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 과제-08 기말과제 초고 작성하기 013-01 박인겸
제목: 낭만적 사랑의 선천성 논의: 보편성을 중심으로
서론
인간은 사랑을 한다. 여기서의 사랑은 단순한 성욕과는 구분되는, ‘낭만적 사랑’을 말한다. 모든 사람이 사랑을 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인류의 긴 역사 동안 아주 많은 사람이 다른 누군가를 사랑했다고 말하면 이를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러한 사랑에 대하여, 사랑은 선천적으로 잠재되어 있는 것인지, 아니면 후천적으로 학습되는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있다. 사랑이 선천적인 것이라면, 개인별 · 문화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사랑의 양상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며, 후천적인 것이라면 오랜 옛날부터 계속되어 왔으며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서 설명해야 하는 딜레마가 발생한다. 즉, ‘사랑은 선천적인 것이냐, 후천적인 것이냐’가 핵심 쟁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본 글에서는 진화적, 신경생물학적 근거 등을 토대로 낭만적 사랑이 선천적이라는 입장을 뒷받침하고자 한다.
낭만적 사랑에 대한 기존 학자들의 상반된 입장을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초기에 로렌스 스톤(Lawrence Stone)과 같은 사회과학자들 사이에서는 낭만적 사랑이 유로-아메리카 문화(Euro-American culture)에 고유한 것이며, 즉 비서구 국가에는 존재하지 않으며, 이는 곧 역사적 · 문화적 발명품이라는 믿음이 널리 퍼져있었다 (Karandashev 2015, p. 7.). 스톤은 낭만적 사랑이 유럽 역사 대부분에서 실용적인 목적에 비해 부차적인 중요성을 가졌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낭만적 사랑의 용어 자체가 19세기 문학 평론가 가스통 파리(Gaston Paris)에 의해 12세기 프로방스에서 발생한 궁정식 사랑(Amour courtois)의 특정 태도와 행동 양식을 지칭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역사적 관점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이는 사랑의 보편성과 진화적 성질을 간과했다는 한계를 지니며, 다양한 후속 연구들에 의해 반박된다. 윌리엄 R. 얀코비악(William R. Jankowiak)과 에드워드 F. 피셔(Edward F. Fischer)(1992)는 166개 문화권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에서 147개에서 낭만적 끌림(romantic attraction)의 증거가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또한 헬렌 E. 피셔(Helen E. Fisher)와 그녀의 동료들을 포함한 진화 심리학자들과 신경과학자들은 열정적 사랑(passionate love)이 짝 유대(pair-bonding)를 촉진하기 위해 진화한 선천적인 적응(adaptation)이자 헌신 장치(commitment device)이며, 도파민 활성화와 관련된 뇌 영역 연구를 통해 낭만적 사랑이 강력한 생물학적 기반을 가지고 있음이 밝혀졌음을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들 또한 자료의 신뢰성과 해석의 모호성, 작은 표본의 크기 등의 한계를 갖는다.
본 글의 핵심 목표는 낭만적 사랑이 선천적임을 주장하는 것이다. 중요한 근거인 보편성을 단순한 성적 욕구가 아닌 낭만적 사랑에서 찾기 위해, 먼저 낭만적 사랑의 정의를 확실히 하고 그 특성에 집중한다. [1] 첫째로 낭만적 사랑은 성적 욕구와 주관적 경험, 생리적 기제, 진화적 기능에서 구별됨을 보인다. 이는 심리측정학적 연구, 신경과학적 실험 등에 의해 귀납적으로 뒷받침된다. [2] 다음으로 이렇게 성적 욕구와 구분되는 낭만적 사랑이 보편성을 가짐을 논증한다. 넓은 범위의 교차문화적 조사를 기반으로 한 연구를 통해 방대한 수의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정서적 · 행동적 증거로써 보편성을 마찬가지로 귀납적으로 입증한다. [3] 이러한 낭만적 사랑의 보편성은 인간 종의 생물학적 구조에 내재된 선천적 시스템이라는 기존의 주장을 제시한 뒤, 이를 생물학적 시스템의 존재를 입증하는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유비추론으로써 정당화한다. [4] 한편 보편성이 선천성에 근거한다는 전제에 대하여, 문화별로 또는 시대별로 달라지는 낭만적 사랑에 대한 태도와 행동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예상 반론이 있을 수 있다. [5] 그러나 이는 문화적 다양성이 낭만적 사랑의 보편성과 선천성이라는 특징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각 사회의 역사와 가치관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는 것임을 간과한 것이므로, 문화는 그 경험의 표현 방식에만 영향을 미칠 뿐임을 명확히 함으로써 해소된다. [6] 마지막으로 낭만적 사랑이 선천적이라는 결론을 다시 한 번 돌아보며, 그 범위와 함의를 살펴본다.
