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02 단문 연습 007-23 조수연

단문

로크의 ‘enough and as good’ 조건은 공유지를 전제로 한 제약이므로, 공유지가 거의 소멸한 현대 사회에서는 실질적으로 무의미하다. 왜냐하면 로크의 조건은 결국 다른 사람들이 여전히 충분한 자원을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을 ‘달성가능하다’고 여기는 것과 다름없는데, 산업화와 사유화가 광범위하게 진행된 오늘날에는 이러한 가정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즉, 전유가 가능할 만큼 남아 있는 자연(nature)이 거의 없으므로, “충분한 몫을 남겨야 한다”는 제약은 공허한 원칙으로 머무른다. 예컨대 현대 사회의 토지 소유구조를 생각해 보자. 국유지·공유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제한적이며, 대부분의 토지는 이미 개인이나 기업의 사유재산으로 귀속되어 있다. 이 상황에서 ‘공유지에 남은 자원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은 사실상 검증할 방법이 없고, 따라서 현실적 규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로크 자신도 화폐의 도입과 상업의 발전으로 인해 사유소유(possession)의 규모가 커지고, “필요 이상으로 소유”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로크가 말하는 ‘노동을 통한 사유재산 전유’의 개념은 그저 과거 인류의 상황을 서술하는 방식에 불과하거나, 현실적 맥락에서 달성 불가능한 낙관적인 이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실효성에 의문이 생긴다. 따라서 로크의 조건은 초기 자연상태를 설명하는 맥락에서는 의미를 가질 수 있지만, 공유지가 거의 소멸한 현대 사회에서는 규제 장치로서의 실질적 기능을 상실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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