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 일차 규칙과 이차 규칙의 결합(UNION)으로서의 법

1. 새로운 출발

앞선 세 장에서 우리는 법을 주권자의 강제 명령으로 이해하는 단순한 모형이 법체계의 주요한 특징들을 재현하는 데 여러 결정적인 지점에서 실패했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이전 비평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국제법이나 원시적 법체계와 같은—법이라 부르기엔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경계사례—를 끌어올 필요는 없었다. 대신 우리는 현대 국가의 국내법에서 익숙하게 발견되는 특징들을 지목하였고, 이러한 특징들이 지나치게 단순화된 이 이론에서는 왜곡되거나 아예 설명조차 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였다.

이 이론이 실패한 주요 방식들은 다시 요약할 가치가 있을 정도로 교육적이다. 첫째, 법의 여러 형태 가운데 특히 형법 조항은 특정 행위를 금지하거나 강제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을 부과하므로, 명령과 위협의 형태를 가장 잘 닮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 조항 역시, 그것을 제정한 이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에서 단순한 명령과는 중요한 면에서 다르다. 둘째, 법에는 재판권이나 입법권과 같은 공적 권한을 부여하거나, 법적 관계를 창설하거나 수정할 수 있는 사적 권한을 부여하는 규칙들이 있다. 이러한 규칙들을 단순한 위협을 수반한 명령으로 해석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다. 셋째, 법 규칙 중에는 명시적인 처방(prescription)과 유사한 방식으로 생성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명령으로서는 설명할 수 없는 기원의 양태를 가진 규칙들이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법을, 습관적으로 복종을 받고 모든 법적 제약으로부터 필연적으로 면제되는, 주권자의 관점에서 분석하려는 시도는 현대 법체계의 핵심인 입법 권한의 계속성을 설명하지 못하며, 주권자의 위치에 현대 국가의 유권자나 입법기관을 대입하려는 시도도 실패한다.

(p. 80) 이와 같이 법을 주권자의 강제 명령으로 개념화하는 방식에 대한 비판 과정에서, 우리는 이 단순한 이론을 구제하기 위해 덧붙여졌던 여러 보조 도구들도 함께 검토하였다. 그러나 이들 역시 실패하였다. 예컨대 ‘암묵적 명령(tacit order)’이라는 개념은, 부하의 명령에 간섭하지 않는 장군처럼 매우 단순한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몰라도, 현대 법체계의 복잡한 현실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또 다른 보조 수단들은, 예컨대 권한 부여 규칙을 단지 의무 부과 규칙의 일부로 취급하거나, 모든 법 규칙을 단지 공무원에게 향하는 규칙으로 간주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실제 사회생활에서 이러한 규칙들이 어떻게 언급되고, 사유되고, 사용되는지를 왜곡하며, 마치 경기의 모든 규칙이 실제로는 심판과 기록원을 향한 지시라는 주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입법자가 자기 자신에게 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기존 이론과 조화시키기 위해 제안된 또 다른 장치는, 공적 행위능력(official capacity) 내에서 입법하는 입법자들을 다른 사람들(그 속에는 사적 자격의 자기 자신도 포함됨)에게 명령을 내리는 별개의 인격(one person)과 구분하는 방식이었다. 이 장치는 그 자체로는 논리적 결함이 없지만, 본래 이 이론에는 포함되지 않은 어떤 것을 그 이론을 보완하도록 끌어들인다. 그것은 바로 입법이 유효하게 성립되기 위해 따라야 할 요건을 규정하는 규칙이라는 생각이다. 입법자가 공적 행위능력(official capacity)과 사적 개인들과 구별되는 별개의 인격성을 가지는 것은, 그러한 규칙에 순응하는 경우 뿐이다.

이러한 이유로 앞선 세 장은 실패의 기록이며, 우리는 명백히 새로운 출발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실패는 매우 유익한 것이기도 하다. 이론이 사실과 맞지 않는 지점마다, 그 실패가 왜 필연적이었는지, 또 더 나은 이론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개략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패의 근본 원인은, 해당 이론이 구성되는 데 사용된 요소들—즉 명령, 복종, 습관, 위협—이 규칙이라는 개념을 포함하지 않으며, 그러한 요소들을 조합해도 규칙의 개념을 산출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하지만 규칙 없이는 법의 가장 기초적인 형태조차도 설명할 수 없다. 물론 규칙이라는 개념은 결코 단순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제3장에서, 법체계의 복잡성을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p. 81) 서로 관련되지만 구별되는 두 종류의 규칙을 식별할 필요가 있음을 보았다. 그 중 첫 번째 유형, 즉 기본적이거나 일차적인 유형은, 개인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특정한 행위를 하거나 하지 않도록 요구하는 규칙이다. 다른 유형은 이 첫 번째 유형에 일종의 기생적으로, 또는 이차적으로 존재하는 규칙이다. 이 이차 규칙은 개인들이 특정한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함으로써 새로운 일차 규칙을 창출하거나 기존 규칙을 폐기하거나 수정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는 이 규칙들은 일차 규칙이 어떻게 적용되고 운영될지를 결정하거나 통제하는 기능을 한다. 일차 규칙은 의무를 부과하며, 이차 규칙은 공적 또는 사적 권한을 부여한다. 일차 규칙은 신체적 행위나 변화와 관련된 행동에 관계하며, 이차 규칙은 단지 물리적 변화에 그치지 않고 의무나 권리의 생성 및 변경을 초래하는 작용(operation)을 가능하게 한다(provide for).

우리는 이미 특정한 사회 집단 내에서 이 두 가지 유형의 규칙이 존재한다는 주장의 의미에 대해 예비적으로 분석한 바 있다. 이 장에서는 그러한 분석을 좀 더 발전시킬 뿐만 아니라, 이 두 유형의 규칙의 결합 속에 오스틴이 강제 명령이라는 개념에서 잘못 발견하였다고 주장했던 바로 그 것—즉 “법철학의 열쇠”—가 실은 여기 담겨 있다는 주장을 펼칠 것이다. 우리는 ‘법’이라는 단어가 ‘적절하게’ 사용되는 모든 사례에서 이러한 일차 및 이차 규칙의 결합이 반드시 존재한다고 곧이곧대로(indeed)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실제로 ‘법’이라는 단어가 사용되는 다양한 사례들은 그러한 단순하고 일관된 구조로 묶이는 것이 아니라, 중심 사례와 형태나 내용 면에서의 유비에 기초한 덜 직접적인 관련성들에 의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 장과 이후의 장들에서 시도할 것은, 그간 법의 본질을 정의하려는 노력 속에서 가장 난해하고도 회피되었던 법의 여러 특징들이 이 두 종류의 규칙과 그 상호작용을 이해할 때 가장 명확하게 설명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는 이 두 요소의 결합에 중심적인 지위를 부여하는데, 그것이야말로 법사유의 틀을 구성하는 개념들을 해명하는 데 있어서 강력한 설명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법’이라는 용어가 외견상 이질적인 다양한 사례들에 대해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의 정당화는 이차적인 문제이며, 이 중심 요소들이 충분히 이해된 후에야 비로소 그 문제를 다룰 수 있다.

