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본) 과제-09 기말과제 007-21 이정원
제목: 응보적 처벌의 수단으로서 표적 경제보복의 정당성
서론
경제제재, 그중에서도 경제보복의 정의와 정당성은 여전히 초보적 논의에 머무른다. 제재 개념은 학자와 상황에 따라 그 목적 또는 세부적 수단, 시행 주체의 정체성 등에 의존해 정의되어 왔지만, 국제법상의 명확한 정의는 수립된 바 없으며 개별 사례에 의존한 유형 분석과 실효성 평가가 경제제재 연구의 거의 유일한 방향성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Ruys 2017, p. 45). 나아가 국가행위자와 국제기구들은 제재, 보복, 대응조치 등의 용어를 그에 대한 정확한 정의 없이 혼용하고 있다 (Ruys 2017, p. 20).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세 전쟁’과 ‘국제 무역 전쟁’이 트럼프 2기 키워드로 확산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과 같은 비인도적 행위가 국제연합을 비롯한 여러 개별 국가의 경제제재에 의해 규탄받는 세태를 보면, 경제제재의 하위 항목으로서 경제보복에 대한 학술적 탐구가 반드시 요청됨을 알 수 있다.
특히 경제보복의 정당성 판단은 ‘보복’의 개념을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요청하나, 종래의 국제법 및 국제규범 연구는 아직 이에 대한 일반적이고 이론적인 규명을 이루어 내지 못했다. 만약 경제보복을 정당하지 않은 보복 행위로 보고 국제사회에서 허용 가능한 조치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규범을 위반한 행위자에 대해 실질적인 처벌을 집행하기 어려워진다. 어떤 주권국도 다른 국가를 압도하는 권위를 보유하지 않는다는 현대 국제법의 기본 원칙은 (Ellis 2013, p. 168), 규범 위반의 파괴적 결과도 세력 균형이나 협상과 같은 평화적 수단만을 요청하는 것으로 전락시킨다. 이는 궁극적으로 국제 규범의 구속력과 권위를 훼손하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국제질서 자체의 안정성을 저하시킨다. Ellis(2013)와 같이 경제제재의 정당화 가능성을 응보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학자는 ‘처벌받아 마땅한 이가 그의 과실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응보주의 원칙을 경제제재에 적용하려고 시도한다 (Ellis 2013, p. 174). 응분 개념을 경제제재에 적용하여 경제제재 중 경제보복의 ‘보복’을 응보적 차원의 이해를 요청하는 것으로 보는 이들은 응보주의의 조건과 기준을 충족할 때 경제보복이 정당화될 수도 있으며, 이러한 경우 규범 위반에 대한 정당한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본다.
반면, 국제사회에 대한 경제보복의 영향과 역할은 그 수준과 범위가 예측 불가능하기에 이를 이론적으로 정당화할 수 없다는 입장도 존재한다. Jessberger와 Geneuss(2020) 등의 학자들은 아무리 위반 행위자와 위반 행위의 규모를 철저히 규명하여 이루어지는 제재라 하더라도 이러한 조치의 시행 당시에는 그것이 추후 응분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정당성을 부여받기 어렵다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들은 응보적 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경제제재가 명확히 보복적 성격을 띤다는 특수성을 고려하는 대신 제재와 그 결과적 실효성에 치중하는 경향을 갖는다. 또 도덕철학의 응분 개념과 응보적 처벌 개념, 경제제재의 개념을 한데 모아 이해하는 데 한계를 보인다 (Jessberger and Geneuss 2020, p. 166)
