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 과제-04 5-6단락 논증에세이 011-24 김지훈

제목: ‘회수(recoupment) 가능성 요건’을 약탈적 가격 설정의 구성 요건으로 보아야 하는가?

I. 서론

Brooke Group 사건 이후 미국의 반독점 소송에서 약탈적 가격설정이 인정된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이는 해당 사건에서 미 연방대법원이 피고의 약탈적 가격설정을 주장하는 원고는 피고가 특정 상품을 원가 이하로 판매하여 경쟁사업자를 몰아낸 뒤 그 상품의 산출량을 제한하여 가격을 인상함으로써 약탈적 가격설정의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를 회수할 수 있음을 입증하도록 요구하였기 때문이다. 이에 회수 가능성을 약탈적 가격설정의 구성 요건으로 삼는 것이 옳은가에 관한 논의가 미국뿐만 아니라 EU 등지에서도 활발하게 논의되어 왔다. 회수 가능성이 입증되지 않은 원가 이하의 가격 책정을 약탈적인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 여부는 반독점법의 입법 목적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만약 반독점법의 목적이 오로지 소비자 후생 증대를 위한 것이라면, 회수 가능성이 없는 원가 이하의 가격 설정은 소비자가 직면하는 가격을 낮추는 효과만을 가져오므로 반독점법이 개입할 사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반독점법의 목적이 소비자 후생 증대에 한정되지 않고 경쟁을 보호하기 위한 측면 또한 가지고 있다면, 원가 이하의 가격 설정은 동등하게 효율적인 경쟁사업자를 시장에서 몰아낼 우려가 있으므로 회수 가능성을 요구하지 않고도 그 위법성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반독점법의 유일한 입법 목적이 소비자 후생의 증대에 있는 것인지 여부가 이 논쟁이 내포하고 있는 핵심적인 딜레마이다. 이에 미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시카고 학파의 ‘소비자 후생 이론’을 근거로 반독점법의 유일한 목적은 소비자 후생을 보호하는 데 있기 때문에, 회수 가능성을 약탈적 가격설정의 구성 요건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James McConvill et al., 2003) 한편 해당 판결을 비판하는 측에서는 의회는 소비자 후생을 보호하는 것뿐만 아니라 과도한 사적 권력의 집중을 방지하기 위하여 반독점법을 제정하였다고 반론한다. (Lina Khan, 2017) 본 논문은 이러한 긴장 속에서 ‘소비자 후생 단일 목적론’의 입장을 반박하면서도 ‘과도한 사적 권력의 집중’ 그 자체가 아닌 ‘효율성에 근거한 경쟁 옹호’를 반독점법의 또다른 입법 목적으로 제시할 것이다. 이하 본론에서는 반독점법의 입법사를 통해 소비자 후생 증대가 반독점법의 유일한 입법 목적이 아니었음을 밝힌 이후, 반독점법의 구조적 특징(카르텔과 합병의 구분, 합병과 내부 성장의 구분 등)을 분석함으로써 효율성에 근거한 경쟁을 옹호하는 것이 의회의 의도였음을 논증하고, 효율성에 근거한 경쟁을 옹호하는 것이 소비자 후생의 증대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반론에 대한 재반박을 통해 회수 가능성 요건을 약탈적 가격 설정의 구성 요건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논제를 정당화할 것이다.


II. 본론

1. 반독점법의 입법사는 소비자 후생 증대가 반독점법의 유일한 입법 목적이 아님을 시사한다.

셔먼이 발의한 반독점법 초안에서는 “(1) “those “made with a view, or which tend, to prevent full and free competition’“; and (2) those “designed, or which tend, to advance the cost to the consumer” of articles of commerce” 하기 위한 협정, 계약, 합의, 트러스트를 막기 위함을 입법 목적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소비자 후생 증대뿐만 아니라 특정한 규범적 상태(‘full and free’한)의 경쟁을 옹호하는 것 또한 반독점법의 입법 목적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토론 과정에서 반독점법의 공동 발의자인 Hoar 상원의원은 반독점법상의 ‘독점’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관한 토론 중 “It is the sole engrossing to a man’s self by means which prevent other men from engaging in fair competition with him” 이라는 발언을 하였는데, 이는 독점의 의미를 소비자 후생의 관점이 아닌, ‘경쟁 사업자 배제’의 관점에서 바라본 것이다. 이러한 점을 종합하였을 때, 반독점법의 입법사는 적어도 반독점법의 ‘유일한 목적’이 소비자 후생 증대에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


2. 반독점법의 구조적 특징은 의회가 효율성에 근거한 경쟁을 옹호하고자 했음을 보여준다.

반독점법은 카르텔에 대하여는 ‘당연 위법의 원칙’을 적용하면서도, 합병에는 ‘합리의 원칙’을 적용하여 합병이 가져다 주는 반경쟁적 효과와 친경쟁적 효과를 비교형량하여 그 위법 여부를 결정한다. 그런데, Lina Khan의 주장과 같이 만약 반독점법이 ‘사적 권력의 집중’ 그 자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합병은 오히려 카르텔보다도 더 위법한 것으로 간주되어야 할 것이다. 합병은 배신의 위험이 있는 카르텔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경쟁을 제거하고 특정 기업으로의 시장 집중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반독점법의 구조적 특징은 ‘사적 권력의 집중’의 측면이 아닌, 효율성의 측면에서 조명되어야 한다. 카르텔은 기업의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효과가 전무한 반면, 합병의 경우 이중 마진 제거 효과, 생산 시설의 통합으로 인한 규모의 경제 및 범위의 경제 등의 효율성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반론: 효율성에 근거한 경쟁을 옹호하는 것이 곧 소비자 후생을 증대시키기 위한 것이 아닌가?

