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본) 과제-09 기말과제 007-03 윤소원

제목: 국가의 경제보복 행위가 갖는 정당성: 보복의 특수성과 비례성 요건을 중심으로

서론

현대 국제 질서에서 경제보복은 국가가 이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면서도 논쟁적인 수단 가운데 하나이다. 국제법상 대항조치(countermeasures)로 포섭되는 경제보복은, 현행 국제규범에 의하면 위법한 조치가 예외적으로 정당화되는 영역에 놓인다. 그러나 경제보복의 성격을 위법행위의 중지와 향후 준수 유도를 위한 규범집행 수단으로 볼 것인지, 위반에 상응하는 불이익을 부과하는 응보적 처벌로 볼 것인지에 따라, 보복에 대한 정당화 요건의 의미와 적용 범위가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이러한 배경을 본 논의의 출발점으로 설정하고자 한다.

현재까지 이루어진 학술적 논쟁은 크게 두 흐름에서 전개된다. 첫째, 보복행위를 본래 위법이지만 일정한 요건 충족 시 위법성이 면제되는 규범집행 수단, 혹은 조약상 사전에 승인된 행위로 이해하는 흐름이다. Alland, Pauwelyn, Mitchell 등은 경제보복은 원칙적으로 상대국의 위법행위를 중지시키고, 원상회복 및 배상을 유도하며, 장기적으로 규범 준수를 촉진하기 위한 수단으로 설계된 것으로 간주한다. 이런 맥락에서 상당수 경제보복이 규범적으로 합법하며 국제규범의 집행에 기여한다고 평가한다. 이에 반해, Hathaway, Cannizzaro, Nossal, Altiparmak 등은 특정 유형의 경제보복, 특히 자산 몰수나 고강도 제재가 갖는 징벌적 성격을 전면에 배치한다. 이들은 경제보복이 위법행위의 중지라는 최소 목표를 넘어 상대국에게 고통을 부과하고 잘못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하는 방향으로 설계되는 경향에 주목한다. Hathaway는 전쟁배상과 관련된 자산 동결·몰수 논쟁에서 되돌릴 수 없는 몰수 조치가 더 이상 규범 준수 유도 수단이라기보다 응보적 박탈에 가깝다고 비판하며, Nossal과 Altiparmak은 경제보복의 담론과 실제 관행 속에서 응분의 조치, 정의의 구현이라는 언어가 반복적으로 등장함을 지적한다. 기존 논쟁이 공유하는 딜레마는, 필자가 주장하고자 하는 맥락에서 다음과 같이 정식화될 수 있다. 첫째, 경제보복을 규범집행 수단으로 규정하면, 보복행위는 위법행위의 중지 및 규범에 대한 준수 유도라는 목적에 종속된다고 논증할 수 있으나 현실적 맥락에서 응보, 상징정치, 국내정치와 같은 집행 동인이 개입한다면, 비례성은 무엇을 기준으로 작동해야 하는지 불명확해지며 통제 원리로서의 안정성을 잃는다. 둘째, 반대로 경제보복을 응보적 처벌로 규정하면, 그 조치는 규범집행의 조건부 합법성 틀 밖으로 이탈하여 countermeasures에 부여된 정당화 구조 자체가 붕괴된다. 결국 기존의 논의는 현실에 대한 설명이 약해지거나 정당화 틀 자체가 붕괴된다는 딜레마를 다뤄 왔다. 본 논문은 이 난제의 핵심을 경제보복의 전면적 허용가능성이 아니라, 어떤 조건과 기준으로 경제보복의 한계를 설정할 수 있는가로 이동시켜 논하고자 한다. 기존의 논의를 ‘응보적 동인이 개입하는 경제보복이 비례성 요건을 구조적으로 충족하기 어려운가’라는 세부 쟁점으로 환원하여, 비례성 원칙의 작동 한계를 연역적으로 규명하고자 한다.