2. 의무(obligation)라는 관념

(p. 82) 지금까지의 검토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법을 강제적 명령들(coercive orders)로 이해하는 이론은 여러 오류에도 불구하고, “법이 존재하는 곳에서는 인간 행위가 어떤 의미에서는 선택 불가능하고(non-optional), 의무적(obligatory)이 된다”는 사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출발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출발점 선택은 영감 있는 판단이었으며, 본 장에서 우리가 새롭게 구성하고자 하는 일차 규칙(primary rules)과 이차 규칙(secondary rules)의 상호작용에 기초한 법 이론 역시 동일한 통찰에서 출발할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 첫 단계에서, 우리는 강제명령 이론의 오류들로부터 아마도 가장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이제 “권총강도 상황(the gunman situation)”을 떠올려보자. A는 B에게 돈을 건네라고 명령하고, 그렇지 않으면 총을 쏘겠다고 위협한다. 강제명령 이론에 따르면, 이 상황은 일반적인 의미에서 의무(obligation) 또는 책무(duty)의 개념을 잘 보여준다. 이 이론은 법적 의무(legal obligation)가 이 상황을 확장한 형태로 존재한다고 본다. 즉, A는 습관적으로 복종받는 주권자여야 하고, 그의 명령은 단일 행위가 아닌 일반적인 행위의 과정(courses of conduct)을 규정해야 한다. 권총강도 상황이 의무(obligation)의 의미를 잘 드러낸다는 주장의 그럴듯함은, 우리가 이 상황에서 B가 A의 요구에 응했다면 “B는 돈을 건넬 수밖에 없었다(obliged)”고 말할 것이라는 점에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사실들에 기초하여 “B는 돈을 건넬 의무(obligation)를 지니고 있었다”거나 “책무(duty)를 지니고 있었다”고 말한다면, 이는 명백한 잘못된 기술이 된다. 따라서 처음부터 우리는 의무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다른 무엇인가가 필요하다는 점이 명백하다. “어떤 사람이 어떤 행위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was obliged to do something)”는 언명과 “그 사람은 그 행위를 할 의무를 가졌다(had an obligation)”는 진술 사이에는, 아직 설명되지 않은 차이가 존재한다. 첫 번째 진술은 주로 어떤 행위가 수행된 데 있어서의 믿음(beliefs)과 동기(motives)에 관한 설명이다. 예컨대 “B는 돈을 건넬 수밖에 없었다”는 진술은, 권총강도 상황에서처럼, 그가 돈을 건네지 않는다면 해를 입거나 불쾌한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믿었으며, 그 결과를 피하고자 돈을 건넸다는 의미일 수 있다. 이러한 경우, 불복종했을 때 발생할 결과의 전망은, 그가 원래 선호했던 행위(즉 돈을 지니는 것)를 덜 선택할만하게 만든 것이다.

이러한 어떤 일을 하지 않을 수 없음이라는 생각(the notion of being obliged to do something)의 해명을 약간 더 복잡하게 만드는 두 가지 추가적 요소가 있다. 위협된 해악(harm)이, 일반적인 (p. 83) 판단에 비추어 볼 때, 명령에 따르는 것이 B 자신이나 타인에게 가져올 불이익이나 중대한 결과에 비해 사소한 것에 불과하다면—예컨대 A가 단지 B를 꼬집겠다고 위협하는 경우처럼—우리는 B가 돈을 건네지 않을 수 없었다(obliged to hand over)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또한 상대적으로 중대한 해악(harm)에 대한 위협을 A가 실제로 실행할 수 있거나 실행할 개연성이 있다고 합리적으로 생각할 근거가 없다면, 그 경우에도 아마 B가 돈을 건넬 수밖에 없었다고 말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교적 해악(comparative harm)에 대한 통상적 판단이나 개연성에 대한 합당한 평가(reasonable estimate)에 대한 참조(references)가 이 생각에 암묵적으로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어떤 사람이 누군가에게 복종하지 않을 수 없었다(was obliged to obey)는 진술(statement)은 주로 그 행위가 어떠한 믿음과 동기(beliefs and motives)에 의해 이루어졌는지를 지칭하는 심리적인(psychological) 진술이다. 이에 반해, 어떤 사람이 무언가를 할 의무를 가졌다(had an obligation)는 진술은 전혀 다른 유형에 속하며, 이 차이를 보여 주는 징후들은 많다. 즉, 권총강도 사례에서 B의 행위에 관한 사실들과 그의 믿음과 동기에 관한 사실들이 B가 지갑을 건네지 않을 수 없었다(obliged to hand over)는 진술을 정당화하기에는 충분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그가 그렇게 할 의무를 가졌다고 말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not sufficient)는 점뿐만 아니라, 이러한 종류의 사실들, 즉 믿음과 동기에 관한 사실들은 어떤 사람이 무언가를 할 의무를 가졌다는 진술이 참이기 위해 필요하지도 않다(not necessary)는 점도 그렇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진실을 말하거나 군 복무에 응할 의무를 가졌다는 진술은, 그가 (합리적으로든 비합리적으로든) 결코 발각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고 불복종으로 인해 두려워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더라도 여전히 참으로 남는다. 더 나아가, 그가 실제로 복무에 응했는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그가 그러한 의무를 가졌다는 진술이 성립하는 반면, 어떤 사람이 어떤 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obliged to do)는 진술은 통상적으로 그가 실제로 그것을 했다는 함의를 전달한다.

일부 이론가들—그중에는 오스틴도 있다—는, 개인의 믿음이나 공포, 동기가 그가 어떤 일을 한 의무를 가지는지 여부의 질문과 무관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 생각을 주관적 사실들(subjective facts)이 아닌 불복종 시 그 의무를 지닌 사람이 타인의 손에 의해 처벌(punishment)이나 ‘해악(evil)’을 입게 될 가능성(chance) 또는 개연성(likelihood)이라는 용어로 정의해 왔다. 이는 사실상 의무에 관한 진술을 심리적 진술이 아니라, 처벌이나 ‘해악(evil)’을 입을 가능성(chances)에 대한 예측 또는 평가로 취급하는 것이다. 많은 후대 이론가들에게 이것은, (p. 84) 포착하기 어려운 개념을 현실로 끌어내려, 과학(science)에서 사용되는 것과 동일한 명확하고 엄밀한 경험적 용어로 그것을 재진술해 주는 계시(revelation)처럼 보였다. 실제로 이는, 일상적이고 관찰 가능한 사실들의 세계 ‘너머(above)’ 또는 ‘배후에(behind)’ 신비롭게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대상들로서의 의무(obligation)나 책무(duty)에 관한 형이상학적 개념들에 대한 유일한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의무에 관한 진술을 예측으로 해석하는 이러한 해석을 배척해야 할 이유들은 많으며, 이것은 사실상 불명료한 형이상학에 대한 유일한 대안도 아니다.

근본적인 반론은, 규칙이 존재하는 경우, 규칙으로부터의 일탈(deviations)이 단지 적대적 반응이 뒤따를 것이라는 예측이나, 법원이 위반자들에게 제재를 적용할 것이라는 예측의 근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반응과 제재의 적용을 위한 이유(reason) 또는 정당화(justification)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예측적 해석(predictive interpretation)이 가린다는 점에 있다. 우리는 이미 제4장에서 규칙의 내적 측면(internal aspect of rules)에 대한 이러한 간과를 지적한 바 있으며, 이 장의 후반부에서 이를 더욱 상세히 전개할 것이다.

그러나 의무에 대한 예측적 해석에는 두 번째이자 보다 단순한 반론이 있다. 만약 “어떤 사람에게 의무가 있다(had an obligation)”는 진술이 “그 사람이(he) 불복종할 경우 고통을 겪을 개연성이 있다(he was likely to suffer in the event of disobedience)”는 의미라면, 예컨대 “그가 군 복무에 응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면서 동시에 “그가 관할권 밖으로 도피했거나, 경찰이나 법원을 성공적으로 매수하여, 발각되거나 처벌당할 개연성이 전혀 없다”고 말하는 것은 모순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러한 말을 하는 데에는 아무런 모순이 없으며, 이러한 진술은 실제로 자주 행해지며 이해된다.

