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04 5-6단락 논증에세이 013-04 김민준


제목: 역사와 역사가는 분리된 개념이 아니며, 어떠한 역사적 사실이 ‘역사’로 규명되기 위해서는 역사가의 관심을 끌 시의성이 필요하다.


I. 서론

현대에 이르러, 역사는 객관적으로 서술된 것이라는 고전적인 역사에 대한 개념은 논쟁을 불러일으켜 왔다. 단순한 사실의 집합으로서의 역사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해석의 대상으로도 그 인식이 변해온 것이다. 그렇지만 그 인식 안에는 역사가 객관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개념인지, 역사는 문화, 사상 등을 기준으로 역사가에게 선별되어 나타나는 주관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개념인지라는 근본적인 상반적 의견들이 존재한다. 사실만을 수집하려는 역사의 순수한 객관성과 불가피한 역사의 해석 필요성이 충돌하는, 딜레마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역사학자 E. H. Carr는 기존 연구에서 역사가 객관적이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역사가가 선택적으로 정보를 선별하여 우리가 아는 역사로서 나타난다고 이야기한다. 반면, Carr의 비판론자이기도 한 역사학자 G. Elton은 역사는 역사가와 무관하게 과거에 존재한 객관적인 사실이자 사건이며, 역사가들이 찾은 증거를 통해 밝혀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기존부터 첨예하게 대립하는 역사의 객관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본 논증문은 E.H. Carr의 역사의 종속성 이론에 토대를 두어 “역사와 역사가는 분리된 개념이 아니며, 어떠한 역사적 사실이 역사로 규명되기 위해서는 역사가의 관심을 끌 시의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나의 논변은 역사 서술이 선택과 해석을 전제한다는 것과 선택 규칙이 역사가들의 관심을 끌 시의성(문제의식)에 의해 형성된다는 대표적인 두 가지 논증에 토대하고 있다. 이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 다음 본론에서는 역사 서술이 선택과 해석을 전제하고 있음을 Carr의 사례 등을 통해 서술하고, 역사를 선택하는 규칙이 시의성에 의한 것임을 예시를 통해 설명한 후, 역사의 선택이 시의성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반론을 재반박하여 논거를 공고히 하고자 한다.


II. 본론

1. 역사의 서술은 역사가의 선택과 해석을 전제로 한다.

역사는 과거의 사실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료의 선택과 검증, 해석을 거친 서술적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역사 서술의 어떤 기록도 그 자체로 중립적이지 않으며, 연구 질문에 따라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지, 어떤 인과선이 존재하고 어떤 논거로 이용될지 의도적으로 결정된다.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역사가의 책임이자 자유이며, 이는 독자나 청자가 파악하는 역사 속에 충분히 녹아들어 있다. 예를 들어서 역사가 Carr가 그의 저서에서 서술한, 근대인들이 ‘제국’이나 ‘혁명’같은, 근대적인 요소들을 이용하여 과거의 역사를 해석하는 것을 예시로 들 수 있다. 이것은 역사가가 사료를 선택하여 과거를 파악하고자 한 것이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사료를 선별하여 고르고, 근대적 용어들을 통해 근대적 관점에서 과거를 바라본다는 점에서 해석이 개입된 것이다. 즉, 역사적 사건의 선택과 해석이 없이는 역사적 서술이 성립하지 않으므로, 역사는 객관적인 요소라기 보다는 역사가에 종속적인, 분리된 개념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2. 역사를 선택하는 규칙은 역사의 시의성(문제의식)에 의해 형성된다.

역사가 역사가의 선택을 받고 역사로서 탄생한다면, 역사가는 어떤 사실을 역사로 서술해야 할지 기준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준은 역사가에게 있어 시의성, 즉 문제의식에 의해 형성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 우리가 ‘역사’라고 생각하고 학습하는 것들은 대부분 실증적이고 사료적인 가치가 있는 것이다. 민족의 독특한 생활사나, 유물과 같은 고고학적 지식이라거나, 당대의 정치적 혼란 상황 등 시의성이 있는 사실만이 역사로 남는 것이다. 이는 트렌드에 따라 바뀌는 가변적인 것이며, 20세기 중반에는 ‘반전주의’, ‘파시즘’과 같은 이데올로기의 문제의식이 시의성 있어 사료 선별 기준이 당대의 사상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 인권의 범위가 확장된 21세기에는 젠더/인종들이 주 트렌드가 되어 이와 관련된 것들이 역사로 주로 기록되고 해석된다는 것에서 이를 확인할 수가 있다. 따라서 역사가가 사실을 역사로 탄생시킬 때의 핵심 기준은 역사의 화제 관련성, 즉 시의성인 것이다.


