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02 단문 연습 013-06 김기연

단문

나는 유한한 자원 환경과 자원 선점에 있어 세대 간 유불리가 존재함을 고려할 때, 로크가 정당한 전유의 조건으로 덧붙인 “충분하고(enough) 동등한(as good) 가치의 공유 자원이 남아 있어야 한다”는 전제는 현대 사회에서는 실질적으로 적용되기 어렵다고 본다. 이 조건은 본질적으로 자원의 유한성과 어휘의 주관성이라는 한계에 부딫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로크는 동등한 가치의 충분한 토지가 남아있어야 한다는 점을 바탕으로 “토지의 일부를 개간하여 전유(appropriation)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다.”라며 “오늘날에도 그러한 행위는 인류 전체에게 피해를 주거나, 침해를 당했다고 느끼게 할 만큼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라며 이 조건이 로크가 글을 쓰던 당대에도 여전히 성립 가능함을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세계가 최초로 만들어진 때부터 자원은 항상 비가역적 희소성 조건 아래 놓여있었으며 그 양은 절대적으로 유한했다. 그렇기 때문에 세대가 거듭될수록 남은 공유 자원의 양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어떤 세대에 다다랐을 즈음에는 로크가 전제하는 ‘충분한 양’의 자원이 남아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토지 전유의 경우, 접근권을 구조적으로 배제하므로 명시적 법·계약이 필요한 경우가 생긴다는 로크 자신의 인정도 이 조건의 취약성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로크는 ‘동등한 가치(as good)’가 어떤 관점에서, 누구의 기준으로, 어떻게 평가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한 바 없다. [36]에서 “인류가 두 배로 늘어나도 토지는 충분하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적 추정일 뿐 “동등함”의 확실한 정량적 기준을 세운 건 아니다. 예컨대 어떤 이는 토지 평수를 동등한 가치의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고, 어떤 이는 토지의 비옥함을 동등한 가치의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기 때문에 로크의 ‘동등한 가치’라는 조건은 사유재산을 정당화함에 있어 작지 않은 혼란을 야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에서 사적 점유가 타인에게 “동등한 가치”의 대안지를 합리적으로 보장하는 일은 드물고, 이는 여러 국면의 형평성 문제로 직결된다. 그러므로 오늘의 전유 정당화는 원시적 풍요라는 로크의 단순한 전제에만 의존할 수는 없고, 사후 보상, 접근권 보장, 환경 한계 같은 별도의 제도적 보완을 전제로만 유효하다. 요컨대 로크가 정당한 사유 재산의 조건으로 주장한 “충분하고 동등한 가치”는 자연 상태의 자동조건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설계·집행되어야 할 사회적 조건이다.


Table of cont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