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 과제-08 기말과제 초고 작성하기 011-13 유성보
제목: 사법심사의 정당성 논의: 시민의 권리에 대한 보호 능력을 중심으로
서론
현대의 자유민주주의 헌법 체계는 민주주의와 입헌주의라는 두 축을 근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민주주의는 시민 다수의 의사에 따른 자기 지배를 통치의 원칙으로 삼아 통치의 정당성을 확립하고, 입헌주의는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자의적인 권력 행사를 제한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이 두 원칙은 각각 엘리트 과두정의 출현을 억제하고, 다수에 의한 폭정을 예방하는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데 있어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다수의 의사결정이 항상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권을 보호하는 방향을 지향하지는 않는다. 그 결과 이 두 가치는 대립하는 경향을 보인다. 사법심사는 이러한 민주주의와 입헌주의 간의 대립이 첨예하게 드러나는 지점이다. 표면적으로 보았을 때, 사법심사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 해당하는 소수의 법관이 선출된 입법부가 제정한 법률을 무효화하는 제도로 보인다. 이는 다수결에 위배되는 것 처럼 보이는 ‘반다수결적 난점’을 제기하고, 사법심사에 대한 정당성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이를 바탕으로 사법심사에 대한 비판론자들은 사법심사가 다수의 의사에 위배되며, 민주주의의 자기 교정 능력을 훼손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입법부의 선거나 협상을 통해서 위헌적 법률이나 정책을 교정하는 경로는 긴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시민의 권리 침해가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본고는 사법심사에 대한 정당성 논의를 추상적인 민주적 원칙의 대결 구도에서 벗어나, 사법심사가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더 효과적인 제도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서 본고는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논증하고자 한다. [1]Fallon의 오류 비용 분석을 통해 민주주의 제도의 설립 원칙을 세운다. 오류 비용 분석의 결과를 통해 권리 보호에 있어 과소 보호의 오류가 과잉 보호보다 더 심각하며, 민주주의 제도의 핵심은 절차적 정당성 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의 권리 보호에 있음을 근거로 들어 과소보호의 오류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민주주의 제도가 설립되어야 함을 논증한다. [2]입법부가 구조적으로 시민의 권리를 경시하게 되는 경향이 있음을 Kysar(2019)의 입법관성 논의를 통해 입증하고, 사법부와 입법부의 구조적 차이를 근거로 사법부가 구조적으로 권리 보호를 충실하게 있음을 입증한다. [3]전통적으로 논의된 사법부의 도덕적 판단 우위에서 벗어나 인식론적 우위 측면을 구체적 사건에 대한 접근 차원에서 재정의하고 논증할 것이다. [4]최종적으로 Hogg& Bushell(1997)의 헌법적 대화론을 통해 사법심사가 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 숙의를 촉진하는 기제임을 논증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법심사 비판론의 거두인 Waldron(2006)의 ‘권리의 모호성 문제’를 검토하고, 입법 관성을 근거로 ‘권리의 모호성’이 사법심사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것을 부적절하다는 점을 밝혀 나의 논증을 방어할 것이다.
본론
민주주의 제도의 설계 원칙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는 다수결 제도의 절차적 정당성에만 있는 것이 아닌, 모든 시민을 동등한 인격체로서 대우하며 그들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데에 있다. 따라서 권리 보호의 실패는 민주주의의 핵심적인 존립 근거가 훼손된 상태이며, 이를 막기 위해 민주주의 제도는 시민의 권리 보호를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 설계되어야 한다. Fallon은 권리 심사에 있어서 발생할 수 있는 두 가지 오류 비용을 비교 분석했다. 하나는 과잉 보호의 오류로, 헌법적 권리가 아님에도 권리로 보호해 입법 목적을 제약하는 경우이다. 이는 다수의 편익을 일부 제한하거나, 행정적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 다른 하나는 과소보호의 오류로, 헌법적 권리가 침해되었을 때 침해받은 권리를 제대로 구제하거나 보호하지 못하는 오류이다. 이는 개인의 인간 존엄성, 기본권을 훼손하며, 종종 불가역적인 피해를 남긴다. 기본권 침해 상황에서 정치적 교정이 지연될 경우 피해는 누적되며 회복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Fallon은 이를 과소보호의 오류는 심각한 손해를 남길 수 있다고 분석한다. 반면, 과잉보호 오류는 입법부의 재입법 과정을 통해 언제든 조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Fallon, 2008). 소수자 집단에 대한 혐오 표현을 규제하는 데 있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과잉 보호를 우려하여 규제를 포기할 경우, 소수자 집단의 정치적, 사회적 입지는 축소되고 그들의 인격권은 침해되며 민주적 공론장은 왜곡된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과잉보호의 오류를 피하기 위해 과소보호를 방치하는 것은 도덕적 비용 측면에서 훨씬 큰 해악을 초래한다. Fallon은 이를 형사 재판의 구조에 비유하여 설명한다. 형사 재판에서는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증명이라는 매우 높은 기준이 적용되는데, 이는 피의자가 범죄자임에도 풀어주는 과잉 보호의 오류보다 무고한 피의자를 처벌하는 과소 보호의 비용이 뚜렷하게 작기 때문이다. 공익을 위해 개인의 권리를 희생하는 것보다, 공익이 훼손되더라도 개인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이 헌법적으로 더 우월한 가치이다. 헌법 제도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도덕적 비용이 더 큰 과소 보호의 오류를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원칙이 성립된다. 입법부의 다수결만으로 권리 침해를 예방하기에 불충분하므로 사법부라는 추가적인 안전 장치를 설치해 권리 침해의 과소 보호를 최소화 해야 하는 것이다.
