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 과제-08 기말과제 초고 작성하기 007-23 조수연
제목: 경제제재 도입의 타당성: 정권 설득 가능성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분석
서론
국제정치에서 경제제재는 오랫동안 무력 충돌을 피하면서도 상대국의 정책을 변화시키기 위해 널리 사용되는 강제적인(coercive) 수단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 경제제재가 적용된 수많은 사례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실제로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는지에 대해서는 합의가 부재하다. 제재가 반복적으로 시행되고 있음에도 성과가 미비한 현실은, 제재 효과의 실패가 우연적으로 발생한 현상이 아닌 제재가 작동하는 정치경제적 메커니즘 그 자체의 한계 때문이라는 관점을 제기한다. 핵심 쟁점은 국제사회의 규범 위반국에 대해 경제제재를 도입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이는 무력 사용이라는 강제수단보다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압박 수단이라는 이유로 제재를 가하는 것이 상대국의 정책 변경이라는 본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느냐는 문제의식으로 연결된다. 본고는 정책 결정권자와 피해대상의 간극이라는 구조적 쟁점이 정치적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착안하여 경제제재는 그 목표달성에 있어 실패할 정책이라는 입장에서 앞선 문제를 논하고자 한다.
먼저 경제제재가 상대국 경제에 주는 피해가 야기하는 해당 국가 행위자들의 반응을 분석하는 것에 학자들은 견해를 달리하였음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Allen(2008)과 같은 학자들은, 제재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국민의 박탈감을 증폭시키고 그 결과 국내 정치적 불안정이 증가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제재가 국민의 소득과 생활수준을 실질적으로 악화시키면 시민들은 반정부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때 제재 대상국의 정부는 이러한 내부적 압력이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협한다고 판단하게 된다. 따라서 권력을 유지하려는 지도자는 제재국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수정할 유인을 가진다. 이처럼 과거의 경제제재 연구는 국민에게 전가된 경제적 고통을 대상 정부가 외부 요구에 정책적으로 굴복하도록 만드는 요인으로 규정했다. 반대로 Galtung(1967)과 같은 학자들은 경제적 충격이 국민에게 집중될수록 오히려 외부 행위자에 대한 적대감이 강화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들에 따르면 제재가 초래하는 생활수준의 악화는 그 책임이 국내 정부가 아니라 제재국에 있다고 인식되기 쉽고, 이러한 책임 귀속의 전환은 정권에 대한 시민적 지지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나아가 이러한 결집 현상은 지도자에게 외부 요구에 대한 양보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청중비용(audience cost)을 증가시킨다. 이러한 관점을 견지한다면 제재가 국민에게 피해를 줄수록 정부가 정책을 변경하기는커녕 오히려 강경한 노선을 유지할 정치적 유인이 강화된다고 볼 수 있다.
본고의 핵심 목표는 경제제재가 상대국의 정책변경을 이끌어내기 못함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상대국의 정책변경을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조건이 무엇인지를 검토한다. [1] 첫째로 목표하는 정책변화를 위해선 상대국의 정치 엘리트를 설득해야함을 보인다. 정책결정권자 집단을 대상으로 충분한 비용이 가해져 그들로 하여금 정책 변경을 선택지로서 바라볼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2] 다음으로 경제제재로 인한 피해는 국민에게 집중됨을 증명한다. 이어서 이러한 피해를 받은 국민의 반응과 그에 대한 정부의 전략을 분석하여 경제제재가 상대국 정부를 설득하지 못함을 크게 두가지의 연쇄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논증한다. 먼저 [3] 피해를 받은 국민은 외세에 대한 반감을 강화함을 증명한다. 어째서 국민들의 분노가 정권이 아닌 외세로 향하는 것일까. 정체성 활성화 매커니즘에 따르면, 제재국이 외부 집단으로 간주되고 국민이 제재를 내집단에 대한 공격으로 인식할 때 내부집단이라는 정체성이 자극된다. 이는 제재가 집단 간 갈등의 맥락에서 이해되게끔 만들어 사람들이 내집단인 정권을 지지하며 결집하는 ‘국기 아래 결집(rally-around-the-flag)’효과를 발생시킨다. 이 상황에서 [4] 정치엘리트층은 정치적 편익과 비용을 고려해 정책변화를 실행하지 않는다. 제재는 앞선 논증에 따라 외부와의 공개된 대치 상황을 만든다. 정권은 제재의 유지와 변화라는 두 선택지 사이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외부집단에 대한 반발심이 강한 국민정서에서는 정책변화라는 선택지의 비용(audience cost)은 크게 다가온다. 또한 그러한 상황에서 제재를 유지한다는 선택지는, 외부집단에 맞서는 강경한 정책기조를 보일 기회로서 국민적 지지의 정치적 편익을 가져온다. [5] 물론 제재가 국민을 외세 공격에 맞서 결집시키는 신호로서 기능하는 것이 아닌, 반정부 집단에게 국제사회가 우리 편이라는 신호를 줘 반정부 시위를 촉진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6] 그러나 정부 행위자의 정권 유지를 위한 최적 선택을 동일한 비용-편익 분석으로 도출한 결과 여전히 전제 3에서의 정권의 전략은 유지될 것임을 증명한다. 마지막으로 경제제재가 상대국의 정권 설득에 실패할 정책이라는 결론을 도출하고 그 함의를 살펴본다.