물론, 일반적인 법체계에서 제재(sanctions)가 상당한 비율로 실제 부과되기 때문에, 범법자는 대체로 처벌 위험을 감수하게 된다. 따라서 보통 “그에게 의무가 있다”는 진술과 “불복종 시 고통을 겪을 개연성이 있다”는 진술은 동시에 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이 두 진술 사이의 연결은 단순한 동시적 참보다 더 강하다. 적어도 국내법 체계에서는, 일반적으로(in general) 제재가 위반자에게 부과될 개연성이 없다면, 특정한 개인의 의무에 대한 진술을 하는 것 자체가 별다른 의미를 갖지 않게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의무 진술은 일종의 제재 체계의 정상적 작동에 대한 (p. 85) 믿음을 전제한다(presuppose)고 볼 수 있다. 이는 마치 크리켓 경기에서 “그는 아웃이다(he is out)”라는 진술이 “선수, 심판, 기록원들이 통상적인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것을 단언하지는 않지만 전제하듯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별 사례(individual cases)에서는 “어떤 사람이 어떤 규칙 하에 의무를 지닌다(had an obligation under some rule)”는 진술과 “그가 불복종으로 인해 고통을 겪을 개연성이 있다”는 예측이 서로 분기할 수 있다(diverge)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의무 개념 이해에 있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하지 않을 수 없음(being obliged)”이라는 보다 단순한 개념은 그 상황의 구성요소들로부터 정의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의무(obligation)는 권총강도 상황(gunman situation)에서 발견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우리가 의무를 법적 형태로 이해하기에 앞서 그 일반적 개념을 파악하고자 한다면, 사회적 규칙(social rules)이 존재하는, 권총강도 상황과는 다른 사회적 맥락을 살펴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맥락은 한 개인이 어떤 의무를 지닌다는 진술의 의미를 두 가지 방식으로 풍부하게 해석하도록 돕기 때문이다. 첫째, 사회 규칙의 존재는, 특정한 유형의 행위를 행동 기준(standard)으로 만들면서, 이러한 의무 진술에 대해 정상적인, 진술되지는 않더라도, 배경적이거나 고유한 맥락(background or proper context)이다. 둘째, 이러한 진술의 특유한 기능은 어떤 개인의 사례가 일반 규칙의 적용 대상에 해당함을 지적함으로써 일반 규칙을 특정인에게 적용(apply a general rule to a particular person)하는 데 있다. 우리는 이미 제4장에서, 어떤 사회 규칙이 존재한다는 것은 규칙에 따른 정기적 행위(regular conduct)와 그 행위를 행동 기준으로 간주하는 특유한 태도(distinctive attitude)의 결합임을 본 바 있다. 우리는 또한 사회적 습관(social habits)과 사회 규칙 사이의 주된 차이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다양한 규범적 어휘—예컨대 ‘~해야 한다(ought)’, ‘반드시 해야 한다(must)’, ‘그렇게 하는 것이 마땅하다(should)’—가 행동 기준 및 그로부터의 일탈(deviations)을 강조하고, 이를 근거로 요구(demands), 비판(criticisms), 받아들임(acknowledgements)을 구성하는 데 사용되는지를 확인하였다. 이러한 규범적 어휘(normative vocabulary)들의 분류(class) 중 ‘의무(obligation)’와 ‘책무(duty)’는 중요한 하위 분류(sub-class)을 형성하며, 보통 다른 어휘들에는 포함되지 않는 몇 가지 함의를 지닌다. 따라서, 사회 규칙과 단순한 습관을 일반적으로 구분해 주는 요소들을 파악하는 것은 의무나 책무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누군가에게 “의무가 있다(has an obligation)” 또는 “그는 의무를 지고 있다(is under an obligation)”는 진술은 확실히 규칙의 존재를 암시한다. 그러나 규칙이 존재하는 모든 경우에 그 규칙이 요구하는 행동 기준이 (p. 86) 의무(obligation)라는 틀에서 이해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그는 그렇게 했어야 했다(He ought to have)”와 “그는 그렇게 할 의무가 있었다(He had an obligation to)”는 표현은, 비록 둘 다 어떤 행동 기준에 대한 암묵적 참조(implicit reference to existing standards)를 포함하거나 일반 규칙으로부터 특정 사례에 대한 결론을 이끌어낼 때 사용된다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항상 호환 가능한(interchangeable) 표현은 아니다. 예절(etiquette)이나 올바른 언어습관(correct speech)의 규칙은 분명히 규칙이다. 단지 수렴적 습관이나 행위의 정기성(regularities of behaviour) 이상의 것으로서, 가르쳐지고 유지되기 위해 노력되며, 자기 자신이나 타인의 행동을 평가하고 비판할 때 규범적 어휘로 표현된다. 예를 들어 “모자를 벗는 것이 예의다(You ought to take your hat off)”라거나, “‘you was’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다(It is wrong to say ‘you was’)”와 같은 진술이 그 예이다. 그러나 이러한 규칙들과 관련하여 ‘obligation(의무)’이나 ‘duty(책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단순히 문체적으로 부자연스러울 뿐 아니라, 사회적 상황을 오도(misdescribe)하는 것이다. 물론 의무 규칙과 그렇지 않은 규칙을 구분하는 경계는 경우에 따라 모호할 수 있으나, 그 구분의 핵심 기준(main rationale of the distinction)은 비교적 명확하다.

규칙은, 그에 대한 일반적인 순응 요구(general demand for conformity)가 완고하며(insistent), 일탈하거나 일탈하려는 자들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압력이 클 때, 의무(obligations)를 부과하는 것으로 구상되고 또한 그렇게 언급된다. 이러한 규칙들은 기원상 전적으로 관습적(customary)일 수도 있다. 규칙 위반에 대해 중앙집중적으로 조직된 처벌 체계가 전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사회적 압력은 물리적 제재에까지 이르지 않는, 일반적이고 분산된 적대적 또는 비판적 반응의 형태만을 취할 수도 있다. 그 압력은 불승인의 언어적 표명(verbal manifestations of disapproval)이나, 위반된 규칙에 대한 개인의 존중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제한될 수도 있고, 수치심(shame), 후회(remorse), 죄책감(guilt)과 같은 감정의 작용에 크게 의존할 수도 있다. 압력이 이러한 마지막 유형의 것일 때, 우리는 그 규칙들을 사회 집단의 도덕성(morality)의 일부로, 그리고 그 규칙에 따른 의무를 도덕적 의무(moral obligation)로 분류하려는 경향을 갖게 된다. 반대로, 물리적 제재가 압력의 형태들 가운데 두드러지거나 통상적인 경우에는, 비록 그러한 제재들이 엄밀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거나 공직자들에 의해 집행되지 않고 공동체 전체에 맡겨져 있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 규칙들을 원시적이거나 기초적인 형태의 법(primitive or rudimentary form of law)으로 분류하려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물론 우리는, 명백한 의미에서 동일한 행위 규칙(rule of conduct) 배후에 이 두 유형의 심각한(serious) 사회적 압력이 모두 존재하는 경우를 발견할 수도 있다. 때로는 이 둘 가운데 어느 하나가 일차적(primary)이고 다른 (p. 87) 하나가 이차적(secondary)으로서 특별히 적합하다는 표시(indication)가 전혀 없는 채로 그러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으며, 그러한 경우 우리가 도덕성의 규칙(rule of morality)에 직면해 있는지 아니면 기초적 법(rudimentary law)에 직면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답변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당장은 법과 도덕 사이에 선을 긋는 가능성이 우리를 붙잡아 둘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규칙들 배후에 존재하는 중요성에 대한 그런 완고함(insistence)이나 사회적 압력의 심각성(seriousness)이, 그 규칙들이 의무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이해되는지를 결정하는 일차적 요인(primary factor)이라는 점이다.

의무(obligation)의 여타의 두 가지 특성은 이러한 일차적 특성과 자연스럽게 결합된다. 이러한 심각한 압력에 의해 뒷받침되는 규칙들은, 사회적 삶(social life) 또는 그 가운데서도 특히 중시되는 어떤 특징을 유지하는 데에 필요하다고(necessary) 믿어지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전형적으로, 폭력의 자유로운 사용을 제한하는 것과 같이 명백히 필수적인 규칙들은 의무의 관점에서 이해된다. 마찬가지로 정직(honesty)이나 진실(truth)을 요구하거나 약속의 유지(keeping of promises)를 요구하는 규칙들, 또는 사회 집단 내에서 특정한 역할이나 기능을 수행하는 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규정하는 규칙들 역시, ‘의무(obligation)’ 혹은—아마도 더 자주—‘책무(duty)’의 관점에서 이해된다. 둘째로, 이러한 규칙들이 요구하는 행위는 타인에게 이익을 주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 의무를 지는 사람이 하고자 하는 바와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 일반적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의무와 책무는 전형적으로 희생(sacrifice)이나 포기(renunciation)를 수반하는 것으로 이해되며, 의무 또는 책무와 이해관계(interest) 사이의 충돌 가능성은 모든 사회에서 법률가와 도덕이론가 모두에게 자명한 사실(truisms) 가운데 하나로 여겨진다.

