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 과제-08 기말과제 초고 작성하기 007-11 윤세현
제목: 억지 수단으로서 경제조치 논의: 공격적 revisionist 국가에 대한 억지를 중심으로
서론
국제 정치 질서는 흔히 무정부(anarchy)로 규정되며, 이런 구조 속에서 국가는 자조 행위(self-help)에 의존하여 안보를 확보하게 된다. 그러나 학계에서 Herz(1950), Jervis(1978) 등이 지적해왔듯이, 자조적 안보 추구 행위는 역설적으로 상대국의 불신과 위협 인식을 증폭시켜 안보딜레마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특히 상대방이 방어적 행위자의 의도를 오판하거나, 양측 모두 안전을 추구함에도 불구하고 행동이 공격적으로 비춰지는 경우, 군비 증강과 대응적 강화가 악순환하는 spiral이 발생한다. 이러한 spiral model은 오해와 불신이 갈등의 주요 원인이라 간주하며, 신뢰 구축 또는 유화 조치를 통해 국가 간 긴장을 완화하도록 도모해야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와 달리 일련의 연구는 spiral model이 모든 상황에 적용될 수 없음을 지적한다. 특히 상대가 수정주의적(revisionist) 동기를 지닌 행위자일 경우, 유화 정책은 공격의 기대이익을 오히려 증가시키거나 상대의 요구를 더욱 자극하는 전략적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이 Snyder 등에 의해 제기되어 왔다. 공격적 revisionist 국가는 현상 변경을 추구하며, 이득과 비용을 비교하여 공격 여부를 결정하는 합리적 행위자로 가정될 수 있다. 이러한 행위자에게 유화 조치는 공격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신호로 해석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안보를 추구하기 위한 자조 행위 전략에 대해 spiral medel과 deterrence model에 따라 상이한 전략이 주장된다. 이러한 논쟁은 주로 군사력과 군사적 위협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으며, 경제 제재, 금융 제약, 기술 통제와 같은 경제 조치에도 동일한 논리가 적용될 수 있는지는 최근에 들어서야 학계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기존 경제 제재 연구의 상당 부분은 경제 제재가 목표국 정책 변화에 미치는 효과성에만 초점을 두었으며, 경제 조치가 억지로 기능하는지 여부나 경제 조치가 군사적 억지의 역할을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지는 상대적으로 간과되어 온 측면이 있다. 따라서 본고의 핵심 목표는 “공격적 적대 국가에 대한 경제 조치는 억지를 뒷받침할 수 있다”는 것을 밝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경제 조치가 억지로서 성공하기 위한 필요 조건 2가지를 만족하는지 여부를 검토한다. 이를 논증하기 위한 본론의 서술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공격적 revisionist 국가에 대한 억지가 성공하기 위해 억지의 능력(capability)과 신뢰성(credibility)이 핵심적인 필요 조건임을 논증한다. 상대에게 실질적 비용을 부과할 능력(capability)와 그 능력을 실제로 사용할 것이라는 신뢰성(credibility)가 없다면 억지는 공허해진다. [2] 다음으로 경제 조치는 억지의 능력을 지닌 비군사적 억지 수단임을 논증한다. 합리적 억지 모델에서 공격자의 기대효용은 공격 성공 가능성과 공격 비용, 추가적 처벌 비용을 고려한 함수로 나타내지며, 경제 조치는 이 중 상대국에게 추가 비용을 유발함으로써 능력을 가진다. [3] 또한 경제 조치는 신뢰성을 지닌다는 것을 논증한다. 경제 조치는 자국 기업의 피해와 같은 self-cost를 수반하며, 이는 상대국이 해당 조치가 단순한 bluff가 아닌 실질적 의지를 수반한 신호임을 의식하게 만든다. [2]와 [3]에서의 논증은 어떤 정책 수단이 억지 성공의 필요조건들(능력과 신뢰성)을 제공하거나 강화한다면, 그 수단은 억지를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을 토대로 결론의 연역적 귀결에 기여할 것이다. [4] “경제 조치는 신뢰성을 지닌다”는 전제에 대한 예상 반론으로, 신뢰성은 국가가 과거에 억지를 실제로 이행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5] 그러나 신뢰성은 현재 행위의 힘과 이해관계를 통해서 계산됨을 보임으로써 위의 반론은 해소된다.