본론
성적 욕구와 구별되는 낭만적 사랑
낭만적 사랑의 정의
낭만적 사랑(Romantic Love)은 수많은 작가, 철학자, 예술가, 음악가들이 탐구해 온 복잡한 개념이다. 종종 열정적 사랑(passionate love)과 동의어처럼 사용되거나, 강렬한 사랑(infatuation), 집착하는 사랑(obsessive love), 또는 리머런스(limerence)라고 불리기도 하며, 특정 짝짓기 파트너에 대한 집중된 관심과 넘쳐흐르는 에너지로 특징지어지는 매력 시스템이다. 이러한 감정은 파트너에 대한 강한 애정(strong affection)과 사랑에 대한 집착(preoccupation with love)으로 대표된다. 낭만적 사랑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황홀감 등의 감정적 도취 및 흥분,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강박적 사고, 사랑하는 대상의 이상화 및 유일성 경험, 떨림이나 빨라지는 호흡 등의 생리적 반응과 같은 감정 상태를 보인다.
학계에서는 이러한 낭만적 사랑을 정의하는 데 있어 다음과 같은 다양한 구성 요소와 단계를 제시한다. 첫 번째로, Sternberg(1986)의 삼각 이론(Triangular Theory)에 따르면 낭만적 사랑은 열정(passion), 친밀감(intimacy), 헌신(commitment)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포함하며 이 요소들이 다양하게 결합되어 정의된다. 두 번째로, 하나의 진화적 기능으로서 낭만적 사랑은 장기적인 짝 유대(long-term pair-bonding)를 위한 주요 동기 부여 힘(major underlying motivational force)으로 기능하도록 진화한 시스템이다. 이는 종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특정 짝짓기 파트너를 선택하여 짝짓기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도록 돕는다. 세 번째로, 낭만적 사랑은 흔히 초기 단계의 열정적 사랑(infatuation)과 나중에 발달하는 동반자적 사랑(companionate love) 또는 애착(attachment) 단계로 구분된다. 애착 단계는 평온함(calm), 안전감(security), 사회적 편안함(social comfort), 그리고 정서적 결함(emotional union)의 느낌으로 특징지어지며, 이 애착 시스템은 원래 영아-양육자 애착(infant-caregiver attachment)을 촉진하기 위해 진화한 시스템이 성인 관계의 영속적인 유대를 위해 재활용(exaptation)된 것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낭만적 사랑은 또 다른 성적 친밀감이 없는 가까운 애정인 플라토닉 사랑(platonic love)와 구별된다. 낭만적 관계는 일반적으로 열정/매혹(passion/fascination)과 배타성(exclusiveness)이라는 차원을 통해 플라토닉 관계와 구분된다.