본론
경제제재의 성패는 상대국 정권 엘리트를 설득시킬 수 있는지의 여부에 달렸다.
경제제재의 목적
본 논고의 목적은 경제제재를 도입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경제제재가 그 도입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를 입증해야한다. 본격적인 분석을 시행하기 이전에 우선 경제제재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를 재설정하고 싶다. 흔히 경제제재는 국제질서를 구성하는 국가들이 충돌 상황에서 직접적인 군사력 동원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대표적 강압 수단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경제제재의 성격에 입각한 보다 명료한 정의는 다음과 같다 - 경제제재는 경제적 관계의 제한을 통해 대상국의 정책 변화를 유도하는 시도이다. 즉, 제재는 외교적 신호이자 압박으로서, 상대국이 기존의 정책을 유지할 때 발생할 위험과 비용을 고려하도록 만드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경제제재의 목적 달성을 위한 조건
제재의 목적이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라면, 그 변화는 권력을 쥔 사람들의 선택이 바뀌는 방식으로만 발생할 수 있다. 국제정치에서 제재의 대상은 흔히 ‘국가’ 혹은 ‘경제’라는 추상적 단위로 표현되나 실제로 정책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주체는 특정한 개인들, 즉 정책 선택을 담당하는 정치 엘리트들이다. Baldwin(1999)은 이를 지적하며, “국가전략의 목표는 추상적인 ‘국가’나 ‘경제’가 아니라 정책 선택을 하는 의사결정자들이다. 경제적 수단은 정책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인센티브를 바꿀 때에만 효과가 있다”라고 강조한다(Baldwin 1999, p. 37). 이는 경제제재가 단순히 거시경제적 압력을 가함으로써 정책 방향을 자동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는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주장이다. 제재가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광범위한 경제 충격이 아니라, 정책을 결정하는 핵심 지지연합 또는 소수 엘리트의 인센티브 구조가 변하는가의 여부라는 점이 Baldwin의 논지다.
이 관점에서 보면, 경제제재의 성패는 제재가 야기하는 경제적 고통이 얼마나 국가 전체에 퍼지는가가 아니라, 그 고통이 정책 결정자들이 직면한 비용·편익 계산을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전달되느냐에 달려 있다. 설령 국민 일반에게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그것이 정권의 권력 유지 전략을 위협하지 않는다면 그들을 설득하는 것에 실패하여 정책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설득을 위해선 일정한 경제적 압력이 정치 엘리트에게 직접적인 위협으로 작용하고, 그들이 기존 정책을 유지할 때 발생하는 비용이 전환 정책의 비용보다 더 크다고 계산되어야 한다. 실제로 제재의 낮은 성공률은 이러한 메커니즘을 잘 보여준다. Dursun Peksen은 OHCHR 보고서에서 제재가 정책 변화를 달성하는 비율이 극히 낮고 실패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을 지적한다(Peksen, 2012, p. 1). 이는 제재로 인한 비용이 정권의 승리연합에게는 충분한 압력으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논의는 경제제재가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상대국의 정책결정권자들에게 적절한 비용을 부과하여 정책을 변경하도록 설득할 수 있어야 함을 시사한다.