본론
억지성공의 필요충분 조건 2가지
국가의 구분
억지가 성공하기 위한 필요조건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어떠한 유형의 국가가 억지의 대상이 되는지, 그리고 특정 유형의 국가가 어떤 방식으로 위협을 평가하고 행동을 결정하는지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Glaser(1997)는 국제정치의 주요 행위자를 크게 두 범주로 나눈다. 첫 번째는 안보추구 국가(security seekers)로, 이들은 주로 현상유지를 목표로 하며 자신의 안전과 생존 확보를 위한 방어적 조치(defensive measures)에 집중한다. 이러한 국가의 안보정책은 상대를 위협하기보다는 오해를 줄이고 상호 불안정성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두 번째 범주는 수정주의 국가(revisionist states)로, 이들은 영토 확장, 패권적 영향력 확대, 체제 변경 등 현상변경적 이익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며, 기회가 주어졌다고 판단되면 이를 실현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Glaser는 국가의 기본 동기와 전략적 성향이 상이할 경우, 대응 전략 역시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상대가 기본적으로 방어적인 국가인지, 아니면 기회 탐색적·공세적 성향을 지닌 국가인지 판단하는 것은 적절한 안보전략의 설계에서 핵심적 판단단계이다.
특히 수정주의 국가의 경우, 공격 여부를 결정할 때 기대되는 편익과 예상되는 비용을 계산하는 합리적 행위자로 가정할 수 있다. 이러한 유형의 국가들은 단순히 ‘불안감’이나 ‘오해’ 때문에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기회비용과 잠재적 이득을 평가한 뒤 공격 여부를 선택하는 경향을 지닌다. 즉, 공격의 성공 가능성과 그에 수반되는 비용의 차이에 따라 공격을 감행할지 여부를 판단한다. 이런 유형의 행위자에게 유화나 신뢰 구축 조치는 공격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거나 위험을 낮추는 신호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자국의 안보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따라서 공격자의 기대비용을 체계적으로 높이는 억지(deterrence) 전략이 수정주의 국가의 공격 의지를 차단하는 데 보다 효과적이라는 분석이 제시된다.
억지의 메커니즘
억지는 본질적으로 상대에게 “공격의 비용이 편익을 초과한다”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공격을 사전에 차단하는 전략으로 정의된다(Schelling 1966 p. 120). 이러한 억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두 가지 조건, 즉 충분한 피해를 가할 수 있는 능력(deterrent capability)과 그 능력을 실제로 사용할 것이라는 신뢰성(credibility)이 갖추어져야 한다. 억지 능력이 부족하다면 상대는 설령 위협이 실행되더라도 감수할 수 있는 수준의 피해에 불과하다고 판단할 것이며, 신뢰성이 결여된다면 설사 능력이 있더라도 방어국이 실제로 그 능력을 사용할 의지가 없다고 간주할 것이다. 따라서 capability와 credibility는 수정주의 국가에 대한 억지가 성공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이해될 수 있다.