성적 욕구와의 차이
낭만적 사랑은 흔히 성적 욕구(Sexual Desire/Lust)와 함께 경험되지만, 근본적으로 구별되는 별개의 감정-동기 시스템이며, 각각 고유한 진화적 기능, 생리적 기제, 그리고 주관적 경험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진화적 기능 면에서, 성적 욕구는 개체가 적절한 종 구성원이라면 그 누구와도 성적 결합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여 종의 번식에 기여하기 위해 진화한 반면, 낭만적 사랑은 잠재적인 파트너들 사이에서 특정 짝짓기 파트너를 선택하고 선호하도록 하여 구애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고, 장기적인 짝 유대를 유지하도록 돕기 위해 진화했다. 또 앞서 언급했듯이 영아-양육자 애착 촉진 시스템이 재활용된 것일 수 있다는 점에서 성적 시스템과 분리된 기원을 가지기도 한다. 생리적 기제 면에서, 성적 욕구는 주로 성선 에스트로겐(gonadal estrogens and androgens)과 같은 호르몬과 관련되어 성적 만족에 대한 갈망을 유발하는 반면, 낭만적 사랑은 중추 도파민(DA)과 노르에피네프린(NE)의 상승 및 중추 세로토닌(5-HT)의 감소와 주로 연관된다. 또한 fMRI(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 연구 결과, 낭만적 사랑과 관련된 뇌 영역(복측 피개 영역(VTA), 미상핵(caudate nucleus), 피각(putamen), 내측 섬엽(medial insula) 및 전방 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이 일반적으로 성적 흥분 시 활성화되는 뇌 영역과 겹치지 않았는데, 이는 두 시스템이 신경학적으로 분리되어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Diamond 2004 p. 117.). 마지막으로 주관적 경험 면에서, 성적 욕구는 낭만적 사랑은 기능적으로 독립되게 작동할 수 있다. 즉, 성적 욕구는 낭만적 사랑의 전제 조건이 아니다. Tennov의 연구에서 61%의 여성과 35%의 남성이 성적 욕구 없이 낭만적 열정(infatuation)을 경험했다고 보고했으며, 성적 욕구의 호르몬 변화를 겪지 않은 사춘기 이전 아동들 역시 강렬한 열정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Diamond 2003, p. 175.). 낭만적 사랑은 특정 파트너에 대한 집중된 관심과 황홀감 또는 도취감 강박적인 생각, 그리고 정서적 결합에 대한 갈망을 주된 특징으로 하며, 사랑에 빠진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정서적 결합에 대한 갈망이 종종 성적 결합에 대한 욕구보다 우선한다.
낭만적 사랑의 보편성
교차문화적 증거
앞서 언급하였듯 스톤은 낭만적 사랑이 유로-아메리카 문화에 고유하며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서구 국가에서는 낭만적 사랑이 존재하지 않으며, 존재하더라도 그것을 키울 시간이 있는 해당 국가의 엘리트 계층에게만 해당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그는 유럽에서도 낭만적 사랑이 존재했던 것은 새로운 국민 국가(nation-state)가 나타난 이후에야 가능했다고 보았는데, 이때의 사람들이 주관적인 경험(subjective experiences)을 기르고 개인주의의 부상을 목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이후의 인류학적 연구들에 의해 도전을 받는다 (Karandashev 2015, p. 7.). 스톤이 저술 활동을 하던 1989년 이후, 최근의 연구들은 낭만적 사랑의 선례 및 유사 개념이 고대 그리스, 인도, 이슬람 문화권 등에서 나타났음이 밝혀졌다고 언급하며, 낭만적 사랑을 유럽 고유의 현상으로 간주했던 그의 견해에 반대한다 (Karandashev 2015, p. 3.).
구체적으로, 인류학자 얀코비악과 피셔의 166개 문화권을 대상으로 실시한 광범위한 교차문화적 연구는 낭만적 사랑이 거의 보편적인(near-universal) 인간의 경험이라는 결론을 제시했다. 둘은 단순한 성적 욕망이 아닌, 낭만적 끌림의 존재를 입증하는 구체적인 행동 및 감정적 지표를 찾기 위해 인류학적 문헌을 검토하였고, 조사 결과 166개 문화권 중 147개 문화권, 즉 88.5%에서 낭만적 사랑의 존재를 명확히 확인하였다. 낭만적 사랑의 증거로 사용된 지표들에는 개인의 고뇌와 동경(personal anguish and longing)에 대한 기록, 연가(love songs) 또는 민속(folklore)의 사용, 그리고 상호 애정(mutual affection)에 기반한 도피(elopement), 열정적 사랑의 존재를 인정하는 원주민들의 주장 등이 포함되었다. 나머지 19개 문화권, 즉 11.5%에서도 낭만적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연구자들은 단순히 현지 연구자들이 해당 주제를 조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지었다. 또한, 여러 교차문화적 연구들은 낭만적 사랑의 표준적인 측정치(standard measures)가 여러 문화권에서 동등성을 가진다는 점을 입증했는데, 가령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유럽의 많은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내 파트너와 나는 천생연분이었다” 또는 “내 파트너가 내게 관심을 주지 않으면 몸이 아픈 것 같다”와 같이 낭만적 사랑을 드러내는 문항들은 서로 다른 문화에도 불구하고 모든 국가에서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Fletcher 2015, p. 23.). 이러한 교차문화적 연구는 낭만적 사랑의 보편성을 귀납적으로 뒷받침한다.
