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 과제-04 5-6단락 논증에세이 011-22 류혜림
제목: 국친권 폐지의 필요성: ‘친밀성의 제공’이라는 가정 기능의 누락과 사회적 책임의 전가
I. 서론
현대 복지국가에서 아동 보호는 국가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로, 일부 국가는 ‘국친권(parens patriae)’이라는 법적 원리를 통해 부모가 자녀를 적절히 보호하지 못할 때 가정에 개입할 권한을 갖는다. 이는 위험에 처한 아동을 보호하려는 선의에서 출발하나, 가정의 분리와 재구성이라는 아동의 향후 생애주기에 지속적 영향을 미칠 변화를 초래하기에 그 개입의 파급 효과를 신중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를 두고 학계 한편에서는 국가 개입이 낳는 파괴적 결과에 주목한다. John Bowlby(1969)의 애착 이론에 근거한 시각은 아동과 주 양육자 간의 초기 유대가 정신 건강의 초석이므로, 국가가 이 관계를 강제로 분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아동에게 심각한 심리적 박탈과 상처를 야기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반면 Esther K. Hong(2021)은 국친권의 “선의의 목표가 종종 학대를 감추고 미성년자의 헌법적 권리를 제한했음”(p. 278)을 인정하면서도, 국가가 ‘슈퍼 부모(super-parent)’로서 아동을 보호해야 한다는 근본 정신은 포기할 수 없다고 본다. 이러한 학술적 긴장 속에서, 본고는 국친권이 아동 보호에 있어 가정의 역할을 과소평가하며, 국가의 의무를 그릇된 방식으로 이행함으로써 오히려 아동의 권익 보호에 효과적이지 못함을 주장한다. 이를 논증하기 위해 본고는 연역적 논증 구조를 따른다. 먼저, (1)가정의 불화와 관계없이 모든 가정은 친밀성의 관계를 제공하며 (2)국친권은 친밀성을 대체할 수 없다는 소전제를 도출한다. 이 두 전제에 근거하여, (3)이에 대한 반론과 재반론, (4)아동 보호의 효과적 수단이라기 보다는 관계의 부정이나 일방적 박탈으로서 그릇된 방법론인 국친권이 아닌 애착 관계의 점진적 대체로서의 사회적 역량 강화라는 대안적 시도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음을 말하고자 한다.
II. 본론
1. 모든 가정은 ‘친밀성의 관계’를 제공한다
가정은 아동의 성장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지지 기반인 ‘친밀성의 관계’를 제공하는 원초적 공간이다. 정신분석학 연구에서 이는 ‘애착(Attachment)’이라는 용어로 설명된다. 아동 친밀성 연구의 선구자인 존 보울비(John Bowlby)는 애착을 “인간 사이에 지속되는 심리적 연결성”(Bowlby, 1969, p. 194)으로 정의하며, 이것이 단순한 감정을 넘어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생존하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 체계”라고 설명했다. 후속 연구자인 메리 에인스워스(Mary Ainsworth)는 이 관계의 질에 따라 ‘안정 애착’과 ‘불안정 애착’을 구분했다. 주목할 점은 ‘불안정 애착’이다. 이는 부모의 반응이 일관되지 않거나 부정적일 때 형성되지만, 이 경우에도 아동은 결코 양육자와의 관계를 포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나름의 방책으로서 필사적으로 유대를 유지하려 한다. 이 논의는 메리 메인(Mary Main)과 동료 연구자들에 의해 ‘혼란된 애착(Disorganized Attachment)’ 개념에서 더욱 심화된다. 이들은 아동이 학대와 방임을 경험하는 최악의 상황에서조차, 양육자를 “경보의 원천인 동시에 잠재적 위안의 유일한 원천”(Hesse & Main, 2000, p. 1001)으로 인식하는 모순적인 애착을 형성한다고 밝혔다. 즉, 관계가 긍정적이든 고통스럽고 부정적이든, 아동은 그 안에서 생존하는 법을 배우고 그것을 세상의 전부로 내재화한다. 따라서 부정적 가정에서 형성된 친밀성(애착) 역시 아동의 정체성과 생존 전략의 핵심이기에, 외부에서 더 ‘좋은’ 관계를 제공한다 해도 쉽게 대체되거나 ‘없는 것’으로 치부할 수 없는, 부정할 수 없는 하나의 ‘관계’이자 ‘아동의 장기적 성장의 경제적, 정서적 배경’이라는 것이다.
2. 국친권은 ‘친밀성의 관계’를 대체할 수 없다.
