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본) 과제-09 기말과제 007-16 윤지우
제목: 지속가능한 현대 경제발전에 있어 민주주의 체제가 발전국가론적 권위주의에 대해 갖는 유리함 - 현대경제의 기술집약적 경제체제에서 지속적 혁신창출의 중요성
서론
경제성장의 동력을 규명하는 일련의 학술적 논의에 있어, 정치체제가 경제적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오랜 기간 학계의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학자들은 정치체제에 따른 경제발전의 수준 평가에 관해 ‘권위주의 체제’와 ‘민주주의 체제’ 중 경제적 발전에 있어 무엇이 더 유용한지를 두고 견해를 달리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시아 신흥공업국가들의 권위주의적 경제발전 전략이 거둔 고속성장 성과는 경제학자와 정치학자들에게 새로운 고민거리를 던졌는데, 민주주의를 성역화하고 민주주의의 우위를 신봉하던 경향에 대해 ‘발전국가론’의 신랄한 비판이 가능해지게 된 것이다.
‘발전국가론’에 따르면, 강력한 정부의 행정조직이 주도하는 하향식 자원 동원과 신속한 의사결정은 특히 초기 산업화 발전단계에서 개방적 체제보다 경제 성장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Alice Amsden(1989)은 ‘Asia’s Next Giant: South Korea and Late Industrialization’에서, 한국의 산업화를 분석하는 실증연구를 통해 후발공업화 국가인 한국의 발전주의와 권위주의적 제도가 맞물린 것이 초기 추격단계에서 급속도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핵심요인이라고 주장한다. Amsden은 그러한 주장과 관련하여 ‘규율(discipline)’과 관련된 논증을 제시하는데, 국가가 경제발전을 위해 권위를 활용해 시장에 대해 상대가격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자본에 혜택을 제공하되 수출성과에 따라 징계 및 지원을 결정한다면, 기업이 인센티브를 위해 성과주의적으로 작동하고, 이에 따라 상호호혜적 작용에 의해 경제가 발전한다는 것이다(Amsden, A. H., 1989, pp.145-148). Przeworski & Limongi(1993)의 경우, 권위주의와 경제발전 사이에 필연적인 상관관계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동시에 민주주의도 경제발전에 명확한 상관관계가 없고,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신봉을 약화시키고 권위주의의 유용성을 조명하는 논거를 제공한다. 이는 잉여자원 논증에 연관되는데, 이들에 따르면 민주주의에서는 잉여자원 분배 압력에 의해 적절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하지만,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국가가 가진 잉여자원의 가용성이 높아 성장전략 이행에 거침이 없다는 것이다 (Przeworski & Limongi, 1993, pp.51–55).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정치체제가 경제발전에 대해 갖는 유용성을 자원배분과 효율성 면에서만 평가한다는 한계가 있고, 경제성장에 있어 권위주의 체제가 불러일으키는 여러 제약, 이를테면 부패위험성을 간과한다는 비판에 직면한다. 경제발전을 이루지 못한 ‘실패한 권위주의 국가’에 대한 설명도 필요하다.
