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 과제-08 기말과제 초고 작성하기 007-16 윤지우
제목: 경제발전에 있어 민주주의가 권위주의에 대해 갖는 유리함 - 포용적 제도와 중심으로
서론
경제성장의 동력을 규명하는 기존 논의에 있어, 정치체제가 경제적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오랜 기간 학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권위주의적 경제발전 전략이 거둔 고속성장 성과는 경제학자와 정치학자들에게 새로운 고민거리를 던졌는데, 학자들이 정치체제에 따른 경제발전의 수준을 평가함에 있어 ‘권위주의 체제’와 ‘민주주의 체제’ 중 경제적 발전에 있어 무엇이 더 유용한지를 두고 견해를 달리해왔음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발전국가(Developmental State)론자나 소위 ‘리콴유 가설’을 지지하는 학자들은 개발 초기 단계에서 권위주의 체제의 효율성을 강조한다. 이들은 민주주의가 야기하는 소모적 갈등과 포퓰리즘이 자원 배분을 왜곡할 수 있다고 보며, 강력한 정부의 행정조직이 주도하는 하향식(top-down) 자원 동원과 신속한 의사결정이 경제 성장에 더 유리하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이에 관련하여 List-Jensen(2008)은 한국의 군사독재 시기 경제발전을 예시로 들면서, 권위주의 체제 하에서는 민주주의와 달리 일관된 정책 역량을 갖고 사회적/정치적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로 사회의 자원을 총체적으로 동원하고 거시경제적 발전에 신속하게 활용할 수 있어 효과적인 발전국가 모델을 지속시키는 데 무시할 수 없는 역할을 했다는 사항을 논증한다 (List-Jensen, 2008, pp.21-pp.22). 나아가, 김영진(2010)은 체제전환을 경험한 유라시아 지역의 국가들을 대상으로 1991년-2008년의 경제성장을 분석한 결과 민주주의 발전 정도가 낮을수록 경제발전 수준이 높은, 경제성장과 민주주의의 상충관계가 존재함을 실증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김영진, 2010, p.85).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경제발전에 대해 갖는 유용성을 자원배분과 효율성 면에서만 평가한다는 한계가 있고, 경제성장에 있어 권위주의 체제가 불러일으키는 여러 제약을 간과한다는 비판에 직면한다.
한편, Acemoglu & Robinson(2012)을 위시한 신제도주의 경제학자들은 민주주의 체제가 경제발전에 더 유용하다는 입장을 취한다. 이들은 민주주의 체제는 권위주의 체제와 달리 부패나 잘못된 정책방향 설정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경제성장을 위한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관해 Maravall(1994)은 민주주의 체제의 자유로운 언론과 정치적 야당의 존재로 인해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책 실수로 인해 인기 감소라는 결과를 겪고 그것이 선거로 반영되므로, 그러한 책임성에 의해 기회주의/이기주의적인 행동과 잘못된 경제정책이 억제된다는 논증을 통해 민주주의가 경제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정당화한다 (Maravall, 1994, p.19). 민주주의 체제의 유리함에 관한 제도주의적 접근들은 민주주의가 경제적 발전을 도모하는 여러 메커니즘을을 밝히고 있으나, 개발 독재 하에서 발생한 예외적 성공 사례들에 대한 논리적인 설명이 부재한다면 그러한 메커니즘의 설명력이 저해된다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학술적 논쟁은 경제발전에 대한 정치체제의 역할을 평가하는 기준을 모호하게 하여, 그러한 담론에 관한 판단을 어렵게 한다. 논쟁이 유발하는 핵심적인 딜레마는 다음과 같다. 먼저 민주주의 체제는 경제성장을 위한 여러 제도적 제반조건을 마련해 주지만, 사회 각처의 여러 주체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경제발전 정책 추진을 위한 자원배분이 어렵고 그러한 과정의 지연이 발생하므로 구조적으로 비효율적이다. 반면 권위주의 체제는 기술관료의 일관성 있는 자원의 집중과 빠른 정책집행이 가능하지만, 비민주성과 폐쇄성으로 인해 자가교정이 어렵고 정책목표 실패의 위험이 있다. 이렇듯 각 체제의 특성이 경제발전에 상쇄적으로 기능하는 것으로 보이면서, 정치체제 간 경제발전에의 유용성 식별이 어려워진다. 그리고 이것은 경제성장이라는 목표를 위해 권위주의적 체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민주주의를 얼마나 포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변의 논리적인 근거를 마련하지 못하게 한다.
