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 과제-08 기말과제 초고 작성하기 013-19 권지우

제목: 진정한 자율성을 위한 잠정적 개입

서론

현대 의료 윤리는 지난 반세기 동안 여러 논쟁과 변화를 겪었다. 과거의 의료인을 환자의 생명을 보호하는 절대적인 권위자로 보던 강한 온정주의(hard paternalism)는 점차 사라졌고, 현재는 선행(beneficence), 무해(nonmaleficence), 자율성(autonomy), 정의(justice) 등을 의료윤리의 가치로 두는 것이 표준이 되었다 (Varkey 2021, p. 18). 특히 자율성 존중의 원칙이라는 가치에 따르면 환자는 자기 결정권을 바탕으로 자신의 신체와 생명에 관한 의료적 개입을 거부할 권리를 가지며 의료진은 이러한 환자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자율성 존중의 원칙은 치료가 시급해 보이는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는 상황에 적용될 때 심각한 윤리적 딜레마를 발생시킨다. 이 윤리적 딜레마는 두 주체인 거부 의사를 표명하는 환자와 치료 의무가 있는 의료진의 대립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윤리적 딜레마는 환자라는 한 인격체 내부에서 충돌하는 두 가지 가치인 자율성(autonomy)과 복지(welfare)에 의해 발생한다. 즉 이 딜레마는 자신의 신체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권리인 자율성과 생명을 보존하고 고통을 피하고자 하는 복지에 의해 발생한다.

구체적으로 환자가 의학적으로 유익한 치료를 거부한다고 가정하면 의료진은 두 가지 극단적인 선택지가 생긴다. 첫 선택지는 의료진이 환자의 표면적인 의사 표명을 절대적으로 받아들여 환자가 사망하거나 돌이킬 수 없는 장애를 얻을 수 있더라도 이를 방관하는 것이다. 즉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하기 위해 환자의 실질적인 복지는 망가질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선택지는 환자의 거부 의사가 있더라도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다. 이 선택지는 환자의 복지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환자의 자율성을 무시하게 되어 결국 과거의 강한 온정주의로 돌아가는 것이 된다.

이 글은 이러한 딜레마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의료진이 취해야 할 윤리적인 태도가 무엇인지 규명해 보고자 한다. 기존의 논의는 자율성과 복지의 대립에 머물렀다면 이 글은 환자의 자율성 존중 원칙을 복지보다 중요한 핵심적인 기본 가치로 두려 한다. 단 이때 존중받아야 할 자율성은 단순히 환자의 자유로운 행위(free action)보다는 환자의 진정성(authenticity)과 효과적인 숙고(effective deliberation)를 포함하는 자율성이어야 함을 논증할 것이다. 즉 딜레마 상황에서 의료진은 환자의 거부 의사가 입 밖으로 나온 즉각적인 의사일 뿐인지 진정성과 효과적인 숙고에 기반한 진정한 자율성인지 판단해야 함을 논증할 것이다. 나아가 진정성과 효과적인 숙고가 모자란 치료 거부 의사에서 의료진은 환자의 진정한 자율성을 회복하고 보호하기 위한 윤리적인 실천으로서 잠정적 개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자 한다.

본론

전제 1. 자율성 존중의 원칙은 의료 윤리의 최우선 가치이다.

우선 의료 윤리에서는 환자의 자율성이 환자의 복지보다 중요한 상위의 가치임을 논증하고자 한다. 이는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인 성찰에서 기인한다.

칸트의 철학적 고찰에 따르면 인간의 존엄성은 자신이 스스로 수립한 법칙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능력에서 기인한다. 즉 단순히 생명을 유지하게 하며 고통은 피하고 쾌락은 추구하는 생물학적 생존 본능은 동물적 본성에 불과하다. 인간이 존엄성을 지키려면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에 따라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주체성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의료 현장에 이를 적용해 보면 환자의 존엄성은 환자가 자신의 신체와 생명에 대해 일어나는 일을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에 따라 통제할 권한을 가지는 자율성에서 기인한다. 의료 현장에서도 환자는 존엄성이 있는 인격체여야 하기에 그 자율성을 존중받아야 한다.