따라서 본고는 ‘표적 경제보복이 응보적 처벌의 수단으로서 정당화된다’는 명제를 핵심 논제로 하여 논증을 수행한다. 이는 Ellis(2013)의 논의를 일부 참고한 것이나, 일반적인 경제제재가 아닌 표적 경제보복에 주목하였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주요 전제는 다음과 같다: [1] 국제사회에서 응보적 처벌은 정당화된다. [2] 정당한 목적을 달성하는 구체적인 수단은 그 목적을 훼손하지 않을 때 정당화된다. [3] 표적 경제보복은 응보적 처벌의 목적을 훼손하지 않으며 그를 달성하는 수단이다. 요컨대, 본론에서는 표적 경제보복이 응보적 처벌의 수단이며, 또 응보적 처벌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있어 수단으로서의 정당성 또한 갖추었기 때문에 정당하다는 논증을 펴고자 한다. 이러한 논증은 표적 경제보복의 ‘보복’ 개념을 응보주의적 원칙에 입각하여 정당화될 수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이를 달성하는 구체적 조치로서 표적 경제보복의 특성을 살펴보며, 탄탄한 이론적 뒷받침이 부재한 실천적 조치로서 경제제재와 도덕철학의 전통적 이론을 연결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본론은 우선 [1] 응보적 처벌의 정의를 선행 연구를 검토하여 서술하고, [2] 응보적 처벌의 정당성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후 [3] 정당한 목적의 실현이 갖는 규범적 가치가 그것을 달성하는 수단의 정당성에 대한 논의까지 요청함을 주장하고 [4] 정당한 수단의 필요조건을 제안할 것이다. 표적 경제보복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에서는 [5] 제재와 경제제재, 보복 등의 개념으로부터 표적 경제보복의 정의를 도출할 것이다. [6] 본론의 논증에 대해 표적 경제보복의 예측 불가능한 해악을 근거로 한 반론이 제기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재반박은 [7] 정당성 평가와 실효성 평가를 명확히 구분 짓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결론부에서는 본론의 논증을 요약하고 그것이 경제제재 및 보복의 정당성 평가 작업에 갖는 의의를 제안하고자 한다.
본론
국제사회에서 응보적 처벌의 정당성
응보적 처벌의 정의
표적 경제보복을 응보적 처벌로서 정당화하기 이전에 응보적 처벌의 규정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국제형법상 처벌은 일반적으로 억지와 응보의 두 기준에 의해 그 정당성을 판정받는다 (Jessberger and Geneuss 2020, p. 165). 처벌의 억지력으로 그 정당화를 시도하는 이들은 처벌이 야기하는 지속적인 고통을 목격하는 것이 잠재적 범죄 행위를 방지한다는 입장을 취한다. 위반 행위가 유발하는 해악이 처벌이 유발하는 고통보다 현저히 크기 때문에 처벌을 필요악으로서 허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몇몇 경우에는 응보 개념이 처벌을 정당화하는 핵심 논거가 되거나 처벌의 억지력 자체에 주목하는 것이 비교적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비이성적인 동기에 의해 발생하는 혐오 범죄 등에 대해, 그 동기를 겨냥한 억지적 조치는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 또는 특정 인종의 구조적 추방이라는 비인도적 행위를 자행함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혐오나 차별적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이의 행위를 전통적인 방법으로 억지하려는 것은 불가능한 시도에 가까울 것이다. 요컨대, 위반자의 의도와 목적을 파악하고 그의 위반 행위를 유인의 제거, 실현 가능성의 박탈 등의 방안을 통해 무력화하는 것을 의미하는 억지력만을 처벌의 정당화 근거로 삼는다면 처벌 가능한 행위에 반드시 공백이 발생하게 된다. (Jessberger and Geneuss 2020, p. 165)
처벌의 응보적 정당화를 시도하는 이들은 위반자가 자신의 행위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 자체에 도덕적 가치가 존재한다고 보며 이러한 공백을 보완한다. 이는 위반 행위나 해악에 상응하는 처벌을 위반자에게 부과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정당하다고 – 심지어는 요구된다고 – 보는 입장이다 (Ellis 2013, p. 171). 요컨대, 응보적 처벌이란 위반 행위나 범죄를 자행한 행위자에게 그의 행위와 동일한 규모의 처벌을 집행함으로써 규범의 유지에 기여하는 처벌을 일컫는다.