본고의 핵심 목표는 오늘날 경제발전의 단계가 최종적으로 도달하는 상태는 고도화된 혁신 중심 경제임을 생각할 때, 민주주의 체제가 권위주의 체제보다 경제발전에 구조적, 제도적 측면에서 결정적인 유리함을 가짐을 논증하여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우열 판단 불능의 딜레마를 해소하는 것이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본 에세이는 다음과 같은 논증 전략을 취한다. [1] 첫째, 민주주의 체제가 혁신의 우월성을 혁신 창출 능력을 바탕으로 논증하기 이전에, 경제발전의 핵심 기제로서 단순한 물질적 자원의 투입이나 동원만큼 ‘혁신과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가 중요함을 규명한다. 이를 위해 슘페터(Schumpeter, 1942)의 창조적 파괴와 혁신에 관한 내용을 제공한 뒤, 그러한 혁신이 경제발전에 있어 결정적 요인임을 실증적으로 입증하는 연구를 통해 근거를 강화한다. [2] 둘째, 민주주의 체제가 권위주의 체제에 비해 혁신 친화적인 ‘포용적 제도’를 구축하는 데 우월함을 논증한다. Acemoglu & Robinson(2012)의 이론을 바탕으로, 권위주의 체제가 체제 안정을 위해 혁신을 억제하는 구조적 모순(창조적 파괴에 대한 공포)을 지닌 반면, 민주주의는 다원주의를 통해 진입 장벽을 낮추고 혁신을 촉진함을 보인다. [3] 셋째, 민주주의가 그러한 포용적 제도가 효과적으로 기능하게 하는 인적 자본 형성(Human Capital)과 공공재 공급에 있어 더 효율적임을 논증한다. Acemoglu et al.(2019)과 Maravall(1994)의 실증 연구를 근거로, 민주주의가 사회 저변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여 장기적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고 인적자본을 형성할 수 있음을 제시한다. [4] 넷째, 이러한 논증의 대전제에 관한 예상 반론으로 김영진(2010)과 Arsel, M., Adaman, F., & Saad-Filho, A.(2021) 등의 논의를 빌려, 강력한 국가 개입과 자원 집중만이 이루어낼 수 있는 위기대응력과 이를 통한 성장의 실증적인 성과는 혁신이나 기업가정신과 같은 미래지향적인 요소 이상으로 국가의 경제발전의 결정적인 요소이며 민주주의 비효율성론을 지지하는 증거로 제시될 수 있음을 보인다. [5] 다섯째, 이러한 반론이 권위주의적 성장이 가지는 경제성장 궤적에서의 구조적 한계를 간과하고 있음을 재반박한다. 권위주의는 모방형 성장 단계 이후 필연적으로 수확 체감에 직면하며, 한국이 혁신 기반 경제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은 권위주의 덕분이 아니라 적기에 이루어진 민주화가 포용적 제도로의 전환을 가능케 했기 때문임을 밝힘으로서 반론을 해소한다. [6] 마지막으로, 이상의 논의를 요약하고 종합하여 민주주의가 권위주의 체제보다 경제발전에 유리하다는 결론을 도출하고 그 학술적, 사회적 함의, 한계를 제시한다.
본론
경제발전의 핵심 동력으로서 혁신과 창조적 파괴
오늘날 혁신은 경제발전의 결정적인 요인이다. 민주주의 체제와 권위주의 체제가 경제발전에 대해 가지는 유용성을 논하기 위해서는 경제발전을 견인하는 요소들에 대한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경제발전의 요인에 대해, 고전적 경제성장 이론은 자본과 노동의 투입량 증가가 양적 성장을 이끈다고 보았으나, 수확 체감의 법칙이 작용하는 경우 요소 투입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있고, 실제 경제현상은 그러한 모델로 단순화되기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에 대해 현대 경제학, 특히 진화경제학적 관점에서는 경제발전의 본질로서 정체된 균형을 깨뜨리는 혁신(Innovation)을 제시한다.