만약 의료인이 환자가 치료받는 것이 환자의 복지에 더 이익이라는 이유만으로 환자의 거부 의사를 무시하고 치료를 강행한다면 이는 중대한 윤리적인 오류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이는 환자의 자율성은 무시하기 때문에 환자가 존엄성을 가진 인격체보다는 생물학적으로 고장 난 기계와 같이 보는 것과 다름이 없다. Ajluni(2023)가 지적했듯이 환자 중심 치료의 핵심은 의학적인 판단의 우월성이 아닌 환자의 가치관에 대한 존중에 기반한다 (Ajluni 2023, p. 1752). 따라서 환자가 자신의 수립한 확고한 법칙에 따라 치료를 거부한다면 그 결과가 죽음이라 할지라도 이를 존중해야 하는 것이다. 치료를 강행하는 것이 환자에게 죽음은 피하더라도 자신의 가치관이 훼손된 체 타인의 의지에 따라 연명하는 삶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자의 인격적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는 환자의 복지가 훼손되더라도 자율성을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예를 들면 여호와의 증인과 같은 종교적 신념에 의해 수혈을 거부하면, 이러한 거부 의사는 환자 자신의 확고한 신념에 기반한 것이다. 즉 환자의 결정에는 진정성과 효과적인 숙고가 반영되었으니 그 환자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수혈 거부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환자의 거부 의사가 이처럼 온전하지는 못하다.

전제 2. 진정한 자율성은 진정성과 효과적인 숙고를 필수 요건으로 한다.

자율성이 최우선 가치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환자의 모든 발화가 즉각적이고 절대적인 자율적 효력을 가지지는 않는다. 의료진은 환자의 거부 의사가 즉각적인 발화일 뿐인지 진정한 자율적 결정인지 구분해야 한다. Miller(1981)는 자율성을 네 가지 차원인 자유로운 행동(free action), 진정성(authenticity), 효과적인 숙고(effective deliberation), 도덕적 반성(moral reflection)로 구분한다 (Miller 1981, p. 24). 이 글에서는 의료 현장에서의 생명과 직결된 결정에서의 자율성은 단순한 자유로운 행동이 아니라 진정성과 효과적인 숙고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논증하고자 한다. 특히 환자의 치료 거부 상황에서 철학적 사유를 필요로 하는 도덕적 반성은 환자에게 요구하기에 지나치게 높은 기준이기 때문에 자율성의 최소 필수 요건으로 진정성과 효과적인 숙고를 중심으로 논증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진정한 자율성은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 진정성은 환자의 결정이 환자 본래의 지속적인 태도(attitudes), 가치관(values), 성품(dispositions), 삶의 계획(life plans)과 일관성이 같은지에 대한 개념이다 (Miller 1981, p. 24). 즉 진정성이 있는지 판단하는 것은 환자의 결정이 환자가 살아온 삶의 서사와 일관성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극심한 통증, 질병과 죽음에 대한 공포, 우울증이나 섬망 같은 병리적 상태 등에 휘둘려 일시적으로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다. 예를 들면 평소에는 가족과 삶을 사랑하고 생존 의지를 보였던 환자가 사고 직후의 극심한 통증과 공포 때문에 “죽게 내버려둬”라고 소리 지른다면 이 발화는 환자의 진정성 있는 결정이기보다는 통증이라는 외부 요인에 의해 왜곡된 결정일 확률이 높다. 또, 우울증에 의해 자살 시도를 하는 환자가 있다면 이 역시 진정성 있는 결정이기보다는 병리적 상태라는 외부 요인에 의해 왜곡된 결정일 확률이 높다. 이러한 환자 본래의 삶의 서사와는 왜곡된 선택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자율성의 존중은 환자가 통증과 공포하는 외부 요인에 의해 벗어나 본래의 자신으로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두 번째로, 진정한 자율성은 효과적인 숙고를 가져야 한다. 효과적인 숙고는 환자가 자신의 의학적 상태, 치료의 필요성, 치료 거부 시 발생할 구체적인 결과, 그리고 선택할 수 있는 대안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평가하는 과정을 의미하는 개념이다 (Miller 1981, p. 24). 만약 환자가 잘못된 의학 정보를 믿고 있거나 인지적 오류 때문에 상황을 왜곡해서 받아들인 상태라면, 이때 표명한 의사는 진정한 자율성에 기반한 것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예를 들면 치료받으면 완치될 수 있음에도 어차피 가망이 없다고 오해하여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 이는 자율적인 선택이 아니라 정보의 결핍에 의한 선택에 더 가까울 것이다. 또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극단적인 공포로 인해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효과적인 숙고가 없는 선택에 더 가까울 것이다. 이렇듯 환자가 숙고성이 없는 결정을 내릴 때 의료진은 환자를 정확한 정보가 없는 고립된 상태에 방치하며 안된다. 의료진은 대화와 정보 제공을 통해 환자의 숙고 능력이 강화되도록 지원해 줘야 한다 (Entwistle et al. 2010, p. 741). 즉 환자가 의료진과 같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효과적인 숙고를 형성하고 지지받는 것은 환자의 진정한 자율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하다.

