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 과제-08 기말과제 초고 작성하기 007-05 박윤형
제목: 경제보복의 질서재편적 성격
서론
최근, 국제정치 학계와 국제법 학계에서는 기존의 경제제재와 성격이 다른 일방적 경제제재, 다른 말로 경제보복이 정당성과 합법성의 시각에서 분석되고 있다. 이는 경제보복을 다루는 학계 논쟁의 방향성이 경제보복이 지니는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와 경제보복의 정당화 조건이 무엇인지를 중심으로 설정되었음을 의미한다. 경제보복이 지니는 성격의 규정과 관련해서는 retorsion, countermeasures, coercion의 단계적 정의에 따라서 설명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retorsion은 국제법상으로 허용되는 경제적 범위의 불친절한 행위를 의미하고, countermeasure는 국제법상으로 허용되지 않지만 위법행위에 대한 대응의 측면에서 한시적으로 허용되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에 반해 coercion은 국제법상으로 허용되지 않으며 강제적인 수단을 통해서 경제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로 규정되며, 합법성 내지 정당성의 차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는 학자들 사이에서 허용될 수 없는 행위로 규정된다. 일반적으로 이 단계적 정의에서 retorsion과 countermeasures의 경계에서 그 허용 범위를 검토하는 것이 학계의 주요 과제로 자리잡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논문들이 경제보복을 기존 국제질서의 준수 차원에서 이해하며, 경제보복이 지니는 구조적 위험성과 이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조건의 논증을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 경제보복의 성격에 대한 단일한 접근이 아니라는 점은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경제보복의 성격에 대한 입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고 할 수 있다. 경제보복이 기존 국제 질서의 규범적 집행 수단인지, 아니면 국제질서의 근본적 변동과 재편의 도구인지에 대한 의견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전자는 경제보복을 기존 국제질서, 특히 UN 헌장과 다자주의 체제를 기반으로 한 국제 규범의 집행 수단으로 본다. 이들은 경제보복이 국제법과 국제사회가 설정한 틀 내에서 정당성과 합법성을 유지해야 하며, 질서의 안정 유지에 초점을 맞춘다. 대표적으로 Devika Hovell(2019)은 자율 제재가 UN 안보리 제재와 대조되는 법적 근거 불안정을 지적하면서도, retorsion과 countermeasures의 틀 내에서 경제보복의 합법성 범위 논의를 강조한다. Alexandra Hofer(2019)도 일방적 제재가 정당성, 비례성 원칙에 부합할 때 국제질서 유지에 기여한다고 본다. 이들은 질서 유지의 도구임을 전제로 삼고 있다. 한편 후자는 경제보복을 단순한 규범 집행을 넘어서 국제질서 바탕 자체를 재구성하는 행위로 본다. J. Benton Heath(2025)는 경제제재를 법적 질서 구성(legal ordering) 행위로 파악하며,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자율 제재가 기존 다자체제를 넘어 새로운 규범과 권한 배분을 만드는 메커니즘임을 강조한다. Henry Farrell & Abraham L. Newman(2019)은 ‘weaponized interdependence’ 이론을 통해, 경제 네트워크 구조를 이용한 강압적 경제보복이 기존 형식적 평등과 다자주의를 약화시키고 소수 국가 중심의 새로운 권력 질서를 형성한다고 분석한다.