본 논문에서는 ‘국가의 보복행위는 비례성 원칙을 만족시키기 어렵기에 부당하다’는 핵심 논제를 다루고자 한다. 다만 필자는 보복행위가 정당화 조건을 만족시키는 것이 불가능함을 논증하려 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보복이 조건부로 정당화될 수 있다는 전제를 수용하여, 이 정당화 조건이 충족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한계로 인해 비례성 원칙의 달성이 쉽게 붕괴된다는 점을 논증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논문은 연역적인 전제에 기초한 논증 구조를 채택한다. 전제 1에서는 경제제재와 구분되는 보복행위의 특수성이 응보적 성격에 기초함을 논한다. 경제 제재는 상대국의 위법행위 혹은 행위 실현 가능성을 필요조건으로 하며 그 목적이 다양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보복행위는 이미 발생한 위법행위를 필요조건으로 하며, 그 목적은 위법행위에 대한 앙갚음의 응보적 목적에 한정되어 발생한다. 즉, 보복행위가 단순히 상대국에 대한 제재를 넘어 위법행위에 상응하는 처벌의 의도를 내포하는 차별점이 존재한다. 전제 2에서는 보복행위의 합법화 조건인 비례성 원칙을 규명하고자 한다. 특히 보복행위가 원칙적으로 위법성이 면제되는 조치가 아니라 사후적인 평가를 통해 조건부로 합법화 가능한 조치임을 증명한다. 여기서 비례성은 단순한 손해의 등가성에 그치지 않고, 보복의 강도와 상대국 위법행위의 중대성, 보복의 목적과 실제 효과 사이의 관계를 함께 평가하는 기준으로 설정한다. 전제 2에서 논하듯, 보복행위의 정당화 여부는 그 집행과정을 토대로 사후적으로 평가되며, 보복행위의 집행과정에는 필연적으로 보복행위의 동기가 포함된다. 즉, 보복행위가 응보적 목적을 갖는다는 선행 전제(전제 1)의 타당성 여부에 따라, 비례성 요건의 충족 가능성이 달라지기에 보복행위의 작동 동인을 분석한 후 보복행위가 어떤 조건에서 합법성이 인정되는지를 논증할 필요가 있다. 이어 전제 3에서는 보복행위가 응보적 목적을 갖는다면, 구조적으로 비례성 요건을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를 논한다. 전제 1과 전제 2가 모두 충족된다면, 보복행위의 집행 과정에서는 비례성 요건의 충족여부보다는 보복행위의 특수한 응보적 동인에 근거해 보복행위를 집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 세 전제가 모두 참이라고 가정할 때, 경제보복이 정당화되기 위한 비례성 요건은 응보적 동기의 작용으로 인해 구조적으로 충족되기 어려우므로, 결국 경제보복은 부당하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본 논문은 이러한 주장을 다음의 논증 순서를 통해 제시한다. [1]경제제재와 경제 보복을 개념적으로 구분하고, 보복행위가 위법행위에 대한 앙갚음을 목적으로 하는 응보적 조치라는 점을 논증한다. [2]보복행위가 비례성 요건을 충족할 때에 한해 조건부로 합법성이 인정된다는 구조를 옹호하고, 이에 맞선 조약상 사전 승인된 이해와 비례성만으로는 합법성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비판에 대응한다. [3]보복행위가 응보적 성격을 갖는다는 가정이 비례성원칙의 훼손으로 항상 귀결되지는 않는다는 예상반론의 논리적 허점을 지적한다. [4]보복의 응보적 목적에 의해 발생하는 효과가 보복행위의 비례성 요건 충족을 제한하여 요건에 어긋나는 과도한 보복의 집행을 초래하며, 이와 같은 구조적 한계가 보복행위의 부당함이라는 논리적 결론으로 귀결됨을 증명한다.

본론

­­경제제재와 다른 보복행위의 동기: 보복 대상국에 대한 처벌을 목표로 하는 응보적 목적

국가는 일반적인 경제제재와 달리 보복행위를 할 때 보복 대상국에 대한 처벌을 목표로 하는 응보적 목적에서 행동한다. 이 전제에 대해서는 국가가 경제보복을 하는 목적에 대해 보복 대상국이 규범을 준수하도록 하는 유도적인 수단이라는 주장과 응보성을 갖는 처벌(punishment)행위라는 주장이 상충한다. 보복은 미래를 위한 상대국의 행태변화를 꾀하는 유도적 장치와 응보성을 갖는 처벌의 성격 모두로 분석될 수 있으며, 필자는 국가들이 보복행위를 수행할 때 유도적 목적이 아니라 일반적인 제재와 달리, 피해행위에 상응하는 대가를 제공하는 응보적 목적을 가짐을 논증하여 딜레마를 해소하고자 한다.