입법 관성의 존재
Kysar에 따르면, 입법 과정에는 수많은 거부권 행사자가 존재하며, 새로운 법을 만들거나 낡은 법을 고치는 데 드는 거래 비용이 매우 높다 (Kysar, 2019, p.812-813). 이로 인해 입법부는 사회적 필요에도 불구하고 현상 유지 편향을 보이고 교착상태에 빠지기 쉽다. 본고는 입법 관성을 다음의 두가지로 구분하고자 한다. 먼저 입법부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며 입법자들이 선의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도 발생하는 구조적 입법 관성이 있다. 이는 입법부는 다수의 지지에 기반해 작동하고, 한정된 시간과 예산이라는 제약 조건하에 의사결정을 한다는 사실로부터 기원한다. 이로 인해 입법부는 경제, 안보, 복지와 같은 다수 유권자의 이익과 밀접한 거시 담론을 우선적으로 처리하고 수적으로 열세이거나 정치적 영향력이 미미한 소수자, 미성년자의 권리 문제 등은 의제 설정단계에서 자연스럽게 배제되거나 후순위로 밀려난다. 이러한 현상이 구조적 입법 관성에 해당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입법부가 정치적 비용을 우려해 고의적인 태만을 저지르는 병리적 입법 관성이다. 이는 입법자들이 권리 침해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비용을 우려하거나 이해득실을 고려해 고의적 태업을 저지르는 경우에 해당한다.
사례 연구
이러한 입법 관성의 존재와 양상은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과 호주제 사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을 살펴보자. 한국은 휴전상태라는 안보적 특수성으로 인해 징병제를 채택했고, 병역의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가치 아래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어 있었다. 국회는 대체복무제 도입의 필요성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었으나, 시민들의 부정적 여론으로 인해 2004년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제를 검토할 것을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14년간 입법부작위 상태를 유지했다. 이는 입법자들이 권리 문제의 심각성을 몰라서가 아니라,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합법화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것이 국회의원들에게 표가 되지 않는 소수자의 양심을 위해 다수의 불만을 자극하는 정치적 자살행위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매년 수십명의 청년들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당한 채 수감되는 상황이 제도적으로 방치되었다 (헌법재판소, 2018). 한국의 호주제 헌법불합치 결정 사례는 병리적 관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호주제는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과 같은 헌법적 가치에 위배된다는 학계와 시민사회의 합의는 호주제 헌법불합치 판결 이전부터 형성되어 있었다. 또한, 사회의 변화에 따라 호주제가 존립 기반을 둔 전통적인 가족 관념은 더이상 현실과 조화되기 어려워 호주제의 존속 필요성이 부재한 상태였다 (헌법재판소, 2005). 그러나, 입법부는 유림을 비롯한 보수적 단체의 표 이탈과 강력한 반대를 우려해 민법을 수십년 동안 개정하지 않았다. 이는 합리적인 의견 불일치가 아닌, 다수의 합의가 이루어진 헌법상 권리의 보호가 정치적 거래 비용 앞에서 좌절된 병리적 입법 관성의 전형적 사례이다. 결국 정상적 상황에서의 구조적 관성이 소수자 권리 실현을 지연시킨다면, 비정상적 상황에서의 정치적 관성은 권리 구제를 봉쇄하는 역할을 한다.