본고의 핵심 목표는 경제보복이 국제질서의 규범과 구조를 재편하는 매커니즘임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경제보복의 결과에 주목하는 구조주의적 관점을 도입하여, 경제보복이 질서 재편적 성격을 지닌다는 필요조건 3가지를 검토한다. [1] 첫째로 경제보복이 기존 질서의 혼란 상황에서 각국에서 채택되는 실효성을 가짐을 보인다. 기존 다자 규범(WTO 등)의 절차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경제보복은 신속한 압박 효과와 구체적 이익 추구를 가능하게 하여 지속적으로 선택된다. 이러한 실효성은 경제보복이 단순한 상징적 조치가 아니라 국가 전략 목표를 달성하는 실용적 도구임을 보여준다. [2] 다음으로 경제보복이 기존 질서와 구별되는 새로운 규범 형성을 유발한다는 점을 보인다. 경제보복은 ‘경제강압 수단의 국가 독점’이라는 새로운 법적 원칙을 창출하며, 국가들이 자율적으로 새로운 법적·정치적 규칙을 만들어 가는 과정의 일부임을 논증한다. [3] 이제 경제보복으로 형성된 새로운 규범이 지속적인 효과를 가지며, 이를 통해 국제질서의 규범과 구조가 재편됨을 논증한다. 단기적 실효성을 목적으로 한 경제보복이 장기적으로 네트워크 재편과 권한 배분의 새로운 구조를 안정화시키며, 경제 수단을 통한 강압이 결국 일정 수준의 합의에 이르며 질서를 공고히 한다는 점에서 그 지속성을 입증한다. [4] 한편 경제보복의 실효성에 대한 예상 반론으로 기존 질서에 반하는 경제보복이 국가의 국제적 신용을 붕괴시켜 실재하는 효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이러한 주장은 일방적 제재가 국제법 규범 위반으로 국가 신뢰성을 훼손하며 다자 협력에서 배제될 위험을 강조한다. [5] 그러나 국가들이 반복적으로 경제보복을 선택하는 현실은 이 반론을 해소한다. 첫째, 다자 규범의 절차적 지연과 비실효성에도 불구하고 경제보복은 신속한 압박과 구체적 전략 이익을 제공하여 국가들의 우선순위를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둘째, 경제보복 선택국들은 잠재적 신용 손실보다 실효적 성과(상대 압박, 네트워크 장악 등)를 우선하며, 국제사회도 결과 중심으로 이를 수용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경제보복이 기존 규범 한계를 넘어 새로운 질서 형성 과정에서 국가 선택의 동기를 입증한다. [6] 이러한 논증 구조를 바탕으로 경제보복이 국제질서의 규범과 구조를 재편하는 매커니즘이라는 결론을 도출하고 그 함의를 살펴본다.
본론
경제보복의 실효성
다자 규범의 구조적 한계
각국이 경제보복을 선택하는 중요한 요인은 기존의 다자 규범이 지니는 비효율성이다. 다자 규범은 절차의 한계와 실질적 한계로 각국의 전략적 목표를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없게 한다. Chad P. Bown(2016)에 따르면, WTO 등의 다자 규범은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커질수록 규범 준수의 강제력이 약화되며, 경제적 상호의존성으로 인한 경제 수단의 무기화는 각국이 다자 규범에 의한 규제를 선택할 유인을 감소시킨다고 분석한다. 특히 패권 경쟁의 맥락에서 국가 간 협력과 상호 이익의 유인을 통한 규제가 핵심인 다자 규범의 규범력은 각국의 보호주의가 강화될 수록 신뢰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한다. 따라서 지정학적 불안정성과 보호무역주의가 주요 어젠다로 떠오르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더 이상 각국이 다자 규범을 근거로 한 규제가 효과를 지닐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경제 수단의 무기화와 지정학적 불안정 속에서 다자 규범의 규범력이 약화되어 국가 전략 도구로서 한계를 드러내며, 경제보복의 실효적 선택을 정당화한다.