응보적 처벌의 정당성 판단 기준
그렇다면 응보적 처벌을 정당화하는 기준과 조건에는 무엇이 있는가? 먼저 응보적 처벌에서 ‘처벌’의 정당성은 Hart(2008)에 의해 면밀히 규정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처벌은 중심적인 처벌과 부차적인 처벌로 나뉘며 이들은 다시 각각 세부 조건 및 항목으로 분류된다. 중심적인 처벌은 [1] 고통과 같이 불편과 불쾌를 불러일으키는 결과를 수반해야 하며, [2] 반드시 법 규범에 대한 위반에 맞서 시행되어야 한다. 또 이러한 처벌은 [3] 위반 행위를 실제로 저질렀거나 그렇다고 여겨지는 행위자에 대해 가해야 하며, [4] 행위자 스스로가 아니라 다른 주체의 의도적 개입과 [5] 위반된 규범의 체계가 구성하는 권위의 행사를 통해 부과되는 것이어야 한다. 그가 제시한 부차적 층위의 처벌에는 공적 행위자나 권한이 담당하지 않는 처벌, 일상적 규범의 위반에 대한 처벌 등이 있으나 이는 본고가 관심을 갖는 처벌의 조건과 밀접한 관련을 갖지 않으므로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겠다 (Hart 2008, pp. 5-6).
‘응보적’ 처벌의 정당성은 크게 두 가지 기준에 의거해 판단한다. 첫 번째는 응보적 처벌이 위반 행위의 실제 주체이자 ‘처벌받아 마땅한 이’를 대상으로 한 처벌인지 여부이다 (Ellis 2013, p. 174). 따라서 처벌의 대상을 정확히 겨냥하여 취한 조치가 응보적 처벌의 정당화 조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는 응보적 처벌이 자행된 위반 행위에 대해 비례적인지 여부이다. 이때 처벌의 비례성이란 적은 과실에 대한 과대처벌이나 큰 과실에 대한 과소처벌과 달리 과실의 수준과 규모가 처벌의 그것과 상응하는 것을 의미한다 (Jessberger and Geneuss 2020, p. 166). 이러한 기준은 ‘어떤 행위자(deserver)가 그의 특성이나 행위 등에 상응하는 것을 받을 자격이 있다(deserve)’는 ‘응분’(desert) 개념을 응보적 처벌의 기반으로 전제하고 있다.1 요컨대, 위의 기준을 만족하는 처벌 조치는 응보적 처벌로서 정당화되며, 본고는 이어 정당한 목적으로서 응보적 처벌을 달성하는 수단 또한 정당화되는지를 논의하고자 한다.
정당한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의 정당성
정당한 목적의 실현이 갖는 규범적 가치: 수단의 정당성을 논의할 필요성
종래의 연구는 응보적 처벌이 위와 같은 조건을 만족할 때 정당성을 갖추며 목적으로서 추구될 수 있음을 보였다. 그렇다면 응보적 처벌이라는 정당한 목적의 달성을 위해 활용하는 수단도 반드시 정당화되는가? 어떤 목적의 정당성은 그것이 단순한 도덕적 당위나 허용 가능성의 문제를 넘어 실현되어야 할 규범적 가치를 지님을 의미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당한 목적을 결과론적으로 달성하는 수단이 반드시 정당화되는 것은 아님을 유념해야 한다. 만약 정당한 목적에 정당한 과정을 통해 도달할 수 없다면, 이러한 목적은 실질적 의미를 갖는 지향이라기보다 닿을 수 없는 이상향에 가까울 것이다. 따라서 목적의 정당성과 그것을 달성할 수 있게 하는 수단의 정당성은 서로 관련되어 있으면서도 독자적인 증명을 요청한다.
