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 과제-04 5-6단락 논증에세이 007-21 이정원

제목: 성노동은 구조적 폭력을 강화하고 재생산하는 것으로서, 전면 금지되어야 하는가?

I. 서론

성노동의 제도적 규정과 성노동자의 권리 보장 문제는 여성학의 오랜 쟁점 중 하나이다. 특히 성노동을 법적으로 제재하여야 하는 범위는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논의는 성노동 시장의 높은 단가와 그 유지를 가능케 하는 사회구조적 문제에 대한 논의를 선제적으로 요청한다. Ine Vanwesenbeeck(2017)는 다른 직업군에 비해 종사자의 높은 수입을 보장하는 성노동이 취약계층의 경제적 기반으로 자리잡는 경우가 빈번하기에 성노동을 전면 불법화하는 것은 이들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처사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제시한다. 이에 더해 Laura Jarvis-King(2024)은 소외계층 구제를 위한 국가의 복지제도가 미비할수록 더 많은 이들이 성노동 현장으로 향한다며 성노동이 계층이동을 도모하는 개인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음을 강조한다. 반면 Catharine A. MacKinnon(1993)은 비록 성적 행위의 거래 자체는 자발적인 것처럼 보이더라도 성노동자가 성노동에 종사하게 된 배경에는 구조적 불평등이나 빈곤과 같은 비자발적 요인이 존재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성노동을 합법적인 거래 행위로 간주하고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렇듯 성노동에 관한 기존의 논쟁은 성노동이 소외계층에게 보장하는 경제적 이익을 들어 이를 빈곤으로부터의 해방을 돕는 자율적이고 합법적인 노동으로 인정하여야 한다는 입장과, 종종 자발성으로 위장되어 나타나는 성노동의 강제적 동기 - 구조적 폭력과 불평등 - 를 들어 이를 적법한 계층이동의 통로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의 대립으로 나타나 왔다. 본 논문은 성노동을 합법적인 계층이동의 통로로 인정하는 것은 사회 구조를 개선하는 데 근본적으로 유용하지 않으며, 따라서 성을 거래하는 각종 계약과 노동을 전면 금지해야 함을 논증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성노동 시장이 불평등이나 빈곤과 같은 사회구조적 문제로부터의 해방을 돕는 대신 오히려 이를 반영하고 재생산한다는 점과, 구조적 폭력을 강화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마땅히 정부가 개입하여 전면적인 금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위의 핵심 논제를 연역적으로 정당화하고자 한다. 따라서 다음 본론에서는 기존의 구조적 문제를 반영하고 재생산하는 성노동의 폭력성을 논증한 후, 이러한 폭력성이 반드시 법제에 의해 제한받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할 것이다. 나아가 성노동자의 권리 및 안전과 계층이동의 기회를 전부 보장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 성노동의 부분적 합법화를 주장하는 반론을 검토하고 이를 재반박함으로써 논제의 정당성을 강화할 것이다.

II. 본론

1. 성노동은 사회적 약자를 향한 구조적 폭력을 반영하고 재생산한다.

성노동에는 ‘강제된 자발성’이 개입한다. 성노동자와 고용주가 체결한 계약에 기반해 이루어지는 성적 행위의 매매는 겉보기에 당사자들의 자발적인 합의에 의한 것처럼 보이나, 성노동자의 대부분은 구조적 빈곤이나 불평등에 의해 성노동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성노동 현장으로 내몰린 사람들이다. 이는 성노동을 선택하는 데 주체 내적인 작용보다 외적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함을 드러내며, 곧 표면적으로는 자발적인 선택이 사실은 구조적 폭력에 의해 강제된 것임을 보여준다. 나아가 빈곤과 불평등으로부터의 해방을 위해 성노동을 선택한 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성노동 시장이 유지되는 한 사회적 편견과 구조적 불평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성노동의 존속은 왜곡된 성 인식과 문화를 재생산하기 때문이다. 빈번한 차별과 폭력에 시달리는 소외계층 구성원 중 다수가 이를 피하고자 성노동을 선택한다면, 이들에 대한 낙인과 부정적 인식은 완화되는 대신 오히려 일반적인 수입원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강화될 수 있다. 따라서 성노동은 그 종사자의 경제적 계층이동은 보장해줄지 몰라도 사회 내에서 이들의 계층적 지위를 본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없다.