1. 일반적인 경제제재의 필요조건

상대국의 행위가 자국 또는 국제공동체에 실질적·잠재적 피해를 입혔거나 입힐 위험이 있는 상황을 필요조건으로 하지만, 그 목적은 배상·상대국의 행태 변경·억지 등으로 다원적이며, 응보에 한정되지 않는다. 고전적 경험연구에서 경제제재의 목적은 정책 변경 강요, 제3국·국제사회에 대한 규범 신호, 향후 유사 행위 억지, 국내 여론을 향한 강경 대응 과시 등으로 분류하며, 이들이 하나의 제재 속에 뒤섞여 작동한다고 본다. 이러한 분석은, 피해 유발 가능성이라는 조건이 제재의 정당화에 중요하지만, 그 자체가 곧 형벌을 부과하려는 목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달리 말해, 일반 경제제재는 응보적 요소를 포함할 수 있으나, 그것이 제재 개념의 본질을 규정하지는 않는다. 제재행위에는 다양한 기능과 목적이 포함될 수 있으며 응보만이 그 목적을 구속하지 않는다.

2. 보복행위의 필요조건

보복행위는 일반적 경제제재와 달리, 자국에게 피해를 입힌 선행 국제위법행위의 존재와 그 위법행위에 대한 처벌을 주요 목적으로 삼는다는 점을 필요조건으로 한다. 형식적으로 보복행위는 위법 중지와 배상 유도라는 유도적 목적을 전면에 내세우는 구조지만, Alland가 지적하듯 보복은 위법행위의 피해국만이 행사할 수 있는 특권적 수단이며, 자기판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사적 정의 실현의 메커니즘이다. 즉 보복행위는 피해를 입었다는 피해국의 주장 자체가 조치의 근거가 되며, 행위에 대한 적법성 평가는 사후적으로 이루어진다(Alland 2010, p. 1223). 이 구조는 보복행위를 단순한 정책수단이 아니라 피해자-가해자 도식 위에서 작동하는 수단으로 작용시키며, 보복행위가 현실에서 ‘처벌’의 논리에 쉽게 연결되도록 만든다. 이때, 처벌을 목적으로 삼는다는 표현의 의미는, 보복행위가 그 집행과정에서 상대국을 대상으로 대가를 치르게 하려는 논리가 작용한다는 의미이다. 즉 보복의 핵심은, 국제적 형벌로써 상대국의 악행에 대해 가해자에게 고통을 가함으로써 정의를 구현하는 것에 존재한다(Nossal 1989, p. 312). 이처럼 선행 위법행위의 존재, 피해국만의 결정 권한, 위법국에 대한 의도된 고통 부과가 결합되면서, 보복행위는 일반 경제제재보다 응보의 구조를 강하게 각인시키는 제도로 설명된다.

3. 응보적 목적의 정의: 처벌의 의도 내포

응보적 성격이란 위법행위의 중지라는 기능을 넘어서, 그 위법행위에 상응하는 고통·박탈을 부과하려는 처벌 의도를 내포하며, 실제 보복 담론에서 이러한 의도가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보복행위가 불이익을 준다는 사실에만 근거하지 않고, 행위에 대한 정당화가 규범에 대한 준수가 아닌 가해에 상응하는 대가를 부과했는지에 의해 조직되는 상태를 뜻한다(Nossal 1989, p. 314). 즉 보복행위가 응보적 의도에 의해 견인될 때의 평가 기준은 ‘준수 유도에 유효했는가’가 아니라, ‘위반에 상응하는 고통을 부과했는가’로 이동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는 응보적 목적이 보복 가해국의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기준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강화되며, 보복행위에 대한 평가기준을 전복시킬 수 있다는 위험성을 내포한다. 국가는 현실에서 침해 규모를 넘어서는 대응을 합리화할 수 있고, 위법행위의 피해국은 자국이 설정한 자의적 기준에 종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Cannizzaro 2001, p. 896).1