정당한 수단의 필요조건
정당한 수단은 정당한 행위의 가이드라인을 먼저 충족시켜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리 적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도 중대한 범죄나 폭력처럼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행위를 수반하는 수단, ‘물불 가리지 않는’ 식의 수단이라면 그 정당성을 논하기 어려울 것이다. 문제는 어떤 행위가 도덕적이고 정당한가에 대한 규정이 절대적인 진리로 통합된 바가 없으며, 행위의 동기, 과정, 결과 중 무엇에 초점을 맞추어 그 정당성을 분석할지에 대한 정답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본고는 수단의 의도와 과정에 주목하여 정당화 작업을 수행하고자 한다.
본고는 수단 정당성의 필요조건으로 ‘수단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을 훼손하지 않는 의도와 과정’을 제시한다. 수단이 ‘목적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달성하는지’ 대신 그 ‘의도와 과정’에 주목한 이유는 이 둘이 전혀 다른 층위의 논의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전자는 어떤 수단의 결과적 실효성을 검증하는 질문이며, 이에 답하는 것만으로는 본고의 핵심 목표에 해당하는 ‘응보적 처벌 수단으로서 표적 경제보복의 선제적 정당화 작업’을 수행할 수 없다.
우선, 수단을 활용하는 주체의 의도는 정당한 목적의 달성 자체에만 있어야 한다. 이는 수단이 원래의 목적 외의 사적 이득을 취하거나 숨겨진 의도를 관철하는 도구로 오용되어서는 안 됨을 의미한다. 본고에서 답하고자 하는 질문은 ‘어떤 정당한 목적의 수단까지 정당화되려면 그것이 어떤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가?’이다. 그런데 만약 정당성 검증의 대상이 되는 수단이 그 ‘정당한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에 주목하는 경우, 그러한 수단의 정당성은 목적의 정당성과는 별개의 층위에서 독자적으로 검증된다. 따라서 이는 정당한 목적을 전제하고 그러한 목적의 수단이 정당성을 갖기 위해 ‘추가적으로’ 지녀야 할 자격을 묻는 기존 질문에 답변하는 데 적절하지 않다. 결국, 정당한 목적의 수단이 갖는 정당성을 검증하는 논의에서 ‘수단을 활용하는 주체의 의도가 오직 정당한 목적의 달성 자체에 있어야 한다’는 원칙은 논의의 본래 목적을 보존하는 일종의 대전제처럼 기능한다.
다음으로, 수단은 실행 과정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시도를 수반하여야 한다. 앞서 다룬 필요조건이 대전제라면, 이는 수단의 실제적 구현에 대한 구체적인 강령에 가깝다. ‘피해의 최소화’란 두 가지를 의미한다. 첫째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불가피한 범위 내로 피해를 국한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목적에 도달하는 여러 경로가 존재할 때 목적이 요구하는 범위 바깥의 잉여적 피해가 발생하는 선택지는 배제되어야 한다. 둘째는 목적의 달성이 내포하는 가치와 이익보다 수단으로 인한 피해가 크지 않도록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수단이 그 부정적 결과가 목적이 가져다주는 긍정적 결과를 상회할 것이라는 예상에도 불구하고 강행된다면, 해당 수단은 정당성을 잃는다. 요컨대, 아무리 이상적이고 정당한 목적 하에 구동하는 수단이라도 명분 없는 피해를 가하지 않으려는 시도의 적극성이 과정 상으로 관찰되지 않는 수단은 정당화되기 어렵다.
응보적 처벌의 정당한 수단으로서 표적 경제보복
표적 경제보복의 정의
표적 경제보복을 규정하기 위해서는 경제보복과 경제제재의 정의를 먼저 살펴본 후 그 처벌적 성격까지 도출해 내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Ruys(2017)는 ‘제재’(sanctions)란 기본적으로 국가를 대상으로 하여 해당 국가가 국제법을 준수하도록 유인하거나 그의 국제법 위반에 대한 처벌로서 기능하는 모든 수단이라고 설명한다. 비록 제재의 공식적인 목적으로 인정받은 것은 아니지만, 암묵적으로 처벌의 집행을 의도이자 핵심으로 하는 경제제재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은 선행 연구에 의해 밝혀진 바 있다 (van de Herik 2014, pp. 433-434).
