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 과제-08 기말과제 초고 작성하기 007-18 이강록

제목: 저개발국의 정치체제와 경제 발전의 인과성

서론

국가의 존립과 성장에 있어 정치체제는 필수적이다. 또한 저개발국에 있어서 빈곤탈출과 경제발전은 시급한 과제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수많은 저개발국에게 빈곤 탈출과 경제 성장은 국가의 미래가 걸린 시급한 과제였다. 그러나 자본과 기술이 부족한 상황에서 어떻게 효율적인 성장을 달성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쉽게 도출되지 않았다. 이러한 난제 속에서 한국, 대만 등 일부 동아시아 국가들이 권위주의 체제 하에서 이룩한 비약적인 경제 성장은 권위주의 체제의 효용성을 옹호하는 강력한 경험적 근거로 인용되어 왔다. 이 역사적 사실은 초기 경제 성장 단계에서는 민주주의의 절차적 비용을 제쳐놓고 강력한 중앙집권적 리더십을 통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성장의 필수 조건이라는 인식을 형성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인식은 오늘날 많은 저개발국에서 권위주의적 통치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국가의 성장 가능성을 해치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 위험한 생각이다.

학계에서도 이러한 인식을 뒷받침하는 연구들이 존재한다.List-Jensen(2008)은 한국의 사례를 심층 분석하면서 권위주의 정부가 가진 국가 자율성과 자본 규율 능력이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음을 지적한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독재 정권은 금융을 장악하여 기업의 성과를 강제하고 노동 비용을 억제함으로써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달성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권위주의 옹호론은 학술적으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Amartya Sen(1999)은 권위주의가 경제 성장에 유리하다는 주장이 한국이나 싱가포르와 같은 극소수의 성공 사례에만 기댄 선별적인 사실에 불과하며 이를 입증할 일반적인 통계적 근거는 부족하다고 비판한다. Sen은 발전의 본질을 자유의 확장으로 규정하며, 권위주의적 체제하에서 성장이 민주주의의 도구적 가치와 안전장치로서의 기능을 간과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에 따라 본 글에서는 List-Jensen이 제시한 성공 사례가 특수한 조건 하의 예외임을 전제하고, 보편적인 제도적 관점에서 저개발국의 경제 발전에 있어 권위주의 정부는 필요조건이 아니며, 오히려 장기적인 성장을 저해하는 구조적 위험 요인이다라는 명제를 논증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글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논증할 것이다. [1] 첫째로 국가 내부적 차원에서 권위주의 정부가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인 혁신을 왜 필연적으로 억제할 수밖에 없는지를 검토한다. *Acemoglu et al. (2005)이 제시한 정치적 패배자 효과와 헌신 문제를 근거로, 권위주의가 효율적 자원 배분의 주체가 아니라 기득권 유지를 위해 착취적 제도를 고착화함을 연역적으로 논증한다. 아울러 Arsel et al. (2021)의 연구를 통해 현대 권위주의가 어떻게 공공 자원을 약탈하는 도구로 변질되었는지 비판한다. [2] 둘째, 국가 외부적 차원에서 권위주의 체제가 글로벌 경제의 필연적인 요소인 외부 충격에 대해 얼마나 취약한지를 분석한다. Rodrik (1999)의 실증 연구를 바탕으로, 권위주의 정부는 사회적 갈등을 조정할 기제가 부재하기 때문에 경제 위기 시 급격한 성장 붕괴를 초래할 수밖에 없음을 밝힌다. [3] 셋째,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민주주의의 제도적 우위를 고찰한다. 민주주의가 제공하는 투명성과 책임성, 그리고 갈등 관리 능력이 어떻게 내부적 혁신 유인과 외부적 위기 회복력을 동시에 제공하는지 규명한다. [4] 넷째, 예상되는 반론인 ‘초기 권위주의 효율성’ 주장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Carden & James (2007)의 시계열적 연구와 Khan et al. (2016)의 질적 연구를 통해 권위주의가 시간이 지날수록 경제에 해가 되며 인적 자본을 훼손함을 재반박함으로써 논증을 강화한다. [5] 마지막으로, 저개발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진정한 필요조건은 민주적 제도의 확립이라는 결론을 도출한다.

