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 Like a Puzzle Solver: Write to Resolve Dilemmas
논증적 글쓰기는 단순한 주장과 근거들의 나열이 아닌, 난제를 해결하는 과정, 즉 퍼즐을 푸는 것과 같은 지적인 도전입니다.

대학 교육 현장에서 논문을 쓰거나 논증적인 글을 지도하면서, 글쓰기 교육이 부족하다는 것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우리가 논증문이라는 것에 대해 꽤 많은 중대한 오해를 해 왔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러한 사정은 국내 대학생들에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많은 교수자들과 연구자들 역시 논증적 글쓰기의 핵심 요소를 의식적 수준에서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지도하는 학생들에게 전달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단지 문장을 잘 쓰지 못해서가 아닙니다. 문제는 보다 근본적인 데에 있습니다. 익숙하지 많아서 글을 ‘잘 못’ 쓰는 데서 오는 것 이상으로, 애초에 ‘잘못’ 쓰는데서 학생들의 사고역량을 위축시키는 근본적인 문제가 생깁니다. 이 강좌는 글쓰기와 글쓰기 교육과 관련하여 근본적 오해가 지속되어 왔던 원인들을 드러내고 글쓰기 교육의 방향에서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의 산물입니다.
논증적 글쓰기에 대한 오해는 학문적 담론을 넘어, 사회적·정치적 담론 속에서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주장과 근거가 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채 다양한 정보들을 단순히 나열하고 뒤섞거나, 감정적 설득이 논증적 정당화와 혼동되는 일들이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글쓰기에 대한 교육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점검할 필요가 있으며, 이 강좌는 그런 점에서 교육 현장에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글쓰기 교육의 방향을 새롭게 설정하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습니다.
기존의 글쓰기 교재나 강좌들이 주로 ‘청중과 발화자의 관계’, 혹은 ‘문장 구성력’이나 ‘호응’ 등 표현적 측면에 집중했다면, 본 교재(또는 강의)는 ‘논증’과 ‘주장’이라는 논리적 구조에 우선순위를 둡니다. 학생들은 문장을 꾸미는 기술 이전에, ‘자기 생각을 구성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확고한 이해와 확신이 없기에 글쓰기를 어려워합니다. 때로 그들은 생각은 많지만 표현하기가 어렵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정작 자신의 주장이 ‘이 명제’로 표현된 것이 맞느냐고 되물으면 이는 만족스럽지 않은지 우물쭈물합니다. 그와는 조금 다른 ‘저 명제’를 주장하는 것이냐고 물으면, 또 그건 자기 생각과 좀 더 비슷하지만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주저합니다. 그런데 이 명제는 사실 저 논증으로, 저 명제는 또 다른 논증으로 정당화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하면, 그제서야 자신의 주장도 불분명했고, 이를 방어할 적절한 논증도 준비되지 못했었다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구체화된 명제와 문장으로 표현되지 못한 “어떤 생각의 이미지”를 가진 것은, 논증적 사유를 구성한 것으로 볼 수 없습니다. 나아가 논증적 글쓰기의 핵심은 바로 그 자기 생각을 명확한 주장(thesis)으로 표현하고, 그것을 정당화하는 논증(argument)을 구성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일부 학생들은 논리학이나 비판적 사고 과목을 수강하거나 LEET와 같은 시험을 준비하면서도 글쓰기에서 논증 역량이 잘 길러지지 않는다고 호소합니다. 이는 논리적 개념 자체에 대한 이해보다도, 그것을 실제 글쓰기의 내용, 그리고 심지어 “구조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논증을 활용하는 구체적 방법을 의식적으로 연습하지 않으면, 글쓰기에서 논증적 설득은 여전히 막연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단지 교육 방법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고와 인식의 전통과도 관련되어 있습니다. 현재의 논증문의 구조적 토대가 서구적 글쓰기에서 왔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이 글쓰기는 앎(knowledge)을 구성하는 방식에 대한 그들의 이해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이나 동아시아의 언어적 관행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지식’이나 ‘앎’, 나아가 ‘깨달음’과 같은 표현은, 서구에서 ‘knowledge’나 ‘episteme’로 지칭되는 개념과 좀 다릅니다. 서구의 논문 글쓰기는 thesis, argument, justification, belief, proposition, truth와 같은 논증적 구성요소들과 opinion이나 doxa와 같은 구분 개념에 기반하여 발전해 왔습니다. 이러한 구성 요소들에 대한 다소 상이한 인식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여, 사실 우리 생각보다는 건조하고 단순한 개념이라고도 볼 수 있는, 논문이나 논증문에서 요구하는 ‘앎’, 또는 정당화된 생각을 구성하는 작업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서구적 논문 글쓰기나 비판적 토론 모델은 깨달음(awakening)을 얻는 과정이 아니라, 철저히 정당화된 참인 믿음(justified true belief)를 형성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으며, 이를 위한 전형적 모델(archetype)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그러나 학생들이 이 단순한 모델의 요구사항을 의식적으로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논증적 글쓰기를 단지 문장 표현의 기술이 아니라, ‘앎을 구성하기 위해 정당화하는 글쓰기’로 명료히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논증문은, 시험이나 면접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나의” 지적 역량을 좁은 지면에서 재빨리 과시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자료가 아닙니다. 논증문은 중요한 지적 퍼즐을 푸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정당화된 앎을 제공해 주는 원천입니다. 논증문의 목적을 정확히 파악할 때 비로소, 우리 글쓰기 교육은 근본적인 전환을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DeepWrite 홈페이지는 그러한 전환을 향한 출발점으로서, 이론과 실천을 아우르는 글쓰기 교육의 방향을 모색하고 그 자료를 제공합니다.
2025년 9월
손제연 강의부교수(서울대학교 학부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