나아가 성노동을 계층이동의 정당한 경로로 인정하게 되면 정부가 나서서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제도를 수립할 유인이 감소한다. 사회∙경제적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고 이들이 여타 시민과 같이 윤택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국가의 마땅한 책무에 해당한다. 그러나 성노동을 통한 손쉬운 계층이동이 만연할수록 정부가 이러한 책무를 회피하고 오히려 성노동자 개인에게 전가하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취약계층에 속한 이들이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스스로 확보할 수 있으며, 그래야 한다는 폭력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뿐만 아니라 성노동에 대한 암묵적인 장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양상이 반복된다면 결국 기존의 구조적 빈곤과 불평등은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체계적인 회피 하에 개인을 짓누르는 고질적 문제로 남게 된다.

2. 구조적 폭력을 조장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제도에 의해 전면적인 금지가 이루어져야 한다.

구조적 폭력을 조장하며 다수의 사회 구성원이 가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의 허용도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구조적 폭력과 불평등은 개인의 특성에 의한 것으로 환원될 수 없는, 사회 차원의 내면화된 문제이다. 가해의 주체가 개인이 아니라 구조라는 점은, 개인이 구조적 폭력을 타파하는 주체가 될 수 없으며 그 해결이 제도적 장치에 의존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특히 성노동이 반영하고 재생산하는 구조적 폭력의 유형은 앞선 문단에서 살펴보았듯이 대부분 계층적 빈곤과 성 불평등 등에 해당한다. 본문은 이러한 폭력의 해결을 위해 미시적 주체의 노력이 요구된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나, 인식의 개선이나 편견의 타파와 같은 개인의 노력을 비롯해 채용 구조에 변화를 가하는 기업의 노력 등을 촉발하기 위한 유인이 사회 내에 부족할 때는 이들이 이루어지기 어려울 뿐 아니라, 사회 차원의 전반적인 노력으로 누적되어 유의미한 개선을 불러오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따라서 구조적 폭력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이를 조장하거나 묵인하는 사회 풍속에 대한 제도적 차원의 조치가 선행되어, 정부의 태도 변화가 기업과 개인의 인식 및 행위까지 변화하도록 돕는 하향식의 정책 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

3. 반론: 성노동을 부분적으로 합법화하는 것이 오히려 소외계층을 향한 구조적 폭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혹자는 구조적 폭력을 제거하기 위해서 반드시 성노동의 전면적인 금지가 요구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오히려 이를 부분적으로 합법화하는 것은 불법화된 성노동 시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폭력으로부터 성노동자를 보호하며, 그 종사자들의 지속적인 경제 활동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이때 부분적 합법화란 불법적 성노동이 수반하는 각종 가학 행위와 범위는 용인하지 않되, 성노동 자체는 제도 속으로 편입시켜 그 종사자들을 법적으로 보호하려는 시도에 해당한다. 성노동을 합법적인 수입원으로 용인하는 것은 오히려 성노동을 공개적 담론과 정책적 관리의 대상으로 전환함으로써 성노동자가 권리와 안전을 보장받으면서도 경제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입장은 성노동을 불법화하는 것이 오히려 성노동 암시장을 형성하고 그 종사자들을 국가적 차원의 보호로부터 소외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 성노동이 단기간에 고액의 수입을 보장하는 선택지로서 경제적 자립이 시급한 이들에게는 종종 유일한 탈출구가 된다는 사실 또한 그 부분적 합법화를 옹호하는 주요 논거이다. 특히 가정폭력 피해자나 당장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이민자 등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들의 유일하고 현실적인 수입원이 성노동뿐이라면 적법한 경로와 안전한 노동 환경, 그리고 사회적 용인을 국가 차원에서 보장할 수 있도록 그것이 합법적인 노동으로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4. 재반박: 성노동을 부분적으로 합법화하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제도가 오히려 구조적 폭력을 통제하고 관리하기 어렵게 한다.

