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 과제-08 기말과제 초고 작성하기 011-28 유혜인

제목: 성소수자 미디어 재현의 딜레마 논의: 양적 증가 대 완전한 재현 비교를 중심으로

서론

현재 대중매체에서 성소수자를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성소수자에 대한 재현(representation)은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났지만, 이러한 증가가 성소수자의 다양한 현실을 편견 없이 생생하게 담아내는 완전한 재현과 양립하는지는 여전히 논쟁적이다. 과거 영화 산업과 TV 대중매체에서 성소수자는 거의 보이지 않거나 부정적으로만 묘사되어왔다. 실제로 1990년대 초까지 주류 영화나 드라마에서 성소수자는 문란한 사람으로 빌런으로 등장하거나 일방적으로 희생당하는 약자로 그려졌다. 특히 동성애자는 치료되어야 할 환자로 취급되며 남성 동성애자는 여성스럽게, 여성 동성애자는 남성적으로 그려지며 기존의 이성애적인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형식이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성소수자의 보이지 않음(invisibility)와 왜곡된 재현의 역사는 성소수자들이 대중문화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기 어려웠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이후 상황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하면서 1998년 미국 NBC 방송에서 게이 남성을 주인공으로 한 시트콤인 ‘Will & Grace’가 큰 인기를 얻고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이후 대중매체에서도 성소수자가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긍정적 묘사 또한 증가했다. 2003년에는 미국 지상파 프라임타임에 8명의 성소수자 주연 캐릭터가 등장하여 이전 시즌들의 5명에 비해 크게 늘어났고, 이 시기는 성소수자가 미디어 재현에 있어 ‘획기적인 진전’으로 평가받게 되었다(Avila-Saavedra,G. 2009).

이처럼 성소수자가 대중매체에서 점차 ‘주류’의 일부로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학계와 활동가들은 단순히 캐릭터 수의 증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일부 연구자들은 성소수자가 이전보다 대중에게 인식되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눈에 보이는 가시성(visibility) 자체가 곧 편견을 없애는 것을 담보하지는 않는다고 경고한다. 미디어에서 성소수자는 여전히 기득권층의 시각과 이익에 좌우되기 쉬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Gross는 레즈비언과 게이들이 다른 소수자 집단보다 대중매체의 영향에 취약하며 당사자의 목소리가 억압되거나 왜곡되는 형식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한다. 이는 인종이나 성 역할과는 달리 성소수자는 가정이나 학교에서 자신과 같은 정체성을 드러나지 않고 이에 따라 정체성의 역할 모델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미디어에서 등장하는 성소수자의 이미지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Gross L, 1991).

따라서 대중매체에서 성소수자가 그려지는 방식은 성소수자의 자기인식과 사회적 수용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성소수자 미디어 재현에 있어 양적 증가가 중요한가, 아니면 완전한 재현이 중요한가”라는 딜레마가 부각된다. 즉 성소수자들이 미디어에 더욱 노출되는 것 자체를 우선시해야 할지, 아니면 드물게 등장하더라도 편향 없고 다양성을 갖춘 ‘이상적’ 표현이 더 중요할지에 대한 논쟁이 있다.

본 글은 이러한 딜레마에 대한 논쟁을 살펴보고, 성소수자의 미디어 재현에 있어 양적 증가가 완벽한 재현보다 우선적으로 중요하다는 입장을 논증하고자 한다. 즉 성소수자 재현에서는 일단 등장 수를 늘려 가시성을 확보하는 것이 성소수자 권리에 더 좋다는 주장을 하고자 한다. 논증은 다음과 같은 논리 구조를 따른다. (1) 성소수자 재현은 사회적 인식 변화와 직결되며, (2) 이러한 인식 변화를 위해서는 완벽한 재현보다는 우선적으로 양적 증가가 더 효과적이며, (3) 양적 증가는 궁극적으로 다양성과 자기서사를 확대해 질적 재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창출한다.