본론

­권위주의의 내부적 모순: 혁신의 차단과 제도의 실패

권위주의 정부가 경제 성장을 견인한다는 인식은 독재자가 사회 전체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행동할 것이라는 자비로운 독재자라는 가설에 기반한다. 그러나 이는 권력의 속성을 간과한 가정이다. Acemoglu, Johnson, & Robinson(2005)은 제도가 사회적 효율성이 아니라, 정치적 권력을 쥔 집단의 이익을 위해 선택된다는 사회적 갈등 관점을 통해 정면으로 반박한다. 권위주의 정부는 태생적으로 경제적 효율성보다는 정권의 안정을 우선시하며 이로 인해 필연적으로 기술 혁신 가능성을 저해한다.

정치적 패배자 효과(The Political Losers Effect)와 혁신의 억제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은 기술 혁신과 그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다. 그러나 Joseph Schumpeter(1942)가 논증하듯이 기술 혁신은 낡은 것을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 과정을 수반한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 자원의 재배분을 넘어서 정치적 권력의 재편을 야기시킨다.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부유층을 탄생시키고 산업화는 노동자 계급의 조직화를 촉진하여 기존 지배층의 권력 기반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Acemoglu 등(2005)은 권위주의 엘리트들이 경제 성장이 가져다줄 부 보다 성장이 가져올 정치적 권력의 상실을 더 두려워한다고 분석한다. 이를 정치적 패배자 효과(Political Losers Effect)라 한다. 그들은 “경제적 변화가 엘리트의 정치적 힘을 잠식할 경우, 그들은 장기적으로 경제적 지대(Rents)가 줄어들 것을 알기에 성장을 촉진하는 제도 변화를 막는다”고 주장한다(Acemoglu et al., 2005, p. 432). 즉 다시말해서 독재자는 자신이 정치적 패배자가 되어 권력을 잃는 위험을 감수하는것보다는 차라리 국가를 빈곤한 상태로 묶어두고 현재의 권력을 유지하는 쪽을 택한다.

역사적으로 19세기 러시아와 오스트리아 - 헝가리 제국의 사례가 이를 명확히 증명한다. 당시 러시아의 차르 니콜라이 1세와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왕가는 산업화와 철도 건설이 가져올 사회적 유동성 증가와 잠재적인 반대 세력의 결집을 두려워했다. 오스트리아의 프란츠 1세는 철도 건설 계획을 승인해 달라는 요청에 대해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며 거부했다(Acemoglu et al., 2005, p. 433). 이는 국가 경제가 서유럽에 뒤처지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의도적으로 산업화를 차단한것이었다. 권위주의는 성장의 촉진제가 아니라 정권 안보를 위해 성장가능성을 저해하는 역할을 하는것이다. 따라서 저개발국에서 권위주의가 지속될 경우에 초기 단계의 단순 노동 집약적 성장은 가능해도 기술 혁신이 필요한 고도화 단계에서는 필연적으로 성장의 정체를 겪게 된다.

헌신 문제와 약탈적 제도의 고착화

권위주의 정부의 또 다른 내부적 문제는 견제받지 않는 권력 그 자체에서 나타난다.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기업가와 개인이 미래의 수익을 기대하고 현재의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이 창출한 부가 권력자에 의해 자의적으로 몰수되지 않을 것이라는 안전한 재산권 보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권위주의 체제는 이러한 재산권보장, 즉 확신을 주는 데 실패한다.

