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본) 과제-09 기말과제 011-08 김준서
제목: 사법 심사의 정당성 - 절차적 정당성을 중심으로
서론
사법심사((judicial review)란 넓은 의미로는 사법부가 재판의 형실을 빌려 구체적인 분쟁 사건을 심리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그러나 본고에서 사용하는 사법심사란 용어는 강한 사법심사를 의미한다. 강한 사법심사(strong-form judicial review)는 사법부가 헌법에 비추어 위헌이라고 판결되는 법률을 무효화 시키는 공법작용이다. 미국의 연방대법원, 독일의 연방헌법재판소, 한국의 헌법재판소 등은 이러한 사법심사를 시행하는 대표적인 기관이다. 사법심사는 흔히 다수결주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수의 폭정(tyranny of the majority)”으로부터 개인의 기본권을 지키는 장치로서 설명되곤 한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본질이 시민의 자기통치와 정치적 평등에 있다는 것을 고려해 본다면, 선출되지 않은 소수의 법관이 시민들의 선택을 받은 대표들의 집합인 입법부의 결정을 무효화할 권한을 갖는다는 사실은 이론적 긴장을 낳는다. 이러한 긴장을 Alexander Bickel은 반(反)다수결의 어려움”(the counter-majoritarian difficulty) 같은 표현으로 언급한 바 있다[^Bickel2010].
이러한 사법심사가 과연 정당한 것인가에 관한 논의는 학계에서 지속되어 왔다. 사법심사의 옹호론자인 Ronald Dworkin은 권리를 다수결에 의해 종속될 수 없는 “개인의 트럼프 카드(rights as trumps)”로 이해하였다. 1. 그에 따르면 헌법은 “도덕적 읽기(moral reading)”의 대상으로 법원은 헌법에 담긴 평등, 자유와 같은 개인의 권리의 원칙을 해석하는 “원칙의 포럼(forum of principle)”이며, 입법부가 다수의 폭정으로 소수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 이를 막을 권한을 갖고 있다. 2. 사법부의 사법심사는 민주주의의 적이 아니라 민주주의의가 보호해야 할 권리를 실질적으로 지키는 수단인 것이다. 반면 사법심사 반대론자인 Jeremy Waldron은 사법 심사가 민주주의와 양립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3. 그에 따르면 사법부가 입법부보다 권리의 대해 잘 판단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고, 사법부의 법률 심사는 국민 대다수의 납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절차적으로 정당화되기 어렵다.
이와 같이 사법심사를 둘러싼 논쟁에서는 권리 문제에 대한 최종 판단 권한이 사법부에 있는지 의회에 있는지의 여부가 핵심 쟁점을 이루고 있지만 각각의 논증에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Dworkin의 주장은 법원을 도덕적 원칙의 충실한 해석자로 이상화하였다. 실제 현실에서 법원은 권리를 둘러싼 쟁점보다는 기존의 판례, 헌법의 문구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Waldron의 주장 또한 한계가 존재하는데, 현실 의회는 선거 제도상의 한계로 국민들의 요구에 대표성 있게 반응하지 못할 수 있다. 한편 Waldron의 논증은 논의의 범위를 선거의 원칙이 지켜지고, 잘 작동하는 사법부가 존재하며, 개인의 권리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가 있는 민주적인 사회로 제한하였다. 이러한 전제조건을 갖췄다고 평가 받는 미국, 독일, 한국에서도 사법심사가 존재하기에, 본고 역시 이러한 전제조건을 받아들여 사법심사가 절차적으로 정당성이 없기에 폐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할 것이다.
본론의 첫번째 절에서는 먼저 Waldron의 전제 조건을 받아들여 논의의 범위를 제한할 것이다. 그 다음 논증의 첫째 전제로 권리에 관한 의견은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제시할 것이다. 두번째 전제로는 권리에 대한 의견 불일치가 있는 상황에서 최종 판단은 절차적 정당성을 가진 입법부가 해야 한다는 것을 제시할 것이다. 마지막 전제로는 사법심사가 정치적 평등과 시민의 자기통치와 같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침해한다는 것을 제시하여 사법심사는 부당하다는 결론을 도출해 낼 것이다. 그 다음 절에서는 논증의 첫째 전제를 공격하는 예상 가능한 반론을 제시한뒤 다시 이를 반박하는 재반박을 제시하여 본론을 마무리 할 것이다. 결론에서는 전체 논증을 요약한 뒤 결론의 적용 범위와 한계를 명확히 함으로써 예상할 수 있는 오해를 차단하며 글을 마무리할 것이다.