이상의 세부전제들을 종합하면, 일반 경제제재는 목적이 다원적이며 응보에 한정되지 않는 반면(세부전제 1), 보복행위는 선행 위법행위와 피해자 지위를 전제하는 사적 정의 메커니즘 위에서 작동하고(세부전제 2), 응보적 의도가 개입하는 순간 행위에 대한 평가 기준이 ‘규범 준수 유도’에서 ‘상응하는 대가 부과’로 이동할 수 있음(세부전제 3)을 증명한다. 따라서 국가는 보복행위를 할 때 일반적인 경제제재보다 상대국을 처벌하려는 응보적 목적에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는 전제 1은 정당화된다.

보복행위의 조건부 합법성 취득요건: 비례성 요건 충족

보복행위의 합법성에 대한 난제는, 보복행위가 조약상 허용된 규제수단으로 이해될 수 있기에 위법성이 조각될 여지를 논의할 필요 없이 합법하다는 주장과, 보복행위는 원칙적으로 위법하지만, 특정 요건을 만족시키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합법성이 인정된다는 주장이 상충하며 등장한다. 필자는 후자의 입장, 즉 보복행위를 원칙적으로 위법한 행위로 해석하며, 보복행위에 대해 조건부로 합법성을 부여하는 기준을 비례성 요건으로 논증하고자 한다.

1. 보복행위의 원칙적 위법성

보복행위가 상대국의 선행 위법행위에 대한 대응조치라는 특성에도 불구하고 형식적으로는 여전히 국제의무의 위반에 해당한다. 보복행위, 즉 countermeasures는 다른 국가에 대한 국제의무를 위반하는 행위이되, 특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에만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으로 개념화된다. 선행 연구자들인 Alland의 ‘intrinsically unlawful’, Mitchell의 ‘일시적 비이행’ 개념과 같이 본래 보복행위는 위법성을 특성으로 갖는다(Mitchell 2006, p. 993). 이 틀 속에서 보복행위는 위법하므로 정당화 여부에 대한 논쟁점을 제공하는 행위이다. 보복 가해국은 왜 보복행위가 예외적으로 허용되어야 하는지를 설명해야 하며, 그 설명이 실패하면 해당 행위는 원칙적 위법의 지위로 회귀한다. 필자의 견해와 달리 보복조치가 조약이 미리 승인한 합법적 조치라면 보복행위는 보복 가해국의 자율적 정당성을 획득하게 되고 사후적으로 합법성을 판단할 여지가 소멸되어, 오히려 가해국의 자의적 판단가능성을 제고하는 조치로 전락하게 된다.

2. 보복행위의 위법성에 대한 예외적 조각 요건: 비례성

세부전제 1에서 논증한 바와 같이 보복행위의 위법성은 특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조각되며, 그 요건은 비례성으로 정의된다. 비례성 요건은 보복행위의 목적과 무관하게 작용하는, 행위의 합법성을 제한하는 원칙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보복행위는 위법행위의 피해국, 즉 보복 가해국의 자조를 위한 행위이므로 행위 집행 과정에 주관적인 판단이 필연적으로 포함됨을 고려하면, 위법성 조각 요건을 비례성에 대한 판단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 Hathaway의 논문에서도 이와 유사한 견해를 관철하는데, 경제제재와 보복이 처벌적 성격을 띨 위험을 지적하며 이 때문에라도 보복조치와 선행 위법행위 사이의 비례성에 관한 엄격한 심사가 없으면 보복은 쉽게 권력정치의 도구로 전락한다고 경고한다(Hathaway et al. 2024, p. 1030). 이처럼 보복행위는 예외적으로 합법성을 취득하는 조치이며, 비례성을 충족하면 위법성이 조각되는 반면 충족하지 못하면 보복행위는 다시 원칙적 위법의 지위로 돌아간다. 이런 의미에서 보복의 합법성은 본질적으로 조건부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3. 비례성의 내용적 의미