한편, Daron Acemoglu을 위시한 신제도주의 경제학자들은 민주주의 체제가 경제발전에 더 유용하다는 입장을 취한다. 이들은 민주주의 체제는 권위주의 체제와 달리 부패나 잘못된 정책방향 설정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경제성장을 위한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관해 José Maravall은 민주주의 체제의 자유로운 언론과 정치적 야당의 존재로 인해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책 실수로 인해 인기 감소라는 결과를 겪고, 그러한 시민들의 인식 변화가 선거라는 제도를 통해 반영되므로, 이 책임성에 의해 기회주의/이기주의적인 행동과 잘못된 경제정책이 억제된다는 책임성 논증을 통해 민주주의가 경제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정당화한다 (Maravall, 1994, p.19). 이러한 학자들이 제시하는, 민주주의 체제의 유리함에 관한 제도주의적 접근들은 민주주의가 경제적 발전을 도모하는 여러 메커니즘을 밝히고 있으나, 개발 독재 하에서 발생한 예외적 성공 사례들에 대한 논리적인 설명이 부재한다면 그러한 메커니즘의 설명력이 저해된다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학술적 논쟁은 경제발전에 대한 정치체제의 역할을 평가하는 기준을 모호하게 하여, 그러한 담론에 관한 판단을 어렵게 한다. 논쟁이 유발하는 핵심적인 딜레마는 다음과 같다. 먼저 민주주의 체제는 경제성장을 위한 여러 제도적 제반조건을 마련해 주지만, 사회 각처의 여러 주체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경제발전 정책 추진을 위한 자원배분이 어렵고 그러한 과정의 지연이 발생하므로 구조적으로 비효율적이다. 반면 권위주의 체제는 기술관료의 일관성 있는 자원의 집중과 빠른 정책집행이 가능하지만, 비민주성과 폐쇄성으로 인해 자가교정이 어렵고 정책목표 실패의 위험이 있다. 이렇듯 각 체제의 특성이 경제발전에 상쇄적으로 기능하는 것으로 보이면서, 정치체제 간 경제발전에의 유용성 식별이 어려워진다. 그리고 이것은 경제성장이라는 목표를 위해 권위주의적 체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민주주의와의 유용성 비교의 기준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나아가 그 두 체제의 차이라는 것이 실재하는지 등 정치체제의 역할에 대한 답변의 논리적인 근거를 마련하지 못하게 한다.
본고의 핵심 목표는 오늘날 경제발전의 단계가 최종적으로 도달하며 추구하는 상태는 고도화된 혁신 중심 지식기반경제임을 생각할 때, 민주주의 체제가 권위주의 체제보다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에 있어서는 구조적, 제도적 측면에서 결정적이고 확고한 유리함을 가짐을 논증하여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우열 판단 불능의 딜레마를 조건부로 해소하는 것이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본 에세이는 다음과 같은 논증 전략을 취한다. [1] 첫째, 민주주의 체제가 상대적으로 갖는 우월성을 혁신 창출 능력을 바탕으로 논증하기 이전에, 현대경제는 경제발전의 핵심 기제로서 단순한 물질적 자원의 투입 및 산출보다 ‘혁신과 창조적 파괴’가 최중요 요인임을 규명한다. 이를 위해 Schumpeter(1942)의 창조적 파괴와 혁신에 관한 이론적 바탕을 제공한 뒤, 그러한 혁신이 현대경제 발전에 있어 결정적 요인임을 실증적으로 입증하는 연구를 통해 근거를 강화한다. [2] 둘째, 민주주의 체제가 권위주의 체제에 비해 혁신 친화적인 ‘포용적 제도’를 구축하는 데 우월함을 논증한다. Acemoglu & Robinson(2012)의 이론을 바탕으로, 권위주의 체제가 체제 안정을 위해 혁신을 억제하는 구조적 모순(창조적 파괴에 대한 공포)을 지닌 반면, 민주주의는 다원주의를 통해 진입 장벽을 낮추고 혁신을 촉진함을 보인다. [3] 셋째, 민주주의가 그러한 포용적 제도가 효과적으로 기능하게 하는 인적 자본 형성(Human Capital)과 공공재 공급에 있어 더 효율적임을 논증한다. Acemoglu et al.(2019)과 Maravall(1994)의 실증 연구를 근거로, 민주주의가 사회 저변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여 장기적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고 인적자본을 형성할 수 있음을 제시한다. [4] 넷째, 이러한 논증의 대전제에 관한 예상 반론으로 Arsel, M., Adaman, F., & Saad-Filho, A.(2021) 등의 논의와 중국의 사례를 빌려, 권위주의 체제 하에서도 여전히 유의미한 혁신을 촉진할 수 있으므로 전제2의 포용적 제도 유무가 혁신창출에 있어 민주주의의 우월성을 입증하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주장을 제시한다. [5] 다섯째, 이러한 반론은 착취적 제도가 혁신의 자유로운 발현을 제한하고 혁신의 지속가능성을 취약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으로, 포용적 제도의 존재만이 혁신 잠재력을 최대로 끌어낼 수 있음을 같은 중국의 사례를 통해 밝힘으로서 반론을 해소한다. [6] 마지막으로, 이상의 논의를 요약하고 종합하여 민주주의가 권위주의 체제보다 지속가능한 현대경제 발전에 유리하다는 결론을 도출하고 그 학술적, 사회적 함의, 한계를 제시한다.