낭만적 사랑의 선천성
신경화학적, 신경학적, 진화론적 근거
특정 행동이나 감정적 경험이 인류의 대다수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는 것은, 그것이 학습이나 사회화의 결과라기보다는 문화적 환경에 독립적인 선천적 특성이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진화 심리학자들은 낭만적 사랑이 장기적인 짝 유대를 동기부여 하고 유지하는 주요 동기 부여 힘이며, 자녀 양육에 필요한 막대한 투자를 확보하기 위해 진화된 헌신 장치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인간 본성에 선천적으로 내재되어 있고 보편적인 생물학적 과정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로, 성적 욕구와의 차이에서 살펴 보았듯이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활동 변화와 연관된다는 점이 있다. 이와 더불어 fMRI를 이용한 뇌 스캔 연구에서 낭만적 사랑을 느끼는 사람들이 연인의 사진을 볼 때 뇌의 보상 시스템과 관련된 영역에서의 활동이 증가함과, 비판적 사고를 담당하는 뇌 영역의 활동을 억제하며, 공포, 우울증, 불안과 관련된 영역의 활동을 감소시킨다는 점, 그리고 미국과 중국 참여자들을 비교한 fMRI 연구에서, 이와 관련된 뇌 영역 활성화에 작은 차이만 발견되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실험적인 근거 외에도, 성인 간의 짝 유대는 영야-양육자 애착을 촉진하기 위해 진화한 행동 시스템이 재활용되었을 수 있다는 추론과, 이러한 유대 및 애착이 옥시토신(oxytocin)과 바소프레신(vasopressin)과 같은 신경펩타이드에 의해 매개된다는 동물 연구 결과로써 입증되었다. 이는 낭만적 사랑이 인간의 포유류적 유산(mammalian heritage)의 일부, 즉 진화적 특성이며, 애착 시스템과의 유사성에 기반하여 정당화된다. 이러한 신경화학적, 신경학적, 진화론적 증거에 의하여 인류의 보편적 경험인 낭만적 사랑이 선천적이라는 주장은 정당화된다.
낭만적 사랑의 표현적 다양성 반론
낭만적 사랑이 보편적이라는 사실은 방대한 자료에 의하여 뒷받침된다. 그리고 이러한 보편성은 여러 과학적 근거에 의하여 선천적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 문화가 사랑을 어떻게 개념화하는지, 그에 따라 개인이 낭만적 관계에서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는 다양할 수 있다는 반론을 고려할 수 있다. 속한 문화가 집단주의인지 개인주의인지에 따라, 혹은 주된 표현 수단이 언어인지 행동인지에 따라 낭만적 사랑의 표현은 달라질 수 있으며, 약 1,000년 전 중국에서 신유교주의자(Neo-Confucianists)가 권력을 얻으며 성에 대해 억압적으로 변화했듯이 정치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기도 한다는 점에서 낭만적 사랑은 사회문화적 산물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반론은, 문화나 시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낭만적 사랑의 다양한 양상은 표현의 차이일 뿐이라는 점에서 해소될 수 있다. 세상에는 아주 많은 사람이 있고 그들 모두는 다른 존재이기에, 선천적으로 동일하게 타고나더라도 그것이 다르게 표출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표면적인 변이
낭만적 사랑은 문화적 변인에 의해 통제될 수 있기에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문화의 사회 조직 및 이데올로기에 따라 더 많거나 적은 빈도로 발생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사회가 낭만적 사랑을 반대하면 사람들이 사랑에 빠지는 빈도가 적을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중국의 예시에서, 신유교주의자가 권력을 잡았을 때 개인의 행복보다는 집단의 복지를 강조하며 사랑에 대해 더 엄격한 통제를 가했고, 이로 인해 사랑의 발현 및 태도가 변화하게 되었다 (Karandashev 2015, p. 5.). 표현 방식의 측면에서는, 미국 문화에서는 낭만적 사랑의 파트너에게 ‘I love you’와 같이 명시적이고 직접적인 언어적 표현을 중요시하는 반면, 필리핀 및 중국계 미국인 가족과 같은 문화권에서는 사랑의 언어적 표현이 특별한 경우로 제한되며 행동을 통한 암묵적이고 간접적인 방식으로 보여준다. 