주의해야할 점은 여기서 말하는 비용은 경제적 피해의 정도와 다른 개념이라는 것이다. 즉, 경제적 피해가 국가에 가해진다 해서 그것이 자연스럽게 정권에 대한 정치적 비용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싶다. 앞으로의 논의에서도 이 지점을 지적하며 경제적 피해가 정권의 비용과 편익을 어떤식으로 결정하는지에 대한 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리하자면 제재 효과는 제재 비용이 ‘누구에게 가는가’에 따라 결정되며, 성공적인 목표달성을 위해선 그 비용이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집단에게 부과되어야한다. 국가 전체의 경제 피해와 제재 성공은 자동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경제제재로 발생하는 경제피해의 국민 집중성
이제 경제제재가 상대국 정권을 설득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고자 한다. 우선 정권 설득을 위해선 앞선 논의에서 언급했듯 정책 결정권자에게 정치적 비용이 전가되어야한다. 그렇다면 정책 결정권자는 어떤 상황에서 정치적 비용을 정책 변화를 고려할 만큼 충분히 크다고 느끼게 될 것인가? 이를 분석하기 위해선 우선 제재가 상대국에 어떤 일차적인 영향을 주는지, 그 현실에서의 객관적 사실을 파악해야 한다.
경제제재로 발생하는 경제적 피해는 주로 국민에게 집중된다. Peksen의 OHCHR 보고서는 제재는 대상 국가에서 공중 보건 상태, 경제적 안녕, 주민들의 물리적 안전을 악화시켜 민간인에게 중대한 고통을 초래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Peksen, 2012, p. 2). 이처럼 제재의 직접적 효과는 공공서비스 축소, 물가 폭등, 생필품 부족, 의약품 및 의료기기 수입 차단 등 시민의 일상적 삶과 생존 조건에 치명적 충격을 주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반면 정권의 핵심 엘리트 집단은 이러한 충격으로부터 상당히 방어되어 있다. 이들은 국가나 관료 집단에 대한 우월한 접근성을 가지기에 이를 통해 생활 필수재화나 의료 자원을 우선적으로 확보한다. Pecksen은 같은 보고서에서 정치·경제적 자원에 특권적으로 접근하는 집단은 외부 경제 압력으로 인한 실질적 비용을 거의 부담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Peksen, 2012, p. 2). 요컨대 경제제재가 초래하는 고통의 분포는 대단히 불균등하며, 시민에게는 생존 조건을 위협하는 수준의 직접적 피해를 주는 반면, 정권의 엘리트층은 외부 충격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보호받는다.
국민에게 집중된 경제적 피해는 정치엘리트 층이 정책 변경의 선택지를 포기하게 한다.
경제적 피해 대상인 국민의 반응: 내-외집단 형성으로 인한 외세 저항과 정권 지지
경제제재가 야기하는 고통은 국민에게 주로 전가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은 외세에 대한 반감을 강화하고, 그 결과 정부에 대한 지지를 높이는 경향을 보인다. Seitz와 Zazzaro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가스 분쟁 사례를 분석하며, 제재로 인해 발생한 경제적 고통은 제재를 가한 국가의 정책에 대한 대중적 반발을 촉발할 수 있으며, 오히려 시민들의 집권 정부에 대한 지지를 높일 수 있음을 지적한다(Seitz & Zazzaro, 2019, p. 10). 경제제재가 국민에게 더 큰 어려움을 줄수록, 그 분노는 제재국으로 향하고, 오히려 자국 정부에 대한 결속과 지지를 강화하는 역풍 효과(backfire effect)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Lektzian & Souva 역시 경제 제재는 대상국의 시민들로 하여금 자국의 경제적 어려움에 대해 제재를 가한 국가들을 탓하게 만들 수 있음을 주장한다(Lektzian & Souva, 2007, p. 850). 이처럼 학자들의 분석은 국민에게 경제적 피해가 집중될수록 제재는 ‘정부에 대한 정치적 압력’을 만드는 대신 ‘외세에 대한 대항심’을 유발하는 역설적인 현실을 보여준다.