본론
지속가능한 현대경제 발전의 단일 핵심 지표로서 혁신
혁신은 현대경제 발전의 결정적 요인이자 지표이다. 혁신은 본래부터 산업경제 발전의 중요한 요소였지만, 오늘날에는 그 중요성의 부상이 혁신을 경제발전의 필요충분조건으로까지 격상시키고 있다. 고전적 경제성장 이론은 자본과 노동의 투입량 증가가 양적 성장을 통해 경제발전을 이끈다고 보았으나, 수확 체감의 법칙이 작용하는 경우 요소 투입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있고, 실제 경제현상은 그러한 모델로 단순화되기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에 대해 현대 경제학, 특히 진화경제학적 관점에서는 경제발전의 본질로서 정체된 균형을 깨뜨리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끔 하는 혁신(Innovation)이 강조되며, 실제로 오늘날 세계경제가 첨단기술과 지식정보 기반의 고부가가치 경제체제로 나아감에 따라 혁신의 유무가 국가의 장기적 경제발전에 있어 절대적인 조건이 되었다.
Joseph Schumpeter는 그의 저서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Capitalism, Socialism and Democracy)>에서 자본주의 경제 발전의 원동력을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로 정의하였는데, 창조적 파괴는 새로운 기술, 새로운 상품, 새로운 공급원, 새로운 조직 형태가 기존의 낡은 것을 끊임없이 대체하며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과정을 의미한다 (Schumpeter, 1942, pp.83-85). 슘페터가 경제발전에서 혁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한 논리적 근거는 ‘콘드라티예프 파동’ 개념과 관련하여 확인할 수 있는데, 슘페터는 18세기에서 20세기의 서양 역사에서 시대별로 주요한 혁신들이 50~60년을 주기로 일어나며 이것이 사회경제적 패러다임의 급격한 전환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귀납적으로 드러냈다. 특히 현대 경제에서 이러한 혁신의 중요성이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Philippe Aghion은 자본 축적 등 양적인 측면에 기반을 둔 신고전파 경제학 모델이 현대 국가의 경제성장 과정의 중요한 측면을 놓치고 있으며, 슘페터의 성장 패러다임과 혁신의 개념이 신고전파 모델이 설명하지 못하는 몇 가지 맹점들, 특히 중진국 함정, 장기 침체, 불평등, 기업 역학 등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Aghion, P., 2018, p.709). 이것을 논증하기 위해 Aghion은 각각의 사례에 관해 혁신의 여부에 따라 경로가 달라지는 개별 사례들을 중심으로 귀납적인 추론을 수행하여, 경제발전의 핵심 요인으로서 혁신의 역할을 강조한다.
이때 중요한 점은,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는 본질적으로 ‘파괴’를 수반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의 도입은 필연적으로 구기술에 의존하던 기존 산업과 기득권의 경제적 지대를 소멸시킨다. 따라서 경제발전은 혁신 패러다임과 관련된 과학기술적인 문제인 동시에, 이러한 파괴적 혁신을 사회가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는가 하는 정치사회적 문제로 귀결된다. 만약 혁신이 없다면 경제는 다음 단계로 이행하지 못한 채 정체되고 쇠퇴한다. 따라서 어떤 정치체제가 이 ‘파괴적인 혁신’을 제도적으로 허용하고 장려할 수 있는지가 체제 간 경제발전 성과를 가르는 핵심 기준이 된다.