본론
민주주의의 원칙에 반하는 사법심사
논의의 범위
세상에는 다양한 정치체제가 존재하며, 민주주의가 발달한 국가가 있고 덜 발달한 국가가 있다. Waldron의 논증은 이렇게 모든 유형의 정치체제에 적용되는 논증이 아니라 몇가지 전제 조건을 두어 논의의 범위를 한정하고 있다. 그 전제 조건은 첫쨰, 민주적인 사회제도를 갖춘 국가여야 한다. 선거의 원칙들이 잘 지켜지며, 정당 정치가 있고 의회가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정치체제여야 한다. 둘째로, 사법부는 법치주의를 수호하는 기관이여야 하며, 세번째로 대다수의 시민들은 개인의 기본권의 중요성에 대해 “강한 전념(commitment)”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3.
이렇게 논의 범위를 한정함으로서 우리는 과거 의회의 의해 입법된 법률이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했던, 즉 다수의 폭정이 일어났던 일을 논의의 범주에서 제거할 수 있다. 나치의 수권법, 정실 질환이 있는 자들의 혼인을 금지했던 19세기 미국의 코넷티컷 혼인법과 같은 사례들은 본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
이러한 사회는 너무 이상적이라는 반박이 있을 수 있지만 서론에서 언급했듯이 위의 전제 조건들이 어느 정도 잘 지켜지고 있는 미국, 독일, 한국과 같은 국가에서도 사법 심사는 존재한다. 이런 국가들을 제외한, 즉 위의 전제 조건들을 만족시키지 않는 국가들의 경우에는 입법부의 발전이 먼저인지 사법 심사가 우선인지에 대한 논쟁이 더 우선시되므로 본고에서는 다루지 않도록 한다.
권리에 대한 의견 불일치
개인의 기본권에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가지고 있는 사회에서도 권리의 내용과 범위를 둘러싼 의견의 불일치는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라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 소수자의 권리와 도덕적 신념의 충돌 등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핵심적인 권리들은 도덕적 차원을 넘어 구체적인 입법 선택의 형태로 드러나며 정치적 이론의 영역에서 경쟁하고 있다4. 한국 사회에서 논쟁이었던 차별금지법의 경우 표현의 자유라는 권리와 평등권이 충돌하고, 세계적으로 논쟁의 대상이 되었던 낙태의 경우 태아의 생명권과 임산부의 신체적 자기 결정권이 충돌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이러한 권리 충돌에 관하여 어느 한쪽을 얼마나 보호하고 어떤 범위까지 제한을 해야할 것인가에 대한 도덕적, 정치적 판단을 내린다.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는 법률들 또한 이렇게 권리에 대한 의견 불일치가 일어나는 대상이다.
이렇게 권리에 대한 불일치가 합리적인 현상이라면 한 해석이 자명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즉 권리에 대한 충돌이 사회적 합의가 힘든 가치 판단의 영역이라면, 어떠한 선택이 옳은가보다는 선택을 ‘어떻게’ 그리고 ‘누가’ 할 것인지가 중요해진다. 따라서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절차적 정당성이다. 종교적인 이유로 낙태를 반대하는 시민이 낙태를 찬성하는 사회의 결정을 인정하고 따르기 위해서는 납득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은 현재까지는다수결이 유일하다. 따라서 나와 다른 시민들이 모두 동일하게 1표를 행사함으로 정치적 평등을 보장 받아야 한다. Waldron은 이를 다른 모든 시민들의 목소리가 들릴 동등한 청구권(the equal claim to be heard of the voices)이라고 표현한다3. 권리에 관한 해석이 논쟁적인 영역이라면 권리의 내용과 범위를 규정하는 과정 또한 절차적 정당성을 위하여 정치적 평등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규정되어야만 마땅하다.
