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본) 과제-09 기말과제 013-01 박인겸

제목: 낭만적 사랑은 선천적인 것인가, 후천적인 것인가?

서론

인간은 사랑을 한다. 여기서의 사랑은, 단순한 성욕과는 구분되는 ‘낭만적 사랑’을 말한다. 모든 사람이 사랑을 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인류의 긴 역사 동안 아주 많은 사람이 다른 누군가를 사랑했고,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같은 일이 일어난다고 말하면 이를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즉, 사랑은 보편성을 갖는다. 이러한 보편적인 사랑이 본능으로서 인간에게 잠재되어 있기에 선천적인 것인지, 아니면 사회적으로 끊임없이 학습되기에 후천적인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있다. 낭만적 사랑을 선천적인 것으로 보는 입장은, 낭만적 사랑을 뇌에 기반하는 보편적인 기제로 보아, 서로 다른 문화에서도 비슷한 패턴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하기에 문화에 의한 사랑 표현의 재구성 및 차이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후천적인 것으로 보는 입장은 보편성을 문화 · 역사적 맥락에 따라 상대적으로 변형된 것으로 간주, 즉 상대화하지만 이는 도파민이나 옥시토신 같은 뇌의 반응이나 다양한 문화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을 간과한다고 여겨질 수 있다. 여기서 둘 중 어느 입장을 고수하더라도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생기는 딜레마가 발생한다. 따라서 핵심적인 쟁점은 ‘낭만적 사랑은 선천적인 것인가, 아니면 후천적인 것인가’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본고는 어떤 것이 선천적인 특징이기 위한 조건을 낭만적 사랑이 모두 만족함을 통해 이것이 선천적인 것임을 옹호하고자 한다.

먼저 낭만적 사랑이 본능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사회적 학습의 산물인지에 대한 기존의 논의에서 학자들의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으며, 각각의 주장의 어떠한 한계를 지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피셔 외(2002)와 같이 낭만적 사랑의 진화에 기반한 기제적 특징에 주목하는 학자들은 다양한 문화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에 집중한다. 열정, 집착, 이별 후의 고통 등은 특정한 문화권만의 특징이라기에는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며, 낭만적 사랑이 도파민 보상계, 전전두피질 등과 같은 신경의 활성과 연관된 생물학적 시스템으로 강한 동기 및 집중, 보상에 대한 기대를 동반하는 뇌 상태라는 점에서 본능, 즉 선천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낭만적 사랑은 보편성을 가지고 그러한 점에서 선천성 또한 가진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선천성의 필요충분조건을 꼼꼼히 따지지 않고 보편성만으로 정당화하려 한다는 한계를 지닌다. 반면 빌과 로버트(1995)과 같은 학자는 낭만적 사랑을 언어나 문학, 미디어 등을 통해 규정되는 감정 범주로 여기며, 문화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구체적인 양상의 차이에 집중한다. 무엇을 사랑이라 부르고 어떻게 느껴야 하는지를 사회가 가르친다고 보는데, 특히 서구와 비서구의 차이에 주목하며 그 특징들을 구분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 즉 낭만적 사랑은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이라는 입장은, 사회가 사랑을 억압해도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집착하는, 사회의 가르침과는 맞지 않는 사례가 존재한다는 점을 설명하기 어렵다.

본고의 핵심 목표는 낭만적 사랑이 선천적임을 주장하는 것이다. 본론에서는 논리적인 정당화를 위해 낭만적 사랑이 선천적이기 위한 필요조건을 만족하는지의 여부를 검토하기에 앞서, 낭만적 사랑의 정의를 간략하게 짚어 본다. [1] 첫째로 낭만적 사랑의 정의에 대해 살펴 보며, 그것이 단순한 성적 욕구와 구별됨을 연역적으로 보인다. 과학적인 근거를 기반으로 낭만적 사랑과 성적 욕구는 서로 분리되어 나타나며 그에 따라 2차 성징 이전의 어린아이들도 낭만적 사랑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의 토대를 마련한다. [2] 둘째로 낭만적 사랑이 생후 이른 시기에서부터 나타날 수 있는 특징임을 보인다. 어린아이들의 낭만적 사랑은 그것이 학습보다는 본능에 가깝다는 주장을 강화한다. [3] 셋째로 낭만적 사랑은 양육 방식이나 문화, 교육 환경이 크게 달라도 비교적 비슷한 방식으로 발달하며, 특별한 학습이나 훈련이 필요하지 않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인류 구성원 대다수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경험임을 각각 보인다. [4] 넷째로 이러한 특징을 가지는 것은 선천적인 것임을 논증한 뒤, 낭만적 사랑은 이 모든 조건을 만족하므로 선천적인 것임을 연역적으로 입증한다. 다섯 가지 특성은 선천성의 필요조건임을 논증하며, 논의의 편의를 위해 충분조건을 포괄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5] 한편 다섯 가지 필요조건 중 하나인 보편성에 대한 예상 반론으로, 낭만적 사랑은 개인별로, 문화별로 사랑의 구체적인 양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에 해당 필요조건을 만족하지 못하고, 따라서 선천적이라 말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6] 하지만 이는 그러한 사랑의 구체적인 양상은 단지 표현의 변이일 뿐, 그 근본적인 특성이 다름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반박된다. 또한 이를 통해 ‘낭만적 사랑이 선천적인 것일 때의 딜레마’ 또한 해소되며 그럼으로써 본고의 주장은 강화된다.