Acemoglu 등(2005)은 이를 정치적 헌신 문제(Commitment Problem)로 설명한다. 독재자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사유재산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하더라도, 이를 강제할 제3의 권력 기관(독립된 사법부나 의회와 같은 기관들)이 존재하지 않는 한 그 약속은 신뢰할 수 없다(Acemoglu et al., 2005, p. 429-430). 독재자는 언제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혹은 정치적 필요에 따라 약속을 어기고 기업의 자산을 몰수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정치적 권력을 독점한 상황에서는 스스로의 권력을 제한하겠다는 약속이 신뢰를 갖기가 어렵다. 결국 권위주의 하의 경제 주체들은 미래의 수탈 위험 때문에 회수 기간이 긴 대규모 설비 투자나 불확실성이 큰 혁신적인 연구 개발을 기피하게 된다. 대신 권력자와 결탁하여 독점권을 얻거나 이권을 챙기는 지대 추구 활동에 몰두할 가능성을 초래한다. 이는 국가 전체의 자원 배분을 심각하게 왜곡시킨다. Arsel, Adaman, Saad-Filho(2021)가 지적하듯이 현대의 권위주의적 개발주의는 신자유주의와 결합하여 공공 자원을 사유화하고 소수 측근에게 이권을 몰아주는 약탈적 도구로 변질되었다(Arsel et al., 2021). 권위주의는 효율적 자원 배분의 주체가 아니라 제도적 비효율과 부패의 원천이다.

권위주의의 외부적 취약성: 위기 관리 실패와 성장 붕괴

권위주의 정부가 내부적으로는 비효율을 낳더라도 강력한 통제력을 바탕으로 외부 위기에 일사불란하게 대처할 것이라는 기대 또한 존재한다. 그러나 Dani Rodrik(1999)의 연구는 이러한 기대가 환상임을 실증적으로 보인다. 연구자는 1975년 이후 많은 개발도상국이 겪은 급격한 성장 붕괴(Growth Collapse) 현상에 주목하며, 그 원인을 권위주의 체제의 제도적 결함에서 찾는다. 현상에 주목하여 그 원인을 권위주의 체제의 제도적 결함에서 찾는다.

외부 충격과 사회적 갈등의 증폭

개방된 경제 체제를 가진 모든 국가는 교역 조건 악화, 원자재 가격 변동, 금융 위기 등 외부 충격(External Shocks)에 필연적으로 노출된다. Rodrik(1999)은 성장의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충격 그 자체의 크기가 아니라, 충격에 대응하는 국가의 내부 역량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분석 모형에 따르면, 성장 감소의 폭은 외부 충격의 크기에 비례하고, 사회 내 잠재적 갈등(Latent Social Conflict)의 깊이에 비례하며, 갈등 관리 제도(Institutions of Conflict Management)의 역량에 반비례한다 (Rodrik, 1999, p. 2). 외부 충격으로 국가 전체의 소득이 줄어들면 “누가 이 손실을 감내할 것인가”를 두고 치열한 분배 투쟁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수입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 기업은 가격을 올려 소비자에게 전가하려 하고 노동자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저항한다. 이때 권위주의 정부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제도가 부재하다. 민주주의와 달리 다양한 이익 집단의 요구를 수렴할 의회와 공정성을 담보할 사법 시스템 그리고 고통을 분담할 사회적 안전망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정 실패와 경제 붕괴의 메커니즘

갈등 관리 기제가 없는 권위주의 국가에서는 경제 위기가 닥쳤을 때 두 가지 파괴적인 양상이 나타난다. 첫째로 지배층이 손실을 피지배층에게 전가하려 하며 이에 반발한 대중이 파업, 폭동, 정권 퇴진 운동으로 맞서며 사회적 갈등이 폭력적인 형태로 폭발한다. 둘째, 정권은 지지 기반을 잃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경제 조정을 미루거나 포퓰리즘적 재정 지출을 늘리는 근시안적인 정책을 펼친다 (Rodrik, 1999, pp. 2-3). Rodrik은 1970년대 오일 쇼크 이후의 터키와 브라질의 사례를 들어 이를 설명한다. 이들 국가는 사회적 갈등을 제도적으로 수습하지 못하고 재정 긴축이나 환율 조정과 같은 필요한 조치를 제때 취하지 못하였다 (Rodrik, 1999, pp. 7-8). 그 결과 터키는 1970년대 후반 외환 위기와 인플레이션으로 경제가 마비되었고 브라질은 물가 연동제와 같은 미봉책에 의존하다가 초인플레이션과 장기 침체의 늪에 빠졌다. 다시 말하자면 권위주의는 외부 충격 앞에서 유리처럼 깨지기 쉬운 체제이며 안정적인 발전의 토대가 될 수 없다.