입법부의 절차적 정당성
앞선 전제에서는 권리에 대한 의견 불일치가 존재하며 사람들이 자신과 다른 결정을 하는 사회의 판단에 납득할 수 있으려면 절차적 정당성이 중요하다고 논증하였다. 입법부의 사법심사는 세가지 이유로 절차적 정당성을 만족하기에 정당화된다. 입법부의 의원들은 시민들의 의해 선택 받았기 때문에 민주주의적 정당성, 즉 절차적 정당성을 가지고 있다. 모든 사안에 대하여 모든 시민들이 투표를 하는 고대 그리스식 직접 민주주의는 오늘날 현실에서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대다수의 국가는 우리를 대리할 의원을 뽑는 간접 민주주의 방식을 택하며, 이렇게 뽑힌 의원은 시민들의 선택을 받았기 떄문에 그들이 의회에서 표결한 결과를 우리는 시민의 뜻을 반영한 결과라고 납득할 수 있는 것이다. 선거 제도의 본질적인 특성이나 결함으로 의원들이 진정 시민들의 민의를 대표하는 것이 맞냐는 이견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현존하는 어떠한 집단도 구성원 전원이 시민들의 투표를 통하여 선출된 곳은 존재하지 않기에, 의회 보다 대표성이 높은 기관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게 입법부에는 시민들이 집적 선출했기에 대표성이 있다는 측면 외에도 입법부의 의사 결정은 공론장에서 이루어진다는 점 또한 의회에 권리 해석 권한을 뒷받침한다. 법률안을 발의하고 심의한뒤 표결을 걸치는 절차 모두 언론 보도를 통하여 알 수 있거나 의회의 공식 사이트에 공개하고 있기에 이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공청회에 참석하거나 시민 단체의 활동 등으로 여론을 모으는 과정을 통해 이러한 정치적 과정에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도 있다. 사법 심사에 대상이 되는 법률들 또한 이러한 공론의 과정을 거친 산물이기에 사법심사 또한 입법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입법부는 책임성을 가진다. 권리 해석에 과한 입법이 부당하거나 시민 대다수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느낄 때 민주적인 사회가 보장하는 주기적인 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교체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세 가지 이유로 입법부는 시민들이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선택을 받아들일 절차적 정당성을 제공한다.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하는 사법 심사
지금까지 권리에 대한 판단에는 의견 불이치가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 밖에 없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절차적 정당성이 중요하며 입법부는 절차적 정당성을 가지고 있다고 논하였다. 사법심사는 시민들이 자신과 다른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는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한다. 먼저 사법심사는 권리 해석에 관한 최종 결정 권한을 입법부에서 사법부로 옮긴다. 가치 판단에 대한 입법부의 결정은 더 이상 최종적이지 않으며, 국민으로부터 선택 받지 않은 소수의 법관이 동의한다면 이 법률은 바로 폐지될 수 있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의회가 발의하고 표결을 거쳐 통과시킨 법률은 법관들의 암묵적 승인을 받아야만 통과할 수 있는 잠정적인 법률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권리의 의견 불일치를 판단하는 문제의 무대가 입법부에서 사법부로 이동하는 것은 시민의 정치적 평등을 훼손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정치적 평등은 단순히 1표를 행사할 권리를 가진 것으로 담보되지 않으며, 모든 시민들의 목소리가 들릴 동등한 청구권과 동등한 결정권한이 필요하다. 그런데 사법심사는 시민의 정치적 참여 경로를 축소하여 이러한 청구권을 제한하고 있다. 입법부에서 권리에 관한 해석이 이루어지는 과정에 시민들은 투표, 정당 활동, 집회, 시민 단체 활동 등을 통하여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반면 사법 심사 과정은 법관들 사이에서 진행되기에 절차적 장벽이 존재하여 시민이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힘들다.
마지막으로 사법 심사는 책임의 귀속을 어렵게 만든다. 입법부가 최종 결정을 내린다면 시민들은 선거를 통하여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반면 법원의 최종 결정에 대하여 법관의 정치적 임기는 보장되기에 시민들이 법관에게 책임을 물을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요켠대 시민에 의해 선택 받지 않은 사람이 다수의 시민이 동의하지 않을 수 있는 판단을 내렸지만 이에 대하여 책임을 묻거나 막을 방법도 없는 절차적 문제가 존재한다.