본론

성적 욕구와 구별되는 낭만적 사랑

낭만적 사랑의 정의

낭만적 사랑(Romantic Love)은 수많은 작가, 철학자, 예술가, 음악가들이 탐구해 온 복잡한 개념이다. 종종 열정적 사랑(passionate love)과 동의어처럼 사용되거나, 강렬한 사랑(infatuation), 집착하는 사랑(obsessive love)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연인에 대한 강한 애정(strong affection)과 사랑에 대한 집착(preoccupation with love)으로 대표된다. 낭만적 사랑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황홀감 등의 감정적 도취 및 흥분,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강박적 사고, 이상화 및 유일성 경험, 떨림이나 빨라지는 호흡 등 생리적 반응과 같은 감정 상태를 보인다 (Karandashev 2015, 2-3.).

이러한 특징을 갖는 낭만적 사랑에 대해 자세히 짚어 보기 위해 우선 낭만적 사랑의 정의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피셔 외(2002)에 따르면, 낭만적 사랑은 짝짓기, 번식, 양육을 위해 진화한 세 가지 주요 감정-동기 시스템인 성적 욕구(Lust), 끌림(Attraction), 애착(Attachment) 중 하나인 끌림 시스템(Attraction System)이다. 여기서 끌림과 애착은 정서적 특징에서 차이를 갖는데, 끌림은 강렬함, 황홀감과 같이 격정적이지만, 애착은 평온함, 안전함과 같이 잔잔하다는 특성을 갖는다. 낭만적 사랑은 이렇듯 연인에 대한 강렬한 애정 등의 특징을 가지며, 특정 상대를 선택하고 집중해서 구애하도록 동기를 부여하여 짝짓기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을 진화적인 목적으로 갖는다. 즉, 낭만적 사랑은 연인에 대한 강하고 격정적인 정서 반응이며, 효율적으로 연인, 즉 짝짓기 상대를 선택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러한 정의를 바탕으로, 낭만적 사랑이 성적 욕구와 구별된다는 논의로 나아갈 수 있다.

성적 욕구와의 차이

성적 욕구(Sexual Desire/Lust)는 흔히 낭만적 사랑과 함께 경험되지만, 앞서 살펴 보았듯 두 시스템은 독립적, 즉 동일하지 않다. 이를 보이기 위해 다음과 같이 논증하겠다. 어떤 두 시스템이 동일하다고 말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는 {1} 동일한 목적을 갖는지, {2} 동시에 작동하는지, {3} 동일한 신경전달물질 및 호르몬과 연관되는지가 있다. 논리적 관계상 {1}, {2}, {3} 중 하나만 만족하지 않아도 동일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지만, 본고에서는 성적 욕구와 낭만적 사랑이 세 조건 모두 만족하지 않음을 보일 것이다. {1}에 대하여, 성적 욕구는 상대가 같은 종 내의 적절한 구성원이라면 누구와도 성적 결합을 추구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는 목적을 갖는다 (Fisher 1998, 24.). 그러나 이는 앞서 설명한 낭만적 사랑의 목적과 일치하지 않는다. {2}에 대하여, 낭만적 사랑의 대상을 생각하면 성적 욕구가 수반되는 경우가 많기에 동시에 작동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낭만적 사랑 없이도 상대에게 성적 욕구를 느끼는 경험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동시에 작동하지 않음을 보일 수 있다. {3}에 대하여, 성적 욕구는 에스트로겐과 안드로겐과 주로 관련되지만, 낭만적 사랑은 중추 도파민(DA)과 노르에피네프린(NE) 수치 상승 및 세로토닌(5-HT) 수치 감소와 주로 관련된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로 만족하지 못한다 (Fisher et al 2002, 412.).

