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04 5-6단락 논증에세이 011-18 조현서
제목: 문화유산의 보전 목적은 무엇인가?
I. 서론
문화유산은 공동체가 과거로부터 물려받아 오늘의 삶 속에서 의미를 이어가는 장소와 유물, 관습, 기억의 총체이다. 그 총체는 세대 간 연속성을 지탱하고 공공의 정체성을 형성하므로, 훼손의 압력 속에서 반드시 보전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문화유산 보호의 방향과 관련하여, 물질주의와 구성주의의 딜레마 속에서 보호의 대상인 문화유산의 진정성이 사물에 내재하는지, 아니면 그를 향유하는 공동체에 의해 부여되는지 끊임없이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Matero(2007)은 문화유산의 진정성은 사물에 내재한다는 물질주의적 입장을 택하고 있으며, 문화유산 보존의 1차적 목표는 ‘원재료의 보존’이고 원본과 창작을 엄격하게 구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Boccardi(2019)는 문화유산의 진정성은 그를 향유하는 공동체가 부여한다는 구성주의적 입장으로, 진정성이라는 개념에서의 관계적 성격을 주요 근거로 삼는다. 본 글은 Maetro로 대표되는 물질주의적 입장과 Boccardi로 대표되는 구성주의적 입장의 대립에서 구성주의적 입장을 옹호하며, 문화유산을 향유하는 공동체, 즉 대중과의 밀접한 연결 없이는 문화유산이 가치를 가질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하의 논변은 진정성이라는 개념이 사실과 가치를 분리하는 것에 기반한 관계적 개념이라는 점과 계승·재창조를 통한 공동체와의 연결이 문화유산의 가치를 드높일 수 있다는 두 가지 논증을 기반에 두고 있다. 이를 제시하기 위해 본 글은 먼저 진정성 개념의 관계성을 논증하고, 다음으로 공동체와의 연결을 통해 문화유산의 가치가 창출될 수 있음을 설명한 뒤, 문화유산 자체에 진정성이 내재한다는 반론을 고찰하고 이를 재반박함으로써 논제를 정당화할 것이다.
II. 본론
1. 진정성은 사실·가치 분리에 기반한 관계적 개념이다
진정성은 사물에 자동으로 붙어있는 속성이 아니라, 우리의 ‘가치있다’라는 주장이 사실에 의해 제대로 뒷받침되는지를 검증하는 관계적이자 절차적 개념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떤 유산이든간에 설명되기 위해서는 일종의 가치 진술이 요구된다’는 점을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경주 석굴암은 ‘8세기 통일 신라에 조성된 인공 석굴’이라는 사실을 통해서도 설명되지만, 석굴암에 대한 가치는 ‘신라 미학과 불교 예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걸작’이라는 서술을 통해 부여되며, 다른 유산들까지도 이렇게 사실과 가치가 분리된 형태로 서술될 수 있다. 여기서 진정성에 대한 평가는 ‘사실’과 ‘가치’가 결합된 진술이 참인지를 검증하는 절차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는 사물에 내제한다기보다는 맥락에 따라 달라지는 관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같은 사물도 누가, 언제, 무엇을 위해 보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즉, 기록과 분석으로 서술되는 ‘사실’과 달리 ‘가치’ 는 공동체의 해석으로 드러나며, 진정성은 사실과 가치가 상호작용할 때 생성되는 관계적인 개념인 것이다. 이 때문에 문화유산의 보존 가치는 ‘사실’뿐만 아니라 ‘가치’에서 또한 창출된다고 볼 수 있으며, 그 보존에 있어서 또한 사실과 가치를 모두 고려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2. 계승·재창조는 공동체와의 연결을 통해 유산의 가치를 증폭한다
이러한 문화유산 보존의 과정의 핵심에는 공동체의 인식·참여·사용을 활성화하여 그 공공가치를 실질적으로 높이는 계승과 재창조가 있어야 한다. 먼저 유산과 관련하여 공동체에서 유산을 재해석하고 그를 프로그램화하는 것은 공동체가 그를 학습하게 하고,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을 기르게 하며, 결국 유산의 가치에 대해 기억하게 한다. 이러한 과정은 유산이 가지고 있는 가치에 대한 수요를 만든다는 측면에서 유산의 사회적·교육적 가치를 높여 유산의 보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종류의 사용이 생기면 자연스레 유산에 대한 관리 재원과 자원 봉사, 후원이 따라와 유산의 장기 보존에 유리할 수 있다. 반대로 유산이 어떤 형태로든 사용되지 않는다면 그에 대한 공동체의 관심이 따라오기 어렵고, 그에 따라 재정난이 이어져 유산이 제대로 보전되지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유산 보전에 있어서 공동체의 계승·재창조는 필수적이며, 공동체의 참여가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면 유산의 보전을 넘어 새로운 가치 창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3. 반론: 공동체의 계승·재창조는 유산의 연령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
물질주의적 입장에 있는 학자들은 공동체의 계승·재창조를 중시하는 구성주의적 입장에 대해 ‘유산의 원본 보존’이라는 제1원칙을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유산의 산업화·관광화를 이끌어 유산의 연령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Matero(2007)은 문화유산 보전의 목적은 그 잠재적 통일성을 획득하는 것이며, 유산의 역사적 흔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원본과 창작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즉, 유산의 진정성은 그 유산 자체에 내재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무분별한 재창조는 유산에 대한 위조나 테마파크화를 이끌어 내 유산을 보존해야 하는 근본적 이유인 ‘원형’으로부터 나오는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4. 재반박: 진정성은 관계적 맥락 외에서는 이해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반론은 진정성은 사실과 가치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창출되는 개념이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으며, 유산의 가치를 현실에서 그를 향유하는 공동체와 괴리된 비역사적인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유물의 진정성 파악은 우선 사실과 가치의 분리로부터 시작하며 특히 그 가치 진술은 공동체와 분리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물질주의적 입장은 사실과 가치를 분리하지 않은 채로 유산의 진정성을 파악하려고 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물질주의적 입장에서 유산의 원본의 완전 보존만을 과하게 추구하는 것은 오히려 유물의 소실 위험을 높이는 것이며, 공동체의 적극적 참여와 함께하는 절제된 재창조가 유산의 원본 보존에도 더 도움이 된다.
III. 결론
본 글은 진정성을 사물에 고정된 속성이 아니라 사실과 가치가 결합해 성립하는 관계적 개념으로 규정했고, 그 전제 위에서 계승·재창조를 통한 공동체의 인식·참여·사용이 학습·소속감·기억을 높여 유산의 공공가치와 장기 보존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강화함을 보였다. 물질주의적 반론이 제기하는 연령가치 훼손과 테마파크화 우려에 대해서는, 그 반론이 진정성의 관계적 성격을 간과하고 공동체로부터 분리된 비역사적 가치관을 전제한다고 지적했으며, 완전 보존만을 과도하게 추구할수록 무관심과 재정난으로 오히려 소실 위험이 커질 수 있고, 공동체의 참여를 전제로 한 절제된 재창조가 원본 보존에도 유리함을 논증했다. 따라서 문화유산 보존은 사실과 가치를 함께 고려하여 공동체와의 현재적 연결을 중심에 두는 구성주의적 방향을 채택하는 것이 타당하다.
참고문헌 (APA 7판 스타일)
Boccardi, G. (2019). Authenticity in the heritage context: A reflection beyond the Nara Document. The Historic Environment: Policy & Practice, 10(1), 4–18.
Matero, F. G. (2007). Loss, compensation, and authenticity: The contribution of Cesare Brandi to architectural conservation in America. Future Anterior, 4(1), 44–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