나아가 제재 개념은 상황에 따라 국제적 조직이 내부 규범을 유지하기 위해 활용하는 수단을 의미하기도 하며, 이러한 경우 국제법 위원회(International Law Commission, ILC)는 ‘보복’(retorsions)이나 ‘대응조치’(countermeasures) 등의 용어를 사용한다. 보복이나 대응조치는 법 원리적 측면에서 주로 국제적인 조직, 즉 국가행위자와 다른 층위에 존재하는 주체보다는 개별 국가행위자에 의해 시행된 조치를 가리킨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으나 (Ruys 2017, p. 19-20), 본고의 맥락에서 보복 개념은 규범의 위반 행위에 대한 응분의 처벌로서 제재를 특정하는 것이라고 이해된다. 처벌이 일반적으로 억지와 응보의 두 기준에 의해 그 정당성을 판정받는다는 것을 고려할 때, 경제제재가 응보로서 집행하는 처벌의 정당화는 억지로서 집행하는 처벌의 정당화 요건 – [1] 위반 행위에 대해 경제제재가 가해질 수 있다는 위협이 실제로 잠재적 위반자가 규범을 위반하지 않도록 억지하는 것과 [2] 억지적 목적을 가지고 시행된 제재의 결과가 제재하지 않을 때의 결과보다 나은 것 – 과는 상이한 요건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Ellis 2013, pp. 171-172)
제재 개념을 규정하는 또다른 방법론 – 특히 국제관계 이론 및 담론에서 중요한 방법론 – 은 제재의 종류를 분석해 보는 것인데, 이때 분석의 대상이 되는 제재가 바로 경제적 제재이다. 경제적 제재, 또는 경제제재에는 통상 금지 조치, 수출입 제재, 표적 경제제재 등이 있다 (Ruys 2017, pp. 20-21). 표적 경제제재의 이해는 표적 제재에 대한 이해를 선제적으로 요청한다. 표적 제재의 존재는 국가적 차원의 강제조치가 죄책(guilt) 또는 응보(desert)에 기반할 때만 정당화된다는 칸트적 관점을 계승한 ‘비례성 원칙’(proportionality principle)의 요청에 응답하는 것이다 (Jessberger and Geneuss 2020, p. 163). 이때 ‘표적 제재’(smart/targeted sanctions)란 ‘포괄적 제재’(comprehensive sanctions)와 달리 위반 행위를 한 주체이자 제재의 대상이 되는 국가 또는 개인을 특정하고 그에게만 제재의 피해가 가해지도록 설계된 제재를 가리킨다 (Ladurner 2023, p. 318). 이러한 논의를 종합해 보면, 국제사회에서 표적 경제보복이란 규범을 위반한 행위자에게 그의 위반 행위에 상응하는 응보적 처벌을 가하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하며, 본고에서 앞서 다룬 수단의 정당화 기준을 준수하여 이를 집행하는 수단으로 이해할 수 있다.
표적 경제보복의 응보적 목적 보존
표적 경제보복은 [1] 응보적 처벌이라는 정당한 목적을 따르고 [2] 수단의 정당화 요건 – 즉, ‘수단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을 훼손하지 않는 의도와 과정’을 갖추는 것 – 을 충족할 때 응보적 처벌의 수단으로서 정당화된다. 다시 말해, ‘정당한 목적의 정당한 수단’이 된다. 바로 윗 문단에서 제시한 표적 경제보복의 정의에 따르면, 이는 ‘처벌받아 마땅한 규범 위반자’의 과실에 상응하는 처벌을 집행한다. 따라서 표적 경제보복의 목적으로서 응보적 처벌은 본론이 첫 번째 전제에서 다룬 정당성 기준을 충족한다. 이에 더해, 표적 경제보복은 직전 문단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응보적 처벌 자체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하는 수단’이기에 정의상 조건 [1]을 만족하며, 동시에 수단을 활용하는 주체의 의도가 이미 정당화된 목적 – 응보적 처벌 – 의 달성 자체에만 있어야 한다는 수단 정당성의 첫 번째 필요조건도 충족한다. 따라서 표적 경제보복이 수단 정당성의 두 번째 필요조건만 확보할 수 있다면, 이미 논증을 마친 본론의 두 전제의 연역적 연결에 의거하여 이는 응보적 처벌의 정당한 수단이 된다.