비례성 요건이란 단순히 조치의 강도를 비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행위의 목적·수단·효과를 포괄적으로 통제하는 원리이다. 즉 피해국이 경험한 위법행위의 강도와, 가한 보복행위의 강도가 정량적으로 동등하거나 비례하는지 (equivalent)만을 판단하는 개념에는 한계가 있다. 필자는 비례성 요건에 위반과 대응의 비례성뿐 아니라, 보복행위의 목적의 합법성과 수단의 합리성을 동반하는 요건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이는 (1) 보복행위에 대한 합법화 조건이 보복의 강도가 위법행위로 인한 손해의 강도를 고려하여 이루어지며, (2) 보복행위가 보복 대상국이 최소한의 침해정도를 넘는 과도한 손해로 피해를 입지 않는 합리적인 조치이도록 설정한다는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세부전제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보복행위를 위법성 조각 요건을 갖는 예외적인 조치로 이해할 수 있다. 앞선 전제1에서 증명한 응보적 동인의 개입여부에 의해 보복행위의 비례성 요건이 적용 및 충족되는 방식이 달라지므로, 사전적 승인의 맥락에서 획득된 정당성만으로는 보복행위가 합법성을 취득할 수 없다. 즉 보복행위의 합법성에 대한 평가는 사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주된 평가기준인 비례성 요건을 통해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보복행위의 응보적 목적에 의한 비례성 원칙 충족의 구조적 한계

전제 1, 2는 보복이 응보적 동기에서 작동하는 경향(전제 1)과 합법성이 비례성 충족 여부에 의해 조건부로 좌우된다는 구조(전제 2)를 함께 전제할 때, 응보적 동기가 강한 보복은 어떤 경로로 비례성을 무너뜨려 위법성으로 귀결되는지 설명해야 하는 논리적 문제가 발생한다. 전제 3은 이 문제를 해결하며, 보복행위에 대한 응보적 동기가 우세한 조건에서는 비례성 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체계적으로 낮아진다는 구조적 경향성을 분석한다. 즉 비례성 판단보다 상대에게 높은 강도의 고통을 가했는지에 기초하는 정치적 고려가 우선되며, 그 결과 보복이 위법해져 부당해질 위험이 체계적으로 높아짐을 논증하고자 한다.

1. 보복행위의 권리실현 기능 작용

국가책임 체계에서 보복행위는 본질적으로 피해국이 스스로 위법 여부와 대응의 필요성을 평가하는 집행 방식을 내포한다. 보복행위는 본래 위법인 행위가 예외적으로 용인되는 평가 구조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사적 권리실현이 보복의 강도에 영향을 미칠 위험을 상정한다. 이때 응보적 동기가 결합하면, 보복 가해국의 행위의 초점은 위법행위의 중지나 복귀를 위해 필요한 최소치가 아니라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했는가로 이동하기 쉽다. 피해의 범위·중대성은 객관적 산출이 어렵고, 피해 정도만큼의 가해행위로 돌려주어야 한다는 논리가 작용하는 국내 정치적 압력에 의해 피해 인식을 확대·재생산될 수 있기에 비례성 판단의 기준은 모호해진다. 즉, 보복행위가 피해국의 사적인 ‘권리실현 행위’의 동향으로 좌우되고 그 조치의 내용이 제3의 중립적 재판자가 아니라 피해 당사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과잉 대응의 유인을 내포한다. 이렇듯 주관화된 인식 속에서, 권리실현이라는 명목 아래 보복의 강도와 범위가 상대국의 원래 위법행위를 초과하는 사례들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2. 응보적 성격의 효과: 비례성 요건의 내용 무력화