이렇듯 낭만적 사랑과 성적 욕구는 어떤 두 시스템이 동일하다고 말하기 위한 세 필요조건을 전부 만족하지 못한다. 이러한 점에서 두 시스템은 동일하지 않다고 연역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다. 이는 나아가 낭만적 사랑이 성인이 아닌 미성년자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낭만적 사랑의 다양한 특징

조기 출현

낭만적 사랑은 아동들이 성적인 동기 부여를 담당하는 성인 수준의 호르몬 변화, 즉 사춘기를 겪지 않았음에도 경험할 수 있다. 햇필드 외(1988)에 의하면, ‘강렬한 낭만적 도취(intense romantic infatuations)’, 즉 낭만적 사랑이 사춘기 이전의 아동(prepubertal children)에게서도 보고되었다. 모든 연령대의 아동들이 최대 강도의 도취를 경험할 수 있었으며, 이러한 경험의 강도는 사춘기 성숙도(pubertal maturation)와 관련이 없었다 (Diamond 2004, 116.). 성인 이전의 시기는 여전히 발달이 이루어지고 있는 과정이므로, 낭만적 사랑은 ‘조기 출현’, 즉 생후 이른 시기에서부터 나타날 수 있는 특징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성인뿐만이 아닌 청소년, 심지어 아동에서까지 낭만적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이것이 보편적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

조건 차이 무관, 학습 · 훈련 불필요, 자연스러운 발생, 보편성

이러한 낭만적 사랑은 양육 방식이나 문화, 교육 환경 등의 조건이 크게 달라도 비교적 비슷한 방식으로 발달한다. 쉬 외(2010)에 따르면, 중국인과 미국인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fMRI 뇌 영상 연구에서 낭만적 사랑과 관련된 뇌 영역의 활성화가 두 나라 사람들 사이에 아주 작은 차이만 발견되었다 (Karandashev 2015, 9-10.). 또한, 더 멍크 외(2011)에 의하면 미국, 리투아니아, 러시아 참가자들을 비교한 연구에서도 세 나라 사람들 모두 낭만적 사랑의 핵심적인 특성인 집착적인 생각, 초월적인 느낌 등에 동의했다 (Karandashev 2015, 12.). 이를 종합했을 때, 낭만적 사랑은 조건의 차이와 무관하게 서로 다른 환경에서도 유사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또한, 낭만적 사랑은 특별한 학습이나 훈련 없이도 나타난다. 이는 일상적인 경험에서도 쉽게 깨달을 수 있는데, 누군가를 낭만적으로 사랑하는 것은 다른 누군가로부터 학습했거나 훈련받았기 때문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사랑을 하는 모습을 보고 그것을 따라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것은 그저 흉내내기에 불과하다. 낭만적 사랑은 그 정의에서도 살펴 보았듯 누군가에 대해 강하고 격정적인 정서를 느끼는 것으로, 이는 어떻게 해야 사랑을 할 수 있는지 배우거나 사랑을 해 보는 연습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다음으로, 낭만적 사랑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이는 앞선 논의들에서 조금씩 다루어졌는데, 태어난 후 아동기, 청소년기를 거치며 성인이 되기까지 낭만적 사랑을 경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거기에 특별한 사건(학습이나 훈련 외의 사건)이 더해질 필요 또한 없음은 자명하다. 따라서 낭만적 사랑이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난다는 진술은 타당하다.

마지막으로, 낭만적 사랑은 인류의 구성원 대다수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어느 것이 보편적이라고 말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그것이 모든, 혹은 그에 가까운 경우를 만족시키는 것이다. 낭만적 사랑이 이를 만족함을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보다 실증적인 연구를 통해 입증할 수 있다. 얀코비악과 피셔(1992)에 따르면 166개 문화권 중 88.5%에 해당하는 147개 문화권에서 민족지학적인 낭만적 사랑의 증거가 발견되었다. 민족지학적 증거의 구체적인 예시로는, 젊은 연인들이 열정적인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기록, 사랑 노래를 부르거나 낭만적인 시를 짓는 행위, 사랑의 마술, 부적 및 묘약을 사용하는 행위, 함께 도피(elopement)하는 행위, 짝사랑으로 인한 자살이나 살인 행위, 낭만적인 개입을 묘사하는 신화와 우화 등이 있었다. 나머지 19개의 문화권에서 이러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한 것 또한 낭만적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연구자들이 이에 대해 충분히 연구하지 않았기에 발생한 민족지학적 간과(ethnographic oversight)이다.
얀코비악과 피셔의 연구는 166개라는 광범위한 문화권을 조사하고 그 중 147개 문화권에서 낭만적 사랑의 존재를 확인하였다. 마찬가지로 나머지 19개의 문화권에서도 그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낭만적 사랑이 보편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을 만족함을 보였다. 따라서 낭만적 사랑이 보편적이라는 진술은 정당화된다.

