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02 단문 연습 011-14 서시현

단문

로크의 노동 혼합 이론은 “노동이 전유의 정당성을 보장한다”는 전제에 근거하는데, 이는 실제로는 생존 목적과 무관해 전유를 정당화할 수 없는 노동이더라도 사적 소유권을 부여할 수 있는 문제를 낳는다. 이러한 문제는 로크가 어떠한 성격의 노동이 소유로 이어지고, 어떤 노동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로크는 노동을 ‘노동자 자신의 부정할 수 없는 재산’으로 서술함으로써 노동과 소유의 직접적 연결을 전제한다. 이 전제는 개인이 공유물을 자신의 생존과 관련된 유용한 대상으로 전유하기 위한 조건으로 노동을 제시하며, 공유물의 사적 소유를 정당화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노동이 생존을 위한 유용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즉 전유의 목적을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모두 존재한다. 그런데 로크는 노동을 단순한 신체적 개입이라 언급할 뿐 노동의 목적과 성격에 대한 조건을 추가하지 않았다. 이는 어떠한 목적에서 수행되든 노동이 공유물에 투입되기만 하면 사적 점유를 무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에 문제가 된다. 가령 토마토 주스를 바다에 쏟는 행위는 신체(Body)에 의해 수행되었으므로 분명 노동이라 할 수 있다. 이 경우 로크에 의하면 노동이 투입된 바다에 대해 개인이 소유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행위는 생존과 무관할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개인이 바다에 대한 소유권을 가질 수 있다고 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나아가 숲을 청소하는 것과 같이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신체적 활동을 했다 하더라도 이 노동은 생존을 위해 수행된 것이 아니다. 숲의 청소 역시 로크의 주장과 달리 숲의 개인 소유를 정당화하는 행위라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로크의 노동 혼합 이론은 노동과 소유의 관계를 설명하는 데 필요한 조건을 결여하고 있으며, 그 결과 생존과 무관해 전유의 실질적 이익 창출 목적과 연결되지 않는 노동마저 사적 전유를 정당화하는 모순을 낳을 수 있다. 결국 노동의 성격과 범위를 정밀하게 규정하지 않는 한 노동을 사유 재산의 조건으로 삼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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