따라서 환자의 치료 거부 의사는 환자 고유한 삶의 서사와 일관성이 일치한다는 ‘진정성’과 충분한 정보와 이성적 판단에 근거했다는 ‘숙고’를 가져야만 진정한 자율성에 근거했다고 볼 수 있다.

전제 3. 환자의 자율성에 진정성과 효과적인 숙고가 모자란 경우 환자의 자율성을 보완하기 위한 의료진의 잠정적 개입은 정당화된다.

진정한 자율성은 진정성과 효과적인 숙고를 필수 요건으로 한다는 바탕으로, 의료진은 환자의 거부 의사가 자율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그 거부 의사를 절대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다만 환자의 치료 거부 의사가 진정성이나 숙고성이 빠져 있다면 의료진의 잠정적 개입은 정당화된다. 잠정적 개입은 환자의 즉각적인 거부 의사에 진정성이나 숙고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그 거부 의사를 곧바로 수용하지 않고 환자의 자율성이 회복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이는 자율성이 회복될 때까지 환자의 의사결정을 일시적으로 유보하는 것이기에 의료진이 환자의 의사를 무시하고 치료를 강행하는 것과는 구별된다.

이러한 잠정적 개입은 자율성을 침해하는 행동이 아니라 자율성을 회복시키는 행동이기 때문에 정당화된다. 앞서 논증되었듯이 진정성과 효과적인 숙고는 자율성의 필수 요건이다. 따라서 이 요건들이 모자란 상태의 환자는 온전한 자율적 주체로서 기능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의료진이 이러한 환자의 거부 의사를 곧바로 받아들이는 것은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비자율적인 상태인 그대로 방관하는 것에 더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진은 환자에게 자율성을 회복할 기회와 시간을 제공하기 위해 잠정적 개입을 해야만 한다. 이를테면 통증이나 공포가 가라앉혀 진정성을 회복시킬 시간, 오해하고 있던 정보를 바로잡아 효과적인 숙고를 회복시킬 시간, 그리고 자신의 결정이 진정으로 자기 삶의 서사와 일치하는 성찰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잠정적 개입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감정적 개입을 통해 환자의 진정성과 숙고성이 회복되었는데도 환자가 거부 의사를 명확하게 표명한다면 그때 의료진은 환자의 거부 의사를 존중하고 치료를 멈춰야 한다.

