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제1판의 하트의 머리말(PREFACE)

이 책의 목적은 법(law), 강제(coercion), 도덕(morality)을 서로 다른 동시에 관련 있는 사회적 현상으로서 이해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이 책은 주로 법리학(jurisprudence)을 공부하는 학생을 위한 것이지만, 법보다는 도덕철학(moral philosophy)이나 정치철학(political philosophy), 또는 사회학(sociology)에 주된 관심을 둔 이들에게도 유익하기를 바란다. 법률가들은 이 책을 분석법학(analytical jurisprudence)에 대한 하나의 에세이로 여길 것이다. 왜냐하면 이 책은 법에 대한 비판이나 법정책(legal policy)에 대한 비판보다는, 법적 사고의 일반적 틀을 명확히 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나는 여러 지점에서 단어의 의미에 관한 질문을 제기해 왔다. 예를 들어 ‘~할 수밖에 없는 상태(being obliged)’와 ‘의무(obligation)를 지닌 상태’는 어떻게 다른가, 어떤 규칙이 유효한 법규칙(valid rule of law)이라는 진술은 공직자의 행동을 예측하는 진술과 어떻게 다른가, 한 사회집단이 규칙을 준수한다는 주장에서는 무엇이 의미되는가, 그리고 그 주장은 구성원들이 습관적으로 어떤 행위를 한다는 주장과 어떻게 유사하며 또 어떻게 다른가 등을 고찰하였다. 사실 이 책의 중심 주제 가운데 하나는, 법뿐 아니라 모든 형태의 사회구조도 ‘내적 진술(internal statement)’과 ‘외적 진술(external statement)’이라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종류의 진술 사이의 중요한 구별을 이해하지 않고는 올바로 이해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진술은 사회적 규칙이 준수될 때 언제나 모두 가능하다.

이 책은 분석에 주된 관심을 두고 있음에도 동시에 기술적 사회학(descriptive sociology)에 대한 하나의 에세이로 간주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단어의 의미에 대한 탐구는 단어에 대해서만 조명을 비춘다는 생각은 거짓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상황이나 관계의 유형들 사이에 존재하는, 즉각적으로는 자명하지 않은 많은 중요한 구별은, 관련 표현들의 표준적인 사용방식과 그러한 사용이 의존하는 사회적 맥락(대개 명시되지 않은 채로 남겨진다)을 검토함으로써 가장 잘 드러날 수 있다. 이러한 연구 영역에서는, J. L. 오스틴 교수의 말처럼, “단어에 대한 예민한 감각을 사회현상에 대한 예리한 인식의 수단으로 삼는” 것이 특히 유효하다.

나는 다른 많은 저자들에게, 그리고 그들의 저작에 명백하고도 깊은 빚을 지고 있다. 실제로 이 책의 많은 부분은 오스틴(Austin)의 명법(imperative) 이론을 토대로 구성된 단순한 법체계 모델의 한계점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본문에서는 다른 저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인용이나 주석이 거의 없다. 그 대신 책의 끝부분에 각 장을 읽은 뒤 참고할 수 있도록 광범위한 주석들을 마련해 두었다. 여기서 본문에서 제시된 견해들은 나의 선구자 및 동시대 이론들과 비교되며, 이 책의 논의를 그들의 저작에서 어떻게 더 확장해나갈 수 있을지도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을 택한 것은 부분적으로 이 책의 논의가 하나의 연속적인 흐름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며, 타 이론들과의 비교는 그 흐름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또한 교육적인 목적을 함께 염두에 두었다: 나는 이러한 배열이, 법이론에 관한 책이란 기본적으로 다른 책들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를 배우기 위한 책이라는 믿음을 약화시키기를 바란다. 이 믿음을 저술하는 사람이 갖고 있다면, 그 학문은 거의 진전을 이루지 못할 것이며, 독자가 그 믿음을 갖고 있다면, 그 학문의 교육적 가치는 극히 제한된 수준에 머물 것이다.

나는 너무나 오랜 시간 동안, 너무나 많은 친구들에게 빚을 졌기 때문에 이제 와서는 나의 의무(obligations)들을 모두 밝히는 것이 어렵다. 하지만 나는 A. M. Honoré 씨에게는 특별한 빚을 고백해야 한다. 그의 상세한 비판은 내 사고의 혼란과 문체의 부적절함을 드러내 주었고, 나는 그것들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가 못마땅해할 부분이 남아 있을까 두렵다. 이 책의 정치철학 부분과 자연법(natural law)에 대한 재해석 가운데 가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G. A. Paul 씨와의 대화 덕분이다. 또한 그는 교정쇄도 읽어 주었다. 나는 루퍼트 크로스 박사(Dr Rupert Cross)와 P. F. 스트로슨(Mr P. F. Strawson) 씨가 본문을 읽고 보내준 유익한 조언과 비판에도 깊이 감사하고 있다.

H. L. A. 하트 (H. L. A. H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