민주주의의 제도적 우위와 장기 성장

앞서 논의한 권위주의의 내부적 모순과 외부적 취약성을 종합할 때 저개발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대안은 명확하다. 민주주의는 경제 성장을 위한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제도적 기반이다.

신뢰할 수 있는 공약과 장기 투자 유인

내부적으로 민주주의는 권력에 대한 제도적 제약(Constraints on the Executive)을 통해 헌신 문제를 해결한다. Acemoglu 등(2005)은 1688년 영국의 명예혁명을 결정적인 사례로 꼽는다. 명예혁명 이전의 영국 왕권은 자의적으로 채무를 불이행하거나 재산을 몰수하여 경제적 불확실성을 키웠다. 그러나 명예혁명 이후 의회가 왕권을 효과적으로 견제하면서 왕이 자의적으로 세금을 걷거나 재산을 침해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정치 제도의 변화는 재산권 보호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공약을 형성했고 상인들과 기업가들이 안심하고 장기 투자를 감행할 수 있는 토대가 되어 산업혁명으로 이어졌다 (Acemoglu et al., 2005, pp. 393-394, 456-457). 저개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선거를 통한 정권 교체 가능성과 독립된 사법부 그리고 권력 분립은 특정 독재자가 영구히 권력을 독점하며 자원을 약탈하는 것을 방지한다. 이는 다수의 경제 주체들에게 공정한 기회와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자극하는 포용적 제도(Inclusive Institutions)의 기반이 된다.

참여적 제도를 통한 위기 관리와 회복 탄력성

외부적으로 민주주의는 최상의 갈등 관리 기구로서 기능한다. Rodrik(1999)의 실증 분석에 따르면 민주적 권리와 시민의 자유가 보장된 국가일수록, 그리고 법치와 관료제의 질이 높은 국가일수록 1970년대의 외부 충격 이후 성장의 하락폭이 작고 회복 속도가 빨랐다 (Rodrik, 1999, pp. 16-17, 26). 민주주의는 공개적인 토론과 선거 그리고 제도화된 사회 안전망을 통해 경제 위기의 고통을 사회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분배한다. 절차적인 정당성이 확보된 정책은 국민의 순응을 이끌어내기 쉬우며 정책 집행 비용을 낮추고 불확실성을 제거한다. Rodrik은 “참여적이고 민주적인 제도는 외부 난기류에 대한 회복력(Resilience)을 높이는 전략의 핵심 구성요소”라고 결론짓는다 (Rodrik, 1999, p. 28). 따라서 장기적인 경제 성장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민주적 제도가 필수적이다.

예상반론

이러한 논의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서 “저개발국의 초기 자본 축적 단계에서는 권위주의가 민주주의보다 더 효율적이다”라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비판자들은 민주주의의 복잡한 절차와 다원적 갈등이 신속한 의사결정을 방해한다고 주장한다. 경제 발전의 초기 단계에서 인프라 구축과 자본 집약이 시급한 시기에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자원을 집중시킬 수 있는 권위주의가 필요악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List-Jensen (2008)이 분석한 한국의 사례나 싱가포르와 같은 성공한 권위주의적 정부를 경험적 증거로 제시하면서 권위주의가 성장의 초기 단계에서는 성장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재반박

그러나 반론은 권위주의의 장기적인 폐해를 간과하고 있다. Carden과 James(2007)의 연구는 권위주의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시계열적으로 분석하여 ‘권위주의 체제 하에서 보낸 시간의 누적’이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입증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 국가가 권위주의 통치 하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경제 성과와 소득 수준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하락하는 경향이 발견되었다 (Carden & James, 2007). 만약 권위주의가 초기 성장에 효율적이라면 독재가 지속될수록 통치자의 경험이 축적되어 경제 성과가 유지되거나 개선되어야 한다. 하지만 Carden과 James(2007)의 연구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준다. 이는 권위주의가 초기 단계에서 일시적인 자원 동원으로 성장을 흉내 낼 수는 있어도 시간이 흐를수록 착취적 구조가 고착화되고 혁신 유인이 사라져 결국 경제 성장이 저조해 지는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권위주의가 성장에 유리하다는 주장은 단기적인 시각에 갇힌 오류이다.또한 반론은 경제 발전의 질적 측면을 간과한다. Khan 등(2016)은 92개국의 데이터를 통해 권위주의가 인간개발지수(HDI)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규명하였다. 권위주의 정부는 정권 안보를 위해 공공 자원을 군사비나 억압 기구 확장에 우선적으로 배분하며 장기적인 성장의 토대가 되는 교육이나 보건 서비스 투자는 소홀히 한다 (Khan et al., 2016). 미래 성장의 기반인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저조는 국가의 장기적인 잠재력을 파괴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권위주의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지속 가능한 발전의 대안이 될 수 없다.

