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S-DiscR, 31-39) 『Discretion』 절에 나타난 법실증주의 재량론 비판의 논증 구조
요약: 법적 재량 개념에 대한 철저한 해부: 규칙의 부재인가, 기준의 부재인가?
Dworkin은 ‘재량(discretion)’이라는 개념이 법실증주의자들에 의해 어떻게 수용되고 오용되는지를 분석하면서, 이 개념이 단순한 판단 여지(judgment)와 실질적 자율성(freedom) 사이에서 중요한 구분을 요구한다고 주장한다. 즉, 그는 약한 의미의 재량과 강한 의미의 재량을 구별하며, 이를 바탕으로 법실증주의의 논지를 조목조목 비판한다.
I. 재량 개념의 구분: ‘여지’인가, ‘자유’인가?
먼저 Dworkin은 재량 개념을 세 가지로 나누어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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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의미 1: 판단의 여지(judgment) → 규칙이 애매하거나 복잡할 때, 판단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는 “규칙의 기계적 적용이 불가능할 경우 판단이 개입된다”는 자명한 사실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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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의미 2: 최종 결정 권한(final authority) → 판단이 재심되지 않는 위치에서 내려졌다는 뜻이지, 무제한의 자유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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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의미: 규범적 자율성 또는 통제의 부재 → 어떤 기준에도 구속받지 않는 판단을 의미하며, 법실증주의가 실제로 의도하는 재량의 의미는 바로 이것이다.
Dworkin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의미의 재량은 모두 ‘구속된 판단’의 맥락 안에 있으며, 법실증주의의 핵심 주장은 세 번째, 즉 ‘구속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판단’이라는 강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II. 실증주의적 재량론에 대한 예상 반론과 그에 대한 반격
1. (대립 개념: ‘구속력 있는 법’ vs. ‘단지 관행적 기준’)
반론: “원칙(principles)은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
- Dworkin의 반박: 법원 판례(Riggs, Henningsen)에서 법관이 특정 원칙을 무시할 경우, 우리는 단지 “다른 의견이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법적 오류(mistake)”라고 비판하며, 이는 원칙 역시 규칙과 동일한 방식으로 법관을 구속한다는 증거이다.
2. (대립 개념: ‘결과를 결정하는 기준’ vs. ‘결과에 기여하는 이유’)
반론: “원칙은 결과를 결정하지 못하므로 법이 아니다.”
- Dworkin의 반박: 규칙은 자동적으로 결과를 산출하지만, 원칙은 가중치를 고려하여 결론을 도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이 차이는 단지 기능 방식의 차이일 뿐, 구속력 유무의 차이가 아니다. 군 하사나 스포츠 심판도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판단하지만, 그들에게 자유재량(free discretion)이 있다고 하지 않듯, 법관의 판단 역시 여전히 구속된다.
3. (대립 개념: ‘검증 가능한 규칙’ vs. ‘논쟁적 판단 기준’)
반론: “원칙은 본질적으로 논쟁적이기에 법이 될 수 없다.”
- Dworkin의 반박: 구체적인 법 규칙도 해석에 따라 논쟁의 여지가 있으며, 명확한 지표가 없는 판단 상황은 다른 분야(군, 스포츠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논쟁 가능성은 구속성의 부정 사유가 아니라, 구속적 판단의 성격일 뿐이다.
III. 실증주의 모형의 자기모순: ‘원칙 없는 법’은 ‘규칙 없는 법’이다
Dworkin은 이어서 법실증주의 모형이 원칙의 법적 지위를 부정할 경우, 오히려 규칙의 구속력까지 정당화할 수 없게 된다는 논변을 제시한다.
- 판례 변경, 규칙 폐기, 해석의 전환은 모두 어떤 기준에 따라 이루어지며, 그 기준은 원칙의 집합이다.
- 따라서 원칙이 법이 아니고 단지 개인적 선호라면, 규칙의 정당성 역시 주관화되고 불안정해진다.
- 즉, 원칙을 법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규칙도 더 이상 법이 될 수 없다. → 이는 실증주의가 전제로 삼는 “법=구속력 있는 규칙 체계”라는 정의 자체를 붕괴시킨다.
IV. 강한 재량론에 대한 유혹: 언어와 교육의 작동
마지막으로 Dworkin은 실증주의자들이 왜 이러한 강한 재량 개념에 쉽게 끌리는가를 해명한다.
- 영어권 법률가들은 ‘a law’ = 규칙(rule)이라는 언어적 습관 속에서 법을 규칙의 집합으로 생각하기 쉬우며,
- 법학교육 역시 주로 규칙을 암기하고 시험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 원칙이나 정책(policy)을 ‘규칙이 되지 못한 것’(rules manquées)으로 이해하게 된다.