수단 정당성의 두 번째 필요조건은 수단을 활용하는 과정이 그로 인한 피해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수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목적을 달성하는 데 꼭 필요한 범위 내로 피해의 규모를 제한하려는 시도와 목적의 가치보다 수단의 해악이 크지 않도록 조정하는 적극성을 포함한다. 표적 경제보복은 ‘표적’을 설정하여 위반 행위에 대해 실질적인 책임을 갖는 이 외에 다른 행위자가 피해를 입는 것을 예방한다. 또 표적 경제보복은 책임자가 겪게 되는 피해나 해악을 그의 위반 행위가 불러일으킨 해악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조정하는데, 이는 목적의 달성, 즉 위반 행위에 대한 응보적 처벌의 집행이 갖는 가치보다 처벌 자체의 해악이 크지 않도록 하는 적극성을 드러낸다. 이때 처벌로서 가해진 피해나 해악의 규모는 응보적 처벌을 집행하는 데 ‘꼭 필요한 범위 내’에 존재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표적 경제보복의 예상치 못한 해악
한편, 표적 경제보복이 야기하는 예측 불가능한 해악의 존재를 들어 그 선제적인 정당성을 반박하는 입장도 존재한다. 표적 경제보복이 위반국에 입히는 손해는 응보의 대상이 되는 위반 행위의 해악과 그 규모가 동일해야 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표적을 설정하고 처벌의 응분(desert)적 성격을 검증한다고 하더라도 표적 경제보복의 미래적 결과는 예상할 수 없으며 그렇기에 표적 경제보복은 선제적으로 정당화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표적 경제보복이 규범의 실질적 위반자가 아니라 무고한 민간 피해를 야기하거나 목적의 가치로 상쇄할 수 없는 파괴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러한 입장을 취하는 이들은 수단의 정당성이 직전의 논의대로 의도와 절차만을 고려하여 판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정당성 평가와 실효성 평가
그러나 표적 경제보복의 예측 불가능한 해악은 그 정당성이 아니라 실효성을 평가하는 지표이다. 정당성 평가와 실효성 평가는 후자가 결과적 비교를 통해 도출된다는 점에서 상이하다. 표적 경제보복의 예측 불가능한 결과 – 해악과 응보적 효과 – 는 모두 사후에, 즉 이러한 결과가 더 이상 ‘예측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인식 가능한 범위’ 내로 편입되었을 때 이루어지는 결과적 비교의 대상이며, 따라서 실효성 평가에 활용되는 대상이다. 그렇기에 표적 경제보복의 실효성을 평가하는 지표로서 예측 불가능한 결과와 존재 가능성은 정당성 논증을 무력화하는 데 활용될 수 없다.
‘이중효과의 원리’(the doctrine of double effect)는 정당성 평가와 실효성 평가의 이론적 분리를 드러내는 대표적 사례이다. 해당 원리에 따르면, 어떤 행위자의 선하고 도덕적인 의도와 달리 부정적 결과가 발생했을 때, 이러한 결과를 파생하려는 행위자의 의도가 부재하고 그 결과가 오직 우연에 의해 발생한 부수적 피해라는 점이 증명된다면 그의 행위는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 (Ladurner 2023, pp. 331-332). 이중효과의 원리는 결과적 측면의 실효성, 즉 ‘피해의 최소화’가 관찰되지 않는 행위에 대해서도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는 행위의 도덕정 및 정당성 논의는 실효성에 대한 평가와 분명히 다른 층위에 존재함을 입증하는 이론적 근거가 된다.