경제보복의 비교 우위
다자 규범의 약화로 다른 경제적 수단을 통한 규범력 확보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지만, 그 수단이 경제보복이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논증할 필요가 있다. coercion의 일종인 경제보복을 논하기 이전에 countermeasure을 통해 규범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하지만 countermeasure는 엄격한 절차적 요건과 제한을 갖고 있어서, 특히 제3국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그 효력이 상당히 감소한다. 제3국이 countermeasures에 동참하지 않으면 위력 및 압박 효과가 약화되어 상대국에 미치는 제재 수단으로서의 실효성이 현저히 저하된다. 또한 countermeasures는 비례성, 일시성, 목적 제한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하므로 그 범위와 강도가 제한적이다. 이러한 한계는 여전히 다자적인 협력을 전제로 한 국제질서가 제대로 작동하는 경우에만 countermeasures가 충분히 작동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현대 글로벌 경제 네트워크는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주요 경제·금융 인프라가 몇몇 강대국에 의해 통제되는 상황에서 예외적 조치로서 승인이 필요한 countermeasure는 제3국의 비참여로 인해 구조적으로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금융 결제망, 무역 네트워크 등을 통제하는 국가들의 동조 없이는 countermeasures가 사실상 무력화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난다. 이런 맥락에서 제3국 참여 의무성의 부재는 countermeasures의 현실적 한계이며, 국가들은 이를 보완하고자 보다 즉각적이고 실효적인 경제보복 수단으로 관심을 돌리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countermeasures는 전통적 규범 집행 도구로서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냄과 동시에, 경제보복의 선택 이유와 관련되는 중요한 제한 조건으로 작용한다.
이에 반해, 경제보복은 다자 규범의 절차적 제약을 극복하며 즉각적으로 상대국의 경제적 취약성를 공략할 수 있는 신속성, 그리고 글로벌 경제 네트워크의 비대칭성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위를 가진다. Henry Farrell & Abraham L. Newman(2019)은 미국이 글로벌 금융 허브를 장악하여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경제보복 수단으로 삼는 과정을 상세히 분석하였다. 이들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특정 국가가 차지하는 지배적 위치를 이용하여 상대국의 외교 정책과 경제적 선택을 제약하는 새로운 현실주의적 국제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네트워크 비대칭은 전통적인 다자 규범이 효력을 잃는 와중에도 경제보복이 선택받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Elena Chachko(2025)는 미-중 경제 갈등 상황에서 관세와 경제조치가 단순한 제재를 넘어 무역 균형의 회복을 위한 수단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새로운 경제적 유인이 도입되어 공급망 내 주요 국가들의 참여를 촉진하며, 기존 WTO와 같은 다자 기구의 규범적 한계를 실제적인 정치·경제적 압박으로 넘어선다. 이에 따라 경제보복은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압박 수단으로써 국가 간 경쟁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경제보복을 통한 새로운 규범 형성
새로운 법적 원칙의 생성
경제보복을 통해 새로운 규범이 형성되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제보복이 새로운 법적 원칙을 창출한다는 논증이 우선해야할 필요가 있다. J. Benton Heath(2025)는 기존 제재와 달리 경제보복은 국가들이 경제전쟁 수단을 독점하는 새로운 법적 원칙을 만들어낸다는 점을 짚어낸다. 경제보복은 기존 국제법 틀 내에서 파악되지 않는 insurgent legal ordering(반란적 법질서 구성)의 한 사례로, 경제보복은 법질서 재편의 동인이 되었다고 보았다. 새로 생성된 법적 원칙은 경제적 강압 수단을 누가 통제하며, 이에 따른 권한이 어떻게 배분되는지를 새롭게 규정한다. 다시 말해, 경제보복은 단순한 규제나 처벌의 틀을 넘어서, 특정 국가나 집단이 경제적 강압 도구를 독점하고 이를 국제 정치 무대에서 활용하는 권력 구조를 형성한다. 이러한 구조 변화는 다자주의와 기존 법적 규범의 형식을 부수거나 뛰어넘으며, 결과적으로 국제사회에서 새로운 규범적 기대와 실천 양식을 만들어낸다.
Heath는 이러한 법적 원칙 생성이 단발성이 아니며, 역사적 반복적 사건을 통해 진화함을 강조한다. 경제보복은 국가 간 권력 투쟁의 구심점이 되며, 관련 국가와 국제사회는 이 새로운 법적 질서 내에서 자신의 역할과 권리를 재조정한다. 따라서 경제보복은 기존 틀의 준수를 넘어서 국제질서의 규범과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핵심 메커니즘으로 기능한다.
