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03 쟁점과 딜레마 분석 013-06 김기연

1. 관심 주제 및 일반적 배경

근대 이후 예술계에서는 칸트적 전통 미학이 주창했던 무관심적 쾌(disinterested pleasure)에 기반한 직관적으로 아름다운 예술에서 벗어나, 직관적으로 아름답지 ‘않은’ 소재와 형식을 탐구하는 경향이 등장했다. 그 극단에 위치한 개념이 바로 ‘abject art’이다. Abject art는 오물, 인체의 파편, 생선 사체 등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대상을 예술로 제시하며 전통적 미적 기준에 도전해왔다. 예컨대, abject art 중 하나로 분류되는 세라노의 (1987)은 그리스도 십자가상을 소변과 황소의 피에 담근 사진 작품으로, 종교계 및 대중은 물론 정부 기금으로 제작된 작품이기에 정치계의 거센 반발까지 불러일으켰다. 이는 이후 미국 정부가 국립미술진흥기금을 삭감하는 계기가 되며 ‘abject art’에 대한 사회적 논쟁의 도화선이 되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직관적으로 혐오스럽고 아름답지 않은 작품까지 예술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라는 물음은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예술이 여전히 아름다움과 쾌감을 그의 본질로 삼아야 하는지, 아니면 고통, 추함, 역겨움까지 미적 가치로 수용해야 하는지를 가르는 핵심적 쟁점이 된다. 어느 쪽을 택하든 예술의 자유와 종래에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져왔던 미적 기준 사이의 균형을 흔드는 딜레마가 발생한다.


2. 논쟁 중인 학술적 쟁점 (Core Issue)

주요 쟁점:

예술 작품은 직관적 아름다움을 필수 요소로 요구하는가, 아니면 혐오스럽고 불쾌한 소재를 포함하더라도 예술로서 가치를 지닐 수 있는가?

상반된 입장:

  • Immanuel Kant는 Critique of Judgment(1790)에서 모든 추악한 것이 예술로 표현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혐오(disgust)를 유발하는 추악한 것은 미적 즐거움(aesthetic satisfaction)을 완전히 파괴하기 때문에 예술적 아름다움의 범주에 들 수 없다고 보았다.
  • 반면, Carolyn Korsmeyer는 Savoring Disgust(2011)에서 예술을 통해 경험하는 역겨움 또한 일종의 미적 경험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분석하며, ‘비극의 역설’과 유사하게 혐오의 역설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 이 논쟁은 ‘혐오가 미적 경험을 촉발하는 쾌를 유발할 수 있는가’, ‘그리하여 결론적으로 예술이 될 수 있는가’ 라는 쟁점과 관련되어있다.

3. 촉발되는 딜레마 또는 난제 (Dilemma / Hard Question)

  • 딜레마:
    • Abject art와 같이 직관적 아름다움이 결여된 예술은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를 대변하며 흔히 터부시되던 문명의 사각지대를 드러내는 힘을 갖고 있다. 예컨대, 1번 항목에서 언급한 세라노의 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의문을 가지지 않은 채 자연스레 받아들였던 종교적 인식에 대한 전복을 일으켰다.
    • 그러나 동시에 abject art는 기존의 미적 기준을 의도적으로 위반하기에, 일반적으로 대중이 예술에게 기대하는 ‘즐거움(pleasure)’ 대신 충격과 불쾌만을 남겨 관객을 소외시키기도 한다.
  • 과제 질문:
    • 그렇다면 abject art와 같이 직관적 아름다움이 결여된 예술에서도 관객이 무관심적 쾌를 경험할 수 있는가? 만약 가능하다면, 혐오와 불쾌가 어떻게 미적 만족으로 전환될 수 있으며, 불가능하다면 abject art는 어떻게 미적 가치를 가진 예술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

4. 관련 학자 및 입장 정리

학자명 대표 저작/논문 입장 요약
Immanuel Kant Critique of Judgment (1790) 미적 판단은 무관심적 쾌를 전제로 하며, 혐오(disgust)를 유발하는 추악함은 미적 만족을 파괴하므로 예술로 재현될 수 없다고 본다.
Julia Kristeva Powers of Horror: An Essay on Abjection (1982) 신체 배설물 같이 주체 형성에 필수적이지만 내다 버려지는 것(Abjection) 개념을 설명하며, 현대에는 예술이 종교를 대신해 이러한 금기와 혐오를 표면화하는 기능을 한다고 본다.
Carolyn Korsmeyer Savoring Disgust: The Foul and the Fair in Aesthetics (2011) 예술적 맥락 속에서 ‘의미화된 혐오’인 미적 혐오(aesthetic disgust)라는 것이 가능하며, 혐오를 느끼면서도 동시에 작품의 의도, 형식, 상징성을 인식하고, 그로부터 지적, 감정적 쾌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Yve-Alain Bois & Rosalind Krauss Formless: A User’s Guide (1997) 바타이유의 무형(l’informe) 개념을 현대 미술에 끌어옴으로써, 전통적 형식미의 독점적 지위를 비판하고, 사회적, 심리적 의미를 불러일으키는 형태가 없고 추잡한 것도 예술적 범주에 포함될 수 있음을 주장한다.

5. 나의 문제의식 (초기 주장의 방향)

나는 예술이 반드시 전통적 의미의 아름다움에 기대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혐오스럽고 추한 요소의 표현도 예술의 중요한 일부가 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인간 존재의 어두운 면과 사회의 금기를 직시하게 만드는 고유한 미적 체험이 가능하다고 본다. 칸트적 미학관에 따르면 이러한 부정적 감정은 미적 가치에서 제외되지만, 코어스마이어의 ‘미적 혐오’ 개념을 참조하면 역겨움조차도 지적인 성찰과 감정의 환기를 동반한 심미적 경험으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논증에서는 Kristeva의 이론을 바탕으로 abject의 개념적 의의를 짚어보고, 왜 현대 예술에서 혐오의 표현이 필연적으로 등장했는지를 규명하고자 한다. 더불어 칸트 이후 전통 미학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어떻게 추(醜)의 미학이 예술의 범위를 넓혔는지 논할 것이다. 이를 통해 직관적으로 아름답지 않은 예술, abject art도 미적 경험이 가능한 어엿한 예술임을 밝히고자 한다.


6. 참고문헌

  • Kant, I. (2000). Critique of the Power of Judgment. (P. Guyer & E. Matthews, Trans.). Cambridge University Press. (Original work published 1790).
  • Kristeva, J. (1982). Powers of Horror: An Essay on Abjection. Columbia University Press.
  • Korsmeyer, C. (2011). Savoring Disgust: The Foul and the Fair in Aesthetics. Oxford University Press.
  • Bois, Y.-A., & Krauss, R. (1997). Formless: A User’s Guide. Zone Books.
  • Arya, R. (2014). Abjection and Representation: An Exploration of Abjection in the Visual Arts, Film and Literature. Palgrave Macmillan.
  • Patella, G. (2025). Abject Art. International Lexicon of Aesthetics, Spring 2025. https://doi.org/10.7413/18258630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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