포용적 제도를 통한 민주주의의 혁신 창출
민주주의는 포용적 제도를 형성함으로써 혁신을 창출한다. 혁신이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의 필요충분조건이라면,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혁신이 수반하는 창조적 파괴의 현격한 충격이 용납되어야 한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그러한 창조적 파괴를 수용할 수 있는 포용적 제도를 형성한다. 이에 대해 Acemoglu와 Robinson은 국가의 성패가 지리적 조건이나 문화가 아닌 ‘제도’에 달려 있다고 주장하며, 제도를 ‘포용적(inclusive)’ 제도와 ‘착취적(extractive)’ 제도로 구분한다(Robinson, J. A. & Acemoglu, D., 2012, Ch.3). 이때 포용적 경제 제도는 사유재산권을 보장하고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마련하므로, 기술과 자본을 가진 누구나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하는 등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촉진하기 때문에, 창의성과 혁신을 효과적으로 발생시킬 수 있다 (Robinson, J. A. & Acemoglu, D., 2012, Ch.3). 이는 Schumpeter가 말한 창조적 파괴가 일어날 수 있는 토양과 같다. 반면, 착취적 경제 제도는 소수 엘리트가 자원을 독점하고 대다수 대중으로부터 부를 추출하는 구조로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 정치체제의 차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Acemoglu와 Robinson에 따르면, 권위주의 체제의 착취적 경제 제도는 구조적으로 ‘창조적 파괴를 두려워’하는데, 창조적 파괴는 곧 사회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촉구하고, 새로운 기술 도입에 따른 사회경제적 변화는 필연적으로 부의 재분배를 초래하며, 이는 기존 엘리트의 정치적 권력 기반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Acemoglu & Robinson, 2012, Ch.8). 역사적으로 보아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나 러시아의 차르 체제가 철도 건설과 산업화를 고의로 지연시킨 사례는, 독재 권력이 자신의 통제력을 유지하기 위해 경제적 혁신을 희생시킨 전형적인 예로서 이러한 논증을 뒷받침한다(Acemoglu & Robinson, 2012, Ch.8). 이러한 착취적 제도를 가진 국가들은 경제 성장보다 체제 안정을 우선시하며, 이는 혁신의 싹을 자르는 결과를 낳는다. 반면, 민주주의는 다원주의(pluralism)를 기반으로 권력이 분산된 체제이며, 이러한 포용적 제도에서는 특정 기득권 세력이 혁신을 통해 등장하는 새로운 경쟁자를 정치적 힘으로 억누르기가 훨씬 어렵다. 결국 민주주의는 기득권의 저항을 뚫고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촉진하며, ‘내연적 혁신’을 제도적으로 보장한다. 이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민주주의가 권위주의에 비해 경제발전에 유리한 첫 번째, 그리고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포용적 제도 지속을 위한 민주주의 체제의 인적 자본과 공공재 공급
민주주의는 인적 자본과 공공재를 효율적으로 투입함으로써 포용적 제도가 잘 일어날 수 있게 하며 혁신 창출에 기여한다. 혁신은 노하우가 축적된 숙련 노동력, 또는 과학기술 개발을 선도하는 지식계층, 진취적인 리더십을 가진 기업가와 같은 즉 인적 자본(Human Capital)에 의해 일어난다. 또한 현대 지식 기반 경제에서 인구의 교육 수준과 건강은 인적자본의 수준과 직결된다. 민주주의 체제는 권위주의 체제에 비해 대중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는 교육과 보건 등 공공재에 대한 투자 확대로 이어진다.