관성으로부터 더 자유로운 사법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입법부는 정치적 부담이나 거래 비용을 이유로 권리에 대한 논의를 의제 설정 단계에서 뒤로 미루거나 배제할 수 있다. 반면, 사법부는 이러한 관성이 나타나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 먼저 사법부는 재판을 거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입법부와 차이를 갖는다. 입법부는 부담이 있는 문제를 뒤로 미루거나 폐기할 수 있지만, 법원은 적법한 절차를 통해 제기된 소송에 대해서는 어떠한 형태로는 반드시 판결해야할 의무가 있다. 이처럼 사법부에게는 소수자의 권리 청구를 외면하거나 권리 문제가 공론화되는 것을 차단할 제도적 권한이 없다. 또한 사법부는 독립된 지위를 보장받는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입법 관성으로부터 자유롭다. 선거로부터 자유롭다는 측면에서 사법부는 정치적 비용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직접적인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사법부는 병리적 관성으로부터 자유롭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입법부가 겪는 관성의 문제가 사법부에게 발생할 가능성은 구조적으로 희박하다.
사법부의 인식론적 우위
전통적인 사법심사 옹호론과 그 한계
전통적으로, 사법심사를 옹호하는 입장은 법관들이 입법자 또는 일반 시민보다 우월한 도덕적 판단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법 심사가 입법부보다 권리를 더 잘 보호한다는 가정에 의존했다. 그러나, Waldron은 판사들이 입법자나 일반 시민보다 도덕적 추론 능력이 뛰어나다는 증거가 불충분하며 사법부 역시 5대 4의 다수결로 판결하기 때문에 사법부에도 입법부와 유사하게 합리적인 의견 불일치가 존재하며 입법부보다 우월한 이성적 절차를 갖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Waldron, 2006).
사법부의 인식론적 우위의 근원: 개별 사건에 대한 접근성
Waldron이 주장한 바와 같이 사법부 구성원 각각이 입법부나 일반 시민에 비해 뚜렷하게 도덕적 판단 능력이 우월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법부의 권리 보호 능력의 핵심적인 부분은 사법심사가 입법과정과 달리 구체적인 사건을 전제로 작동한다는 특성에서 기인한다. 입법 과정에서 개별 시민은 투표나 이익단체를 통해 다수의 일원으로서 참여하며 추상화 된다. 그리고 입법부는 다수에게 적용될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규칙을 만들기 때문에, 개인의 특수한 사정은 입법 과정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개인은 자신의 피해에 대한 증거와 이성적 변론을 제시함으로써 구체적 개인으로 참여한다. 사법부는 구체적인 피해자가 제기한 소송을 통해 작동하므로, 추상적인 법률이 현실의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인식할 수 있는 구조적 우위를 점한다(Fuller, 1978). 사법부의 다수결은 입법부의 다수결과 형식은 같을지라도, 결정에 이르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심리한다는 점에서 입법부의 추상적인 토론에서 예측, 파악할 수 없는 권리 침해의 양상을 발견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Sunstein 역시 법원이 한 번에 한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 통해 권리를 더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Sunstein, 1999). 입법부는 미래의 모든 상황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제정 당시에는 합리적으로 보였던 법률도 상황의 변화나 특정한 맥락 하에서는 권리 침해가 될 수 있다. 이때 사법심사는 법률 자체를 전면적으로 부정하지 않더라도, 해당 법률이 개인에게 적용되는 구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고 위헌성을 사후적으로 포착해 교정할 수 있다. 이처럼, 사법부의 개입은 입법부가 놓친 권리의 사각지대를 구체적 사건을 통해 발견하고 보완하는 인식론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헌법적 대화론과 사법심사의 민주적 성격
사법부가 권리 보호에 더 적합한 제도적 역량을 갖추었다고 해도, 여전히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사법부가 선출된 권력인 입법부를 통제하는 것이 민주적인가?’라는 반다수결적 난제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어떻게 사법심사가 민주적 정당성을 훼손하지 않을 수 있는가? 이에 대해서 헌법적 대화론(Constitutional Dialogue)은 사법심사를 단순히 반민주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극복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헌법적 대화론에 따르면, 사법부의 위헌 결정은 입법 과정의 최종적인 결론이 아니라 입법부와 새로운 대화를 시작하는 계기이다 (Hogg & Bushell, 1997, p.79-80). 구체적으로, 사법부가 특정 법률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 권리나 법적 상태에 대한 여론이 환기되며, 정치적 비용이나 의제의 우선순위로 인해 권리 보호 의무 태만을 저지르고 있던 입법부는 권리에 대해 관심이 환기된 여론을 의식하게 된다. 이를 통해 입법부는 입법 관성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입법부는 사법부의 판단을 수용하여 민주적 의사를 다시 구성하고 법률을 개정하거나, 위헌성을 제거한 새로운 정책 수단을 채택한다. 이처럼 사법심사는 입법부를 무력화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부가 헌법적 가치를 고려하여 헌법에 합치되는 입법을 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논의는 한국의 현실에서도 유효하게 작동한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은 입법부에게 개선 입법의 시한과 재량을 부여해 실질적인 대화를 유도한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을 헌법적 대화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면,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은 국회의 입법권을 박탈한 것이 아니라, 국회에게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병역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는 대체복무제라는 대안을 마련하라’라는 헌법적 지침을 제공한 것이다. 여론 환기를 통해 국회는 입법 관성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며, 국회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고 대체복무법을 제정함으로써 민주적 절차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이 과정은 사법부의 독단적인 결정이 아니라, 사법부와 입법부가 상호 작용하며 헌법적 가치와 민주적 의사간의 조화를 이루어가는 대화의 과정이었다.