선천성과 낭만적 사랑

선천성의 필요충분조건

어떤 것이 선천적이기 위한 필요조건으로는 (1) 생후 이른 시기에 조기 출현을 하는지, (2) 개체별 조건의 차이와 무관하게 비슷한 방식으로 발달하는지, (3) 특별한 학습이나 훈련이 필요 없는지, (4)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지, (5) 종 구성원 대다수에서 나타나는 보편적 경험인지가 있다. 이 다섯 가지 조건이 선천적임, 즉 선천성의 필요조건임은 자명하다. 생후 이른 시기가 아닌, 성인기에 접어든 이후 등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발현되는 특징은 내적으로 잠재되어 있었기보다는 외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여기는 것이 더 타당하다. 개체별로 조건이 다르더라도 비슷한 방식으로 발달한다는 것 또한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이다. 이는 특별한 학습 및 훈련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난다는 것과도 이어진다. 그리고 이것이 같은 종의 구성원 대다수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은 선천성이기 위한 핵심적인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다섯 가지 필요조건으로써 선천성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이것들이 선천성의 충분조건을 전체적으로 포괄하는지에 관해 논증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본고의 범위를 벗어나므로 다루지 않을 것이다. (1)부터 (5)까지의 필요조건을 통해서 어떤 것이 선천적이라고 충분히 설득력 있게 주장할 수 있으니, 아래에서 전개될 논증에서는 선천성과 (1), (2), (3), (4), (5)가 필요충분조건의 관계에 있는 것으로 가정하겠다.

낭만적 사랑은 선천적이다

앞선 부분에서 세부 쟁점들에 대해 충분히 살펴 보았고, 각 논제들을 논리적으로 정당화하였기에 최종적인 논증은 그러한 논제들의 논리적 연결로 단순하게 진행된다. 먼저, 어떤 것이 선천적이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1)부터 (5)까지의 모든 조건을 전부 만족하는 것이다. 그리고 낭만적 사랑은 (1)부터 (5)까지의 모든 조건을 전부 만족한다. 따라서 낭만적 사랑은 선천적이다. 이는 연역적으로 정당화된다.

낭만적 사랑의 보편성에 대한 반론

이로써 성적 욕구와 구별되는 낭만적 사랑이 선천성의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만족하기에 선천적이라고 논증했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 낭만적 사랑이 (5)를 만족한다는 것에 대한 반론을 고려할 수 있다. 얀코비악과 피셔의 연구로써 낭만적 사랑의 보편성을 주장하지만, 이는 개인별로, 문화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그것의 구체적인 양상을 간과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속한 문화가 억압적인지 자유로운지에 따라, 혹은 주된 표현 수단이 언어인지 행동인지에 따라 낭만적 사랑의 표현은 달라질 수 있다. 약 1,000년 전 중국에서 신유교주의자가 권력을 얻으며 성에 대해 억압적으로 변화했듯이 정치적 요인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는 점에서 보편적이라고 말하기 어렵고, 나아가 선천적이라고 말하는 것도 어렵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반론은, 문화나 시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낭만적 사랑의 다양한 양상이란 그저 표현의 차이일 뿐이라는 점에서 해소된다. 세상에 아주 많은 사람이 있고 그들 모두가 다른 존재이기에, 선천적으로 같은 것을 타고나더라도 그것이 표출되는 형태는 아주 다양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재반박: 구체적인 양상의 차이는 그저 표면적인 변이