‘의무(obligation)’라는 단어 속에 잠재해 있는, 의무를 지는 사람을 구속하는 결속(bond)이라는 형상(figure)과, 책무(duty)라는 단어 속에 잠재해 있는 채무(debt)라는 유사한 생각은, 의무 또는 책무의 규칙들을 다른 규칙들과 구별해 주는 이러한 세 가지 요소들에 비추어 설명될 수 있다. 법사유의 많은 부분을 떠도는 이 형상 속에서, 사회적 압력(social pressure)은 의무를 지닌 자들을 묶어 그들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행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사슬(chain)로 나타난다. 이 사슬의 다른 한쪽 끝은 때로는, 이행(performance)이나 그와 동일한 제재적-불이익(penalty)를 요구하는, 집단(group)이나 그 공식적 대표자(official representatives)가 쥐고 있다. 때로는 그 사슬이 집단에 의해, 이행이나 그에게 가치 면에서의 등가물(equivalent)을 요구할 것인지 말 것인지 여부를 선택할 수도 있는 사적 개인(private individual)에게 위임된다. 첫 번째 상황은 형법(criminal law)의 책무 또는 의무를 전형적으로 보여 주며, 두 번째 상황은 사법(civil law)의 책무 또는 의무를 전형적으로 보여 주는데, 이 경우 우리는 (p. 88) 사적 개인들이 그 의무들에 상관적인 권리들(rights correlative to the obligations)를 가진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형상들 또는 은유들(figures or metaphors)이 자연스럽고 어쩌면 설명을 돕기는 할지라도, 우리는 그것들 때문에 의무(obligation)를 본질적으로 의무를 가진 사람들이 경험하는 어떤 압박감이나 강제감의 감정(feeling)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오해하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의무의 규칙들이 일반적으로 강한 사회적 압력에 의해 지지된다는 사실이, 그 규칙들 아래에서 의무를 가진다는 것이 곧 강제나 압박의 감정을 경험하는 것이라는 점을 함축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어떤 노련한 사기꾼(hardened swindler)에 대해, 그가 집세를 지불할 의무가 있었지만 아무런 압박도 느끼지 않은 채 지불하지 않고 달아났다고 말하는 데에는 모순이 없으며, 실제로 그러한 경우는 흔히 참일 수 있다.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느끼는 것(to feel obliged)과 의무를 갖는 것(to have an obligation)은 서로 다른 것이며, 다만 흔히 동반될 뿐이다. 이 둘을 동일시하는 것은, 제3장에서 우리가 주목한 규칙의 중요한 내부적 측면(internal aspect)을 심리적 감정의 용어로 오해하는 하나의 방식이 될 것이다.

실제로, 규칙의 내부적 측면(internal aspect of rules)은 예측 이론(predictive theory)의 주장들을 최종적으로 처리하기 전에 우리가 다시 언급해야 할 대상이다. 왜냐하면 그 이론의 옹호자는, 사회적 압력이 의무의 규칙들(rules of obligation)의 중요한 특징이라면, 왜 우리가 예측 이론의 불충분함을 그토록 강조하는지 충분히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예측 이론은, 의무를 특정한 행위 노선으로부터의 일탈에 대해 위협된 처벌이나 적대적 반응이 뒤따를 개연성(likelihood)의 관점에서 정의함으로써, 바로 그 특징을 중심에 두기 때문이다. 의무에 관한 진술을, 일탈에 대한 적대적 반응의 예측 또는 그 개연성에 대한 평가로 분석하는 것과, 그러한 진술이 규칙으로부터의 일탈이 일반적으로 적대적 반응에 의해 맞닥뜨려지는 배경을 전제하되, 그 고유한 사용은 이를 예측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의 경우가 그러한 규칙 아래에 해당함을 말하는 데 있다는 우리의 주장 사이의 차이는 사소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 차이는 사소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차이의 중요성이 파악되지 않는 한, 우리는 규칙의 존재에 수반되는 인간의 사고, 언어, 행위의 전체적인 독특한 양식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으며, 바로 그것이 사회의 규범적 구조(normative structure of society)를 구성한다.

다음의 대비는 규칙의 ‘내부적(internal)’ 측면과 (p. 89) ‘외부적(external)’ 측면이라는 용어로 다시 한 번 제시되며, 이 구별이 법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왜 그토록 중요한지를 분명히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어떤 사회 집단이 일정한 행위 규칙들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나 서로 다른 여러 종류의 언명을 가능하게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 규칙들에 대해, 그것들을 스스로 받아들이지 않는 단순한 관찰자의 입장에서 관심을 가질 수도 있고, 또는 그것들을 행위의 향도지침으로 받아들이고 사용하는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관심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전자를 ‘외부적 관점(external point of view)’, 후자를 ‘내부적 관점(internal point of view)’이라고 부를 수 있다. 외부적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진술들 또한 그 자체로 여러 유형일 수 있다. 왜냐하면 관찰자는 자신이 그 규칙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그 집단이 그 규칙들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언명할(assert) 수 있으며, 이로써 그들이(they) 내부적 관점에서 그 규칙들과 어떤 방식으로 관계하는지를 외부에서 참조/언급할(refer)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규칙이 무엇이든, 그것이 체스나 크리켓과 같은 게임의 규칙이든, 도덕 규칙이든, 법 규칙이든 간에, 우리는 원한다면 집단의 내부적 관점을 이와 같은 방식으로조차 참조/언급하지 않는 관찰자의 위치에 설 수도 있다. 이러한 관찰자는 규칙에의 합치가 부분적으로 구성하는 관찰 가능한 행동의 정기성(regularities)과, 규칙으로부터의 일탈에 대해 적대적 반응, 비난, 또는 처벌의 형태로 나타나는 추가적인 정기성을 단지 기록하는 데 만족한다. 시간이 지나면 외부적 관찰자는 관찰된 이러한 정기성에 기초하여 일탈과 적대적 반응을 상관시키고, 집단의 정상적인 행태로부터의 일탈이 적대적 반응이나 처벌을 불러올 가능성을 상당한 성공률로 예측하고 그 가능성(chances)을 평가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지식은 그 집단에 대해 많은 것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그러한 지식 없이 그들 사이에서 살려고 시도하는 사람에게 따를 불쾌한 결과를 피하면서 그들 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줄 수도 있다.

그러나 만일 관찰자가 이러한 극단적인 외부적 관점(external point of view)에 철저히 머무르며, 그 규칙을 수용하는 집단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정기적인 행동(regular behaviour)을 어떻게 바라보는 방식을 전혀 설명하지 않는다면, 그는 그들의 삶을 규칙의 관점에서 기술할 수 없으며, 따라서 규칙에 의존하는 개념들, 즉 의무(obligation)나 책무(duty)의 개념을 사용할 수도 없다. 그의 기술은 오로지 행동의 관찰 가능한 정기성(observable regularities of conduct), 예측(predictions), 확률(probabilities), 징후(signs)의 용어로만 이루어질 것이다. 이러한 관찰자에게 있어, (p. 90) 집단 구성원이 정상적인 행동에서 일탈(deviation)할 경우, 그것은 그저 적대적인 반응이 뒤따를 개연성이 있다는 신호에 불과하다. 그의 관점은 마치 어떤 이가 분주한 거리에서 일정 시간 동안 교통 신호등의 작동을 관찰한 후,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면 차량이 멈출 확률이 높다고만 말하는 것과 같다. 그는 신호등을, 마치 구름이 비가 올 것이라는 징후(a sign that)인 것과 마찬가지로, 단지 사람들이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자연적 징후(a natural sign that)로만 취급한다. 그러나 이렇게 함으로써, 그는 자신이 관찰하고 있는 사람들의 사회적 삶의 한 전체 차원(a whole dimension of the social life)을 놓치게 된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에게 있어서 빨간불은 단지 다른 사람들이 멈출 것이라는 신호가 아니라, 자신이 멈추어야 할 신호(a signal for them to stop)이며, 빨간불일 때 정지해야 한다는 행동 기준이자 의무가 되는 규칙에 따라 행동해야 할 하나의 이유(a reason)가 되기 때문이다. 이를 언급하는(mention) 것은 그 집단이 그들 자신의 행동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기술하는 것이며, 이는 곧 내적 관점에서 본 규칙의 내적 측면(the internal aspect of rules seen from their internal point of view)을 참조/언급하는(refer) 것이다.

