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02 단문 연습 013-07 백가현
단문
로크는 ‘정부에 관한 두 번째 논문’에서 사유재산권에 대하여 설명하는 단계에서, 인간이 자연물을 유용하게 누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를 전유(appropriation)해야 한다고 전제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제는 반박가능하며, 자연을 인간의 소유 대상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고착화하여 유용성을 위해서 자연 환경을 파괴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전제에는 동의할 수 없다. 자연물은 인간에게 전유되지 않고, 공유의 상태로 남아있더라도 여전히 인간에게 유용성을 제공할 수 있다. 자연이 유용성을 제공하는 방식은 ‘소비되는 것’에 한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과수원을 운영하는 A라는 사람이 있다고 할 때, A가 소유한 땅과 그 땅에서 자라는 과일 나무는 A의 것이어도 A가 속한 땅 근처에서 스스로 번식하여 살아가고 있는 꿀벌들은 A 혹은 누군가에게 전유되지 않은, 공유 가능한 그대로의 자연물이다. 꿀벌은 수분매개체로서 A에게 유용성을 제공할 수 있으며 이는 자연물이 전유되지 않고도 인간에게 충분히 유용성을 제공할 수 있음을 반증한다. 다른 예시로도 이를 생각할 수 있다. 누구에게도 소유되지 않은 드넓은 하늘과 바다, 미개척된 땅은 인간에게 유용성을 제공하지 못하는가? 소유되지 않은 상태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은 존재 그 자체로 아름다움을 제공하거나 생태계를 지탱하며 환경을 구성한다. 이처럼 비전유 상태의 전유물 역시 인간에게 충분한 유용성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은 자연물을 단지 소유의 대상으로 보는 것에서 벗어나게 하여 자연 자체로서 지니는 가치를 되돌아보게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