잠정적 개입은 환자의 자율성을 회복시키기 위한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면 응급 환자의 의식이나 판단 능력이 저산소증, 쇼크 등에 의해 저하되면 의료진은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더라도 환자의 생명을 유지하게 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수적인 처치를 시행해야 한다. 이는 환자의 거부 의사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잃어버린 진정성 있는 자율적인 판단 능력을 회복시킬 수 있을 때까지 환자가 살아있도록 돕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비응급 상황일지라도 환자의 거부 의사가 명백한 오해에 기인한다면 의료진은 이 거부 의사를 곧바로 수용하기보다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이는 환자가 오해하고 있던 의학적 정보를 바로잡을 기회를 제공해 줘 효과적인 숙고가 된 자율성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 될 것이다. 이렇듯 잠정적 개입은 환자가 자율성을 회복시킬 기회와 시간을 주는 것이다.

따라서 잠정적 개입은 의료인을 환자의 생명을 보호하는 절대적인 권위자로 보던 강한 온정주의(hard paternalism)와 대비된다. 강한 온정주의에서 의료진은 환자의 자율적 결정이 복지에 반한다는 이유로 개입하지만, 이 글에서 주장하는 개입은 환자의 자율성이 결핍되어 있다는 이유로 환자의 자율성을 회복하기 위해 개입한다. 이는 강한 온정주의보다는 자율성 지향적인 약한 온정주의(soft paternalism)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의료인은 환자의 의사가 진정한 자율성인지 판단하고, 자율성이 빠져 있다면 잠정적 개입을 통해 환자가 진정한 자율성에 기반한 결정 내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만약 잠정적 개입을 통해 환자의 진정성과 효과적인 숙고가 회복되어도 환자가 확고하게 치료를 거부한다면, 그때 의료인은 환자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예상 반론 및 재반박

이 글이 주장한 진정성과 효과적인 숙고에 근거한 잠정적 개입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첫 번째 반론은 진정성과 효과적인 숙고라는 자율성의 요건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며 이를 판단하는 주체는 결국 의료진이라는 점에서 발생한다. 의료진은 자의적으로 환자의 결정에 자율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자율성을 회복시킨다는 명분을 자신의 의학적 판단을 환자에게 강요하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 즉 환자가 의료진이 제시하는 치료에 동의하면 환자가 자율적이라고 판단하고 반대로 환자가 치료 거부 의사를 표명하면 환자에게 진정성이나 효과적인 숙고가 부족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자율성을 존중하는 듯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과거의 권위주의적 강한 온정주의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의료 현장에서의 의료진은 환자보다 의학적 지식이 많기 때문에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이러한 논리는 더 강화될 수 있다.

그렇기에 의료진은 진정성과 효과적인 숙고가 있는지 판단할 때 명확한 객관적인 증거들을 사용해야 한다. 특히 진정성이 있는지 판단해야 하는 경우 의료진의 주관적인 직관이 많이 들어갈 수 있어 주관적인 직관보다는 객관적인 증거들을 기반으로 자율성의 진정성을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면 환자의 평소 가치관에 대한 가족들의 일치된 증언, 정신건강의학과 협진을 통한 병리적 상태의 확인, 환자의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 등을 교차로 검증해 환자의 진정성을 평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환자의 결정에 효과적인 숙고가 있도록 의료진은 환자와의 충분한 소통으로 객관적이고 명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의료진의 개입은 어디까지나 잠정적이다. 이는 개입의 목표가 환자를 설득해 치료받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외부 요인에서 벗어나 진정성과 효과적인 숙고를 바탕으로 스스로 자율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환자가 명료한 의식과 충분히 숙고 과정을 거친 후에도 의료진의 치료적 판단과 충돌하는 결정을 내린다면 의료진은 이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 즉 진정성과 효과적인 숙고라는 자율성의 요건들은 환자를 비자율적 상태로 방관하지 않기 위한 안전장치이지 의료진의 제한 없는 개입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