경제 조치의 억지의 능력(capability)
능력의 정의
이때 억지 성공의 필요조건 중 하나인 capability는 상대의 공격 기대효용을 충분히 저하시킬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합리적 억지 이론에 따르면, 공격자는 합리적 행위자로 가정되기에 공격을 감행할 경우 기대되는 순이익은 대략적으로 다음과 계산될 수 있다. 공격의 기대효용은 공격 성공 시 얻는 편익 (B)에 성공 확률 (p)를 곱한 값에서 공격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C)와 방어국의 대응으로 인해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 (P)를 차감한 형태이다. 억지의 목적은 바로 이 기대효용이 0 이하가 되도록 만드는 데 있다. 공격자가 공격을 통해 기대하는 순이익이 0이거나 음수라면, 합리적 행위자는 공격을 선택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 방어국의 입장에서 억지 capability를 갖추었다는 것은 상대국의 공격 성공 확률 (p)를 낮추거나, 공격 후 부담해야 할 추가비용 (P)를 충분히 크게 만드는 능력을 확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자의 전략은 공격자가 무엇을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도록 만드는 능력이라는 점에서 흔히 denial로 불린다. 공격으로부터 기대되는 이익 (B)가 0에 가깝게 줄어들거나, 기대효용이 음수 영역으로 들어가도록 만드는 방식으로, 합리적 행위자가 애초에 공격을 선택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강력한 방어선 구축, 군사적 요새화, 영토 점령의 어려움 증가 등이 이루어지면 공격자가 성공하더라도 얻는 B가 작아지거나, B가 C와 P를 넘지 못하도록 만들어 기대효용을 0 이하로 낮춘다. 이처럼 Denial 전략은 공격자에게 얻을 것이 없도록 구조적 조건을 만드는 방식이며, 공격의 인센티브 자체를 제거하는 특성을 가진다.
반면 공격 후 부담해야 할 보복 비용 P를 충분히 크게 만드는 전략은 punishment 능력으로, 공격자가 기대하는 이익 (B)가 존재하더라도 보복 조치로 부과할 추가 비용 (P)가 공격자가 감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수준이 되도록 만드는 잠재력을 가리킨다. 이는 보복 공격, 압도적 군사력 동원, 장기적 외교적 고립, 경제적 비용 부과 등 다양한 형태를 취할 수 있다. Punishment 능력은 공격자가 공격 자체는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더라도, 이후 마주할 손해와 장기적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게 만드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
경제 조치의 특징
경제 조치는 이러한 punishment capability를 구성하는 비군사적 수단으로 이해될 수 있다. 많은 양자 경제 관계에서 관찰되는 상호의존의 비대칭성은, 일방이 무역 제한이나 금융 제재를 가할 경우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더 큰 경제적 피해가 돌아갈 수 있는 구조를 형성한다. 무역 제한, 투자 차단, 금융 제재 등의 가능성은 상대국이 기존에 향유하던 교역·자본 유입의 이익을 상실하게 할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자산 동결, 거래 차단 등의 비용을 부과할 수 있는 잠재력을 내포한다. 나아가 이러한 경제적 비용은 대외경제에 의존하는 국내 이익집단의 손실을 통해 정부에 대한 정치적 압력으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에, 경제 조치는 공격자에게 경제적·정치적 차원의 복합적인 추가 비용 (P)를 부과하는 수단으로 기능한다. 이러한 점에서 경제 조치는 공격자의 공격 기대효용을 낮출 수 있는 punishment capability를 제공하는 비군사적 억지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경제 조치의 억지의 신뢰성(credibility)
신뢰성의 조건
억지가 성공하기 위한 또 다른 필요조건인 신뢰성(credibility)은 방어국이 제시하는 위협을 상대국이 실제로 실행 가능한 것이라고 믿는 정도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상대가 방어국이 보유한 능력을 실제로 사용할 의지와, 그 사용이 현실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인식하느냐의 문제이다. 아무리 억지가 강력한 capability를 갖추고 있거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경제 조치가 충분한 capability를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상대가 ‘해당 조치를 실제로 발동할 의지가 없다’고 판단한다면 해당 위협은 공허한 약속으로 여겨지며 억지 효과는 작동하지 못한다.