낭만적 사랑은 문화적 변인에 의해 통제될 수 있기에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문화의 사회 조직 및 이데올로기에 따라 더 많거나 적은 빈도로 발생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사회가 낭만적 사랑을 반대하면 사람들에게서 그것이 발현되는 빈도가 적을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중국의 예시에서, 신유교주의자가 권력을 잡았을 때 개인의 행복보다는 집단의 복지를 강조하며 낭만적 사랑에 대해 더 엄격한 통제를 가했고, 이로 인해 그것의 발현 및 태도가 변화하게 되었다 (Karandashev 2015, 5.). 표현 방식의 측면에서는, 미국 문화에서는 연인에게 ‘I love you’와 같이 명시적이고 직접적인 언어로써 표현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반면, 필리핀 및 중국계 미국인 가족과 같은 문화권에서는 낭만적 사랑의 언어적 표현이 특별한 경우로 제한되며 행동을 통한 암묵적이고 간접적인 방식으로 보여준다 (Karandashev 2015, 11-14.). 그러나 이러한 문화적 차이가 보편성의 반례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저 드러나는 모습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사회가 낭만적 사랑을 억압했기에 덜 발현되는 것은, 그것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단순히 나타나지 않은 것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얀코비악과 피셔의 민족지학 연구에서 살펴 보았듯이, 이러한 상황에서의 낭만적 사랑은 ‘함께 도피하는 행위’로써 나타나기 쉽다. 마찬가지로 두 문화 간의 차이를 드러내는 예시는, ‘낭만적 사랑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다르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 ‘이것이 정말 낭만적 사랑이냐’라고 그 존재 자체가 다르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렇듯 수많은 문화에서 다양하게 나타나는 사랑 표현은 그 기저에 깔려 있는 낭만적 사랑이라는 개념으로 한 데 묶인다. 근본적으로 같은 것이 발현될 때 약간의 변주가 발생한다고 해서 그것을 다른 것으로 여기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낭만적 사랑의 경우 여기서 더 나아가 그것이 보편적이지 않다고 말하는 것 또한 어불성설이다. 따라서 낭만적 사랑의 보편성에 대한 예상 반론은 그것이 피상적인 분석임을 보임으로써 재반박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서론에서 제시했던 근본적인 딜레마(문화에 의한 사랑 표현의 재구성 및 차이 설명의 어려움)를 해소함으로써 본고의 주장은 강화된다.

결론

본론에서는 낭만적 사랑을 정의한 후, 성적 욕구와 동일한 시스템이기 위한 필요조건 세 가지(동일한 목적, 동시에 작동, 동일한 신경전달물질 및 호르몬) 중 어느 한 가지도 만족하지 못하므로 서로 구별됨을 연역적으로 보였다. 그 뒤 낭만적 사랑이 조기 출현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교육, 환경 등의 조건의 차이와 무관하게 발현되며, 학습과 훈련을 필요로 하지 않고, 성장 과정 중 자연스럽게 발생하는며, 보편성을 가짐을 보였으며, 선천성의 필요충분조건을 제시한 후에 앞서 설명한 낭만적 사랑의 특징들이 이를 만족함을 통해 낭만적 사랑이 선천적이라는 점을 논증하였다. 특히 낭만적 사랑의 보편성에 관하여, 개인별 혹은 문화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구체적인 양상을 간과하고 있기에 낭만적 사랑이 보편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 따라서 선천적이지도 않다는 반론에 대하여 검토하였다. 그러한 반론은 문화별로, 개개인별로 나타나는 표현적 다양성이란 그저 표면적인 변이일 뿐 근본적인 성질(낭만적 사랑)까지 다른 것은 아님을 보임으로써 해소되었다. 이 재반박을 통해 낭만적 사랑이 선천적인 것일 때에 발생하는 딜레마 또한 해소함으로써 본고의 주장을 강화하였다.

본고는 신경화학, 진화학, 인류학 등 단일한 시각에서 성적 욕구와 구별되는 낭만적 사랑의 보편성 및 선천성을 바라 보았던 기존의 논의에 나아가, 다양한 분야의 연구 결과를 한 데 모아 종합적으로 정리하였고, 낭만적 사랑의 보편성 및 다른 특징들의 조합으로써 연역적으로 선천성에 도달하였다는 데에 차별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가 낭만적 사랑의 문화적 또는 역사적 배경을 무시하고 보편성과 선천성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님에 주의해야 한다. 본론에서 살펴 보았듯 표현적 다양성은 ‘표현성의 차이’를 설명할 뿐이지만, 문화적 맥락이 어떻게 보편적인 시스템을 변형시키는지를 이해하는 것 또한 중요하고 또 필요하다. 인류뿐만이 아닌 다른 동물 종에서도 나타나는 ‘사랑’이라는 주제는 굉장히 복잡하고 정의 내리기 어렵지만, 우리가 삶을 살아가고 멸종하지 않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다. 본고를 통해 이러한 사랑에 대하여 보다 깊이 이해하고, 나아가 각각의 문화, 개인에게서 어떠한 방식, 어떠한 메커니즘으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지 등 심도 있는 추가적인 연구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참고문헌

국내문헌

외국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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