3. 반론: 일상적인 생활 등 사회의 아주 작은 부분을 다루는 미시사와 같이, 역사가 반드시 시의성이 있는 주제에서만 탄생되지는 않는다.

일부 학자들은 역사가 시의성 있는 주제에서 선별되지만은 않는다는 예시로 역사학의 한 갈래인 ‘미시사’를 반례로 들 수 있다. 미시사는 거시적·시의성 있는 주제와 달리, 개별 인물이나 작은 공동체, 국지적 사건을 깊이 있게 조명하는 접근이다. 예를 들어 미시사의 거장 C. Ginzburg는 그의 저서 에서 당대 기독교 사상에 반하는 불온한 행위로 이단으로 사형당한 평범한 방앗간 주인의 이야기를 통해 당대 중세의 종교 양상과 단순한 생활사를 표현하고 있다. 세계사에 족적 하나 남기지 않은 사람을 역사를 설명하는 주인공으로 설정한 것이다. 이러한 미시사의 관점, 그리고 터무니없게 간단한 것을 기록하는 미시사학자들의 관점에서 보자면 역사가 시의성에 의해서 선별되고 형성된다는 것은 수많은 반례가 존재하는 비논리적인 논증인 것이다.


4. 재반박: 사회의 아주 작은 부분을 다루는 미시사는 역설적으로 당대 사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시의성이 있는 자료이다.

그러나 이러한 반론은 미시사가 다루는 역사의 ‘작은 규모’에만 초점을 맞추고, 미시사가 보여주는 당대 사회의 다원적 측면을 간과하고 있다. 개별 인물이나 작은 공동체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는 국제적인 큰 흐름 속에서 개개인의 생활상이나 공동체가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 등을 알 수 있고, 이는 작은 규모를 다루는 미시사라는 이름과 다르게 역설적으로 당대 사회상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Ginzburg의 는 이단으로 사형당한 방앗간 주인의 이야기를 통해서, 당시 불완전한 판결 체제와 농민의 귀중한 생활상을 담아낼 뿐만 아니라 기독교 교리가 흔들리는 당대 중세 유럽의 변혁을 나타낸 것이다. 따라서 역사를 선택하는 규칙이 시의성이라고 했을 때 미시사들은 내포하고 있는 시의성이 크다고 할 수 있으며, 오히려 미시사와 같은 사례에서도 문제의식이 제대로 존재한다는 것을 통해 역사를 선택하는 규칙이 실제로 역사의 시의성에 의해 결정된다는 논증을 뒷받침해준다.


III. 결론

이 논증문은 역사의 서술은 역사가의 선택과 해석을 전제로 한다는 Carr의 입장과, 시대에 따라 역사 서술의 트렌드가 달라지며 역사 서술의 기준은 시의성, 즉 문제의식에 의해 형성된다는 입장을 토대로, 역사가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 역사가에게 종속된 것이며 역사라고 함은 시의성이라는 기준을 통해서 역사가에 의해 산출된다는 논증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논증은 몇십년동안 이어져 왔던 역사가 객관적인 것인가, 주관적인 것인가에 대하여 역사는 역사가와 불가분의 종속적 존재이며, 따라서 역사가가 역사를 선정하는데 이는 시의성의 기준에 의해 선정된다는 논리를 통해서 역사의 객관성과 주관성 딜레마를 해소하는 식으로 기여하고 있다. E. H. Carr의 역사관을 토대로 논증하는 과정에서, 이에 더해 독창적인 주장인, 역사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시의성이라는 필요조건을 따로 추가함으로써 더욱 논리적인 논증이 되게끔 하였고, 미시사라는 반례에 대한 재반박을 통해 ‘시의성’ 논증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마무리하며, 이 논증문이 역사의 객관성 딜레마를 해소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참고문헌 (APA 7판 스타일)

  • Carr, E. H., (1961). “What is History?”. New York: Vintage.

  • Elton, G., (1967). “The Practice of History”. London: Fontana Books.

  • Ginzburg, C., (1976). “The Cheese and the Worms” .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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