본론

미디어 재현 전략은 해당 집단에 대한 사회적 해악을 최소화하고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

미디어는 사회적 의미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장이자, 특정 집단에 대한 인식의 형성과 유지에 핵심적으로 기능하는 도구이다. 따라서 미디어에서 성소수자 재현될 때 해당 집단에 대한 사회적 해악을 최소화하고, 가능한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미디어 재현 전략이 설정되어야 한다. 즉 미디어 재현 전략을 판단할 때 해악과 이익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바라볼 때, 미디어 재현에 있어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가시성’이라고 볼 수 있다.

비가시성은 상징적 말살(symbolic annihilation)이며 가장 큰 해악이다

Gerbner와 Gross가 제시한 ‘상징적 말살’ 개념은 미디어에서의 재현 부재가 곧 그 집단의 존재 삭제와 동일한 효과를 가진다는 점을 강조한다(Gerbner & Gross, 1976). 이는 특히 소수자 집단에게 치명적인데 소수자 집단일수록 일상에서 잘 드러나지 않고 논의되지 않기 때문이다. 미디어에서 특정 집단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사회는 그들을 ‘없는 존재’로 간주하게 되며 이들을 사회적으로 포용할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으며 이들을 실질적으로 사회로부터 배제 및 소외시키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사회적 권리는 우선 존재가 승인되어야 또는 존재가 인정되어야만 작동하는 것이다. 따라서 비가시성은 정책적 배제나 제도적 무관심을 초래한다.

또한 비가시성은 정체성 형성에 있어 왜곡 및 지연이라는 해악을 가져올 수 있다. 사회적 인정은 개인의 정체성 발달에 핵심적인 요소이다(Berger & Luckmann, 1966). 미디어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정체성을 설정해나가며 이에 따라 역할모델을 내면화한다. 그러나 미디어 속에 자신과 유사한 정체성을 가진 인물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 성소수자 개인은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혼란과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면서 왜곡된 정체화를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이는 청소년기 성소수자에게 치명적이다. 실제로, 청소년기 성소수자들이 이러한 경험으로 인해 우울, 자아 혐오, 소속감 결여를 경험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Russell & Fish, 2016). 즉. 미디어 부재는 정체성 형성에 있어 사회적 해악을 직접적으로 초래한다.

그리고 비가시성은 때때로 혐오를 정당화하거나 강화하기도 한다. 대중은 미디어를 통해 접하지 않은 존재를 더 쉽게 괴물화하며,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며 이는 곧 폭력과 배제의 담론을 생산한다.

미디어 재현에 있어 ‘가시화’가 가져오는 사회적 이익은 크다.

미디어에서 성소수자 인물들은 사실 고정관념적이고 단편적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성소수자는 가시화되었다. 즉 미디어 재현에 있어 ‘가시화’는 중요한 요소이다. 가시화는 존재를 인정하는 최소한의 출발점이다. Gross는 가시성이 정치적 권리의 시작이라는 것을 강조한다(Gross, 2001). 비록 재현된 모습이 납작한 재현이더라도, 사회는 그들이 사회 속에서 같이 살아가는 한 명의 시민이라는 첫 단계를 밟게 된다. 이는 이후 집단에 대한 논의, 문제에 대한 진단, 개선 운동이나 연대를 가능하게 한다. 즉 보여야 그 어떠한 비판이나 개선도 가능한 것이다. 특히 이는 미디어에서 강조되는데, 미디어는 대중에게 반복적으로 특정 집단을 노출하고 그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양적 증가는 완벽한 재현보다 이익이 크며, 사회적 인식 변화를 유도한다.

양적 증가를 통해 접촉 기회를 늘리고 이는 편견을 감소한다.