- 그 결과, 법 밖의 개인적 선호처럼 보이던 원칙이 실제로는 법적 구속력을 가진 이유(reason)임을 인식하지 못한다.
대립 개념
| 실증주의 시각 | Dworkin의 비판적 대응 |
|---|---|
| 재량 = 기준 부재 하의 자유 | 재량 = 구속력의 유무에 따라 구분되어야 함 |
| 원칙 = 비법적, 도덕적 기준 | 원칙 = 법적 구속력 가진 판단 기준 |
| 논쟁성 = 비법적 속성 | 논쟁성 ≠ 구속력 부정 |
| 법 = 규칙의 체계 | 법 = 규칙과 원칙의 결합된 이유 구조 |
| 규칙 변경 = 재량 | 규칙 변경 = 정당화된 원칙에 따른 의무적 판단 |
이처럼 Dworkin은 표현상 중립적인 단어들(예: 재량) 속에 숨겨진 개념의 경계와 의미의 혼용을 해체하고, 그것이 법적 판단과 법 개념에 미치는 결정적 결과를 보여준다. 그는 실증주의의 이론적 구조를 자명해 보이는 개념들의 대립적 분석을 통해 해체하며, 원칙이 법의 일부라는 적극적 이론을 정립한다.
구조 개관 — 본문이 따라가는 논의 흐름
| 단계 | 세부 단락(필자가 나눈 논의 단위) | 필자가 예상-제시하는 반론(법실증주의/명목주의) | 필자의 재반박·논증 방식 |
|---|---|---|---|
| 0 | 재량 개념 정비 · 일상어에서의 ‘재량(discretion)’ 세 가지 의미 구별 ① 약한-1: 판단( judgment ) 필요성 ② 약한-2: 최종 심사권(무재심) ③ 강한: 특정 권한-원천으로부터 구속되지 않음 | - 법실증주의가 “규칙이 없으면 재량”이라고 말할 때 어느 의미인가? | → ①②는 자명한 동어반복(tautology)·사소한 진술에 불과, 실질 쟁점은 ③(강한 재량)에 대한 주장임을 밝혀낸다. |
| 1 | 반론 (1) “원칙(principle)은 애초에 ‘구속력’이 없다.” | (a) 원칙은 ‘도덕’·‘사법 관행’일 뿐, 법적 의무를 못 만든다. | (i) Henningsen·Riggs와 같은 판례에서 판사들이 원칙을 어기면 “오판(법적 오류)”로 비난받는다. (ii) “구속력”이란 “적용되면 따라야 하고, 불이행 시 오류”라는 의미인데, 원칙도 정확히 그 지위를 가진다. |
| 2 | 반론 (2) “원칙은 결과를 결정(determine) 하지 못한다.” | (b) 결정적·배타적 기준이 되지 못하니, 판사는 결국 자유롭게 선택한다. | (i) ‘결정한다’는 말을 “단일 규칙처럼 한번 적용되면 다른 것 무시”로 정의하면, 원칙이 아니라 규칙만 해당—이건 정의상의 허수. (ii) 규칙과 달리 여러 원칙의 상대적 중량 판단이 필요하지만, 군 하사·복서 심판도 동일 상황—그래도 재량(강한)이라 부르지 않는다. |
| 3 | 반론 (3) “원칙은 항상 논쟁적(controversial)이어서 검증(test) 기준이 없다.” | (c) 권위·중량이 논란거리면 ‘법’이라 보기 어렵다. | (i) ‘경험 많은 병사’, ‘공격적인 선수’도 지표 없음—그렇다고 상관·심판에게 강한 재량 부여하지 않는다. (ii) 논쟁 가능성은 구속력 존재 여부와 별개·동등. |
| 4 | 메타-반론 — 규칙의 구속력마저 설명 불가 | (d) 판례·입법 변형 현실: 상급법원은 기존 규칙을 변경·폐기하기도 함. ⇒ 만약 판사에게 강한 재량이 있다면 어떤 규칙도 법실증주의 의미의 ‘구속 규칙’이 될 수 없음. | (i) 규칙 변경 허용 여부를 통제하는 기준도 결국 원칙(입법 우위·선례 존중 등 보수적 원칙 + 실질 원칙)이므로, 원칙을 법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규칙 역시 무력화. (ii) → 원칙·정책이 판사의 판단을 집합적으로 구속해야만 규칙 구속력도 함께 성립. |
| 5 | 왜 실증주의자들이 강한 재량설에 끌리는가? (설명적 단락) | - 법을 규칙 체계로 전제 → 규칙 외 요소는 ‘규칙 실패( manquées )’로 오해 - 게임 규칙 비유: 심판이 규칙 바꾸면 ‘재량’이라 생각 | → 원칙은 ‘상위 법의 규칙’(higher-law rules)이 아니며, ‘개인적 선호’도 아님. 규칙이 아닌 독자적 법적 이유-자원임을 간과한 결과. |
상세 분석 1 : 재량 개념 정비(도넛 비유)
- 약한-1(판단 필요) : 규칙 모호·사실판단 어려울 때 불가피한 “여지”.