이와 관련하여 신뢰성이 어떠한 조건에서 확보되는지를 설명하는 대표적 접근이 신호 이론이다. 신호 이론은 국제정치에서 국가 간의 정보 비대칭이 크기 때문에, 국가들은 자신의 결의(resolve)나 의지를 상대에게 신뢰성 있게 전달하기 위해 특정한 행동을 선택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신호 이론에 따르면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발언(cheap talk)에 비해, 국가가 자국에도 실질적인 비용을 초래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은 더 높은 수준의 결의(resolve)와 의지를 드러내는 신호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Fearon 1997 p.72 ). 실제로 사용할 의지가 없다면 굳이 자신에게도 강한 비용이 드는 조치를 취할 유인이 적기 때문에, self-costly한 행동은 상대에게 신뢰성 있는 신호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경제 조치의 특징
이 관점에서 경제 제재, 수출 통제와 같은 경제 조치는 일반적으로 자국 기업과 산업에도 유의미한 경제적 부담을 초래하는 self-costly한 조치로 볼 수 있다. Keohane과 Nye의 복합상호의존성 이론은 교역, 투자, 기술 교류, 공급망을 통한 상호의존이 양국 모두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동시에, 이러한 관계의 축소나 중단이 양측 모두에 비용을 야기하는 구조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경제 조치를 발동하는 국가는 상대국뿐 아니라 자국에도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는 선택을 하는 셈이며, 이는 대외경제에 의존하는 국내 이익집단의 반발을 초래하는 정치적 비용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경제조치는 ‘자기에게도 비용을 감수하는 선택’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며, 공격자에게 방어국의 결의와 의지를 신호함으로써 억지의 신뢰성(credibility)을 강화하는 비군사적 수단으로 기능한다.
과거 평판 이론에 따른 반론
그러나 이에 대해 한 국가의 신뢰성은 그 나라가 과거에 억지를 실제로 이행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는 반론을 고려할 수 있다. ‘쉽게 물러서지 않는 강경한 나라’인지 ‘쉽게 양보하는 나라’인지라는 평판은 과거 위기에서의 행동을 보고 추론되며, 이에 따라 상대국이 위협을 실제로 이행할지 여긴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 조치가 self-cost하다는 것과 억지의 신뢰성이 갖춰지는 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제시할 수 있다. 이러한 반론은 신뢰성은 과거 행동이 아닌 현재의 계산에 의존되어 판단된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해소될 수 있다.
Press의 연구
1차 자료 분석에 근거한 Press의 연구는 지도자들이 상대국의 신뢰성을 평가할 때, 과거 위기에서의 위협 이행 여부나 누적된 평판을 거의 참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는 1930년대 나치 독일의 유화 위기, 베를린 위기, 쿠사 미사일 위기를 분석하며, 지도자들이 상대의 credibility를 판단할 때 단순히 이전에 물러났는지보다는 현재적 요인을 반복적으로 언급한다는 점을 확인한다. 그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해당 국가의 문서에는 과거 위협 이행 여부가 미래 위협의 신뢰성을 결정한다는 식의 발언이 등장하지않으며 오히려 상대의 능력과 이해관계를 기준으로 “이번 위협이 합리적으로 실행도리 것인지” 평가하는 논리가 나타난다고 한다. 즉. 신뢰성은 누적된 평판의 함수가 아니라 현재 조건에 기반한 계산으로 나타난다.