국친권의 행사는 보호라는 선의의 목표에도 불구하고, 아동의 ‘친밀성의 관계’를 대체하는 것에 실패한다. 두 가지 측면을 살펴볼 수 있는데, 우선 Pimentel(2019)이 지적하듯 국가가 제공하는 위탁 시설은 아동에게 각인된 원초적 유대를 대체하는 데에는 실패한다. 이는 앞서 살펴본 가정이 제공하는 친밀성의 관계와 아동에게 깊이 내제된 애착 관계가 설령 고통스러웠을지라도 그의 세계를 구성하는 원형이라는 점을 간과한 처사로서, 무조건적인 분리만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국가의 강제적 분리는 아동의 입장에서 폭력의 종식이 아닌, 자신의 정체성과 향후 생존 기반 전체가 무너지는 또 다른 심리적 파괴 행위로 경험될 수 있다. 나아가 국친권에 기반한 개입은 실패를 넘어 그 집행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친밀성의 관계’ 자체를 범죄화하는 오류를 범할 수 밖에 없기도 하다. 현대 사회에서 국가 개입의 정당성을 보장하는 ‘방임’이라는 범주가 ‘빈곤’과 구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국친권은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세계를 무너뜨리고 사회적 낙인을 통해 불평등을 재생산하며, 이는 ‘대체’가 아닌 명백한 ‘파괴’임을 증명한다.
3. 과학적 보완을 통한 국친권의 친밀성의 관계를 대체는 가능하다
이때, 국친권은 관계의 파괴가 아닌, 아동의 ‘건강한 성장 기회’를 보장하려는 국가의 객관적 책무라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이 관점은 아동이 느끼는 주관적 애착은 보호-유지의 대상이 아닌 오히려 트라우마를 재생산하는 ‘병리적 유대’로서 교정-치료의 대상이기에, 국가는 아동의 보호라는 의무에 따라 가정에 대한 충분한 개입할 의무가 있음을 말할 수 있다. 즉, 국친권의 목적은 유해한 관계를 끊어내고, 아동에게 최소한의 정상적 발달 기회를 제공하려는 불가피한 사회적 책무의 이행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 반론은 국친권 행사를 파괴가 아닌, 아동을 위한 ‘필수적인 기회의 창출’로 재정의한다.
4. 재반박: 국친권의 오류는 아동의 일시적 안녕상태에의 몰두에 있다
그러나 국친권이 내세우는 ‘객관적 기준’과 ‘성장의 기회’는 실제 집행 과정의 파괴적 본질을 가리는 허상에 불과하다. 앞서 논증했듯, 아동에게 ‘혼란된 애착’조차 자기 세계의 전부이기에, 국가의 강제적 분리는 ‘기회’가 아닌 ‘정체성의 파괴’로 경험되며, 그 정체성의 파괴는 사회의 객관적 판단이 아닌 아동 스스로의 판단에 기반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2문단에서 지적했듯, ‘객관적 기준’의 적용은 빈곤과 같은 사회 문제를 ‘방임’이라는 법적 잣대로 재단하여 가정을 범죄화하는 과정으로 변질된다. 결국 국친권이 자신하는 위기 상황과 위기 가정, 아동이 느끼는 고통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은 여전히 가정의 관계를 자의적으로 설정하며 나아가 사회적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폭력적 과정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는다.
III. 결론
이렇게 본 글은 아동의 안녕상태는 가정의 ‘친밀성의 관계’라는 규범적 조건에 종속되며, 국친권은 아동과 가정의 강제적 분리를 통해 친밀성의 관계를 파괴함으로써 아동의 주관적이고 장기적인 안정의 근간을 해체하는 개입이자 국가가 정상 가족을 구성-규정하는 구성적 이데올로기로 작동하는 개입임을 논증하고, 이에 국친권의 폐지가 바람직함을 말하고자 한다. 다만 이 주장이 명백한 학대로부터 아동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책무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국친권의 폐지가 아동 보호의 포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현재의 아동 보호를 위시한 국가 편의적인 조치이자 가난에 대한 처벌이 되는 자의적 개입인 국친권에서 나아가자는 제안이다. 아동의 진정한 보호를 위해서는 현재 국친권을 필두로 한 국가 편의적인 개입에서 나아가 아동의 주관적이고 지속적 안녕상태에 대한 “인정” 및 “대안”에의 집중이 필요함을 말하고자 한다.
참고문헌
Bowlby, J. (1969). Attachment and loss, Vol. 1: Attachment. Basic Books. Hesse, E., & Main, M. (2000). Disorganized infant and adult attachment: Related to unresolved trauma and loss. In C. H. Zeanah Jr. (Ed.), Handbook of infant mental health (2nd ed., pp. 376–408). The Guilford Press. Pimentel, D. (2019). Punishing families for being poor: How child protection interventions threaten the right to parent while impoverished. Oklahoma Law Review, 71(3), 885–921. Hong, E. K. (2021). A reexamination of the parens patriae power. Tennessee Law Review, 88(2), 277–334. 이지현, & 이주연. (2013). 가정폭력 노출 아동의 외상적 유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한국아동복지학, 44, 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