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02 단문 연습 011-04 김세준
단문
로크의 공유된 자연에 대한 전유의 논리는 사실상 우리가 어떤 대상을 자연적으로 명확하게 전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즉 우리가 어디까지 대상을 전유하는 것인가에 대한 문제에 답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 맹점을 지닌다고 하겠다. 로크는 나의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의 “경계”를 거론하면서, 나의 것으로 경계지어진 것을 “재산”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우리가 나의 소유라고 여기는 재산은 그 경계가 대단히 모호하다. 이 모호한 경계를 규정짓는 것은 인간들이 만든 사회적 제도들의 역할일 것이다. 따라서 정부를 포함한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가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는 로크에게 동의할 수 있지만, 인간의 소유란 자연적으로 분명히 인정될 수 있는 것이고 이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를 설립했다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 예컨대 A라는 인간이 콜라 한 병을 샀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그 콜라 한 병은 A가 전유한 그의 재산이라고 여겨질 것이다. 그런데 대체 어디까지가 그 A 소유 재산으로서의 ‘콜라 한 병’에 속하는가? A가 콜라병의 뚜껑을 따면 그 안의 탄산가스가 빠져나갈 것이다. 그 순간 A 옆에 서 있던 친구 B가 호흡을 함으로써 본의 아니게 탄산 가스의 일부를 마셨다면, B는 A의 재산 일부를 갈취한 것인가? 또, A가 콜라를 다 마셨다고 치자. 이때 A가 빈 콜라병을 어떤 곳에 버린다면, 그 ‘어떤 곳’이 공유지일 경우 이는 공유된 자연에 대한 파괴일 것이고, 사유지인 경우 타인의 재산에 대한 침해일 것이다. 이는 우리가 자신의 재산에 대해서는 자신의 책임이라는 일반적 상식을 통념으로 지니기 때문일 테다. 그렇다면 A가 마신 콜라의 일부가 수분으로 흡수되어 A의 땀으로 배출된다면, 그 땀방울이 떨어진 곳이 공유지인가 사유지인가에 따라 이 역시 A에게 오염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 앞선 예시의 질문들은 전부 터무니 없게 받아들여진다. 이는 우리가 은연중에 소유 및 그 소유물로서의 재산에 대해 규정할 때 그 명확성에 빈틈이 있다는 걸 의미한다. 즉, 우리는 전유에 대해 극도의 엄밀성을 따지지 않는데, 이는 고려에서 제외되는 영역이 없을 만큼의 엄밀성을 기해 전유를 규정함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무의식적 호흡을 통한 탄산가스의 갈취가 아니라, B가 A의 콜라 한 병 그 자체를 무작정 빼앗는다면 이는 분명 재산의 갈취라고 여겨지고, A는 B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상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재산, 즉 전유의 범위는 그저 인간이 인간 사회 내에서 임의적으로 규정한 것에 불과하고, 자연적으로 철저히 엄밀한 전유의 규정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처럼 전유하는 대상의 범위를 명확히 규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리 인간이 자연적으로 전유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지니고 고로 이 전유의 보호를 위해 정부를 설립했다는 로크의 주장은 어폐가 있다고 하겠다. 오히려 이와는 반대로 정부를 비롯한 인간의 사회적 제도의 수립이 전제되어야만, 그 제도에 의해 전유의 범위가 규정된다고 주장하는 편이 더 설득력을 지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