결론

본글은 “저개발국의 경제 발전에 있어 권위주의 정부는 필요조건이 아니다”라는 명제를 입증하기 위해 권위주의 체제가 내포한 구조적 모순을 다각도로 규명하였다. 본론의 논의를 종합하면 권위주의는 성장의 촉진제가 아니라 다음과 같은 이유로 성장의 장애물임이 드러난다. 첫째로 국가 내부적으로 권위주의 지배층은 정치적 패배자 효과를 우려하여 혁신을 의도적으로 억제하고 헌신 문제로 인해 약탈적 제도를 고착화한다. 둘째, 국가 외부적으로 권위주의는 갈등 관리 기제의 부재로 인해 외부 충격 시 사회적 분열을 봉합하지 못하고 성장 붕괴를 초래한다. 셋째 시계열적, 질적 분석 결과 권위주의의 지속은 장기 성장률을 하락시키고 인적 자본을 훼손하여 미래의 잠재력마저 저해한다. 본 논의의 의의는 한국이나 싱가포르와 같은 소수의 예외적 성공 사례에 가려져 있던 권위주의적 성장 모델의 보편적 한계를 신제도주의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비판했다는 데 있다. 기존의 개발 독재론이 강력한 리더십을 성장의 핵심 변수로 보았던 것과 달리 본글은 제도적 유인과 위기 대응 능력이 성장의 본질임을 밝혔다. 특히 민주주의를 단순한 정치적 이상이 아닌, 신뢰할 수 있는 공약을 제공하고 외부 충격을 흡수하는 가장 효율적인 경제 제도로 해석하면서 민주주의와 경제 성장이 상충한다는 기존의 이분법적 인식을 극복하는 데 기여한다. 결론적으로 저개발국이 빈곤을 넘어 지속 가능한 번영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자비로운 독재자의 등장이 아니라 투명하고 책임 있는 좋은 제도(Good Institutions)의 구축이다. 권력자의 자의적 수탈을 방지하는 법치, 사회적 갈등을 포용하는 민주적 절차, 그리고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 경제 제도만이 혁신을 유도하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저개발국을 위한 발전 전략과 국제 사회의 지원은 단순한 물적 자본의 투입을 넘어서 포용적이고 민주적인 제도의 형성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경제 발전은 사회가 합의한 시스템의 건전성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Acemoglu, D., Johnson, S., & Robinson, J. A. (2005). “Institutions as a Fundamental Cause of Long-Run Growth.” In P. Aghion & S. N. Durlauf (Eds.), Handbook of Economic Growth, Vol. 1A, pp. 385-472. Amsterdam: Elsevier.

Arsel, M., Adaman, F., & Saad-Filho, A. (2021). “Authoritarian developmentalism: The latest stage of neoliberalism?” Geoforum, 124, 261–266.

Carden, A., & James, H. S. (2007). “Time Under Authoritarian Rule and Economic Growth.” Contemporary Economic Policy, Working Paper.

Khan, K., Batool, S., & Shah, A. (2016). “Authoritarian regimes and economic development: an empirical reflection.” The Pakistan Development Review, 55(4), 657-673. List-Jensen, A. S. (2008). Economic Development and Authoritarianism: A Case Study on the Korean Developmental State. Aalborg: Aalborg University.

Rodrik, D. (1999). “Where Did All the Growth Go? External Shocks, Social Conflict, and Growth Collapses.” Journal of Economic Growth, 4(4), 385-412.

Sen, A. (1999). Development as Freedom. New York: Alfred A. Knop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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