여기서 의문이 발생한다. 왜 경제제재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정권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외세에 대한 반감으로 귀결되는 것일까? 나아가 자국 정부 지지를 강화하는 결과가 도출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제재가 국민에게 ‘외부로부터의 공격’이라는 내러티브를 촉발하는 정치적 사건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Galtung, 1967). 제재는 외부 행위자가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벌이는 압박으로 간주되며, 이러한 상황은 개인의 경제적 고통을 ‘정부 잘못’이 아니라 ‘외세의 부당한 간섭’으로 해석하게 만든다. 이 지점에서 Galtung의 고전적 논의가 중요한 설명력을 갖는다. 많은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생각하는 순진한 이론은 다음과 같은 가설을 전제한다. 경제적 박탈이 심화되면 국민은 정권에 대한 불만을 품고 결국 체제가 흔들리게 된다. 그러나 Galtung(1967)은 로디지아 사례를 분석하며 완전히 다른 결론을 제시한다. 그에 따르면 제재로 인한 경제적 박탈은 적어도 제재 초기에는 오히려 정치적 통합(integration)을 강화하는 효과를 낳는다. 즉 외세의 공격으로 인식된 상황에서 사람들이 정권을 지지하며 결집하게 되는 효과(rally-around-the-flag)가 발생한다. 이 논지는 제재가 국민에게 가하는 경제적 고통이 자동적으로 정권 비판으로 연결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한다. 국민은 강한 외부 위협을 직면했을 때, 내부 갈등을 줄이고 공동체적 결속을 강화하려는 심리적·사회적 경향을 보인다. 제재는 의도한 대로 정치적 불안정을 만들기보다, 정권이 내부적 정당성을 강화하는 역설적 효과를 창출하며, 이는 제재 실패의 핵심 메커니즘 중 하나로 작동한다.
그렇다면 제재가 어떤 조건에서 ‘외부로부터의 공격’으로 인식되는가를 정리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는 비교정치 연구에서 도출된 정체성 활성화(identity activation) 메커니즘이 핵심적으로 작동한다. Grossman은 제재가 목표국 시민들에게 어떻게 해석되고 어떤 정치적 반응을 유발하는지를 실험적으로 분석했다. 그들의 연구에 따르면, 제재가 외부 공격으로 인식되는 결정적 조건은 (1) 제재를 가하는 국가가 명확한 외집단(out-group)으로 규정되고 (2) 그 제재 행위가 자신이 속한 내집단(in-group)에 대한 위협으로 해석될 때이다(Grossman et al., 2018). 이 매커니즘은 국민들이 제재상황을 집단 간 갈등의 상황의 맥락에서 이해하게끔 만든다. 그렇게 된다면 제재는 갈등 상황에서 발생한 ‘적대적인 행동’으로 프레이밍 되어 강력한 정체성 반응을 촉발한다. 결과적으로 정체성 활성화 메커니즘은 제재가 목표국 내부의 집단적 응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1
요컨대 핵심은 다음과 같다. 제재가 국민에게 외부의 침략으로 인식되는 조건은 제재국이 명확히 외집단으로 인지되며 내부적으로도 강한 정체성을 공유할 때이며, 그 순간 정체성 활성화 매커니즘에 의해 제재는 외집단에 대한 배척, 내집단 결속 강화, 그리고 정권 지지 확대라는 결과를 낳는다.
내-외집단 간 갈등의 프레임이 정권의 최적 선택에 주는 영향: 정책 변경과 유지의 비용-편익 분석
이러한 대외적 갈등의 맥락으로 설정된 국내 정서가 정권의 의사결정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를 분석해보자. 우선 정권이 의사결정 구조가 어떤 모양을 띄는지를 설정한다.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소비자와 기업을 시장에서의 중심 행위자로 설정하고, 정부는 이러한 각 행위자가 각자 본연의 목적함수2를 극대화 할 수 있도록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중립적인 보모자(parental)로서 생각되었다. 그러나 현실에서 정부는 중립적인 외부인이 아닌 독립적인 목적함수를 가진 제 3의 행위자로서 기능한다. 이러한 관점을 제시한 것이 공공선택이론이며, 정부의 목적함수는 정권의 유지, 즉 지지율의 확보이다. 이러한 목적함수의 극대화를 위해 - 다시말해 정권의 유지를 위해 - 정부는 정책의 시행여부를 두고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판단을 한다. 바로 이 맥락에서 본 논고는 정부의 정책변경이라는 선택지의 비용-편익 분석을 시행하는 것이다.
