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03 쟁점과 딜레마 분석 011-14 서시현

1. 관심 주제 및 일반적 배경

독점 기업의 시장 지배력에 대한 반독점법(antitrust law)의 해석과 적용은 법을 평가하는 기준이 무엇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미국에서는 로버트 볼크(Robert Bork)와 시카고 학파 법조인들로 인해 소비자 복지(consumer welfare)만이 반독점법의 합법성 및 정당성 판단 기준으로 고려되어 왔다. 본래 볼크가 사용하는 ‘소비자 복지’라는 표현은 그가 모든 경제 주체를 궁극적인 소비자로 간주했기 때문에 사실상 ‘총 사회 잉여(total social surplus)’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하지만 그의 주장을 미국 대법원이 수용하며 ‘소비자 복지’를 문언 그대로 해석하게 되었고, 본 글 역시 현재까지 미국에서 반독점법의 판단 기준인 ‘최종 소비자가 얻은 소비자 잉여’로서의 ‘소비자 복지’를 고려할 것이다. 볼크 또한 후술하는 캐플로우(Kaplow)와 달리 반독점법의 본질을 소비자의 피해를 보호하는 것으로 상정해 ‘소비자 복지’라는 용어를 사용했기 때문에 이후 시카고 학파 학자들이나 미 대법원이 반독점법의 목적을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Reiter v. Sonotone, 1979)이라고 명시한 데에는 볼크의 기존 논증이 이용되었다. 결국 시카고 학파는 기업 활동으로써 경쟁사에 미치는 영향이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지 여부만을 반독점법의 핵심 평가 기준으로 인정하며, 그 외의 요소들로 반독점법 논의를 진행하면 안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시대가 변해 경제적 후생과 복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어떤 기준을 통해 반독점법을 평가해야 사회 후생을 가장 잘 증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런 맥락에도 불구하고 반독점법에 대한 논의 시 전통적인 방식처럼 소비자 복지만을 고려해야 하는지, 아니면 소비자 잉여와 생산자 잉여, 자중손실을 모두 고려하는 총후생(total welfare) 을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때의 총후생사회 전체에 이익이 되는지 여부를 판단 기준으로 한다. 두 기준 모두 경쟁법은 재분배 수단이 아니고 효율성을 추구함으로써 사회적 후생을 증진한다는 목표를 공유하지만, 이러한 후생의 증진을 누리는 주체의 범위를 달리 한다.


2. 논쟁 중인 학술적 쟁점 (Core Issue)

주요 쟁점:

반독점법의 평가 기준으로 소비자 복지(시카고 학파, Bork)만을 고려해야 하는가, 아니면 총후생(Kaplow)을 고려해야 하는가?

상반된 입장:

  • Robert H. Bork (1978)소비자 복지만을 기준으로 삼아도 무방하다고 주장한다. 반독점법이 애초에 소비자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했고, 부당한 경쟁이든 정당한 경쟁이든 모두 생산자인 경쟁 기업의 후생 감소를 야기하기 때문에 사회적 효율성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오직 소비자의 후생만으로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정당한 신제품 개발 등으로 경쟁이 진행될 시 경쟁 기업은 기술 부족 및 혁신의 실패 등으로 도태될 수밖에 없지만 소비자는 이익을 얻게 되고, 반대로 배타적 배포 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부당한 경쟁이 진행될 때는 경쟁 기업들이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기 때문에 경쟁 기업은 손해를 보는 반면 소비자는 손해를 본다는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또한 볼크는 생산자들 역시 사회적으로 보았을 때는 가계의 구성원이자 생산 요소를 수요하는 소비자이기 때문에 사회적 효율성은 소비자의 입장에서만 고려해보아도 충분하다고 보았다.

  • 반면, Louis Kaplow (2011)총후생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소비자 계층의 이질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본래 반독점법의 평가 기준에서 배제하고자 했던 재분배적인 효과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소비자에 따라 소득과 그에 따른 소비 패턴이 다르기 때문에 반독점법이 시장구조를 바꾸면 필연적으로 소득 분배에 영향이 가게 되며, 이로 인해 효율성만 고려하고 재분배를 무시한다는 볼크의 주장 자체가 모순적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주주들은 엄격하게 따지면 자본을 제공하는 생산자지만 동시에 재화의 소비자라 볼 수 있다. 이들은 사회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대부분의 일반 소비자들과 달리 유한 계층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전체 소비자 후생의 증진을 근거로 반독점법을 실행해 가격과 수량이 균형에서 이탈한 상황이 발생하면 가격 탄력성이 더 큰 일반 소비자에게 비교적 큰 피해가 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재분배는 반독점법보다 조세나 이전제도를 통해 더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반독점법은 오직 효율성 증진에 집중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캐플로우(Kaplow)는 효율성의 증가로써 사회 전체의 후생을 증진시키려면 총후생을 고려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라는 입장을 보인다.

  • 이 논쟁은 소득의 이전에 따른 후생의 변화 및 효율성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 영역이라는 자본주의와 후생경제학의 핵심 가치와 관련되어 있다.