시카고 학파의 거두인 R. Bork는 Antitrust Paradox에서 기업이 그 자신의 효율성으로 인해 독점에 이르는 것과 그렇지 않은 독점화의 과정을 구분하는 것은 오로지 ‘소비자 후생의 보호’라는 측면에서만 설명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Bork는 효율성에 근거한 경쟁을 옹호하는 것을 소비자 후생 증대라는 궁극적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일견 의회가 효율성에 근거한 경쟁을 옹호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소비자 후생의 증대만이 의회가 의도한 입법 목적이라는 점은 양립 가능할 수 있다.


4. 재반박: 효율성에 근거한 경쟁을 옹호하는 것은 소비자 후생의 증대와는 독립적인 입법 목적이다.

그러나 1) 반독점법의 입법사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의회는 분명 소비자 후생 증대와는 별개로 ‘특정한 규범적 상태의 경쟁’을 옹호하고자 하였다는 점, 2) 효율성에 근거한 경쟁과 소비자 후생 증대는 그것들이 내포하는 외연이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효율성에 근거한 경쟁을 옹호하는 것을 소비자 후생 증대라는 궁극적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 셔먼의 반독점법 초안에서 살펴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의회는 분명 ‘full and free competition’이라는, 특정한 규범적 상태의 경쟁을 옹호하고자 하였으며, 이를 소비자 후생의 증대의 동의어로 해석하는 것은 두 입법 목적을 병렬적으로 열거한 반독점법 초안의 구조와 배치된다. 또한, 효율성에 근거한 경쟁이 대개의 경우 소비자 후생을 증대시키지만 양자의 외연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A사가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시장에 신규 진입한 B사가 A사보다 좋은 생산 기술을 가지고 있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이 경우 효율성에 따른 경쟁이 이루어진다면 B사가 A사의 점유율을 점차 잠식해갈 것이지만, A사는 자신의 지배적인 지위를 이용하여 소매상에게 막대한 리베이트를 주는 대가로 B사와 거래하지 말 것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소매상이 수령하는 리베이트의 정도가 B사와 A사의 생산기술의 격차를 능가할 경우 소매상은 A사로부터 제안받은 배타적 거래를 수용할 것이다. 또한 소매상은 A사로부터 직면하는 가격이 낮아졌기 때문에 다른 소매상에 비해 우위를 차지하기 위하여 최종 소비자에게 보다 낮은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할 것이고, 경쟁적인 소매 시장을 가정할 경우 이는 소매 시장의 새로운 균형이 될 것이므로 최종 소비자가 직면하는 가격 또한 낮아질 것이다. 즉, A사의 행위는 효율성에 근거한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임에도 소비자 후생을 증대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종합하였을 때, 효율성에 근거한 경쟁을 옹호하는 것은 단순히 소비자 후생의 증대라는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치부될 수는 없으며, 그 자체로 독립적인 입법 목적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III. 결론

이 논문은 효율성에 기반한 경쟁을 옹호하는 것 또한 반독점법의 입법 목적에 해당함을 토대로 하여 회수 가능성을 약탈적 가격설정의 구성 요건으로 삼는 것이 부당함을 논증하였다. 반독점법이 효율성에 기반한 경쟁을 보호하는 이상, 회수 가능성과 무관하게 원가 이하의 가격 설정으로 인해 동등하게 효율적인 사업자들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만으로도 그러한 가격 설정의 위법성은 인정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반독점법의 구성 요건으로 회수 가능성을 추가하는 것은 사실상 효율성에 기반한 경쟁을 옹호하는 반독점법의 또 다른 목적을 몰각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회수 가능성을 약탈적 가격 설정의 구성 요건에서 제외함으로써 현재 미국에서 만연한 ‘1종오류(약탈적 가격설정에 해당하는 행위를 약탈적 가격설정이 아니라고 잘못 판단하는 오류)’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와 같은 주장이 회수 가능성에 대한 논의의 실익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님에 주의해야 한다. 회수 가능성의 입증 여부가 원가 이하 가격 설정에 대한 위법성 인정 여부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회수 가능성의 입증 여부가 약탈적 가격설정의 위법성을 증가 혹은 경감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없음을 함축하는 것은 아니기 떄문이다. 따라서 회수 가능성을 약탈적 가격 설정의 구성 요건으로 요구하지는 않더라도, 피고(원고)는 원가 이하 가격 설정의 위법성을 경감(가중)하기 위하여 회수 가능성을 반등(입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APA 7판 스타일)

Lina Khan, (2017), The Yale law journal, Anazon’s antiturst paradox, 126(3), 710-805.

Michal S. Gal, (2007), European Competition Law Review, Below-Cost Price Alignment: Meeting or Beating Competition?, 2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