우선 정권이 정책변경이라는 선택지를 골랐을 때의 비용이 무엇인지를 분석하자. 앞선 상황에서 국가가 제재에 굴복할 경우 청중비용(audience cost)이 발생한다. 전제 2에서 살펴본 것처럼 경제제재는 일반 시민에게 집중된 피해를 외세의 공격으로 인식시키고, 이는 광범위한 반외세 정서와 국가 정체성을 강화한다. 그 결과 국제정치학에서 말하는 공개적 대치 상황이 형성되어 정부에게 대외적으로 단호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사회적·정치적 압력이 가해진다. 그 이유는, 국민들에게 정부의 제재 변경이 외부집단에 대한 굴복 내지는 양보의 행위(예컨데 국가의 명예 훼손 내지는 외세에 대한 저항의지 부족)로 읽히기 때문이다. 청중비용(audience cost) 이론이 말하듯, 이처럼 유권자는 외부에 강경한 태도를 표명한 지도자가 돌연 물러서면 그를 처벌할 강한 유인을 갖게 되며, 이 정치적 비용이 지도자의 계산에 깊이 반영된다(Fearon, 1994). 특히 제재가 국가 명예를 건 ‘국기 아래 결집(rally-around-the-flag)’ 효과를 만들어낸 경우, 지도자가 굴복할 때 지불해야 하는 청중비용은 더욱 커진다. Zarpli는 국가적 결속이 촉발된 상황일수록 지도자는 양보하는 순간3 정치적 생존을 위협받을 정도의 높은 청중비용을 지게 된다고 분석한다(Zarpli, p. 7). 국내 이해관계 집단이 정부의 양보를 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일수록, 즉 청중비용이 클수록, 정부는 제재를 끝내기 위해 필수적이지만 정치적으로 위험한 양보를 선택하기 어렵다.
국민의 반응이 정권에게 비용으로만 인식되는 것은 아니다. 정권은 제재로 형성된 반외세적 정서를 정치적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외부 집단인 제재국에 맞서는 강경한 정책 기조를 취한다. 앞서 제시된 정체성 활성화와 rally-around-the-flag 효과는 정부가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치적 기회 구조를 형성한다. Seitz와 Zazzaro는 국기 아래 결집 효과(rally-around-the-flag effect)가 초래하는 정치적 이득은, 제재 대상 정부가 제재를 가한 측의 요구에 응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분석한다(Seitz & Zazzaro, 2019, p. 11). 여기서 말하는 정치적 이득은 지지율 상승, 내부 비판 약화, 정통성 강화 등 정부의 목적인 정권 유지에 직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요소들이다. 우선 제재가 가해지면 시민들은 외세에 대한 분노와 국가 명예 프레임 속에서 정부를 자연스럽게 지지하게 되며, 이는 단기간이라도 지도자의 지지율 상승을 가져온다. 동시에 야당이나 비판 세력 역시 국민이 가하는 애국적 휴전(patriotic truce)의 압력4 속에서 공개적인 정부 비판을 자제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사회 내부에서 동일한 목적을 공유하는 기류가 조성되면서 내부적 갈등이 완화된다. 이 경우 정부는 국내 정치적 공세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져, 평소라면 부담스러울 정치적 선택도 보다 쉽게 정당화할 수 있다.
앞서 정권의 정치적 비용 분석에서 언급했듯, 정권은 외부 압력에 굴복할 경우 정치적 처벌(audience cost)을 받을 위험이 커진다. 반대로 강경노선을 유지하고 외세에 맞서는 모습을 보여줄 경우, 그는 국가수호라는 긍정적 반응 획득하며 정치적 보상을 얻는다. 따라서 굴복의 비용은 증가하고, 저항의 보상은 증가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따라서 정권은 설령 경제적 압박이 상당히 심해지더라도, 강경한 반외세 노선을 유지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더 안전한 전략이 된다. 결과적으로 정치 엘리트는 제재로 촉발된 반외세적 정서를 정치적 지지의 기회으로 활용하며, 이는 결국 정권이 양보를 회피하고 강경한 대외 태도를 보이게끔 만드는 편익이 된다.