‘준사회적 접촉 가설(Parasocial Contact Hypothesis)’에 따르면 미디어 속 인물과 시청자 간에 형성되는 의사친밀감(pseudointimacy)이 실제 대면 접촉을 통해 편견을 감소하는 효과와 동일한 수준의 편견 감소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즉, 시청자는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캐릭터와 심리적으로 관계를 맺는다. 이는 직접적인 만남이 아니더라도 특정 집단에 대해 친밀감을 느끼고 편견을 완화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Allport의 접촉 가설에 의해서도 입증될 수 있다. Allport는 편견 감소는 협력적 상황, 동등한 지위, 공통 목표라는 조건에서 가장 잘 일어날 수 있다고 제시한다(Allport, 1954). 미디어는 이 조건을 허구적 상황을 제시함으로써 재현할 수 있다. 성소수자를 실제 대면상황에서 만나기 힘들지만 미디어는 성소수자를 어떠한 형태로 볼 수 있도록 하며 사회적 접촉 기회를 확대해 편견을 감소할 수 있도록 한다.

단순 노출만으로도 긍정적인 수용을 이끌어내며 이는 편견을 감소한다.

또한, 미디어 재현에 있어 양적 증가는 재현의 질과 별개로 반복 노출만으로도 호감을 증가시키고 감정이입을 통해 사회적 편견을 해소할 수 있다. Zajonc은 반복 노출이 곧 호감 증가라는 결과가 나온다는 연구를 수행했다(Zajonc, 1968). 이를 미디어에서의 성소수자 재현에 적용해본다면 초기에는 낯설기 때문에 불안이나 거부감을 느낄 수 있지만 반복적으로 노출되다보면 익숙해지고 공감이나 지지를 확대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미디어는 ‘감정적 동일시’를 촉진할 수 있는 여러 전략을 가지고 있다. 예시로 어떠한 캐릭터의 서사는 그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하면서 그 캐릭터의 경험을 내면화함으로써 연대를 느낄 수 있다.

왜곡된 재현이 오히려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강화할 수 있다는 반론

미디어 재현의 양적 증가가 중요하다는 주장에 가장 큰 비판점은 왜곡되거나 불완전한 재현이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강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비판은 특히 성소수자에 대한 미디어 재현이 오랜 기간 동안 ‘타자화’의 방식으로 작동해왔다는 역사적 경험을 근거로 한다. Hall이 지적한 바와 같이, 미디어는 단순히 현실을 반영하는 수동적 장치가 아니라 사회적 의미를 적극적으로 구성하고 사회적 자리를 배치하는 권력의 장이며, 특히 소수자를 묘사할 때 종종 지배적이고 규범적인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는 방식으로 기능해왔다(Hall, 1997). 성소수자가 희화화, 과도한 성적 대상화, 병리화와 같은 방식으로 재현될 경우, 대중은 그 이미지를 현실의 성소수자 집단 전체에 일반화하게 되고, 이는 혐오 기반의 낙인을 더욱 공고히 한다(Gross, 2001).

실제 역사를 살펴보면 초창기 미디어에서 성소수자 캐릭터는 주로 비극적 서사의 주체로 등장했다. 예컨대 AIDS와 같은 질병 서사, 범죄적 요소가 결합된 음지의 인물,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인물로서 그려진 바 있다(Walters, 2001). 이와 같은 반복적 재현은 성소수자를 사회에 위협적이거나, 불안정하거나, 불쌍하고 비극적 존재로 규정하는 인식을 강화해왔다. 이것은 단순한 스토리텔링의 문제를 넘어 정치적 타자화의 사건이다. 즉, 성소수자를 정상성 밖에 있는 존재로 규정하여 사회적 경계를 견고히 하고, 차별을 정당화하는 상징적 구축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부정적 표상은 실제 사회적 폭력과 제도적 배제로도 이어진다. 대중은 직접적인 경험 없이 미디어를 통해 성소수자를 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상황에서 왜곡된 이미지가 현실의 유일한 참조점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 교육·복지·안전 분야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공적 지원 요구는 덜 시급한 문제, 혹은 애초에 고려할 필요가 없는 대상으로 치부될 수 있다. 혐오 표현과 차별적 발언 역시 ‘미디어에서도 저런 존재들 아니냐’는 방식으로 쉽게 정당화된다.