지금까지는 권리 판단의 의견불일치, 입법부의 절차적 정당성, 사법부의 절차적 정당성 부재라는 세가지 전제를 통해 사법심사의 부당함을 논하였다. 다음 절에서는 이러한 전제에 대한 예상 가능한 반론을 제시하고 이를 재반박하여 논의를 더욱 보강할 것이다.
예상 가능한 반론
앞서 제시된 논증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사법심사의 대상은 첫번재 전제에서 제시한 것처럼 합리적인 의견불일치, 즉 가치판단의 영역이 아닌 옳고 그름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생명권, 고문금지, 인종·성에 따른 차별 금지와 같은 기본권은 해석의 대상이 아닌 인간의 존엄을 규범하는 핵심 규범이다. 이런 의미에서 자연법적 전통은 권리를 “발견되는 것”이지 “임의로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Finnis 1980]. 따라서 기본권은 합리적인 의견 불일치에 의한 가치판단의 영역이 아닌 객관적 도덕 진리의 일부이다.
뿐만 아니라 사법심사의 옹호자들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는 많은 사건이 의견의 불일치라기보다는 헌법 원칙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한다. 공립학교에서의 인종 분리 정책을 위법으로 규정하여 기존의 판례를 뒤집은 Brown v. Board of Education 사건 이후 인종 분리 입법은 더 이상 합리적 해석의 유형이라기보다는 평등 원칙에 대한 심대한 위반으로 이해된다[^Ely 1980]. Dworkin은 “하나의 옳은 답(one right answer)”이라는 표현을 쓰며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였다[^Dworkin 1977]. 헌정 질서하에서는 권리에 관한 다수의 문제에서 헌법의 원칙과 도덕적 논증을 통하여 실제로 옳은 결론이 존재하고 사법심사를 통하여 이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위헌으로 판결난 법률은 시민 다수가 공유하는 기준에서 벗어난 오류라는 것이다.
또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는 법률을 가치판단의 영역이라 규정한다면 도덕적 상대주의로 귀결될 가능성이 있다. 권리에 관한 입법을 합리적인 해석 중 하나로 본다면 인종차별, 성차별을 합법화 하는 명백히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률조차 또 다른 합리적인 의견불일치의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법심사 옹호론자들은 따라서 다수의 의견에 의해서 선택받았더라도 명백히 잘못된 법률을 교정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법부의 심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재반박
그러나 이러한 첫번째 전제에 대한 반박은 다음과 같이 재반박 될 수 있다. 먼저 권리 문제에 대한 합리적 의견 불일치의 영역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과 도덕적이고 객관적인 옳고 그름이 존재한다는 주장은 양립불가능하지 않다. 권리에 대한 도덕적 진리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롤스가 “판단의 짐(burdens of judgment)”이라 표현한 것처럼 현대 사회에서는 합리적인 사람들 사이에서도 도덕적, 정치적 쟁점에 대한 불일치가 구조적으로 발생한다5. 같은 기본권 개념을 공유하더라도 구체적인 상황에서 어떠한 판단이 옳은지에 대한 판단은 충분히 다를 수 있다.
또한 인종 분리를 위헌이라고 선언한 Brown v. Board of Education 사건 같은 사례는 사법부가 “하나의 옳은 답”을 독점적으로 발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기보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형성되어 가며 공유되기 시작한 도덕적, 정치적 공감대가 사법 판결의 형태로 표출된 예시로 볼 수 있다. 인종 분리 정책의 비판의 대열에는 법원 뿐만이 아니라 흑인 운동가, 사회 운동, 학계의 담론, 언론 등 다양한 집단들이 참여하였다. Brown v. Board of Education 사건 전에 통과된 인종 분리 정책은 시민들이 기본권에 대한 강한 전념을 가지기 전 상황에서 도출된 특수한 정책이었다. 뿐만 아니라 실제 사법심사에서는 법관들의 다수결로 판결을 내리는데, 많은 판결이 만장일치가 아닌 표가 갈리는 상황에서 결정된다. 이는 하나의 옳은 답이 있다는 주장과 상충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또한 하나의 옳은 답이 있고 판사들은 이걸 찾아낼 수 있기에 사법심사는 허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대중이 찾아내지 못한 하나의 옳은 답을 소수의 판사들은 찾아낼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만 가능한다. 그런데 본 논증의 범위가 권리에 대한 강한 전념이 존재하는 민주 사회를 전제하였다는 가정하면 이러한 전제는 설득력을 잃는다. 이러한 사회에서 시민들은 이미 기본권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고, 다양한 창구를 통해 권리 문제를 지속적으로 토론하고 있다. Habermas의 민주주의 이론에 따르면, 다양한 사회적 경험과 관점을 접할 수 있는 입법부가 소수의 엘리트 법관보다 더 옳은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6. 이렇게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어 토론이 오가는 문제에 대한 옳은 답을 사법부만이 판단할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은 비현실이며 사법심사는 입법부에 대한 제약에 불과할 뿐이다.