이 외부적 관점은 집단 내 특정 구성원들, 즉 그 규칙을 거부하고, 오직 그것을 위반 시 불쾌한 결과가 따를 것으로 판단할 경우에만 관심을 가지는 자들의 삶에서 규칙이 작동하는 방식을 상당히 비슷하게 재현할 수 있다. 이들 관점에서 규칙에 대한 표현은 다음과 같은 형식을 취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었어(I was obliged to do it)”, “만약 … 한다면, 나는 불이익을 입게 될 거야(I am likely to suffer for it if…)”, “만약 … 하면, 너는 아마 문제가 생길 거야(You will probably suffer for it if…)”, “만약 … 하면, 그들은 너에게 그렇게 할 거야(They will do that to you if…)”. 그러나 이들은 “나는 의무가 있다(I had an obligation)” 또는 “너는 의무가 있다(You have an obligation)”와 같은 표현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 이러한 표현들은 자신과 타인의 행동을 내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자들에게만 필요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반면, 행동의 관찰 가능한 정기성(regularities)에만 주목하는 외부적 관점은, 규칙이 어떻게 규칙으로서 사회 구성원의 삶에 작용하는지, 특히 그것이 대부분의 사회 구성원들, 즉 공무원, 법률가, 일반 시민들의 삶에서 어떤 상황에서든 사회생활의 지침(guide to conduct)으로 작동하고, 권리 주장, 요구, 인식, 비판, 처벌의 근거가 되는 방식은 재현할 수 없다. 이들에게 있어 규칙 위반이란, 단순히 적대적 반응이 따를 것이라는 예측의 근거가 아니라, 그러한 적대적 반응의 이유(reason for hostility)이다.

어떠한 특정 시점에서든, 법적 규칙이건 다른 규칙이건, 규칙에 따라 살아가는 사회의 삶은 (p. 91) 일반적으로 다음 두 부류 사이의 긴장(tension)으로 구성된다. 한편으로는 규칙을 수용하고 자발적으로 그 규칙의 유지에 협력하며, 자기 자신과 타인의 행동을 규칙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자들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규칙을 거부하고, 그것을 단지 처벌 가능성의 징후로서만 고려하는 자들이 있다. 어떠한 법이론이든, 사실의 복잡성(complexity of the facts)에 충실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이 두 관점을 모두 고려해야 하며, 어느 하나를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정의 내림으로써 제거해서는 안 된다. 아마도, 우리가 예측 이론에 대해 제기한 모든 비판을 가장 잘 요약할 수 있는 말은 다음과 같은 비판(accusation)일 것이다. 즉, 예측 이론은 의무 규칙(obligatory rules)의 내적 측면을 사실상 제거해버린다.

3. 법의 구성요소 (The Elements of Law)

물론 우리는 입법기관도, 법원도, 어떠한 종류의 공무원도 존재하지 않는 사회를 상상할 수 있다. 실제로, 원시 공동체에 관한 많은 연구들은 이러한 가능성(possibility)이 단지 상상 속의 것이 아니라 실제로 실현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오직 집단이 자기 자신의 전형적 행동양식에 대해 가지는 일반적인 태도만을 사회 통제의 수단으로 삼는 사회의 삶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우리는 앞서 이러한 태도를 의무 규칙(rules of obligation)의 기준으로 삼은 바 있다. 이러한 사회 구조는 흔히 ‘관습(custom)’에 기반한 구조로서 언급되지만(referred), 우리는 이 용어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관습’이라는 표현은 종종 그러한 규칙들이 매우 오래되었으며, 다른 규칙들보다 약한 사회적 압력만으로 지지되고 있다는 암시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함의를 피하기 위해 우리는 이러한 사회 구조를 일차적 의무 규칙(primary rules of obligation)의 구조라 참조/언급할(refer) 것이다. 만약 어떤 사회가 오직 이러한 일차적 규칙들에 의해서만 운영된다고 한다면, 인간 본성과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 대한 몇 가지 자명한 진리(truism)를 전제할 때, 그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충족되어야 할 몇 가지 조건들이 명백히 존재한다. 첫 번째 조건은, 그 규칙들 속에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폭력, 절도, 기만의 자유로운 사용에 대한 제약(restrictions on the free use of violence, theft, and deception)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이러한 행위들에 쉽게 유혹되지만, 서로 가까이 공존하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이를 억제해야 한다. 실제로, 우리가 알고 있는 원시 사회들에서는 항상 이러한 규칙들이 존재하며, 동시에 공동체의 삶을 위해 개인에게 다양한 적극적 책무들(positive duties)―예컨대,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공공의 삶에 기여하도록 요구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여러 규칙들도 존재한다. 둘째, 이러한 사회에서도 (p. 92)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규칙을 수용하는 자들과, 사회적 압력에 대한 두려움이 작동할 때만 규칙에 순응하는 자들 사이에 긴장이 존재할 수 있지만, 만약 그 사회가 신체적 힘이 대체로 균등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느슨하게 조직된 집단이라면, 후자의 부류가 다수를 차지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다면 규칙을 거부하는 자들이 두려워할 사회적 압력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이 역시 우리가 알고 있는 원시 공동체들에 의해 확인된다. 그 사회들에는 물론 이탈자(dissidents)나 범법자(malefactors)가 존재하지만, 대다수는 규칙을 내적 관점에서 수용하며 살아간다.

우리의 현재 목적에 더 중요한 것은 다음과 같은 고려이다. 혈연, 공통된 감정과 믿음의 유대로 긴밀히 결속되어 있고, 안정된 환경에 놓여 있는 소규모 공동체만이 이러한 비공식적 규칙들(unofficial rules)의 체제에 의해 성공적으로 살아갈 수 있음은 분명하다. 다른 어떠한 조건하에서는 이러한 단순한 형태의 사회적 통제는 결함을 드러낼 수밖에 없으며, 다양한 방식의 보완을 필요로 하게 된다. 우선, 그 집단이 살아가는 규칙들은 하나의 체계를 이루지 못하고, 단지 개별적인 기준들의 집합에 그칠 뿐이며, 그것들이 특정한 인간 집단이 받아들이는 규칙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이를 식별해 주는 표지나 공통된 특징을 가지지 않는다. 이러한 점에서 그것들은 우리의 예절 규칙(rules of etiquette)과 유사하다. 따라서 어떤 규칙들이 존재하는지, 또는 특정 규칙의 정확한 적용 범위(scope)가 무엇인지에 관해 의문이 제기될 경우, 이러한 의문을 해결할 절차가 존재하지 않게 된다. 즉, 권위 있는 문헌에 대한 참조에 의해서도(by reference to), 또는 이 점에 관해 권위 있는 선언을 할 수 있는 공직자에 의해서도 그러한 의문을 해결할 수 없다. 이는 명백히 그러한 절차와, 권위 있는 문헌이나 인물에 대한 승인 자체가, 가설적으로 (ex hypothesi) 집단이 보유한 전부라고 상정된 의무나 책무의 규칙과는 다른 유형의 규칙들의 존재를 전제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일차 규칙들(primary rules)로 이루어진 단순한 사회 구조의 결함을 그 사회의 불확실성(uncertainty)이라 부를 수 있다.

