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04 5-6단락 논증에세이 007-11 윤세현


제목: 의사결정능력을 상실한 사람의 자기결정권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I. 서론

현대 의료윤리 담론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핵심 가치로 삼는다. 그러나 치매 환자의 경우,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이 다르게 보일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같은 사전적 의사결정을 간단히 따르기 어렵다. 이처럼 치매 환자, 뇌손상 환자 등 의사결정 능력을 상실하여 동일한 정체성을 유지한다고 간주하기 어려운 사람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려야할지에 대한 논의가 존재한다. 이 논쟁이 내포하고 있는 핵심적인 딜레마는 치매 환자의 경우, 과거의 자신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내린 선택이 현재의 자신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지, 혹은 현재 환자의 상태를 고려하여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해야할지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Ronald Dworkin(1993)은 한 개인은 자신의 인생을 어떤 방식으로 마무리할지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으며, 치매 환자처럼 현재 의사표현을 할 수 없더라도 과거의 자율적 결정을 존중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Rebecca Dresser는 인간의 정체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기에 과거의 결정을 우선시 할 수 없다고 반론한다. 본 논문은 이러한 긴장에 대해 Dworkin의 입장을 옹호하며,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같은 사전적 의사결정을 존중해야한다고 논증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1) 자기정체성의 동일성이 유지되는 조건을 밝히고, (2) 치매 환자의 의사결정 및 행위 능력을 검토하고 (3) 이에 대한 반론과 그 한계, (4) 최종적으로 과거 자율성으로부터 비롯된 결정이 이어지는 방식으로 글을 전개할 것이다.


II. 본론

1. 사전 지시의 도덕적 권위는 동일한 사람이라는 것을 규율한다는 점에 기대어 정당화된다.

사전 지시는 미래의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하는 규범적 명령이다. 예컨대 환자가 건강할 때 작성한 연명의료 결정은, 미래에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자신의 상태에 적용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지시가 “타인”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자기 자신”에게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같은 사전 지시는 단순히 과거의 누군가가 남겨놓은 기록이 아니라, “현재의 나”와 동일한 인격적 주체가 남긴 결정이라는 점에서 도덕적 권위를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도덕적 권위의 근거는 동일성(identity)의 규율적 힘에 있다.


2. 자기정체성의 동일성은 물리적 연속성에 기반하며, 치매가 발생하더라도 개인 동일성이 유지된다.

개인의 정체성은 단순히 현재의 심리적 능력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개인의 동일성을 보장하는 가장 근본적인 토대는 신체의 물리적 연속성이라고 할 수 있다.인간은 신체와 생물학적 존재로서 연속된 시간을 살아가는 존재이며, 신체적·물리적 동일성은 치매가 발생해도 유지된다. 설령 기억이 손상되거나 성격이 변화하더라도, 같은 신체를 가진 존재는 여전히 동일한 사람으로 취급된다. 치매 환자가 과거의 기억을 상당 부분 잃어버린다고 하더라도, 그는 여전히 동일한 육체를 가진 같은 사람이다. 이는 법적·사회적 제도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치매 환자 역시 법적으로 동일한 권리와 의무의 주체로 간주되며, 그들의 재산권이나 의료 결정권은 “동일한 사람”에게 속하는 것으로 전제된다. 따라서 단순한 기억의 단절이나 심리적 변화가 발생하더라도, 물리적 연속성이 보장되는 한 개인 동일성은 유지된다.


3. 반론: 심리 구조가 급격히 변할 경우, 동일성이 약화된다고 간주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데이비드 파핏(Parfit)의 논의처럼, 동일성은 단순히 신체적 연속성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는 식의 반론이 가능하다. 개인 동일성의 핵심은 단순히 신체적 연속성에 있지 않고, 심리적 연속성에도 있다는 주장이다. 치매 환자의 경우 기억, 성격, 가치관, 판단 능력 등 심리적 구조가 급격히 붕괴된다. 만약 치매나 정신 질환으로 인해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고,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경험이 단절된다면, “동일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근거는 약화된다. 예를 들어, 과거의 ‘나’가 생명 연장을 원하지 않았지만, 현재의 ‘나’는 단순한 즐거움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다면, 두 존재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직관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이런 경우 과거의 결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과연 도덕적으로 정당한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4. 재반박: 기억이 손상되더라도 사회적 맥락과 관계 속에서 동일한 사람으로 보장된다.

그러나 심리적 동일성의 약화를 이유로 동일성을 부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협소한 이해에 머무른다. 인간은 단독적 존재가 아니라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규정된다. 즉, 인간의 정체성은 단순한 심리적 특성에만 기초하지 않고, 사회적 관계와 서사의 연속성 속에서도 형성된다. 가족, 친구, 공동체는 치매 환자를 여전히 과거의 동일한 인격체로 대하며, 사회적으로도 법적 권리와 책임은 계속 동일한 개인에게 귀속된다. 이처럼 동일성은 단순히 심리적 연속성에 의존하지 않고, 사회적·관계적 연속성 속에서 확립된다. 따라서 사전 지시는 여전히 동일한 인격체에 대한 자기 규율로서 도덕적 정당성을 유지할 수 있다.


III. 결론

따라서 사전 지시의 도덕적 권위는 물리적 연속성과 사회적 관계적 연속성에 의해 유지되는 동일성 개념에 근거한다. 심리적 변화나 기억 상실이 동일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반론이 가능하지만, 사회적 맥락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그 사람을 동일한 존재로 규정한다. 그러므로 치매와 같은 상황에서도 사전 지시는 동일한 사람에게 구속력을 가지며, 그 도덕적 권위는 정당화된다.


참고문헌 (APA 7판 스타일)

Dworkin, R. (1993). Life’s dominion: An argument about abortion, euthanasia, and individual freedom. New York, NY: Alfred A. Knopf.

Dresser, R. (1995). Dworkin on dementia: Elegant theory, questionable policy. Hastings Center Report, 25(6), 32–38. https://doi.org/10.2307/3528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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