즉, 경제 조치의 self-costly한 성격은 과거 평판과는 별개로 현재 상황에서 국가가 위협을 실행할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지표이다. 경제 조치를 발동하는 국가가 감수해야 할 경제적 비용, 국내 이해집단의 반발로 인한 정치적 부담, 동맹국과의 조율 비용 등은 모두 상대국이 관찰 가능한 형태의 self-costliness이며, 이는 Press가 강조했듯 “현재 조건에서 그 위협이 실행될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를 평가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따라서 경제 조치는 과거 행동과 무관하게 현재 위협의 신뢰성을 실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Jervis(1978) 역시 신뢰성 판단에서 과거 행동보다 현재의 이해관계가 훨씬 더 결정적이라고 지적하였다. 이러한 연구들은 신뢰성이 정적(static)인 국가 성향이나 누적된 평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위협이 이번 상황에서 얼마나 합리적으로 실행될 수 있는지를 평가한 결과로 결정된다는 점을 일관되게 보여준다. 이 논리에 따르면 self-costly한 경제조치는 국가가 “이번 위협을 실제로 실행할 동기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즉 경제 조치의 self-costly한 성격은 과거 평판과는 별개로 현재 상황에서 국가가 위협을 실행할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지표이다. 경제 조치를 발동하는 국가가 감수해야 할 경제적 비용이나 국내 이해집단의 반발로 인한 정치적 부담 혹은 동맹국과의 조율 비용 등은 모두 상대국이 관찰 가능한 형태의 self-costliness이며 이는 Press가 강조했듯 현재 조건에서 그 위협이 실행될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를 평가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따라서 경제 조치는 과거 행동과 무관하게 현재 위협의 신뢰성을 실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신뢰성은 과거 행동에 의해 결정된다는 반론은 현대 억지 이론에서 더 이상 강력한 설명력을 갖지 못한다. 최근의 연구들은 신뢰성이 평판보다는 현재의 이해관계 능력 self-costly한 행동 여부 등 현재 상황에 기반한 전략적 계산에 의해 판단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경제 조치는 self-costly한 성격을 통해 이번 위협은 실제 실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를 제공함으로써 억지의 신뢰성을 실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즉 경제 조치는 억지 신뢰성의 핵심 요소로 기능할 수 있으며 과거 평판론의 한계를 넘어서는 보다 강력하고 상황적(contextual)인 신뢰성 근거를 제공한다.
결론
본론에서는 공격적 수정주의 국가에 대해 능력(capability)과 신뢰성(credibility)을 갖춘 억지는 공격 의지를 저하시킬 수 있음을 보이고, 경제 조치는 억지의 능력과 신뢰성을 모두 지닌다는 점을 근거로 공격적 수정주의 국가에 대한 경제 조치는 억지를 뒷받침할 수 있다고 논증하였다. 특히 신뢰성은 수단의 신호가 아닌 과거 국가의 행동에 따른 평판에 따라 결정된다는 반론을 검토하였다. 그러한 반론은 신뢰성은 현재 행위의 힘과 이해관계를 통해서 계산됨을 보임으로써 해소되었고, 그러한 계산 속에 비용 감수 신호가 유의미한 작용을 할 수 있음을 논증함으로 해소되었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경제 조치가 공격적 적대 국가에 대한 억지를 뒷받침할 수 있음을 보일 수 있었다.
이와 같은 결론은 경제 조치와 관련된 국가 행위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함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 군사적 영역에서 이루어지던 국가 간 안보 자구 행위가 경제 영역을 중심으로 넘어오게 되는 경향을 띄고 있으므로, 경제 조치가 억지 수단으로서 뒷받침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은 그러한 경향을 합리적 행위자의 전략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본고에서 말하고자 하는 경제 조치가 억지 수단으로서 뒷받침된다는 것이 필요충분조건을 만족한다는 것을 논증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억지 성공을 위해서는 능력, 신뢰성이 핵심 필요조건이긴 하지만 커뮤니케이션 등 그 외 고려해야할 필요조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본고는 특정 수단이 억지 성공의 필요조건들을 제공하거나 강화한다면, 그 수단은 억지를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다는 일반적 원리 하에 기대고 있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기존 논의들을 단순히 비판하고 종합하는 것이 아닌 공격적 수정주의 국가에 대한 억지 이론 모델을 통해 경제 억지를 설명하였다는 것을 새롭게 시도하였다는 점에서 학술적으로 의의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바가 있다.
참고문헌
외국 문헌
Fearon, J. D. (1997). Signaling foreign policy interests: Tying hands versus sinking costs. Journal of Conflict Resolution, 41(1), 68–90.
Glaser, C. L. (1997). The security dilemma revisited. World Politics, 50(1), 171–201.
Keohane, R. O., & Nye, J. S. (1977). Power and interdependence: World politics in transition. Little, Brown.
Press, D. G. (2005). Calculating credibility: How leaders assess military threats. Cornell University Press.
Schelling, T. C. (1966). Arms and influence. Yale University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