- 약한-2(무재심) : 조직 내 마지막 말(authority)이라는 의미.
- 강한(구속 없음) : 특정 근원(상관·규칙)으로부터 자유, 그러나 합리성·공정성 비판에서는 자유롭지 않음. → 필자는 실증주의가 실제로는 ③을 주장하면서 ①②와 혼용하여 “통찰”처럼 제시한다고 비판.
상세 분석 2 : 세 가지 대표 반론과 재반박
(1) 구속력 부재 주장
- 반론 요지 : 원칙은 도덕·관례일 뿐, 법적 ‘의무’(rule-type binding force) 아님.
- 재반박 : a. 판사가 원칙을 무시하면 오판이라 불림 → 이는 곧 법적 구속성 인정. b. 의무·구속력 정의 자체가 “적용 시 따라야”이므로 원칙도 충족. c. ‘도덕적’·‘제도적’이라는 라벨만 바꿔 붙여도 차이 설명 못 함.
(2) 결과 비결정성 주장
- 반론 요지 : 원칙은 언제나 가중치 비교이므로 ‘결과 결정’ 불가 ⇒ 재량.
- 재반박 : a. ‘결정한다’를 규칙-형식으로 정의한 순환 오류. b. 복합 판단(경험·공격성)에서도 상관·심판은 여전히 구속받음. c. 판사도 동일—잘못 가중치 평가하면 오류이지 재량 행사 아님.
(3) 논쟁성·검증불가 주장
- 반론 요지 : 원칙 권위·중량은 합의·검증 어려움 ⇒ 객관적 ‘법’ 아님.
- 재반박 : a. 타 직무(군, 스포츠)도 동일 수준의 판단·논쟁성 존재. b. 논쟁성은 구속력 침해 요인 아님—판사는 여전히 부여된 의무 범주 내에서 최선 판단.
상세 분석 3 : 필자의 적극적 역공격
- 현실 관찰 : 상급법원은 선례 파기·법 해석 변경 수행.
-
귀결 :
- 규칙 구속력 보존 조건 = 보수 원칙(입법 우위·선례 존중) + 실질 원칙이 함께 작동.
- 이 원칙들도 강한 재량설이면 → 언제든 규칙 변경 가능 → 규칙 구속력 무화 → 실증주의 모델 자멸.
- 따라서 : 원칙을 “법의 일부”로 인정(=판사를 집합적으로 구속)해야 규칙 체계도 설명‧정당화 가능.
상세 분석 4 : 이론적(사회학적) 원인 분석
- ‘law’ = ‘a law’(규칙) 언어습관‧법학교육 → 규칙 중심적 사고.
- 게임 유추 : 규칙이 유일한 특수 권위인 체계에 익숙 → 규칙 변경권 = 재량으로 직결.
- 원칙을 ‘미완의 규칙’으로 오독 → ‘상위법 규칙’ 가설( higher-law theory ) 반박 → 원칙 법효 부정으로 직행. → 필자는 이 일련의 착종이 강한 재량설이 널리 수용된 배경이라고 진단.
결론 — 논쟁 지도
- 예상 반론 (▶ 번호): (1) 구속력 부재 ▶ 정의 재검토로 반박. (2) 비결정성 ▶ 규칙-원칙 기능 차이로 반박. (3) 논쟁성 ▶ 다른 직무 예시로 반박.
- 필자의 핵심 역논변 : 원칙 구속력 부정 → 규칙 구속력까지 무너짐 → 실증주의 자체 모형 붕괴.
- 메타 설명 : 규칙-중심 교육·언어·게임 유추가 법실증주의자들을 강한 재량 개념으로 유도.
이렇게 필자는 각각의 반론을 단계별로 상쇄하면서, 원칙·정책도 규칙과 동일한 법적 이유(binding reasons) 로서 판사들의 결정을 제한한다는 ‘첫 번째 접근(원칙-구속설)’을 방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