조지프 슘페터(Joseph Schumpeter)는 그의 저서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Capitalism, Socialism and Democracy)>에서 자본주의 경제 발전의 원동력을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로 정의하였는데, 창조적 파괴는 새로운 기술, 새로운 상품, 새로운 공급원, 새로운 조직 형태가 기존의 낡은 것을 끊임없이 대체하며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과정을 의미한다 (Schumpeter, 1942, pp.83-85). 슘페터가 경제발전에서 혁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한 논리적 근거는 ‘콘드라티예프 파동’ 개념과 관련하여 확인할 수 있는데, 슘페터는 18세기에서 20세기의 서양 역사에서 시대별로 주요한 혁신들이 50~60년을 주기로 일어나며 이것이 사회경제적 패러다임의 급격한 전환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귀납적으로 드러냈다. 여기에서 나아가, Aghion, P.는 자본 축적 등 양적인 측면에 기반을 둔 신고전파 경제학 모델이 국가의 경제성장 과정의 중요한 측면을 놓치고 있으며, 슘페터의 성장 패러다임과 혁신의 개념이 그러한 성장 모델이 설명하지 못하는 몇 가지 맹점들, 특히 중진국 함정, 장기 침체, 불평등, 기업 역학 등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Aghion, 2018, p.709). 이것은 논증하기 위해 Aghion은 각각의 사례에 관해 혁신의 여부에 따라 경로가 달라지는 개별 사례들을 중심으로 귀납적인 추론을 수행하여, 경제발전의 핵심 요인으로서 혁신의 역할을 강조한다.
이때 중요한 점은,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는 본질적으로 ‘파괴’를 수반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의 도입은 필연적으로 구기술에 의존하던 기존 산업과 기득권의 경제적 지대를 소멸시킨다. 따라서 경제발전은 혁신 패러다임과 관련된 과학기술적인 문제인 동시에, 이러한 파괴적 혁신을 사회가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는가 하는 정치사회적 문제로 귀결된다. 혁신이 없다면 경제는 정체되고 쇠퇴한다. 따라서 어떤 정치체제가 이 ‘파괴적인 혁신’을 제도적으로 허용하고 장려할 수 있는지가 체제 간 경제 성과를 가르는 핵심 기준이 된다.
포용적 제도를 통한 민주주의의 혁신 창출
민주주의는 포용적 제도를 형성함으로써 혁신을 창출한다. 혁신이 경제발전의 핵심이라면, 혁신이 수반하는 창조적 파괴의 현격한 충격이 용납되어야 한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그러한 창조적 파괴를 수용할 수 있는 포용적 제도를 형성한다. 이에 대해 대런 아세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슨(Acemoglu & Robinson, 2012)는 국가의 성패가 지리적 조건이나 문화가 아닌 ‘제도(Institution)’에 달려 있다고 주장하며, 제도를 ‘포용적(inclusive)’ 제도와 ‘착취적(extractive)’ 제도로 구분한다(Robinson, J. A., & Acemoglu, D., 2018, Ch. 3). 이때 포용적 경제 제도는 사유재산권을 보장하고,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마련하며, 기술과 자본을 가진 누구나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하는 등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촉진한다 (Robinson, J. A., Acemoglu, D., 2018, Ch.3). 이는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가 일어날 수 있는 토양과 같다. 반면, 착취적 경제 제도는 소수 엘리트가 자원을 독점하고 대다수 대중으로부터 부를 추출하는 구조로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 정치체제의 차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아세모글루와 로빈슨에 따르면, 권위주의 체제의 착취적 경제 제도는 구조적으로 ‘창조적 파괴를 두려워’하는데, 새로운 기술과 경제적 변화는 필연적으로 부의 재분배를 초래하고, 이는 기존 엘리트의 정치적 권력 기반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Acemoglu & Robinson, 2012, Ch.3). 역사적으로 보아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나 러시아의 차르 체제가 철도 건설과 산업화를 고의로 지연시킨 사례는, 독재 권력이 자신의 통제력을 유지하기 위해 경제적 혁신을 희생시킨 전형적인 예이다. 이러한 착취적 제도를 가진 국가들은 경제 성장보다 체제 안정을 우선시하며, 이는 혁신의 싹을 자르는 결과를 낳는다. 반면, 민주주의는 다원주의(pluralism)를 기반으로 권력이 분산된 체제이며, 이러한 포용적 제도에서는 특정 기득권 세력이 혁신을 통해 등장하는 새로운 경쟁자를 정치적 힘으로 억누르기가 훨씬 어렵다. 결국 민주주의는 기득권의 저항을 뚫고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촉진하며, ‘내연적 혁신’을 제도적으로 보장한다. 이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민주주의가 권위주의에 비해 경제발전에 유리한 첫 번째, 그리고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포용적 제도를 위한 인적 자본과 공공재의 공급을 통한 민주주의의 혁신 창출
민주주의는 인적 자본과 공공재를 효율적으로 투입함으로써 포용적 제도가 잘 일어날 수 있게 하며 혁신 창출에 기여한다. 혁신은 노하우가 축적된 숙련 노동력, 또는 과학기술 개발을 선도하는 지식계층, 진취적인 리더십을 가진 기업가와 같은 즉 인적 자본(Human Capital)에 의해 일어난다. 또한 현대 지식 기반 경제에서 인구의 교육 수준과 건강은 인적자본의 수준과 직결된다. 민주주의 체제는 권위주의 체제에 비해 대중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는 교육과 보건 등 공공재에 대한 투자 확대로 이어진다.