Acemoglu 등(2019)의 광범위한 패널 데이터 분석은 “민주주의가 성장을 유발한다(Democracy Does Cause Growth)”는 명제를 실증적으로 증명했다. 그들의 연구에 따르면, 한 국가가 민주화될 경우 향후 25년 동안 1인당 GDP는 비민주주의 국가에 비해 약 20% 더 증가한다(Acemoglu et al., 2019, p.48). 이때 이러한 성장 효과의 주요 경로 중 하나는 바로 ‘교육에 대한 투자’와 ‘보건 수준의 향상’으로, 민주주의는 이러한 요소들을 효과적으로 증진할 수 있다 (Acemoglu et al., 2019, p.51).
Maravall(1994) 역시 “권위주의가 효율적”이라는 통념을 ‘신화(myth)’라고 일축하며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국가들의 사례를 분석함으로써, 권위주의 정권이 민주주의 정권보다 투자를 더 많이 한다는 필연적인 인과적 상관관계는 없으며, 오히려 공공 부문의 효율성이 민주주의 하에서 더 높게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Maravall, 1994, p.10). 이처럼 독재 정권은 정권 유지를 위한 군비 지출이나 엘리트층에 대한 배분적 지출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민주주의는 불평등을 완화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함으로써 인적 자본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민주주의는 권위주의와 달리 공공자원을 교육이나 보건 서비스와 같이 인적자원 수준 향상에 효율적으로 배분하므로 포용적 제도와 혁신 창출을 위한 토대를 효과적으로 마련할 수 있으며, 이것은 권위주의에 대해 갖는 결정적 이점인 ‘포용적 제도’의 존재를 강화할 수 있는 차별적 메커니즘이다.
예상반론 : 중국의 혁신 창출 사례로 보는 포용적 제도 무용론
중국은 민주주의와 포용적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 권위주의 체제 하에서도 혁신을 통해 현대 기술집약경제로 도약하면서 상기한 일련의 논증을, 특히 포용적 제도의 유무에 따라 혁신 창출 수준에 차이가 있다는 논증을 약화한다. 공산당 일당독재의 권위주의 체제 하에서 조직된 사회경제 구조를 유지하는 중국에서 기술혁신이 폭발적으로 창출, 화웨이와 텐센트를 비롯한 각종 테크 기업들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확장하며 과학기술 선진국으로 빠르게 발돋움하는 모습은, 과연 포용적 제도가 혁신 창출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합당한 의문을 제기한다.
Murat Arsel 등(2021)의 최근 연구는 이러한 주장에 신빙성을 더하는데, 이들은 신자유주의 이후 민주주의 정권이 분절된 이해관계 속에서 경제적 위기에 미흡히 대응하는 것과 달리, 신자유주의 이후 각국(터키, 인도, 브라질 등) 정치가들이 그러한 권위주의적 통치 체제와 국가주도형 성장 담론을 통해 위기를 관리하고 경제적 성장을 이끌어낸 사례들을 제시하며 이를 귀납적으로 논증한다(Arsel, M., Adaman, F., & Saad-Filho, A., 2021). 이처럼 권위주의 체제가 가진 집중적 자원동원 능력과 카리스마 있는 거버넌스는, 포용적 제도가 부재하더라도 적절한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입증하므로, 포용적 제도가 혁신창출에 있어 민주주의가 우위를 가지게 하는 중요요소라는 주장을 약화한다.