두 번째 결함은 규칙들의 정적(static) 성격이다. 그러한 사회에서 알려진 규칙 변화의 유일한 방식은 느린 성장의 과정일 뿐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한때 선택적인 것으로 여겨졌던 행위의 경로들이 먼저 습관적이거나 통상적인 것이 되었다가, 그다음에는 의무적인 것이 되며, 그 반대의 쇠퇴 과정에서는 한때 엄격하게 다루어지던 일탈들이 먼저 용인되다가 마침내는 눈에 띄지 않게 된다. 그러한 사회에는 변화하는 상황에 맞추어 규칙들을 의도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수단이 없을 것이다. (p. 93) 즉, 오래된 규칙을 제거하거나 새로운 규칙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조정하는 것이 불가능한데, 이는 다시 그러한 조정 가능성 자체가 그 사회가 오로지 살아가는 방식인 의무의 일차 규칙들(primary rules of obligation)과는 다른 유형의 규칙들이 존재함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규칙들이 더욱 급진적인 의미에서 정태적일 수도 있다. 이는 실제의 어떤 공동체에서도 완전히 실현되지는 않았을지 모르지만, 이에 대한 처방이 법의 매우 특징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고려할 가치가 있다. 이러한 극단적 경우에는 일반 규칙들을 의도적으로 변경할 방법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개별 사안에서 규칙들 아래에서 발생하는 의무들도 어떤 개인의 의도적 선택에 의해 변경되거나 수정될 수 없다. 각 개인은 단지 어떤 것들을 행하거나 또는 행하지 말아야 할 고정된 의무나 책무(duties)를 가질 뿐이다. 실제로 이러한 의무의 이행으로 타인이 이익을 얻는 경우가 매우 흔할 수 있다. 그러나 오직 의무의 일차 규칙들만이 존재한다면, 그러한 의무에 구속된 사람을 이행으로부터 해방시키거나(release), 이행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을 다른 사람에게 이전할 수 있는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해방이나 이전의 행위는 의무의 일차 규칙들 아래에서 개인들이 차지하는 초기적 지위를 변화시키는 것이며, 그러한 행위들이 가능하려면 일차 규칙들과는 다른 종류의 규칙들이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단순한 사회 형태의 세 번째 결함은 규칙이 유지되는 방식인 확산된 사회적 압력(diffuse social pressure)의 비효율성(inefficiency)이다. 어떤 규칙이 위반되었는지 여부를 두고 분쟁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며, 특별한 권한을 가진 기관이 존재하지 않는 한, 이러한 분쟁은 소규모 사회를 제외하고는 끝없이 계속될 것이다. 이러한 최종적이고 권위 있는 결정(authoritative determination)의 부재는 또 다른 약점과 구분되어야 한다. 그것은 규칙 위반에 대한 처벌 또는 물리적 노력이나 강제력의 행사를 수반하는 다른 형태의 사회적 압력이 특별한 기관에 의해 집행되는 것이 아니라, 그 영향을 받는 개인들이나 공동체 전체에 맡겨진다는 점이다. 자명한 사실이지만, 위반자를 찾아내고 처벌하기 위해 조직되지 않은 집단이 들이는 시간의 낭비와, 제재의 공식 독점(monopoly of sanctions)이 부재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복수심의 불씨(vendetta)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법의 역사에서 강하게 시사하는 바는, 규칙 위반 사실을 권위 있게 확정해주는 공식 기관의 부재가 (p. 94)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결함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많은 사회들이 이러한 결함에 대해서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해결책을 마련해 온 반면, 앞서 언급한 다른 결함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가장 단순한 형태의 사회 구조에서 나타나는 이 세 가지 주요 결함 각각에 대한 구제책은, 의무들의 일차적 규칙(primary rules of obligation)을 성격이 다른 이차적 규칙(secondary rules)들로 보충하는 데에 있다. 각 결함에 대한 구제책의 도입은 그 자체로 전(前)법적 상태(pre-legal)에서 법적 세계(legal world)로 나아가는 하나의 단계로 간주될 수 있는데, 이는 각 구제책이 법에 스며있는 많은 요소들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확실히 이 세 가지 구제책이 함께 도입되면, 일차 규칙들의 체제를 의문의 여지 없이 하나의 법체계(legal system)로 전환시키기에 충분하다. 우리는 이어서 이들 각각의 구제책을 차례로 검토하고, 왜 법이 이러한 이차 규칙들과 결합된 일차적 의무 규칙들의 결합(union)으로 가장 잘 특징지어질 수 있는지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이를 수행하기에 앞서, 다음의 일반적 사항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제책들은 서로서로뿐만 아니라, 그것들이 보충하는 일차적 의무 규칙들과도 분명히 서로 다른 규칙들의 도입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공통된 특징들을 가지며 다양한 방식으로 상호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이들 모두는 일차 규칙들과는 다른 수준(level)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는데, 이는 이들 규칙이 모두 그러한 일차 규칙들에 관한(about) 규칙들이기 때문이다. 즉, 일차 규칙들이 개인들이 행해야 하거나 행해서는 안 되는 행위들에 관한 것인 반면, 이 이차 규칙들은 모두 일차 규칙들 자체에 관한 것이다. 이들은 일차 규칙들이 어떻게 최종적으로 확인될 수 있는지, 어떻게 도입·폐지·변경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위반의 사실이 어떻게 결정적으로 확정될 수 있는지를 명시한다.

일차적 규칙 체계의 불확실성(uncertainty)에 대한 가장 단순한 해결책은, 우리가 ‘승인 규칙(rule of recognition)’이라 부를 규칙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 규칙은, 어떤 규칙이 특정한 성질 혹은 여러 성질을 지녔을 경우, 그 규칙이 해당 집단의 규칙으로서 사회적 압력에 의해 지지되어야 함을 결정짓는 결정적인 긍정적 징표(conclusive affirmative indication)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승인 규칙의 존재는 실로 다양한 형태를 취할 수 있으며, 단순하거나 복잡할 수 있다. 예컨대, 많은 사회들의 초기 법체계에서 승인 규칙은 단지 권위 있는 규칙 목록이나 문서가 문서로 작성되었거나 공공 기념비에 새겨져 있다는 것에 불과할 수 있다. 물론 역사적으로 보면, 법 이전 상태에서 법의 상태로 나아가는 이러한 단계는 여러 구별 가능한 단계들로 이루어질 수 있으며, (p. 95) 그 첫 번째 단계는 기존의 비문서화된 규칙들을 기록(writing)으로 전환하는 것일 수 있다. 이는 매우 중요한(important) 단계이긴 하나, 결정적인(crucial) 단계는 아니다. 결정적인 것은, 그 기록물이나 새겨진 문구를 참조(reference)하는 것이 권위있다는(authoritative) 점을 - 즉 규칙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는 적절한(proper) 방식이라는 점을 - 받아들이는 것(acknowledgement)이다. 이러한 받아들임이 있는 곳에는 가장 단순한 형태의 이차적 규칙, 즉 일차적 의무 규칙을 결정적으로 식별하기 위한 규칙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발달된 법체계에서는 승인 규칙(rules of recognition)이 물론 더 복잡한데, 규칙들을 오로지 어떤 문헌(text)이나 목록(list)에 대한 참조(reference)에 의해서만 식별하는(identify) 대신, 일차 규칙들이 지니는 어떤 일반적 특성에 대한 참조(reference)에 의해 이를 식별한다. 그 특성은 특정한 기관에 의해 제정되었다는 사실일 수도 있고, 장기간의 관습적 관행이라는 점일 수도 있으며, 사법적 결정과의 관련성일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일반적 특성들 가운데 둘 이상이 식별 기준으로 취급되는 경우에는, 그들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충돌을 대비하여 우열의 질서(order of superiority)를 설정하는 규정이 마련될 수 있는데, 예컨대 관습이나 판례가 성문법(statute)에 통상 종속(subordination)되는 경우가 그러하며, 이때 성문법은 법의 ‘상위 원천’(‘superior source’ of law)이 된다. 이러한 복잡성은 현대 법체계에서의 규칙 승인 규칙을 권위 있는 하나의 문헌을 단순히 수용하는 것과 매우 다른 것으로 보이게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단순한 형태에서도, 이러한 규칙은 법에 고유한 많은 요소들을 수반한다. 권위 있는 표지(authoritative mark)를 제공함으로써, 그것은 비록 배아적 형태이기는 하나 법체계라는 관념을 도입한다. 이제 규칙들은 더 이상 서로 무관한 개별적 집합이 아니라, 단순한 방식으로나마 통일된 것이다. 더 나아가, 어떤 주어진 규칙이 권위 있는 규칙 목록에 포함된 항목이라는 요구된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식별하는 이 단순한 작동 속에서, 우리는 법적 유효성(legal validity)이라는 관념의 싹(germ)을 발견하게 된다.