또한 부정적 재현은 성소수자 내부에도 해악을 남긴다. 성소수자는 미디어 속 재현을 통해 ‘사회가 자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파악한다. 따라서 자신과 닮은 인물이 언제나 조롱의 대상이거나, 죽음을 맞이하거나, 커뮤니티에서 배제되는 방식으로 등장한다면,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정체성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갖기 어렵다(Russell & Fish, 2016). 이는 심리적 고립, 자기혐오, 우울감 증가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그들의 생존 가능성 자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 특히 가족과 학교로부터 지지를 받기 어려운 성소수자 청소년의 경우, 부정적 재현은 생애주기 초기에 ‘나는 여기서 환영받지 못한다’는 내면화된 메시지를 각인시키는 강력한 장치가 된다.

이처럼 왜곡된 재현이 일으킬 수 있는 해악은 결코 단순하거나 일시적이지 않다. 대중 인식, 정책 반응, 당사자 심리로 이어지는 삼중의 경로에서 부정적 영향을 반복 증폭할 가능성이 있다. 즉, 나쁜 재현은 단지 이미지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조건 전체에 관여하는 구조적 폭력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 연구자들은 성소수자가 미디어에 등장할 때, 최소한의 질적 기준을 갖추어야 하며, 수의 확장보다 질의 통제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Walters, 2001).

완전한 재현은 이상적 목표이지만, 양적 증가 없이는 질적 진전도 불가능하다는 재반박

성소수자 재현 질적 발전에 있어 양적 증가가 우선되어야 한다.

미국의 미디어 속 성소수자 재현이 발전해 온 역사를 살펴보면 등장 자체가 인정되지 않았던 단계를 넘어 고정관념 기반인 단편적인 재현을 통해 최초로 등장하고나서 다양한 장르 전반으로 확산되었다. 이 과정에서 중산층 백인 남성 이미지의 성소수자 재현이 문제가 되어 다양한 계층, 인종, 정체성을 가진 캐릭터가 등장하게 되었다. 즉 역사적으로 재현의 질적 발전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미디어 재현 수 자체가 증가했었던 것이다. Silverstone은 사회적 승인에는 일정한 임계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Silverstone, 1999). 소수의 단독 출현은 단지 예외적인 존재로 무시되며 양적으로 충분히 등장되어야 사회 안으로 이동하며 논의의 주요 대상이 될 수 있다. 즉 논의의 공간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질적인 발전을 논하는 것은 아무도 듣지 않는 곳에서 소리지르는 것과 같은 행위이다.

가시화된 기반 위에서 비판과 개선이 가능하다.

따라서 가시성이 없는 상태에서는 학술 연구, 정책적 제언, 시민운동 모두 불가능하다. 불완전한 재현에 대한 비판은 바로 그 불완전한 재현이 만들어준 공간 안에서만 가능해진다. 즉, 성소수자 재현의 양적 증가 이후에 변화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양적 재현이 증가된다면 제작자들 사이에서 경쟁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제작진들은 더 깊은 서사가 필요해질 것이며, 창작자와 배우에 있어 성소수자 비중이 증가할 것이다. 이는 곧 미디어 재현에 있어 질적인 개선을 의미하는 것이다.

결론

미디어에서 성소수자의 재현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존재 여부와 존엄을 둘러싼 핵심적인 정치적 문제이다. 상징적 말살 이론이 지적하듯, 미디어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비가시성은 가장 심각한 해악을 낳는다. 보이지 않는 이들은 사회적 승인에서 제외되고, 정체성 형성이 지연되며, 사회적 보호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 이는 성소수자 개인의 정신건강과 공동체 내 신체적·정서적 안전까지 위협한다. 따라서 재현 전략은 무엇보다 해악 최소화를 목적으로 해야 하며, 비가시성을 벗어나는 것이 최우선적 과제이다.