규범 형성의 경향
단기적 성과를 목표로 시작된 경제보복이 질서 재편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공급망 다변화와 지정학적 재설정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일례로 미국의 반도체 제재는 원래 중국 기술 확산 방지를 통해 중국에 경제적 타격을 입히기 위한 즉각적 조치였으나, 결과적으로 한국·일본·대만의 참여를 유발하며 “경제안보 중심 공급망 재설정”이라는 새로운 규범을 형성했다. 이 규범에 따라 국가들은 단기 경제 손실을 감수하고 미국 동맹 편입을 선택,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지정학적으로 재편되었다.
Farrell & Newman(2019)는 SWIFT 배제 같은 단기 전술은 중국 금융 압박을 목적으로 했으나, 제3국들이 미국 네트워크 참여 또는 중국 CIPS 대안망 선택을 강요받으며 “네트워크 동맹국 우선 협력” 규범이 자리 잡았다는 점을 제시했다. 유럽 기업들은 러시아 제재 동참으로 SWIFT 의존성을 재확인하고, BRICs 국가들은 대안 결제망 개발에 나서 지정학 블록화가 가속화되었다.
Chachko(2025)는 IPEF를 통해 이 과정을 분석한다. 미중 관세 보복은 초기 무역 균형 회복을 노렸으나, 인도·베트남 등 제3국 참여로 “지정학 리스크 회피 공급망” 규범이 생겼다. 국가들은 단기 비용에도 불구하고 IPEF 가입으로 미국 중심 체계에 편입, 중국 의존 탈피를 선택하며 아시아 경제 질서가 재설정되었다.
이러한 단기 조치가 규범으로 전환되는 매커니즘은 국가 행동의 동기를 변화시킨다. 결과적으로 경제보복은 의도치 않게 안보 중심 경제 협력을 새로운 국제 규범으로 정착시켜 질서 재편을 촉진한다.
경제보복의 지속적 효과
규범 형성을 넘어 국제 질서로 장기적 영향 형성
단기적 순응이 장기 규범으로 안착하는 과정이 논증되었지만, 이것이 국제 사회에서 질서에 대한 암묵적인 합의로 이어져야 경제보복의 지속성을 입증할 수 있다. 경제보복과 같은 적대 행위는 초기에는 갈등을 유발하나, 국가들의 전략적 적응을 통해 새로운 현실이 ‘규범적 기준치(normative baseline)’으로 정착한다는 점을 제시해야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러시아 제재는 2022년 SWIFT 배제에서 시작되어 단기 금융 고립을 노렸으나, 3년 후 G7의 LNG 공급망 재편과 BRICs+ CIPS 확장이 ‘이중 금융 블록화’ 규범으로 합의되었다. 유럽은 에너지 다변화 수용, 인도는 루피-루블 무역 정착으로 제재를 넘어선 새로운 무역 규칙을 실천하며 국제사회가 이를 기본 구조로 인정했다. 이란 제재 역시 2018년 석유 금지에서 출발했으나, 중국·인도의 지속 구매와 아시아 정유소 재편으로 “에너지 안보 우선 무역” 규범이 장기화되었다. UN 안보리 합의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국가들이 제재 무시를 선택,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재구성되며 초기 보복이 합의된 질서로 승인되었다. 이 과정은 강압적 적응 유도가 규범의 합의화로 이어지는 매커니즘으로 설명한다. 경제 조치가 지속되는 경우 국제사회가 새로운 현실 수용으로 규범 전환을 보인다고 분석할 수 있으며, 갈등이 블록화된 질서로 안정화됨을 보여준다. 경제보복은 따라서 적대 행위가 합의로 승인되는 지속적 메커니즘으로 국제질서 재편을 완성한다.
