상에게도 사용되느라 정작 저소득층에게 집중되지 못하므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논리이다. 그러므로 국가의 복지 정책은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취약 계층에게만 선별적으로 집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4. 재반박: ‘보편적’ 기본소득 지급만이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특정한 계층뿐만 아니라 모든 개인이 언제든지 열악한 일자리에 놓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무리 고소득층이더라도 불안정한 노동 환경으로 인해 다음 날 소득이 끊기거나 실직할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하며, 아무리 안정적인 직장에 다닌다고 해도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기에 충분하지 못한 소득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즉, 현재 일자리의 소득과 안정성 등 여러 부차적 조건들은 서로 독립적이며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될 가능성이 낮다. 따라서 현재만을 기준으로 한 선별적 기본소득은 다수의 사람들을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보편적 기본소득은 자본주의 사회 하에 놓인 모든 구성원이 공평하게 실질적 자유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망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정당성을 가진다.
III. 결론
이 논문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만으로는 인간다운 삶을 온전하게 영위하기 어려우며, 자유권 및 사회권과 같은 천부적 권리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노동의 책무보다 우선된다는 점을 근거로, 기본소득이 모든 사람에게 무조건적으로 보장되어야 함을 논증하였다. 또한 선택적 기본소득 지급이 더 효율적인 방식이라는 반론에 대해, 현대 사회의 전반적인 불안정성을 고려할 때 보편적 기본소득만이 실질적인 사회적 안전망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정당성을 논증하였다. 이는 기본소득이 개인적 사정과 조건에 제약받지 않고, 실질적 자유를 실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함축한다. 다만, 본 논의는 21세기 노동시장의 상황을 기준으로 전개된 논증이며, 과거 또는 미래 노동시장 전반에 포괄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근거와 논증이 필요함에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