물론 초기의 재현은 종종 불완전하며, 스테레오타입이나 주변화된 이미지에 의존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가 존재한다고 해서 등장 자체를 주저해서는 안 된다. 미디어 재현의 질적 개선은 언제나 양적 기반이 마련된 이후에야 가능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서사는 충분한 가시성과 경쟁 속에서 발생하며, 비판적 담론 또한 등장하는 대상이 있을 때 비로소 작동한다. 가시성은 비판의 장을 열고, 비판은 개선의 동력이 된다. 즉, 질적 변화는 양적 확장의 자연스러운 결과이며, 이를 건너뛸 수 없다.

또한 미디어에서 성소수자를 반복적으로 노출하거나 재현을 양적으로 증가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편견을 감소할 수 있다. 대중은 미디어를 통해 성소수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함을 없애고 익숙함과 친숙함을 쌓을 수 있다. 준사회적 접촉을 통해 시청자는 미디어 속 인물과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고, 직접 마주하지 않아도 타자에 대한 이해를 확장할 수 있다. 이는 성소수자와 직접 접촉할 기회가 적은 사회에서는 이러한 간접 접촉이 편견 완화의 주요 경로가 된다.

또한, 미디어 재현의 증대는 성소수자 당사자의 정서적 안녕과 사회적 정체감에도 깊게 관여한다. 자신과 닮은 인물이 미디어 속에서 비로소 살아 움직일 때, 성소수자는 ‘나만 혼자가 아니다’, ‘이 사회에서 살아갈 자격이 있다’라는 가장 근본적인 자긍심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우울감 감소, 자아존중감 상승, 커뮤니티 형성에 기여하며, 더 나아가 다양한 사회 참여로 이어진다. 이러한 효과는 비가시성 상태에서는 결코 기대할 수 없다. 가시성은 타자에게는 이해를, 당사자에게는 생존을 제공한다.

결국, 완전한 재현을 요구하기 이전에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은 더 많은 등장이다. 성소수자의 미디어 재현은 양적 증가를 통해 정치적 지분을 확보하고, 상징적 공간을 넓혀가며, 다양한 서사가 경쟁적으로 생산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조성한다. 그리고 그 기반 위에서 비로소 다양성, 진정성, 당사자성에 기반한 질적 발전이 가능해진다. 이는 미디어 역사와 사회적 권리 운동 양측에서 일관되게 관찰되는 현상이며, 완전한 재현은 양적 확장이 충분히 진행된 이후에 오는 결과이다.

따라서 성소수자 미디어 재현 전략에 있어 가장 중요한 방향은 가능한 방식으로 가능한 많은 등장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완전한 재현을 이유로 등장 자체를 늦추는 태도는 오히려 해악을 지속시키고, 성소수자가 사회적 존재로 자리 잡는 데 핵심적인 기회를 박탈한다. 성소수자 재현의 기준은 이상적 완성도에 있지 않다. 그 기준은 언제나 현재의 해악을 얼마나 줄이고, 미래의 권리를 확보할 수 있는가이다. 이 관점에서 볼 때, 성소수자 재현은 완벽을 요구하기보다 가시성을 확대하는 단계적 전략을 채택할 때 가장 현실적인 변화와 안전한 사회적 진전을 이룰 수 있다.

성소수자의 존재는 그 자체로 사회의 일부이며, 그들의 삶은 이미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다. 미디어는 이들을 더 많이 등장하도록 해야 한다. 성소수자가 더 자주, 더 눈에 띄게, 더 다양한 자리에서 등장할수록 사회는 그들을 보편적 시민으로 인정하게 되고, 그 존재를 보호할 윤리와 법을 갖추기 시작한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완벽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가시성의 확대를 통해 변화의 토대를 쌓는 것이다. 성소수자의 미디어 재현은 바로 그 과정의 출발점이며, 더 많은 등장 없이는 어떤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 불완전하더라도 더 자주 등장하는 것, 그것이 성소수자의 안전과 사회적 권리를 위해 지금 당장 선택해야 하는 올바른 방향이다.

참고문헌

외국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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