반론 검토와 재반박
Waldron의 반론
이상의 논증에도 불구하고, 사법심사 옹호론은 Waldron의 강력한 반론에 직면한다. 그는 사법심사 옹호론자들이 전제하는 권리의 명확성이라는 개념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며, 우리 사회가 겪는 문제는 ‘무엇이 권리인가?’에 대한 합리적 의견 불일치라고 지적한다. 무엇이 권리인지 규정하는 것 자체가 불명확한 일이기 때문에 그는 결과의 올바름보다 의사결정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이 중요하다고 보며, 모든 시민의 의견을 동등하게 취급하는 입법부의 다수결이야말로 정치적 평등과 참여의 권리를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이라 주장한다. 그리고 사법심사는 이러한 민주적 정당성으로부터 벗어나는 제도이므로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하는 제도로 간주된다 (Waldron, 2006). Waldron의 반론대로라면 권리에 대한 규정 자체가 모호하며, 이에 대한 규정 작업은 민주적 정당성을 지닌 입법부가 수행해야 할 것이다.
재반박
그러나, Waldron의 이러한 반론은 본고에서 제시한 입법 관성을 고려했을 때 다음과 같이 재반박된다. Waldron의 전제와 다르게, 입법 관성은 권리 문제가 모호할 때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앞서 살펴본 호주제 폐지 사례는 권리 침해의 위헌성에 대한 법적, 사회적 합의가 성숙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입법부가 권리 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지 않은 것이다. 즉 문제는 권리 문제에 대한 불일치가 아니라, 합의가 이루어진 권리에 대해 외면하는 병리적 관성에 있다. 입법부의 부작위로 인해 시민 참여가 제한된 상황에서 절차적 정당성만을 근거로 논의하는 것은 공허한 비판에 불과하다.
결론
본고는 사법심사를 민주주의를 완성하기 위해 필수적인 권리 보장 측면에서 옹호했다. 구체적으로 민주주의 제도가 시민의 권리를 과소보호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설계되어야 함을 보이고, 입법부는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입법 관성에 빠져 권리 보호의 태만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음을 보였다. 그리고 입법부와 달리 사법부는 구조적으로 권리 보호의 태만을 저지를 유인이 적다는 점을 근거로 사법심사가 시민의 권리 보호를 위한 수단으로서 옹호될 수 있다고 논증하고, 법관의 인식론적 우위를 구체적 사건에 대한 접근성 측면에서 논증하였다. 이 과정에서 권리의 명확성에 대한 Waldron의 반론을 검토했다. 그러한 반론은 입법부가 구조적으로 갖는 문제점인 ‘입법 관성’이 존재함을 보이고 이것이 합리적인 의견 불일치의 차원이 아님을 입증해 해소되었다. 또한 사법심사가 입법권을 봉쇄, 무력화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부가 헌법적 원칙에 부합되는 방향의 입법을 하도록 유도하는 장치임을 입증했다. 이를 통해 사법심사가 시민의 권리 보호를 위해 필요한 민주주의 제도의 일부이며,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음을 보였다. 결론적으로 사법심사는 민주주의의 후퇴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절차적 다수결을 넘어 헌법이 약속한 자유와 평등이라는 실질적 가치를 구현하도록 이끄는 동력이다. 따라서 사법심사 제도의 유지는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참고문헌
국내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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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2005). 2001헌가9ㆍ10 등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 부분, 제778조 위헌제청. https://www.ccourt.go.kr/site/kor/ex/bbs/View.do?cbIdx=1106&bcIdx=941408
외국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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