또 사랑을 개념화하는 방식과 대상과의 관계에서 경험하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개인주의 문화에서는 개인의 자율성이 강조되어 사랑에 기반한 결혼이 이상적이지만,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집단의 이익이 우선시되어 낭만적인 결정을 내릴 때 다른 관계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하게 된다. 사랑을 인식하는 데에 있어서도 미국, 리투아니아, 러시아 참가자들을 비교한 연구에서 미국 참가자들은 낭만적 사랑을 더 현실적이라고 보지만, 리투아니아인과 러시아인 참가자들은 그것을 비현실적인 동화(unreal fairy tale)처럼 인식하며, 초반의 흥분이 사라진 후에야 ‘진정한’ 사랑과 우정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적 통제 및 영향은 사랑에 빠지는 경향(psychological tendency to love)에 영향을 미치지만, 앞에서 살펴 보았던 사랑의 근본적인 생물학적 시스템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언어보다 행동으로, 직접적인 방식보다 간접적인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은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단지 문화적 규범에 따른 표현의 차이일 뿐이며, 사랑을 다르게 인식하는 세 나라 참가자들의 연구에서도 에로스적 요소, 이타적 사랑, 집착적 사고와 같은 낭만적 사랑의 핵심 특성에 대해서는 세 나라 모두 동의했다. 따라서 이러한 표현적 다양성은 사랑 경험 자체의 보편성과 선천성을 약화시키지 않는다 (Karandashev 2015, pp. 11-14.).
결론
본론에서는 낭만적 사랑이 성적 욕구와 진화적 기능, 생리적 기제, 주관적 경험의 측면에서 구별됨을 보이고, 다양한 문화권을 대상으로 연구한 교차문화적 증거에 의해 보편성을 가짐을 입증했다. 그리고 여러 과학적 근거를 통해 이러한 보편적 경험이 선천적이라는 점을 논증하였다. 특히 낭만적 사랑은 문화에 따라 사랑이 개념화되는 방식과 개인의 느낌, 생각, 행동이 다양할 수 있다는 반론에 대하여 검토하였다. 그러한 반론은 문화별로, 개개인별로 나타나는 표현적 다양성이 그저 표면적인 변이일 뿐 근본적인 성질까지 다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임으로써 해소되었다. 낭만적 사랑은 표현의 빈도, 표현 방식, 개념화하고 경험하는 방식, 인식하는 방식 등 다양한 부분에서 달라질 수 있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생물학적 시스템의 차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에 그 보편성과 선천성은 유지된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낭만적 사랑이 선천적임을 보일 수 있었다.
신경화학, 진화학, 인류학 등 단일한 시각에서 성적 욕구와 구별되는 낭만적 사랑의 보편성 및 선천성을 바라 보았던 기존의 논의에서 나아가, 본 글은 다양한 분야의 연구 결과를 한 데 모아 종합적으로 정리하여 그 근거와 연결고리를 강화하였다는 데 차별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가 낭만적 사랑이 성적 욕구와 완전히 독립된 현상이라거나 문화적 또는 역사적 배경을 무시하고 보편성과 선천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님에 주의해야 한다. 낭만적 사랑은 성적 욕구, 그리고 애착은 기능적으로 독립되게 작동할 수 있지만 서로 상호연관되어 있으며(interrelated), 종종 연계되어 작동한다 (Fisher 2002, p. 417.). 또한 본론에서 살펴 보았듯 표현적 다양성은 ‘표현성의 차이’를 설명할 뿐이지만, 문화적 맥락이 어떻게 보편적인 시스템을 변형시키는지를 이해하는 것 또한 중요하고 또 필요하다. 인류뿐만이 아닌 다른 동물 종에서도 나타나는 ‘사랑’이라는 주제는 굉장히 복잡하고 정의 내리기 어렵지만, 우리가 삶을 살아가고 멸종하지 않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다. 본 글을 통해 이러한 사랑에 대하여 보다 깊이 이해하고, 나아가 각각의 문화, 개인에게서 어떠한 방식, 어떠한 메커니즘으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지 등 심도 있는 추가적인 연구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참고문헌
외국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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