국민적 반응과 정부의 전략에 대한 반론
물론 이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반론이 제기될 수 있을것이다. 제재가 국민을 외세 공격에 맞서 결집시키는 신호로서 기능하는 것이 아닌, 반정부 집단에게 국제사회가 우리 편이라는 신호를 보내 반정부 시위를 촉진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실제로 제재가 가해지거나 제재 위협이 존재할 때, 반정부 시위의 발생 건수가 통계적으로 증가함을 보인 연구들도 존재한다. 이러한 효과는 정권에게 부정적 정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제재는 대중적 저항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직관적으로도, 제재가 목표 달성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한다면 국제사회가 이를 지속적으로 활용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는 점에서 이러한 반론은 표면적으로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다.
그러나 위 반론은 다음의 이유에서 타당하지 못하다. 앞서 전제에서 사용했던 정권의 비용-편익 분석을 동일하게 적용해보자. 그 결과 제재 하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야기하는 비용보다 굴복의 비용이 더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경험적 연구에 따르면 지도자는 제재를 받는 해에, 다음 해에 권력을 잃을 위험이 기본 교체 위험보다 28% 높아진다(Carneiro & Elden 2009, p. 984). 이는 반론에서 얘기한 경제제재가 정권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것이 수치적으로 드러난 지표로 볼 수 있다. 여기서 기본 교체 위험 확률은 보통상황에서 국가 지도자의 연간 교체 확률인 0.08~0.12%으로 가정한다. 따라서 제재 상황에서 정책유지의 교체 위험 확률은 대략 0.1~0.15% 범위에 위치한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경험적 추정치를 바탕으로, 제재 하에서 정책변경을 선택하지 않은 결과로 발생하는 반정부 시위가 실질적 정권 교체로 이어질 조건부 확률을 α = 0.125로 두는 것이 무리하지 않은 가정이라고 본다.
다음으로 Miller는 80년간의 수집된 약 9,000개의 관측치를 가지고 지도자가 강대국 압력에 굴복했을 때 권좌에서 물러날 위험을 추정했다. 그 결과 굴복이라는 선택지는 은 정권생존에 가해지는 위험(hazard ratio)을 1.5배에서 2배가까이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Miller 2015, p.691). α를 추정할 때와 동일한 정상상태의 교체 위험 확률을 적용한다면, 제재 상황에서 정책변경을 선택한 결과로 발생하는 교체 위험 확률은 보수적으로 추정하여도 0.2~0.3% 범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β = 0.25이다.
앞서 논의한 공공선택이론에 따라 정부(government)의 목적함수는 정권의 유지이고 정권은 본인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정권의 생존이 더 유리한 선택을 할 것이다. 따라서 정권은 β > α이면 항상 정책유지를 선택한다. 현실에서의 수치에서 역시 해당 조건을 만족하기에 반정부 시위가 증가하더라도 정권의 전략은 여전히 바뀌지 않는다.
결론
본론에서는 경제제재가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이유를 경제제재가 성공하기 위해선 정치결정권자를 설득해야함을 보이고, 경제적 피해가 국민에게 집중되는 현실에서 국민이 내외집단이라는 정체성의 형성을 통해 외세에 대한 저항을 중심으로 내부적으로 결속함을 보이고, 그런 상황이 정권의 정책 선택에 비용과 편익으로 작용함으로서 결과적으로 정권은 정책변경을 선택하지 않을 것임을 논증하였다. 특히나 정권의 비용-편익 분석에 있어 국민의 경제적 피해로 인한 반정부 시위가 정책유지의 비용으로 기능할 것이라는 반론을 검토하였다. 그러한 반론은 반정부 시위가 정권의 생존을 어느정도로 위협하는지를 분석함으로서 해소하였다. 현실에서의 수치를 반영한 정책변경과 정책유지의 비용 비교 결과 반정부 시위가 정권의 생존을 일정정도 위협하는 것은 맞으나, 여전히 정책변경이 정권 생존에 가져오는 비용이 크기에 정권은 정책변화를 수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본래의 전제가 유지될 수 있었다.
이 논의가 제기하는 학문적 기여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기존 연구가 경제제재의 성공·실패를 주로 국제정치적 힘의 비대칭이나 경제적 충격의 규모로 설명해온 데 비해, 본 논문은 제재 효과의 핵심이 ‘경제적 압력’이 아니라 그 압력이 도달하는 경로, 즉 정치 엘리트의 인센티브 구조라는 점을 보였다. 이는 제재의 성과를 경제적 변수로 단순 환원하는 분석의 한계를 보완하고 제재 효과를 이해하는 데 정치경제적·정체성 기반 메커니즘이 작동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와 차별화된다. 둘째, 본 논문은 제재로 인한 국민의 반발이 정부 압력으로 이어진다는 전통적 가정을 비판하며, 오히려 제재가 국민이 외세 반감을 갖게하고 정부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는 역방향의 정치 효과를 낳음을 보여주었다. 정체성과 내외집단이라는 범위에서 문제를 논의함으로서 제재가 실패하는 경로를 보다 미시적·정치적 수준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연구들과의 연속성을 갖는다.
