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02 단문 연습 013-22 장종윤
단문
로크는 전유를 정당화하며 ‘충분한 양’이라는 충분성 조건과 ‘동등한 가치’라는 동등성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충분성 조건의 적용에는 모호함이 있으며, 실제로 이 조건이 정하는 노동의 한계는 인간의 노동에 의존해 사회적 상호작용을 수반하므로, 충분성 조건을 수용하려면 사회 구성원 간 규범적 합의로 보강해야 한다. 자연에는 바다의 물고기, 강이나 하천의 물과 같은 비배제적이면서 경합성을 띠는 공유재가 거의 무한히 존재한다. 그러나 제한된 시공간에서는 노동에 의해 자원이 배제성을 띠며 충분성 조건이 훼손된다. 이는 공유를 사유재산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현상이며, 시간이 지나면 생태적 회복으로 완화되기도 한다. 이때 충분성 조건의 설정에는 모호함이 따른다. 만약 충분한 양이 모든 시공간에 존재해야 한다고 설정하면 일시적 불충분 때문에 전유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반대로 충분한 양이 어느 한 시공간에서만 존재해도 된다고 설정하면 회복성을 핑계로 무제한 전유가 허용된다. 두 경우 모두 인간의 생존권은 보장되지 않는다. 결국 ‘충분한 양이 적절한 시공간에 존재해야 한다’는 모호함이 남고, 이를 해결하려면 사회 구성원 간 규범적 합의가 필요하다. 일정한 기간마다 자원의 양이 충분해야 한다는 조건처럼 모호한 기준 아래에서는 한계 노동량이 각 개인의 노동과 자연의 회복력에 종속되므로, 각자의 노동을 합의 아래에서 조정함으로써 모두의 생존권을 보다 안정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 예컨대 특정 해역에서 한 어부가 물고기를 대량 포획하면, 자원의 전반적 풍부함과 무관하게 그 구역의 다른 어부들은 단기간 자원 부족을 겪는다. 이런 현상은 시간이 지나 번식이나 이동으로 완화된다. 이때 충분성 조건을 극단적으로 적용하면 누군가의 생존권이 위협된다. 반면 어부들이 자신의 노동과 회복력을 근거로 규범적 합의에 이르러 포획 한계를 정하면, 보다 원활히 어업에 종사할 수 있다. 공유재는 아무리 풍부해도 특정 시공간 지점에서는 누군가 배제된다. 그러므로 충분성 조건은 실질적 맥락에서 어느 정도의 시간·공간·양을 허용할지 정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그러나 ‘모든 시공간’과 ‘어느 시공간’이라는 자연법적 언어만으로는 생존권을 보장할 수 없다. 결국 실제 상황에 맞는 기준을 찾아야 하며, 그 기준의 유력한 후보는 구성원 간 규범적 합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