아세모글루, 나이두, 레스트레포, 로빈슨(Acemoglu et al., 2019)의 광범위한 패널 데이터 분석은 “민주주의가 성장을 유발한다(Democracy Does Cause Growth)”는 명제를 실증적으로 증명했다. 그들의 연구에 따르면, 한 국가가 민주화될 경우 향후 25년 동안 1인당 GDP는 비민주주의 국가에 비해 약 20% 더 증가한다(Acemoglu et al., 2019, p.48). 이때 이러한 성장 효과의 주요 경로 중 하나는 바로 ‘교육에 대한 투자’와 ‘보건 수준의 향상’으로, 민주주의는 이러한 요소들을 효과적으로 증진할 수 있다 (Acemoglu et al., 2019, p.51).
호세 마리아 마라발(Maravall, 1994) 역시 “권위주의가 효율적”이라는 통념을 ‘신화(myth)’라고 일축하며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국가들의 사례를 분석함으로써, 권위주의 정권이 민주주의 정권보다 투자를 더 많이 한다는 필연적인 인과적 상관관계는 없으며, 오히려 공공 부문의 효율성이 민주주의 하에서 더 높게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Maravall, 1994, p.10). 이처럼 독재 정권은 정권 유지를 위한 군비 지출이나 엘리트층에 대한 배분적 지출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민주주의는 불평등을 완화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함으로써 인적 자본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민주주의는 권위주의와 달리 공공자원을 교육이나 보건 서비스와 같이 인적자원 수준 향상에 효율적으로 배분하므로 포용적 제도와 혁신 창출을 위한 토대를 효과적으로 마련할 수 있으며, 이것은 권위주의에 대해 갖는 결정적 이점인 ‘포용적 제도’의 존재를 강화할 수 있는 차별적 메커니즘이다.
예상반론 : 발전국가 모델의 대응능력과 자원동원 효율성
그러나 이러한 민주주의 우위론에 대해 강력한 반론을 제기하는 역사적 사례들이 존재한다.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의 ‘발전국가(Developmental State)’ 모델은 오늘날까지도 유의미한 학술적 함의를 제공한다. 이들은 민주주의가 확립되지 않은 권위주의 체제 하에서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고속 성장을 이룩했고, 이 과정에서 권위주의 정부의 행동이 경제발전에 혁신과 표용적 제도만큼 중요한 역할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다.
리스트-옌센(List-Jensen, 2008)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박정희 정권은 국가가 금융 시스템을 완전히 장악하고, 전략 산업을 선정하여 재벌 기업에 자원을 집중시키는 ‘규율된 자본주의(disciplined capitalism)’를 실행했다(List-Jensen, 2008, p. 13). 이 과정에서 국가는 기업의 성과를 엄격히 모니터링하고, 성과가 좋은 기업에 파격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고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특히 Arsel, M., Adaman, F., & Saad-Filho, A.(2021)의 연구는 이러한 주장에 신빙성을 더하는데,, 민주적 신자유주의 이후 민주주의 정권이 분절된 이해관계 속에서 경제적 위기에 미흡히 대응하는 것과 달리, 신자유주의 이후 각국(터키, 인도, 브라질 등) 정치가들이 그러한 권위주의적 통치 체제와 국가주도형 성장 담론을 통해 위기를 관리하고 경제적 성장을 이끌어낸 사례들을 제시하며 이를 귀납적으로 논증한다(Arsel, M., Adaman, F., & Saad-Filho, A., 2021).