일차 규칙들의 체제가 지니는 정적(static) 성격에 대한 구제책은, 우리가 ‘변경 규칙(rules of change)’이라고 부를 규칙들의 도입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규칙의 가장 단순한 형태는, 개인이나 사람들의 집단에게 집단 전체의 생활 행위, 또는 그 일부 계층의 행위를 규율하기 위한 새로운 일차 규칙들을 도입하고 기존의 규칙들을 제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미 제4장에서 논증했듯이, 입법적 제정(legislative enactment)과 폐지(repeal)의 관념은 위협에 의해 뒷받침된 명령의 관점이 아니라, 바로 이러한 규칙의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이러한 (p. 96) 변경 규칙들은 매우 단순할 수도 있고 매우 복잡할 수도 있으며, 부여되는 권한은 무제한적일 수도 있고 다양한 방식으로 제한될 수도 있다. 또한 이러한 규칙들은 입법을 담당할 사람들을 지정하는 것 외에도, 입법에서 따라야 할 절차를 어느 정도로 엄격하게 규정할 것인지를 정의할 수 있다. 분명히 변경 규칙들과 승인 규칙(rules of recognition) 사이에는 매우 밀접한 관련이 존재하는데, 이는 전자가 존재하는 경우 후자는 규칙들을 식별하는(identify) 특징으로서 입법에 대한 참조(reference)를 - 그것이 입법에 수반되는 모든 절차적 세부사항을 참조할(refer) 필요는 없지만 - 반드시 포함하게 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승인 규칙에 따라 어떤 공식적 증명서나 공식 등본이 적법한 제정이 이루어졌음을 입증하는 충분한 증거로 받아들여진다. 물론 사회 구조가 극히 단순하여 법의 ‘원천(source)’이 오직 입법뿐인 경우에는, 승인 규칙은 제정이라는 사실만을 규칙들의 유효성을 판단하는 유일한 식별 표지 또는 기준으로 명시하게 될 것이다. 이는 예컨대 제4장에서 묘사된 가상적 왕국 Rex 1세의 경우에 해당하는데, 그곳에서 승인 규칙은 단순히 Rex 1세가 제정한 것은 무엇이든 법이라는 것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일차 규칙들 아래에서 개인들이 차지하는 초기적 지위를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을 개인들에게 부여하는 규칙들을 어느 정도 상세하게 서술하였다. 이러한 사적 권한 부여 규칙(private power-conferring rules)이 없다면, 사회는 법이 부여하는 주요한 편익들 가운데 일부를 결여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규칙들이 가능하게 하는 작용들은 유언의 작성, 계약의 체결, 재산의 이전, 그리고 법 아래에서의 삶을 특징짓는, 자발적으로 창출된 권리와 책무(duties)의 다양한 구조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약속(promise)이라는 도덕적 제도 또한 그 기초에는 권한 부여 규칙의 기초적 형태가 놓여 있다. 이러한 규칙들이 입법의 개념에 포함된 변경 규칙(rules of change)들과 친연성을 가진다는 점은 분명하며, 켈젠(Kelsen)의 이론과 같은 최근의 이론이 보여주듯이, 계약이나 재산 제도에서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많은 특징들은 계약을 체결하거나 재산을 이전하는 작용을 개인들이 행사하는 제한된 입법적 권한의 행사로 사고함으로써 명확해진다.

일차 규칙들의 단순한 체제가 지니는 비효율성(inefficiency), 즉 분산된 사회적 압력의 비효율성을 보완하기 위한 세 번째 보충은, 특정한 경우에 일차 규칙이 위반되었는지의 문제를 권위 있게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개인들에게 부여하는 이차 규칙들로 구성된다. (p. 97) 재판(adjudication)의 최소 형태는 바로 이러한 결정들로 이루어지며, 우리는 이러한 결정을 내릴 권한을 부여하는 이차 규칙들을 ‘재판 규칙(rules of adjudication)’이라고 부를 것이다. 이러한 규칙들은 재판을 담당할 개인들을 식별하는(identify) 것뿐만 아니라, 따라야 할 절차 또한 규정한다. 다른 이차 규칙들과 마찬가지로, 이들 규칙 역시 일차 규칙들과는 다른 수준에 속한다. 비록 판사들에게 재판을 수행할 책무(duties)를 부과하는 추가 규칙들에 의해 강화될 수는 있지만, 이들 규칙 자체는 책무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의무(obligations)의 위반에 관한 사법적 선언에 대해 사법적 권한(judicial powers)과 특수한 지위를 부여한다. 다시 말해, 이 규칙들 또한 다른 이차 규칙들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법 개념들의 한 집단을 정의하는데, 이 경우에는 판사 또는 법원, 관할(jurisdiction), 판결(judgment)이라는 개념들이 그것이다. 이러한 다른 이차 규칙들과의 유사성 외에도, 재판 규칙들은 그것들과 긴밀한 연관을 가진다. 실제로 재판 규칙들을 갖춘 체계는 필연적으로 초보적이고 불완전한 형태의 승인 규칙(rule of recognition)에도 동시에 전념되어 있다(committed). 이는 법원이 어떤 규칙이 위반되었다는 사실에 대해 권위 있는 결정을 내릴 권한을 부여받는다면, 그러한 결정들은 곧 규칙이 무엇인지를 권위 있게 결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할권을 부여하는 규칙은 동시에 승인 규칙이 되며, 법원의 판결을 통해 일차 규칙들을 식별하고, 이러한 판결들은 법의 ‘원천(source)’이 된다. 물론, 관할권의 최소 형태와 불가분적으로 결합된 이러한 승인 규칙의 형태는 매우 불완전할 것이다. 권위 있는 문헌이나 성문법전과 달리, 판결은 일반적 용어로 표현되지 않을 수 있으며, 규칙에 대한 권위 있는 지침으로서 판결을 사용하는 것은 개별 결정들로부터의 다소 불안정한 추론에 의존한다. 그리고 이러한 추론의 신뢰성은 해석자의 능숙함과 판사들의 일관성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거의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사법적 권한이 일차 규칙의 위반 사실에 대한 권위 있는 결정(authoritative determinations)으로만 한정되어 있는 법체계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체계는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 사회적 압력을 더욱 중앙집중화하는 것의 이점을 인식하게 되었고, 그 결과 사적 개인에 의한 신체적 처벌이나 폭력적 자력구제(self help)의 사용을 부분적으로 금지해 왔다. 그 대신 이들은 의무의 일차 규칙들을 추가적인 이차 규칙들로 보충하여, 위반에 대한 제재적-불이익들(penalties)을 구체적으로 정하거나 최소한 그 한계를 설정하고, (p. 98) 판사들에게는 위반 사실을 확인한 경우에 다른 공무원들에 의해 제재가 집행되도록 지시할 수 있는 배타적 권한을 부여하였다. 이러한 이차 규칙들은 체계의 중앙집중화된 공적 ‘제재(sanctions)’를 제공한다.

한걸음 물러나 의무의 일차 규칙들과 승인 규칙(rules of recognition), 변경 규칙(rules of change), 재판 규칙(rules of adjudication)이라는 이차 규칙들이 결합함으로써 형성된 구조를 고찰해 보면, 여기에는 단지 법체계의 핵심이 있을 뿐만 아니라, 법학자와 정치 이론가 모두를 오랫동안 혼란스럽게 해 온 많은 문제들을 분석하기 위한 매우 강력한 도구가 존재함이 분명하다.