응보적 목적은 비례성 요건의 내용을 무력화시키는 구조적 한계에 도달한다. 이는 보복 가해국이 비례성 원칙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주관화하거나 규범적 원칙 대신 다른 내용을 우선시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Cannizzaro는 비례성을 단순한 양적 등가성이 아니라, 수단과 목적, 필요성, 적합성을 함께 통제하는 종합 원리로 이해해야 한다고 보면서도 실제 국가 관행에서는 비례성 심사가 쉽게 무력화된다고 지적한다(Cannizzaro 2001, p. 905). 이 논리를 참고하면 응보적 목적이 보복의 핵심 동인으로 부상할 때 기존에 합의된 내용이 무력화되고 전환되는 양상을 설명할 수 있다. 보복행위의 합법성 심사 요건이었던 비례성은 응징의 충분성에 대한 주관적 평가로 대체될 위험이 커진다. 보복 가해국이 상대의 중대한 불법에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워 고강도의 보복행위일지라도 정치적으로 필요한 처벌적 조치로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형식 및 이론적으로 보복행위가 제한되더라도 실제 관행에서는 보복이 상대국에 대한 정치경제적 응징 수단으로 확대될 위험을 내포한다. 특히 강대국일수록 상대국에 비해 훨씬 큰 제재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응보적 동기가 결합되면 실질적 균형 회복보다 힘을 과시하는 정치적 메시지가 비례성 판단을 대체하기 쉽다는 논의도 이를 뒷받침한다(Pauwelyn 2000, p. 338). 보복행위가 정당화되기 위한 요건인 비례성의 원칙은 보복행위가 본래적으로 갖는 응보적 목적과 긴장관계에 있으며, 이는 보복행위가 규범 집행이 아니라 사실상의 처벌적 행위로 평가될 가능성을 강화한다. 응보적 성격은 비례성 요건의 내용을 무력화시킴과 더불어, 그 정치적 효과에 집중하도록 만든다(Altiparmak et al. 2025, p. 8). 비례성 요건이 붕괴함에 따라 보복 가해국은 정치적 이득을 취득하는 것에 주목하게 되며, 응보적 목적을 가진 보복행위를 행함으로써 상대국에게 과시할 수 있는 효과성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보복행위가 어떻게 정당화되느냐보다, 보복행위를 통해 상대국과 국민에게 응징의 의지를 얼만큼 과시할 수 있는지가 보복행위의 평가 기준으로 설정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적 반복에 의해, 보복행위는 체계적으로 허용된 범위를 넘어선 순수한 처벌행위가 되어 부당한 조치로 전락한다.

예상 반론과 재반박

이 지점에서 설령 보복에 응보적 성격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비례성 원칙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Nzelibe 2008, p.355). 이 반론에 의하면 보복은 본질적으로 손해배상적 보상이 아니라 ‘준수’를 강제하기 위한 장치이며 보복이 수반하는 정치적 효과는 규범 집행 목적과 충돌하지 않는다. 오히려 보복이 국내 보호주의 집단에 실질적 이익을 제공할수록 보복 위협의 신뢰성이 높아지고 상대국의 준수 유인을 강화하여 실제 보복이 발동되기 전 단계에서도 준수를 유도할 수 있다. 응보적 동기는 비례성 원칙을 무력화시키는 요인이라기보다 규범에 대한 준수 강제를 가능하게 만드는 정치적 동학으로 기능할 수 있기에 필자의 전제 2와 3에 대한 반론이 제기된다. 그러나 이 반론은 필자가 전제 3에서 문제 삼는 논점을 정확히 반박하지 못한다. 첫째, 이 반론은 비례성 요건에 대한 해석에서 오류를 범하고 있다. 비례성 요건은 결과적으로 준수가 발생했는지에 대한 여부가 아니라 조치의 목적과 수단 사이의 합리성과, 보복가해국의 자의성을 일부 통제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따라서 “응징이 장기적으로 준수 유인을 강화할 수도 있다”는 경험적 가능성에 의해 비례성이 충족된다는 주장에는 논리적 허점이 존재한다. 둘째, 이 논변은 필자가 핵심적으로 주장하는 바를 오히려 보강한다. 필자의 전제 3에서는 응보적 동기가 비례성 요건을 권리실현을 위한 정치적 지표로 바꾸는 경향이 있음을 논증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반론은 그 자체로 보복이 비례성 요건의 충족보다 정치적 응징의 논리에 끌릴 유인을 커지게 만든다. 이러한 의미에서 해당 반론은 전제 3의 결론에 대한 부분적 지적에 불과하며, 필자의 논증구조는 여전히 유지된다.