두 번째 반론은 생사가 오가는 응급한 상황에서는 현실적으로 충분한 숙고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발생한다. 즉 응급 상황에서 환자에게 효과적인 숙고를 요구하는 것은 환자의 자율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게 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잠정적 개입은 더 강한 정당성을 가진다. 앞서 제시되었듯 생사가 오가는 상황이라는 공포와 고통 속에서 환자의 의사 표현은 환자의 진정성과 숙고성이 반영된 자율적인 결정이기보다는 생물학적으로 반사적인 반응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환자의 결정을 기계적으로 존중하는 것은 환자의 죽음으로 인해 환자가 자율성을 행사할 기회를 영구적으로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숙고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응급 상황에서는 잠정적 치료는 환자가 위기를 넘겨 이성을 회복하고 이내 자율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는 조치이다. 죽음은 비가역적이기에 가역적인 치료를 통해 자율성을 회복시킬 기회를 남겨두는 것은 자율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 아니라 자율성이 다시 실현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

이 글은 환자의 치료 거부 상황에서 의료진에게 발생하는 윤리적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자율성과 복지의 대립이라는 표면적인 갈등을 넘어 자율성을 최우선 가치로써 재정립하였다. 이 글의 논증 과정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우선 현대 의료 윤리에서 환자의 자율성이 복지보다 우선적인 가치라는 것을 확인했다. 다음으로는 의료진이 존중해야 할 환자의 자율성은 단순히 자유로운 행위가 아닌 환자의 삶의 서사와 일치하는 진정성과 정확한 정보와 판단에 기반한 효과적인 숙고를 포함한 개념임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환자의 의사에 진정성이나 효과적인 숙고가 빠져 있을 때 환자의 거부 의사를 곧바로 수용하지 않고 잠정적 개입을 통해 환자의 자율성 회복시키는 것이 윤리적인 실천이라고 논증했다.

따라서 이 잠정적 개입은 의료인의 독단적인 결정을 정당화하던 강한 온정주의와는 엄격히 구별된다. 이 개입은 환자의 결정이 복지에 반한다는 이유가 아니라 환자의 결정이 자율성이 기반하지 않았다는 이유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환자 중심 의료가 단순히 환자의 요구를 들어주는 소비자 모델이 아닌 환자의 훼손된 자율성을 회복시켜 주고 지지하는 협력적인 모델을 뒷받침할 수 있다. 의사는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기술자를 넘어서 환자가 자신의 자율성을 지킬 수 있도록 조력하는 조력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다만 이 결론을 실제 의료 현장에 적용할 때는 이 잠정적 개입의 적용 범위가 진정성과 효과적인 숙고가 모자란 상황으로만 엄격히 제한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의료진이 자율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이 글의 주장을 의료인이 환자에게 자신의 가치관을 설득하거나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 환자의 거부권을 무시하는 수단으로 악용하면 안 될 것이다. 감정적 개입이란 의료인에게 환자의 삶을 환자 대신에 판단할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본래의 자기 자신으로 돌아갈 기회와 시간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 글이 제안한 진정성과 숙고성에 기반한 잠정적 개입은 의료 현장의 복잡한 갈등들 속에서 환자의 존엄성을 보호해 주는 동시에 의료진의 윤리적 딜레마를 해소해 주는 실질적인 윤리적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외국 문헌

Ajluni, V. (2023). Respecting autonomy: Prioritizing patient-centered care and decision-making capacity for stronger doctor-patient relationships. Journal of Family Medicine and Primary Care, 12(8), 1752–1753. https://doi.org/10.4103/jfmpc.jfmpc_712_23

Entwistle, V. A., Carter, S. M., Cribb, A., & McCaffery, K. (2010). Supporting Patient Autonomy: The Importance of Clinician-patient Relationships. Journal of General Internal Medicine : JGIM, 25(7), 741–745. https://doi.org/10.1007/s11606-010-1292-2

Miller, B. L. (1981). Autonomy & the Refusal of Lifesaving Treatment. The Hastings Center Report, 11(4), 22–28. https://doi.org/10.2307/3561339

Varkey, B. (2021). Principles of Clinical Ethics and Their Application to Practice. Medical Principles and Practice, 30(1), 17–28. https://doi.org/10.1159/000509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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