본 논문의 결론은 제재 전반을 무효화하거나 모든 사례에 동일하게 적용될 것을 주장하지 않는다. 본 논의의 적용 범위는 본론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경제적 피해가 국민에게 집중되고, 제재가 외부로부터의 공격으로 읽힐 만큼의 외집단과 내집단의 강력한 정체성이 형성될 수 있으며, 정권에게 청중비용이 강하게 작동하는 정치적 맥락에 국한된다. 정권이 극도로 취약하거나 엘리트 내부 분열이 이미 진행된 상황처럼, 본 논문이 다루지 않은 조건에서는 다른 동학이 작동할 수 있음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가 제시한 논증은 경제제재가 반복적으로 실패하는 현실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며, 제재 활용의 한계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적 역효과를 재평가하는 데 유용한 분석 시각을 제시한다. 이러한 점에서 본 논문의 결론은 앞선 논의를 요약하고 그 함의를 분명히 정리함으로써, 경제제재 효과에 대한 이해를 보다 정교하게 만드는 데 기여한다. 만일 본고가 제시한 바와 같이 제재의 효과가 경제적 충격의 크기가 아니라 정치 엘리트의 비용·편익 구조와 정체성 동원 메커니즘의 결합에 의해 결정된다는 논의가 입증되어 간다면, 국제사회는 무차별적 광역 제재 대신 보다 정교하고, 정치적·사회적 맥락을 고려한 새로운 제재 전략의 모색을 요구받게 될 것이다. 이는 기존 제재로 인해 반복적으로 발생해온 인도적 피해와 국민적 고통을 줄이면서도, 실제 정책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더 효과적이고 책임 있는 대안적 수단 개발의 필요성을 제시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변화 가능성이 반드시 비관적 전망으로 이어질 필요는 없다. 오히려 최근 국제사회에 등장하고 있는 여러 혁신적 접근들은 제재정책의 미래에 새로운 희망을 제시한다. 대표적으로, 인공지능 기반의 정책 분석은 대상 국가의 사회적 갈등 축, 정체성 기반 동원 가능성을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이는 제재가 국민에게 불필요한 피해를 주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로 정책 결정을 좌우하는 집단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표적 제재(targeted sanctions) 혹은 행위 기반 제재(behavior-based sanctions)로의 전환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국제기구와 지역기구를 중심으로, 제재의 인도적 영향에 대한 사전·사후 평가 메커니즘을 구축하려는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시도들은 제재가 단순한 압박 수단이 아니라, 책임성과 정당성을 갖춘 국제적 규범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본고의 논의가 경제제재의 구조적 동학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앞으로의 제재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지속적인 학술적·정책적 논의를 촉발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를 통해 국제사회가 보다 정교하고, 인도적이며, 정치적으로 실효성 있는 제재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길을 열어나갈 수 있길 바란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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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논의에선 벗어나는 측면이 있어 자세히 언급하진 않겠으나, 정체성 활성화 메커니즘의 강도 역시 외집단이 어떻게 규정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제재국이 자신들과 역사적·문화적·지정학적으로 대립해온 외집단으로 인식될수록 시민은 제재를 부당한 침해로서 받아들이며, 이는 내집단을 보호해야 한다는 심리를 강화한다. 실험 연구는 이러한 현상이 문화·정체성·집단 갈등이 강하게 작동하는 국가일수록 더욱 체계적이고 일관되게 나타난다는 점을 보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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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용함수와 이윤함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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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논의에서 양보는 제재국이 원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변경하는 선택의 맥락에서 작성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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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적 휴전 - 내외집단의 갈등의 상황으로 강하게 프레임화 된 경우에 국민은 앞서 언급하였듯 외부집단으로부터 내부집단을 방어하고자 하는 심리가 촉발되며 나아가 국민은 정부에게 외부집단을 수호하는 국가 수호의 모습을 요구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