국가 신용과 소프트파워 측면에서의 반론과 재반박
예상반론
경제보복의 실효성과 지속성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반론은 보복 행위가 행사국의 국제적 신뢰도와 소프트 파워를 훼손하여 궁극적 고립을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Hofer는 일방적 제재가 국제법상 개입 금지 원칙을 위반하며, 개발도상국 중심으로 불법적 개입으로 규정되어 규범 위반국 낙인을 초래한다고 비판한다. 일본의 2019년 한국 수출통제는 국내 정치 지지 확보를 노렸으나 국제사회에서 규범 위반으로 한국 WTO 제소와 글로벌 여론 악화를 초래했다. 미국 이란 제재도 달러 패권 약화 우려를 낳았으며, Hofer는 이러한 제재가 “형식적 평등”을 훼손하여 행사국의 장기적 동맹 이탈과 경제 고립을 초래한다고 분석한다. 반론은 경제보복이 단기 성과를 넘어 국제 신뢰 자본을 소모하며 자가당착으로 작동한다고 결론짓는다.
재반박
이러한 측면의 반론은 경제적 측면에서 경제보복 행위가 지니는 비합리성과 국제 규범의 훼손으로 인한 외교적 실패 등을 다룬다는 점에서 일리가 있다. 하지만 경제보복이 비합리적 행위라고 해서 각국이 경제보복 행위를 선택하지 않는다고 전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가들이 단기적 성과를 추구하는 비합리적 경제 행위가 의도치 않게 장기적 질서 재편으로 이어지는 현실이 신뢰도 손실 반론을 실증적으로 해소한다.
첫째, 단기 정치적 압박 우선 선택이 반복되며 국제 신뢰 단기 손실을 무릅쓴다. 일본 한국 제재는 국내 보수 지지 확보를 위한 즉각적 정치 성과를 노렸으나, 결과적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일본 우위를 강화하고 한국의 미국 편입(Chip4)을 유발했다. Hofer의 낙인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공급망 리더십을 장악하며 새로운 경제 질서의 헤게몬으로 부상했다.
둘째, 개발도상국 중심으로 규범 위반국으로 낙인 찍히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소프트 파워의 훼손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라기보다 , 하드 파워에 의존적인 국제 질서 속에서 경제보복 행위에 대한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고 해석해야 한다. 즉, 경제보복 행위자들이 국제적 신뢰를 일부 잃을 수 있으나, 경제보복은 경제·군사적 영향력과 네트워크 통제 능력에 의해 지탱되고 지속 가능하다는 점이다. 하드 파워가 중요한 이유는, 국제사회에서의 제재 효력과 협력 강제력은 법적 정당성이나 이미지보다 현실적 권력 구조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실시된 경제보복이 의도한 대로 상대를 통제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배경에는 경제적, 군사적 힘의 우위가 기반되어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달러 결제망과 금융 네트워크 통제력은, 설사 그 행위가 규범 논란에 휩싸여도 타국들이 이를 무시하기 어렵도록 만든다. 소프트 파워 약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경제보복 행사국은 하드 파워를 바탕으로 새로운 규범을 현실 세계에 정착시키고, 새로운 국제질서 재편 과정에서 헤게모니의 위치를 공고히 한다. 이는 단순한 경제제재 효과를 넘어 경제 네트워크를 통한 권력 재분배 및 국제질서 구조의 변화를 의미한다. 따라서 경제보복 행위가 국제법 규범 위반이라는 소프트 파워 측면에서의 손실 위험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영향력 행사라는 현실 정치 역학에 의해 정당화되고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언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셋째, 비합리적 단기 선택의 구조적 필연성이다. 국가들은 국내 정치 압박과 즉각적 압박 효과를 우선하나, 글로벌 네트워크 복잡성으로 인해 보복이 공급망·네트워크 재편을 강제한다. 일례로 트럼프의 관세 보복 정책은 재선 이후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한 단기적 전략이었으나, 장기적으로 국제적 합의와 협상을 통해 산업 측면에서의 경제안보 증진과 동맹 구조 재편을 가져왔다. 국제사회는 이러한 현실을 수용하며 보복 행사국을 새로운 질서의 리더로 인정한다.
