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02 단문 연습 013-21 이현중

단문

로크는 노동 혼합 이론에서 전유의 정당성을 타인을 위한 충분한 양질의 자원이 남아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포함시킨다. 그런데 여기서 남은 자원의 충분함과 질을 누가 어떻게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이 문제는 남은 자원에 대한 기준을 공동체의 합의와 사회문화적 맥락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는 사회적 규범으로 이해해야 해결할 수 있다. 로크가 주장한 전유의 제한의 취지는 타인의 권리 보장과 공동체의 유지라는 목표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얼마나 남겨야 충분한가는 자연물과 자원 그 자체에 따라 결정되는 어떤 물리량과 속성이 아니라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어떤 생활수준을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으로 인정하는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다른 말로, 충분성과 질의 기준은 시대적인 조건과 사회적 합의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전유 제한이 실제로 적용이 가능한 사회적 장치가 된다. 예를 들어, 먼 과거의 농경 사회에서는 한 가족이 1년 동안 먹을 수 있는 곡식만 확보되어도 충분성이 충족되었다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사회에서 단순 식량만 있다고 충분한 삶이라고 부르는가? 깨끗한 물, 교육,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도 인간다운 삶의 조건으로 포함된다. 현대에서 충분성의 기준은 곡식 몇 자루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로 규정된 최소한의 생활 조건이다. 마찬가지로 질의 기준 또한 과거에는 먹을 수 있는가로 결정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에는 똑같은 곡식이라는 자원을 볼 때에도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지 등의 조건까지 질의 기준으로 포함시킨다. 따라서 로크의 전유 제한 원리는 모호한 게 아니라, 공동체의 합의와 시대적 맥락 속에서 구체화가 될 때 실효성을 가지는 원리라고 이해해야 한다. 이렇게 이해할 때 로크의 사유재산에 대한 정당화 논의는 역사에 적혀 있는 고리타분한 주장이 아니라 오늘날의 복지 국가나 환경 정책을 정당화할 때에도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자원의 충분성과 질을 사회적 규범으로 해석하는 관점은 사유재산과 공동체의 권리 사이의 균형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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