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 과제-04 5-6단락 논증에세이 007-12 한유정

제목: 언론이 ‘국가의 책임’에 초점을 맞추어 사회적 재난을 보도하는 것은 옳은가?

I. 서론

언론은 국가의 일을 접할 수 있는 매개체이며 동일한 상황을 다루더라도 언론이 채택하는 관점이나 구조에 따라 다른 사회적 담론이 형성된다. 특히 세월호 사건, 이태원 참사 등의 사회적 재난이 발생하면 정치인이나 국가 관료가 언론에 등장하여 대표로서 시민에게 사과하고 정부의 책임, 정책적 태만, 규제에 대한 부재 등의 원인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이를 두고 언론이 ‘국가의 책임’에 초점을 맞추어 사회적 재난을 보도하는 것은 옳은가에 대한 딜레마가 존재한다. 이난샘(2023)이 분석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언론사의 보도 방식은 정부의 안전관리 매뉴얼 구축 촉구,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위한 국정조사 촉구, 정부 관리 해임건의안의 세 가지 프레임이었다. 이는 사회적 재난에 대해 ‘국가의 책임’으로 언론이 집중하는 것이 현재 사회에서 지배적임을 드러낸다. 이러한 현상에 대하여 Tuchman(1978)은 언론이 현실을 구성한다는 관점을 제시하며 개인의 비극 너머의 구조적 결함과 권력의 작동 방식을 드러내는 프레임을 의도적으로 구성해야한다고 주장하였다. 반면에 Shahin(2016)은 언론이 시청률과 보도 가치를 목적으로 명확한 책임자를 찾으려 노력하며, 대형 재난의 경우 국가 수반이나 정부 기관이 선택된다고 주장하였다. 기업의 안전 불감증, 지역 사회의 준비 부족 등의 문제를 간과하고 특정 정치인이나 기관을 희생양을 만드는데 그칠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였다. Tuchman과 Shahin의 입장은 모두 언론의 역할과 프레이밍 과정에 집중되어 있어 언론에 대한 독자나 시청자의 수용 과정을 충분히 다루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긴장 속에서 Shahin의 입장을 채택하되 언론이 시민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단순 정보 전달을 넘어 사고체계까지 조직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언론이 ‘국가의 책임’에 초점을 맞추어 사회적 재난을 보도하는 것은 언론 본연의 기능을 저해하는 것이므로 옳지 않다는 입장을 드러내고자 한다. 이는 언론의 본질적 기능이 시민의 자율적 판단을 위한 다원적 정보 제공에 있다는 점과, ‘국가 책임’ 중심 보도가 이 기능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시민의 정치적 주체성을 본질적으로 약화시킨다는 대표적인 두 가지 논증에 기초한다. 이를 위해 본론에서는 언론 프레이밍이 시민의 판단 조건을 외적으로 구조화한다는 점을 논증하고, 다음으로 ‘국가의 책임’ 중심 보도가 문제 해결 주체와 과정을 단일화함으로써 시민을 수동적 존재로 전락시킨다는 점을 설명한 후, 프레이밍을 통해 시민의 적극성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반론을 고찰하고 이를 재반박함으로써 논제를 정당화할 것이다.

II. 본론

1. 언론의 본질적 기능은 시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언론이 시민들에게 사회적 재난에 대한 다원적 정보와 다층적 인과 관계를 제공할 때 언론 본연의 기능이 발휘될 수 있다. 언론 보도는 단순히 사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보도할 의제, 부각할 원인, 제시할 해결 주체를 단계적으로 선정함으로써 시민들이 문제를 이해하는 인식론적 틀을 사전에 구성한다. 예를 들어 ‘기업의 안전 규정 위반으로 노동자 사망’으로 기업의 책임을 강조하는 보도는 ‘정부 감독 부실로 산재 사고 발생’과 같은 방식으로 국가의 책임을 부각하는 방식으로 구조화하여 다르게 보도될 수 있다. 사회적 재난에 대한 사람들의 판단은 타고난 이성 능력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판단 이전에 주어지는 정보의 구조와 배열에 의존한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다른 잠재적인 원인을 사고의 범위 밖으로 밀어내게 된다. 언론이 특정 프레임에 고착될 때 시민의 알 권리는 ‘알아야 할 정보의 다양성’ 자체가 아닌 ‘주어진 정보’에 국한되는 제약된 권리로 전락하므로 특정한 하나의 프레임에 고착되지 않고 다양한 책임 주체와 인과관계를 균형 있게 알릴 필요가 있다.