위의 반론은 성노동에 대한 수요의 충족이 아닌, 죄악시되었던 관행을 수면 위로 드러내고 이에 제도의 빛을 비추는 데 초점을 둔 주장이라는 점에서 중대한 윤리적 결함을 지니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성노동 논쟁의 사회적인 쟁점을 회피하고 있다. 성노동이 구조적 폭력을 명백히 강화하고 재생산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폭력을 제도적으로 용인하는 것과 다름없다. 나아가 성노동을 부분적으로 합법화하게 된다면, 과연 어디까지가 허용될 수 있는 ‘부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불명확성이 생겨난다. 성인 간 명백한 의사표현에 기반한 거래로서 성행위를 합법화한다면, 이것이 수반하는 합의된 가학적 행위 또한 목숨을 위협하지 않는 한 제도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가? 만약 당사자를 건강에 중대한 위협을 가하지 않는 폭력적 행위가 허용된다면, 그를 사망 직전까지 이르게 할 수 있는 행위도 적법한 성노동의 일부로서 인정되는가? 결국 거래 가능한 성적 행위의 범위가 점진적으로 확대되어 어디에 경계선을 그어야 할지 분명하지 않게 되는 ‘미끄러운 비탈길(Slippery Slope)’의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성노동을 부분적으로 합법화하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구조적 폭력을 완화해 줄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폭력을 제도가 제어하지 못하거나 용인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III. 결론

이 논문은 성노동의 합법화가 표면적으로는 소외계층 구성원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변화시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들을 향한 구조적 폭력을 고착화한다는 점과 가해 주체가 사회에 해당하는 구조적 폭력에 대해서는 사회적 차원에서 전면적인 금지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들어 성노동을 경제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경로로 공인할 수 없다는 논제를 정당화하였다. 나아가 성노동을 제도적으로 용인하는 것이 오히려 사회∙경제적 약자의 안전한 계층이동을 돕고 성노동자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반론에 대해 부분적 합법화란 또다시 ‘부분’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불분명함을 불러오며, 폭력을 제도적으로 용인하는 것과 동일하다는 재반박을 제시하며 주장을 재차 강화하였다. 본 논문의 논증은 인문학 및 사회과학적인 논의들이 산재해 있던 ‘성노동의 사회적 용인가능성’이라는 거시적인 주제로부터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반영하고, 재생산하며, 때로는 그 해결을 방해하는 성노동의 제도적 지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의 구체적인 논의를 도출해 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특히 학계의 기존 논의를 비롯해 성노동의 합법화 문제를 다루는 여러 단체들의 주장은 주로 성노동이 계층이동의 사다리로서 기능하는 현실과 성의 거래될 수 없는 숭고함이라는 인본주의적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이루어졌으나, 본 논문은 성노동이 유일한 계층이동의 통로가 된 사회에서 가장 긴급하게 요청되는 국가의 책무가 무엇인지를 상기한다는 점에서 사회과학적 함의를 갖는다. 이때 본 논문에서 언급하는 성노동의 합법화는 가학 행위의 용인이 아니라 성노동의 제도 내 편입을 통한 국가적 차원의 관리를 의미하며, 앞서 제시된 일련의 논증은 성노동의 수익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하는 사회 구조를 지적하기 위함임을 주의해야 한다.

IV. 참고문헌

  • Jarvis-King, L. (2024). Trajectories of Vulnerability and Resistance Among Independent Indoor Sex Workers During Economic Decline. Sociological Research Online, 29(1), 137–153.
  • MacKinnon, A., C. (1993). Prostitution and Civil Rights. Michigan Journal of Gender & Law, 1(13). 13-31.
  • Vanwesenbeeck, I. (2017). Sex Work Criminalization Is Barking Up the Wrong Tree. Archives of Sexual Behavior, 46(6), 1631–16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