재반박 : 권위주의 체제 하에서 혁신의 구조적 제약 및 도구화에 의한 한계
그러나 이 반론은 권위주의 체제 하에서 혁신이 직면하는 엄격한 제한조건을 간과하고 있다. 권위주의 체제는 혁신을 체제유지의 도구로 전유하고 제약함으로써 그 사회가 가진 혁신 잠재력을 완전하게 이용하지 못하게 하고, 따라서 자유로운 혁신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약화시킨다. 권위주의 체제의 현존하는 권력은 그 권력을 뒤엎을 창조적 파괴를 두려워한다는 구조적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때 혁신은 국가권력에 의해 ‘온순한 것’으로 ‘선별’되며, 패러다임을 뒤엎을 만한 진정한 혁신은 ‘검열’된다. 때문에 혁신의 창출은 지극히 제약적이고 도구적이며, 자유롭고 왕선한 혁신창출이 일어날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중국의 사례에서 근거한 포용적 제도 무용론에 관한 주장이 같은 중국의 사례로부터 반박가능한데, 인공지능 DeepSeek가 바로 그것이다. DeepSeek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데이터 지원을 통해 빠르게 학습을 축적하며 이슈가 되었지만, 체제유지에 위협이 되는 데이터의 학습과 출력을 철저하게 제한당함으로서 Gemini나 ChatGPT가 가진 데이터 가용성과 발전잠재력을 얻지 못하는 결정적 한계가 있다. 이처럼 권위주의 체제 하에서의 혁신은 체제유지에 도구적으로 선별 및 제약되므로 포용적 제도 하에서의 무궁무진한 혁신과 달리 잠재력을 거세당한 불완전한 혁신생태계인 것이다. 이로써 포용적 제도에 의한 혁신창출을 차별요인으로 인정하지 않는 예상반론이 해소된다.
결론
본 에세이는 경제발전에 있어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체제가 갖는 구조적 유불리에 관해 논증하였다. 먼저 창조적 파괴와 혁신이 현대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필수요소임을 밝히고, 민주주의 체제가 그러한 혁신이 촉진될 수 있는 포용적 제도를 조성한다는 것, 그러한 포용적 제도를 조성하기 위한 인적 자본을 형성함에 있어 권위주의 체제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논증함으로써 민주주의가 경제발전에 있어 권위주의 체제보다 궁극적으로 유리함을 보였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포용적 제도 유무가 혁신창출 수준을 차별화하는 요소로 적절하지 않다는 예상반론을 권위주의 체제 하에서의 제약으로 반박함으로써 논증구조의 치밀성을 강화하였다.
본 논의는 경제발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기존의 민주주의 vs 권위주의 정치체제의 확답불가능한 논쟁에 대해, 슘페터적 혁신이 현대경제의 지속가능발전에 필요충분적 요건으로 기능한다는 것을 포착하여 이를 바탕으로 민주주의의 혁신 창출을 근거로 그 유용성의 우위를 명료하게 주장하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지식집약적인 경제체제로의 이행을 전제한 경제발전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에 관한 논증으로서, 개발도상국의 초기 축적단계나, 혁신기반경제 탄생 이전의 경제사적 궤적에 대해서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논증은 점점 첨단화되고 예측불가능한 현대의 기술집약적 경제체제에서 국가의 민주주의 정치체제가 포용적 제도 확충을 통해 지속가능한 혁신과 경제발전에 미치는 분명한 영향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참고문헌
외국 문헌
Acemoglu, D., & Robinson, J. A. (2012). Why nations fail: The origins of power, prosperity, and poverty. New York: Crown Publishers.
Acemoglu, D., Naidu, S., Restrepo, P., & Robinson, J. A. (2019). Democracy does cause growth.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127(1), 47-100.
Aghion, P. (2018). Innovation and growth from a Schumpeterian perspective. Revue d’économie politique, 128(5), 693-711.
Amsden, A. H. (1989). Asia’s next giant: South Korea and late industrialization. Oxford University Press.
Arsel, M., Adaman, F., & Saad-Filho, A. (2021). Authoritarian developmentalism: The latest stage of neoliberalism?. Geoforum, 124, 261-266.
Przeworski, Adam, and Fernando Limongi. 1993. “Political Regimes and Economic Growth.”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7(3): 51–69
Maravall, J. M. (1994). The Myth of the Authoritarian Advantage. Journal of Democracy 5(4), 1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