2. ‘국가의 책임’에 초점을 맞춘 보도는 실제 문제 해결의 주체와 과정을 왜곡하고, 시민을 수동적 존재로 전락하게 만든다.

시민은 복합적 인식의 틀이 주어졌을 때 비로소 자율적 주체로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언론의 ‘국가 책임’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보도는 시민의 정치적 주체성을 체계적으로 약화시킨다. 첫째, 책임 주체를 단순화시킨다. 사회적 재난을 국가와 시민의 이원적 구도로 환원시킴으로써 기업, 전문가 집단, 지역 공동체 등 실제로 문제와 관련된 주체들의 역할과 책임을 비가시화하여 복합적 책임 구조를 파악할 가능성을 차단한다. 둘째, 해결 주체를 고정화시킨다. 국가가 해결해야한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드러내면 시민을 국가의 조치를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수혜자의 위치로 한정짓고, 자생적인 연대의식, 압력 행사, 대안 모색 등의 정치적 행위자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의 대안적 사고를 막는다. 이는 사회적 재난의 해결과 대응 과정을 국가의 개입 정도라는 단일한 축으로 단순화하는 것과 관련된다. 상향식 접근 방식, 자영업자들에 대한 개별 면담과 접근, 캠페인, 지역 정책 제안 등 다른 방법을 사전이 제한되는 결과를 낳는다. 언론의 국가 책임 위주의 보도 방식은 시민이 다원적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조건 자체를 침해하며, 민주주의의 핵심인 능동적 시민성과 민주적 거버넌스에 대한 능력을 쇠퇴시킨다.

3. 반론: ‘국가 책임’ 프레이밍은 시민을 수동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주체성을 활성화하는 조건이다.

사회적 재난에 대한 책임 주체를 국가로 명확히 특정하는 것은 시민의 정치적 행위를 촉발하는 가장 강력한 조건을 제공한다. Tuchman(1978)은 만약 언론이 ‘개인의 비극’ 프레임을 선택한다면 시민들은 문제를 개인의 불행이나 운으로 인식하고 정치적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것이므로 ‘국가 책임 및 구조적 결함’을 의도적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시민들은 비극을 국가적 책임으로 비판적으로 인식하게 되어 개혁 의지를 형성하고 오히려 집중된 에너지와 관심이 정치적 행동으로 전환되어 능동적인 참여자가 된다. 즉 소전제로 제시된 시민에 대한 묘사는 오히려 국가의 책임에 대한 집중 보도가 필요성을 강조하는 근거가 된다.

4. 재반박: 정치적 주체성에는 질적 차이가 존재한다.

반론에서 제기하는 ‘능동적인 참여자’는 대부분 정부나 국가 시스템을 비판하고 개혁을 요구하는 주체이다. 이는 일시적으로 고조되는 분노 기반의 정치 행동일 수 있으나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안전 공동체 구축의 주체성과는 구별된다. 비판적 인식에서 비롯된 개혁 의지가 정치적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이상적인 경로이나 이러한 분석에는 논리적인 간극이 존재한다. 현실에서 책임 주체와 문제 해결 주체는 사회적 재난에 따라 독립적이지만, 국가 책임 프레이밍은 국가가 책임의 주체이자 해결의 주체라는 점을 반복적으로 제시한다. 이는 시민들의 책임 전가와 심리적 방어 기제, 국가에 대한 강력한 의존 심리로 발전되는 경우가 많으며 비판적 행위는 촉발되더라도 자율적 행위는 위축되는 수동적 역할에 머물게 되는 질적 차이를 간과하고 있다.

III. 결론

본 글은 사회적 재난의 보도에서 언론이 ‘국가의 책임’에 집중하는 지배적 행태가 언론 본연의 기능을 저해하고 궁극적으로 시민의 정치적 주체성을 약화시킨다는 입장을 논증하였다. 이를 위해 언론의 역할에 대한 대전제와 국가의 책임에 편중된 보도가 만드는 시민의 역할 변화에 대한 소전제를 활용하는 연역적 논증 구조를 활용하였다. 이는 사회적 재난 보도 딜레마를 기존의 ‘언론 비판 기능 여부’에서 ‘민주적 시민 주체성의 형성 조건 유지 여부’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확장했다는 함축을 갖는다. 그러나 언론이 국가나 정부의 규제 부재를 비판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비판의 초점이 국가에 단일하게 고착되어 다른 책임 주체와 해결 방식에 대한 다원적 정보 제공과 논의를 체계적으로 제약해서는 안됨에 있음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