3. 촉발되는 딜레마 또는 난제 (Dilemma / Hard Question)

  • 딜레마:
    • 반독점법 논의의 기준이 될 수 있는 소비자 복지(소비자 중심)총후생 사이의 선택은 가치들의 trade-off를 동반하므로 극명한 정책적 딜레마를 야기할 수 있다.
    • 소비자 복지를 반독점법의 평가 기준으로 삼으면 덜 경쟁적인 시장을 보호하게 될 것이다. 반독점법 시행 이전의 시장이 덜 경쟁적이었더라면 법 시행 이후 소비자 잉여의 손실은 적지만 총 후생 손실은 상대적으로 크게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에 지배력이 큰 기업이 있으면 P=MC보다 효율적인 MR=MC 점에 더 가까이 균형이 생겼을 것이기 때문에 상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가격이 한 단위 상승하면 소비자 잉여는 대략 현재 수량만큼 감소하게 되는데, 가격이 상승할수록 수요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소비자 잉여의 한계 손실이 감소해 소비자 잉여의 손실은 비교적 작다. 반면 총후생에 대해 발생하는 손실은 자중손실(deadweight loss)로 계산할 수 있다. 자중손실의 크기는 경쟁가격에서 가격이 이탈하는 정도에 따라 점점 가속화되며 커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이 경우 가격이 이미 비교적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총후생의 손실은 비교적 크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의해 소비자 복지를 기준으로 삼으면 이미 높은 가격에 따른 막대한 효율성 손실(총잉여의 손실)을 방지하는 데 실패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효율성 증가 효과가 큰 합병과 같은 경우(생산자 잉여의 증대)가 기대되더라도 단지 상품의 가격이 소폭 오를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증진시키는 행위를 과도하게 제재할 수 있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 총후생을 반독점법의 평가 기준으로 삼으면 정확히 반대의 경우가 발생한다. 즉, 경쟁적인 시장을 보호하게 될 것이다. 반독점법 시행 이전의 시장이 경쟁적이었더라면 법 시행 이후 소비자 잉여의 손실은 크고 총 후생 손실은 상대적으로 적게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이 모두 유사하면 P=MC 점에 더 가까이 균형이 생겼을 것이기 때문에 상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가격이 한 단위 상승하면 소비자 잉여는 가격이 낮을수록 그에 대응하는 수요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소비자 잉여의 손실은 비교적 클 것이다. 반면 총후생에 대해 발생하는 자중손실은 위의 원리에 의해 비교적 작을 것이다. 이에 의해 총후생을 기준으로 삼으면 경쟁적 가격을 누리던 다수 소비자들의 잉여 손실을 방지하는 데 실패할 것이라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반독점법이 정당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음을 고려했을 때 경쟁적인 시장을 보호하는 것이 모순적으로 보인다는 비판 역시 가능하다.
  • 과제 질문: 반드시 trade-off가 발생한다면 사회가 소비자 복지와 총후생 중 어떤 것을 반독점법의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것이 더 합리적인가?

4. 관련 학자 및 입장 정리

학자명 대표 저작/논문 입장 요약
Robert H. Bork The Antitrust Paradox(1978) 반독점법의 목적과 판단 기준은 소비자 복지로, 경쟁 기업의 보호가 아닌 최종 소비자의 이익을 기준으로 경쟁이 정당한지, 부당한지를 구분해야 한다.
Louis Kaplow On the Choice of Welfare Standards in Competition Law (2011) 반독점법은 총후생을 극대화해야 하며, 분배 문제는 세금 및 이전 제도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5. 나의 문제의식 (초기 주장의 방향)

미국 법원이 ‘소비자 복지’를 반독점법의 평가 기준으로 설정하고 단기 가격과 생산량에 국한한 판례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 것이 현재까지의 상황이다. 특히 시장 점유율이 높은 기업이 소비자 복지에 악영향을 미치는 독점력을 유지하고자 고의적으로 배타적 행위를 했음을 제시하지 못하면 (반독점법인) 셔먼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 반독점 재판의 기준(norm)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추론할 수 있듯 현재 상황에서 소비자 복지의 기준은 지나치게 좁게 해석되고 있고, 앞서 캐플로우(Kaplow)의 주장처럼 분배적 기능 역시 수행하고 있어 실제 일반 소비자들의 후생이 증진되고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판례나 진행 중인 재판을 보면 소비자 복지 극대화에 근거한 것으로 여겨지는 규칙들(가격 담합 정책, 수평적 합병, 지배적인 기업의 남용 관행 등)은 독과점 기업의 ‘고의’가 아니었다는 명목 아래 규칙 제정 목적과 상반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막대한 총잉여의 감소를 야기할 우려 역시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체 총후생 극대화를 반독점법에 대한 대안적 기준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변화하는 사회에 더 합리적일 수 있다.


6. 참고문헌

  • Robert H. Bork, The Antitrust Paradox: A Policy at War with Itself, New York: Basic Books, 1978
  • Louis Kaplow, On the Choice of Welfare Standards in Competition Law, Harvard John M. Olin Discussion Paper Series No. 693, 2011.
  • 442 U.S. 330 (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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