결론

본 논문은 국가의 보복행위는 비례성 원칙을 만족시키기 어렵기에 부당하다는 논제를 세 개의 전제를 연역적으로 논증하는 방식으로 옹호하였다. 첫째, 보복행위는 일반적인 경제제재와 달리 선행 위법행위의 존재와 그에 대한 앙갚음을 필요조건으로 하며, 그 동기 구조에서 응보적·감정적 목적이 강하게 작동한다는 점을 논증했다. 둘째, 보복행위는 국제법상 원칙적으로 위법한 조치이며, 다만 비례성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점을 검토하였다. 셋째, 이러한 응보적 목적을 가진 보복행위는 실제 관행에서 비례성 판단보다 권리실현과 정치적 효과를 우선하게 만들고, 그 결과로 과도한 보복과 남용으로 쉽게 이어질 수 있음을 사례와 문헌을 통해 논증하였다. 이로써 응보적 성격을 띤 경제보복은 구조적으로 비례성 원칙을 만족시키기 어렵고, 그만큼 부당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다만, 본 논문의 결론이 적용되는 범위를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본 논문에서의 논의는 응보적 목적에서 수행되는 경제보복에 한정되며 모든 형태의 경제제재 전반에 대한 일반론을 제시하지 않는다. 또한, 본 논문은 경제보복이 비례성 원칙을 위반할 위험이 크다는 점을 주장할 뿐, 현행 국제규범이 정교하게 설계되었는지, 혹은 추가적인 제도 개혁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논증하지 않는다. 따라서 본문의 논의를 보다 넓은 범주의 경제제재나 국제규범 해석 일반에 그대로 확장하는 것은 비약이다.

본고의 결론은 경제보복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쟁을 단순히 비례성 기준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로 한정할 수 없다는 함축을 포함한다. 보복은 그 자체가 처벌에 해당하는 특수한 성격을 갖기 때문에 가해국이 스스로 설정하는 목적과 국내정치적 이해관계가 비례성 판단의 준거를 왜곡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다시 말해, 경제보복은 단순한 규범 준수 유도 수단이 아니라 응분의 대가를 부과하려는 처벌적 실천이라는 점에서 다른 경제제재와 구별되며, 이 특수성이 보복 가해국의 행위에 대한 정당성 획득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 본 논문의 핵심 함의이다.

기존 연구에서 상당수의 논의는 보복의 동기를 규범 준수 및 이행의 유도라는 점에 두면서도 실제 관행에서 그 조치들이 비례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거나, 오히려 현실 관행에 맞추어 비례성 기준을 조정할 것을 제안해 왔다. 반면 본 논문은 보복을 일반적인 경제제재의 한 변형으로 다루지 않고 처벌의 개념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응보적 동기와 사적 정의로서의 보복을 전제로 할 때 비례성은 어떻게 설계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동기에 의해 구조적으로 밀려나기 쉬운 기준이라는 점을 보여주고하 하였다. 이로써 기존 연구가 충분히 조명하지 않았던 보복의 응보적 성격과 비례성 원칙의 긴장이 보다 체계적으로 설명된다. 이 맥락에서 본고가 갖는 학문적 의의는 다음의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국제책임법과 제재 연구에 응보와 처벌의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보복을 단순한 규범 집행 메커니즘이 아니라 응보적 실천으로 분석하는 틀을 제시한다. 둘째, 규범적으로는 비례성 요건을 충족한 보복은 합법이라는 선언적 명제를 반복하는 대신 경험적으로 비례성 요건 충족의 어려움과 이 난점이 보복 개념의 특수성에 내재해 있음을 드러낸다. 이는 앞으로 경제보복을 헹하려는 국가의 보복 사용에 대한 규범적 경계심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여할 수 있다.

참고문헌

외국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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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는 Cannizzaro의 주장 중 punitive aim(처벌 목적)과 coercive aim(강제 목적)이라는 개념들을 통해 설명된다. Cannizzaro는 국가가 이들을 선언하며 상대국의 위법행위의 강도를 넘어서는 대응을 스스로 합리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