따라서 경제보복은 Hofer의 신뢰 손실 우려에도 불구하고, Chachko/Newman의 분석처럼 비합리적 단기 선택이 의도치 않게 질서 재편으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으로 기능하며, 기존 규범 한계를 넘어 국제질서 재편의 핵심 동력임을 입증한다.
결론
본고는 경제보복이 국제질서의 규범과 구조를 재편하는 매커니즘임을 구조주의적 관점에서 입증하였다. 전제에서는 다자 규범의 절차 지연과 비실효성(Chad P. Bown, 2016)이 경제보복의 실효적 선택을 정당화하며, countermeasure의 제3국 비참여 한계가 보복의 비교 우위를 부각시켰다. 전제에서는 Heath(2025)의 insurgent legal ordering 분석을 통해 경제보복이 ‘경제강압 수단의 국가 독점’ 원칙을 창출하고, Farrell&Newman(2019), Chachko(2025)의 weaponized interdependence와 friend-shoring 사례가 새로운 규범 형성 경향을 보여주었다. 전제에서는 단기 순응이 국제 합의로 안착하는 과정(러시아 제재의 금융 블록화, 이란 제재의 에너지 규범 전환)을 통해 지속성을 논증하였다.
반론에서 Hofer(2019)의 신뢰도 손실 주장를 검토하였으나, 재반박에서 비합리적 단기 선택이 하드 파워에 의해 지탱되어 의도치 않게 장기 질서 재편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논증하였다. 경제보복 행사국은 소프트 파워 훼손에도 경제·군사적 영향력으로 새로운 규범을 현실화하며 헤게몬 위치를 공고히 한다.
이러한 논증은 경제보복을 기존 질서 유지 도구(Hovell, Hofer)에서 재편 메커니즘(Heath, Farrell&Newman)으로 재정의하며, 정당성 논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기존 합법성(retorsion-countermeasure 틀) 중심에서 벗어나, 실효성·규범 창출·지속성의 구조적 필요조건으로 정당성을 재고할 수 있다. 특히 하드 파워 중심 현실 정치에서 경제보복의 정당성은 결과 중심 합의로 평가되어야 한다. 특히 경제보복 정당성의 실증적 기준 개발이 추후 연구의 핵심 과제이다. 기존 합법성(retorsion-countermeasure 틀) 중심에서 벗어나, (1) 실효성, (2) 규범 창출력, (3) 지속성, (4) 합의 수렴 등 정량적 지표를 개발해서 경제보복 연구의 새로운 방향성을 설정할 필요성이 있다. 이러한 실증적 기준은 경제보복의 정당성을 결과 중심으로 재평가하며, 개발도상국 관점에서의 차별적 적용 가능성을 검증해야 한다. 하드 파워 중심 현실 정치에서 경제보복 정당성은 합의된 결과로 판정되므로, 정량 모델링이 필수적이다. 본고 주장처럼 경제보복이 질서 재편 동력이라면, 정당성 기준은 실효성과 구조 변화를 중점화해야 하며, 이는 방법론적 재고를 요구한다. 본고는 경제보복을 질서 재편 동력으로 규정함으로써 국제법·국제정치학의 융합 연구를 촉진할 것이다.
참고문헌
Bown, Chad P. “Is the WTO Passé?” Journal of Economic Literature 54, no. 4 (2016): 1125–1171.
Chachko, Elena. “Building Norms of Economic Coercion.” Journal of International Economic Law 28, no. 3 (2025): 542–567.
Farrell, Henry, and Abraham L. Newman. “Weaponized Interdependence: How Global Economic Networks Shape State Coercion.” International Security 44, no. 1 (2019): 42–79.
Heath, J. Benton. “Economic Sanctions as Legal Ordering.” Michigan Journal of International Law 46, no. 2 (2025): 199–260.
Hofer, Alexandra. “The Developed/Developing Divide on Unilateral Coercive Measures.” Chinese Journal of International Law 18, no. 2 (2019): 449–470.
Hovell, Devika. “The Authority of Collective Sanctions.” International & Comparative Law Quarterly 68, no. 4 (2019): 799–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