결론
본고는 민주적인 정치 체제를 갖췄고 권리에 대한 공통된 전념이 존재하지만, 권리 해석에 대한 합리적 불일치가 지속되는 사회에서 강한 사법심사가 가지는 규범적 문제를 분석하여 민주적인 사회로 논의의 범위를 축소하였다. 그 다음 권리에 대한 의견 불일치는 필연적이며,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는 법률이 바로 이러한 의견 불일치의 사례라는 점을 제시하였다. 다음으로 입법부에 의한 권리 판단은 권리에 관한 판단을 실제로 더 잘하는지와는 관계 없이 절차적으로 정당하다는 것을 논하였다. 마지막 전제로 사법부는 이러한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하여 민주주의를 훼손한다는 것을 제시하여 최종적으로 사법 심사는 부당하다는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었다.
이 논증의 적용 범위는 명확하게 한정된다. 이 글은 독재 체제, 성숙하지 못한 민주주의처럼 민주적 체제가 발달하지 않거나 시민들 사이에 권리에 대한 공통된 신념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는 다루고 있지 않다. 그런 사회에서 사법심사가 필요한 것이지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기에, 본고의 논의를 모든 나라에 적용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또한 본고가 사법부에 역할을 부정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못하다. 사법부가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사실로부터 개별 사건에 적용될 법률을 해석하는 것에 대한 정당성이 의심받을 이유는 전혀 없다.
참고문헌
외국 문헌
Bickel, Alexander M. The Least Dangerous Branch: The Supreme Court at the Bar of Politics.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1962.
Dworkin, Ronald. Taking Rights Seriously. Cambridge, MA: Harvard University Press, 1977.
Dworkin, Ronald. Freedom’s Law: The Moral Reading of the American Constitution. Cambridge, MA: Harvard University Press, 1996.
Ely, John Hart. Democracy and Distrust: A Theory of Judicial Review. Cambridge, MA: Harvard University Press, 1980.
Finnis, John. Natural Law and Natural Rights. Oxford: Clarendon Press, 1980.
Habermas, Jürgen. Between Facts and Norms: Contributions to a Discourse Theory of Law and Democracy. Cambridge, MA: MIT Press, 1996.
Rawls, John. Political Liberalism. 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1993.
Waldron, Jeremy. “The Core of the Case Against Judicial Review.” Yale Law Journal 115 (2006): 1346–1406.
Waldron, Jeremy. Law and Disagreement. Oxford: Clarendon Press, 1999.
-
Dworkin, Ronald. Taking Rights Seriously. Cambridge, MA: Harvard University Press, 1977. ↩
-
Dworkin, Ronald. Freedom’s Law: The Moral Reading of the American Constitution. Cambridge, MA: Harvard University Press, 1996. ↩
-
Waldron, Jeremy. 2006. “The Core of the Case Against Judicial Review.” Yale Law Journal 115: 1346–1406. ↩ ↩2 ↩3
-
Waldron, Jeremy. 1999. Law and Disagreement. Oxford: Clarendon Press. ↩
-
Rawls, John. 1993. Political Liberalism. 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
-
Habermas, Jürgen. 1996. Between Facts and Norms: Contributions to a Discourse Theory of Law and Democracy. Cambridge, MA: MIT Pres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