이번에는 표적 경제보복이 의도치 않게 야기하는 민간 피해에 주목해 보자. 본고는 위반국의 민간 피해가 해당 국가가 비용을 들여 해결해야 하는 대내적 문제라고 본다. 위반국이 민간 피해를 대내적으로 해결하는 데 드는 비용은 위반 행위에 대한 응보로서 부과된 것이다. 따라서 민간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표적 경제제재의 대상은 응보적 처벌의 본래 대상, 즉 위반국 국가행위자에 한정된다는 기존의 논리가 유지된다. 이제 고려해야 할 유일한 문제는 민간 피해를 해결하는 데 드는 대내적 비용이 해당 국가의 위반 행위가 미친 해악보다 예상과 달리 과도하게 커서, 비례성 원칙에 대한 결과적 위반이 이루어지는지의 문제이다. 따라서 해당 논의는 다시 정당성과 실효성 평가를 구분하는 앞의 논증으로 회귀한다.
결론
본 논문은 국제사회에서 응보적 처벌이 정당화되는 기준을 제시하고, 표적 경제보복이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는 수단임을 논증했다. 먼저 응보적 처벌은 [1] 처벌의 대상이 실제 위반자에게 정확히 한정되고, [2] 위반 행위의 규모와 상응하는 비례적 처벌일 때 정당화됨을 보였다. 또한 정당한 목적의 달성을 위한 수단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수단의 의도가 목적의 실현 그 자체에만 있어야 하며, 과정에서 불필요한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확인되어야 함을 논증하였다. 이러한 기준 위에서 살펴본 결과, 표적 경제보복은 위반 행위자의 행위와 책임을 선별적으로 겨냥하는 방식으로 설계되며, 비례성을 통해 과도하거나 선택적 피해를 방지한다는 점에서 정당한 응보적 처벌의 수단으로 인정된다.
본 논문의 기여는 경제보복에 관한 기존 논의가 제재의 실효성이나 결과적 유용성에 치중하였던 경향을 넘어, 응보주의적 관점에서 경제보복의 정당성을 체계적으로 규명하고자 했다는 점에 있다. 이를 통해 처벌과 정당성의 문제를 철학적·규범적 관점에서 재구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이러한 분석은 특히 국제사회가 제도적 강제력의 부재 속에서도 규범 위반을 처벌해야 하는 상황에서 보복의 개념을 단순히 비난하거나 기술적으로 다루는 대신 정당성 판단의 틀 속에 위치시키는 데 기여한다.
물론 본 논의가 실효성이나 장기적 정치·경제적 효과와 같은 경험적 차원의 문제를 다루지 않았으나, 이는 본고의 범위를 벗어난 영역이다. 오히려 이 글은 경제보복의 예측 불가능한 결과와 영향을 들어 그 정당화 가능성 자체에 반론을 제기하는 입장을 ‘과도한 결과 중심적 논의’라며 반박한다. 경제보복의 실효성이나 유용성을 다루는 쟁점들은 향후 연구에서 표적 경제보복의 실제적 결과와 위험성을 면밀히 분석하기 위한 경험적 검토가 요청되는 영역으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응보적 정당성의 차원에서 표적 경제보복을 평가한 이 글의 논의는, 경제제재의 정당성 판단을 위한 개념적 토대와 논쟁 구조를 재정립하는 데 의미 있는 기여를 제공할 것이다.
참고문헌
국내문헌
외국 문헌
Ellis, E. A. (2013). Ethics of economic sanctions. The University of Edinburgh.
Feldman, F., & Skow, B. (2020). Desert. In E. N. Zalta (Ed.), The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Winter 2020 Edition). https://plato.stanford.edu/archives/win2020/entries/des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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