발전국가론자들이 사례연구를 통해 제시할 수 있는 반론의 핵심은 이것이다: “민주주의는 의사결정 과정이 느리고, 이익집단 간의 갈등으로 인해 혁신을 위해 필요한 개혁이 지연될 수 있다. 반면, 유능한 권위주의 정부(benevolent dictatorship)는 장기적인 국가 발전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집행할 수 있으므로, 혁신의 여부만이 유일하게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말하기는 정당성 확보와 필연성 측면에서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재반박 : 권위주의적 성장의 궤적적 한계
자원을 신속하게 배분하는 발전국가 모델의 특징이 혁신보다 자원의 효율적인 재분배가 경제발전에 더 중요한 요인임을 필연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권위주의는 특정 단계에서의 ‘추격’에는 유효하지만, 궁극적으로 경제가 성숙해지는 궤적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혁신은 여전히 경제발전의 장기적이고 결정적인 요인이다. 이는 한국의 발전국가 모델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의 발전국가 모델은 1980년대 후반에 이르러 관치금융의 비효율성, 정경유착, 중복 투자 등의 부작용을 드러내기 시작했다(List-Jensen, 2008, p. 24). 기술 프런티어에 도달한 경제는 더 이상 모방할 대상이 없으며, 스스로 혁신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때부터는 상명하복식 권위주의 리더십이 오히려 기업의 창의성을 저해하는 족쇄가 된다. 무엇보다 한국의 성공은 권위주의가 아니라 ‘적기의 민주화’ 덕분이었다. 리스트-옌센(2008)의 분석에서 언급된 것처럼, 한국 경제가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정보통신(IT)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정치적 투명성이 높아지고, 재벌 개혁과 시장 자유화가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권위주의 체제는 ‘따라잡기’ 단계에서 일시적인 효율성을 보일 수 있으나, 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진정한 경제 발전, 즉 혁신 주도형 성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권위주의적 껍질을 깨고 민주주의라는 포용적 제도로 이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결론
본 에세이는 경제발전에 있어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체제가 갖는 구조적 유불리에 관해 논증하였다. 먼저 창조적 파괴와 혁신이 경제발전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요소임을 밝히고, 민주주의 체제가 그러한 혁신이 촉진될 수 있는 포용적 제도를 조성하며, 그러한 포용적 제도를 조성하기 위한 인적 자본을 형성함에 있어 권위주의 체제보다 우월하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경제발전에 있어 권위주의 체제보다 궁극적으로 유리함을 보였다.
이러한 결론은 현대 사회, 특히 개발도상국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민주주의를 잠시 유보해야 한다”는 유혹은 여전히 강력하다. 그러나 아세모글루와 로빈슨이 경고했듯, 정치적 자유 없는 경제 성장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중국의 최근 성장 둔화와 통제 강화가 보여주듯, 포용적 정치 제도 없이는 경제 제도의 포용성도 유지될 수 없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경제 성장의 부산물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번영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인프라로 이해되어야 한다.
물론 민주주의 도입 그 자체가 경제 성장을 자동적으로 보장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민주주의가 제 기능을 하려면 법치주의의 확립과 국가 역량(State Capacity)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점은 향후 연구에서 더 깊이 다루어져야 할 과제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21세기의 복잡하고 혁신 지향적인 경제 환경에서 권위주의가 민주주의보다 우월하다는 주장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낡은 신화라는 사실이다.
참고문헌
국내문헌
김영진. (2010). 유라시아 국가의 권위주의와 경제발전. 국제지역연구, 14(2), 55-90. 10.18327/jias.2010.07.14.2.55
외국 문헌
Arsel, M., Adaman, F., & Saad-Filho, A. (2021). Authoritarian developmentalism: The latest stage of neoliberalism? Geoforum.
Aghion, P. (2018). Innovation and growth from a Schumpeterian perspective. Revue d’économie politique, 128(5), 693-711.
Acemoglu, D., & Robinson, J. A. (2012). Why nations fail: The origins of power, prosperity, and poverty. Crown Business.
Schumpeter, J. A. (1942). Capitalism, socialism and democracy. routledge.
List-Jensen, A. S. (2008). Economic Development and Authoritarianism: A Case Study on the Korean Developmental State. Department of History, International and Social Studies, Aalborg University.
Maravall, J.M. (1994). The Myth of the Authoritarian Advantage. Journal of Democracy 5(4), 1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