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02 단문 연습 011-17 전예원

단문

로크는 개인이 자신의 노동을 자연물에 결합하여 전유할 때,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기 위해서는 충분한 양과 동등한 가치가 남아 있어야 한다는 보완 조건을 제시하지만, 이 두 조건은 현실적으로 양립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충분함은 자원의 양적 기준을, 동등함은 자원의 질적 기준을 전제하는데, 현실에서는 양과 질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원이 물리적으로 많이 남아 있더라도 사회적 효용과 사용가치의 차이로 인해 동일한 가치로 간주되기 어렵다. 예를 들어, 16세기 이후 영국에서는 지주들이 기존에 공동체가 함께 이용하던 토지를 울타리로 둘러싸고, 농업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노동과 자본을 투입하여 사적인 소유를 주장하는 일이 확산되었다. 이 과정에서 농민들이 접근할 수 있었던 비옥한 공유지는 점차 사라졌으며 남은 토지는 척박하거나 사회적, 경제적 기반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동일한 가치로 기능하지 못했다. 겉으로는 국토 전반에 여전히 경작 가능한 땅이 남아 있었지만, 그것이 농민들에게 제공하는 기회와 효용은 현저히 낮았다. 그 결과 농민들은 생계 기반을 상실하고 도시로 유입되었으며, 토지 소유 여부에 따른 사회적 격차는 더욱 심화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은 충분한 양과 동등한 가치라는 조건이 실제 상황에서 동시에 충족되기 어렵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따라서 로크가 제시한 충분한 양과 동등한 가치라는 조건은 현실에서 동시에 충족되기 어렵기 때문에, 노동을 통한 전유가 곧바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 전유의 정당성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자원의 잔여 여부가 아니라 그 자원이 실제로 동일한 효용과 기회를 제공하는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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