법률가가 직업적으로 다루는 의무(obligation)와 권리(rights), 유효성(validity)과 법의 원천(source of law), 입법(legislation)과 관할(jurisdiction), 그리고 제재(sanction)와 같은 특유한 법 개념들뿐만 아니라, 국가(state), 권위(authority), 공무담당자(official)라는 개념들—법이론과 정치이론을 가로지르는 이 개념들—역시 그 주변에 여전히 남아 있는 모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와 유사한 분석을 요구한다. 일차 규칙들과 이차 규칙들의 이러한 결합의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분석이 이와 같은 설명력을 갖는 이유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법적·정치적 개념들을 둘러싼 대부분의 모호함과 왜곡은, 그것들이 본질적으로 우리가 내부적 관점(internal point of view)이라고 부른 것에 대한 참조(reference)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즉, 규칙에 합치하는 행태를 단지 기록하고 예측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규칙을 자기 자신과 타인의 행위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사용하는(use) 사람들의 관점이다. 이는 법적·정치적 개념의 분석에서 통상적으로 받아온 것보다 훨씬 더 세심한 주의를 요구한다. 일차 규칙들의 단순한 체제 아래에서 내부적 관점은 가장 단순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그것은 규칙들을 비판의 근거로 사용하고, 순응에 대한 요구, 사회적 압력, 처벌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하는 방식에서 드러난다. 이러한 내부적 관점의 가장 기초적인 발현에 대한 참조는 의무(obligation)와 책무(duty)라는 기본 개념들을 분석하는 데 필수적이다. 여기에 이차 규칙들이 체계에 추가되면, 내부적 관점에서 말해지고 행해지는 것들의 범위는 크게 확장되고 다양화된다. 이러한 확장과 함께 일련의 새로운 개념들이 등장하며, 이들 또한 분석을 위해 내부적 관점에 대한 참조를 요구한다. 여기에는 입법(legislation), 관할(jurisdiction), 유효성(validity), 그리고 일반적으로 (p. 99) 사적·공적 법적 권한(legal powers)이라는 개념들이 포함된다. 이들 개념을 일상적이거나 ‘과학적’인 사실 진술적 또는 예측적 담론의 용어로 분석하려는 지속적인 유혹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러한 분석은 오직 그 외부적 측면만을 재현할 뿐이다. 이들의 고유한 내부적 측면에 온전히 부응하기 위해서는, 입법자의 법 제정 행위, 법원의 재판(adjudication), 사적 또는 공적 권한의 행사, 그리고 다른 ‘법 속의 행위들(acts-in-the-law)’이 이차 규칙들과 어떤 상이한 방식으로 연관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음 장에서는 법의 유효성(validity of law)과 법의 원천(sources of law)이라는 관념들, 그리고 주권 교설(doctrines of sovereignty)의 오류들 속에 잠재해 있는 진리들이 어떻게 승인 규칙(rules of recognition)의 관점에서 재진술되고 명확화될 수 있는지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이 장을 마무리하면서 하나의 경고를 덧붙이고자 한다. 일차 규칙들과 이차 규칙들의 결합은 법의 많은 측면을 설명해 준다는 점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부여받을 만하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명할 수는 없다. 일차 규칙들과 이차 규칙들의 결합은 법체계의 중심에 놓여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 중심으로부터 멀어질수록, 이후의 장들에서 제시될 방식에 따라, 성격이 다른 요소들을 수용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제5장 주석

83쪽. 위협된 해악의 개연성으로서의 의무(obligation). ‘예측적(predictive)’ 분석으로서의 의무 개념에 대해서는 다음을 보라: 오스틴(Austin), The Province 제1강, 15–24쪽, 및 The Lectures 제22강; 벤담(Bentham), A Fragment on Government 제5장, 특히 제6절 및 그에 대한 주석; 홈스(Holmes), The Path of the Law. 오스틴의 분석에 대한 비판으로는 Hart, 「Legal and Moral Obligation」 (Essays in Moral Philosophy, 편집: Melden) 참조. 일반적인 의무 개념에 대해서는 Nowell-Smith, Ethics (1954), 제14장 참조.

87쪽. 의무와 ‘법적 유대(vinculum juris)’의 형상. A. H. Campbell, The Structure of Stairs Institute (Glasgow, 1954), 31쪽 참조. ‘의무(duty)’는 프랑스어 devoir를 통해 라틴어 debitum에서 유래하였다. 따라서 이 개념에는 채무(debt)의 잠재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88쪽. 의무와 강제성(compulsion)에 대한 감정. 로스(Ross)는 유효성(validity) 개념을 두 요소—즉 규칙의 효력(effectiveness)과 “그 규칙이 동기를 부여하는 방식, 즉 사회적 구속력(socially binding)을 갖는 방식”—으로 분석한다. 이는 의무 개념을 경험된 행동 패턴에 수반되는 정신적 경험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Ross, On Law and Justice, 제1, 2장을 비롯하여 Kritik der sogenannten praktischen Erkenntniss (1933), 280쪽 참조. 의무 개념과 감정과의 관계에 대한 상세한 논의는 Hägerström, Inquiries into the Nature of Law and Morals, 127–200쪽 참조. 이에 대한 논평으로는 Broad, 「Hägerström’s Account of Sense of Duty and Certain Allied Experiences」, Philosophy 제26권 (1951); Hart, 「Scandinavian Realism」, Cambridge Law Journal (1959), 236–240쪽 참조.

86쪽. 규칙의 내부적 측면(internal aspect of rules). 관찰자의 외부적 예측적 관점(external predictive point of view)과 규칙을 지침으로 받아들이고 사용하는 사람들의 내부적 관점(internal point of view) 사이의 대비는, 비록 이러한 용어들로 표현되지는 않았지만, Dickinson, 「Legal Rules. Their Function in the Process of Decision」, 79 University of Pennsylvania Law Review, p. 833 (1931)에서 제시된다. 또한 L. J. Cohen, The Principles of World Citizenship (1954), 3장을 참조하라. 외부적 관점, 즉 관찰 대상 사회의 규칙을 받아들이지 않는 관찰자의 관점에서는 여러 가지 상이한 유형의 진술이 가능하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즉 (i) 그는 그 규칙을 준수하는 사람들의 행태에서 나타나는 행동의 정기성(regularities)을, 그것들이 사회 구성원들에 의해 올바른 행위의 기준으로 간주된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은 채, 마치 단순한 습관들인 것처럼 단순히 기록할 수 있다; (ii) 그는 이에 더하여, 통상적 행동 양식으로부터의 일탈에 대해 나타나는 정기적인(regular) 적대적 반응을 또한 하나의 습관적 사실로서 기록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그러한 일탈들이 사회 구성원들에 의해 그러한 반응의 이유와 정당화로 간주된다는 사실에는 언급하지 않는다; (iii) 그는 이러한 관찰 가능한 행동과 반응의 정기성(regularities)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이 특정한 규칙들을 행위의 기준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관찰 가능한 행동과 반응이 그들(them)에 의해 그 규칙들에 의해 요구되거나 정당화되는 것으로 간주된다는 사실(the fact that)까지도 기록할 수 있다. 사회 구성원들이 어떤 규칙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주장하는 외부적 사실 진술(external statement of fact)과, 그 규칙을 스스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행하는 규칙의 내부적 진술(internal statement)을 구별하는 것은 중요하다. Wedberg, 「Some Problems on the Logical Analysis of Legal Science」, 17 Theoria (1951)을 보라; 또한 Hart, 「Theory and Definition in Jurisprudence」, 29 PAS 보충권(Suppl. vol.) (1955), pp. 247–50을 참조하라. 아울러 제6장 1절, pp. 102–5 및 109–10도 참조하라.

91쪽. 원시 공동체에서의 관습규칙(Customary rules). 입법기관과 재판기관, 그리고 중앙집중적으로 조직된 제재(sanction) 체계가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사회는 극히 드물다. 이와 같은 상태에 가장 근접한 사례에 대한 연구로는 다음을 참조하라: Malinowski, Crime and Custom in Savage Society; A. S. Diamond, Primitive Law (1935), 제18장; Llewellyn and Hoebel, The Cheyenne Way (1941).

94쪽. 조직화된 제재 없이 이루어지는 재판(Adjudication without organized sanctions). 결정을 강제할 수 있는 중앙집중적 제재 체계는 없지만, 분쟁 해결을 위한 기초적인 형태의 재판 절차는 존재하는 원시 사회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하라: Evans-Pritchard, The Nuer (1940), 117쪽 이하에서 다루는 ‘질서 있는 무정부 상태(ordered anarchy)’, 이는 Gluckman, The Judicial Process among the Barotse (1955), 262쪽에 인용됨. 로마법에서는 민사 판결을 강제할 수 있는 국가 기구가 마련되기 훨씬 이전부터 정교한 소송 체계가 존재했다. 후기 제정 로마 이전까지는, 원고가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피고가 자발적으로 이행하지 않으면 원고가 스스로 피고 또는 그의 재산을 압류해야 했다. 이에 대해서는 Schulz, Classical Roman Law, 26쪽 참조.

94쪽. 비법적 상태에서 법적 세계로의 이행(The step from the pre-legal into the legal world). 이 주제에 대해서는 Baier, 「Law and Custom」, The Moral Point of View, 127–133쪽 참조.

94쪽. 승인 규칙(rule of recognition). 법체계 내에서 이 요소가 갖는 역할과 Kelsen의 근거규범(Grundnorm)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제6장 제1절 및 제10장 제5절과 그에 대한 주석 참조.

95쪽. 규칙의 권위 있는 문헌(authoritative texts of rules).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로마에서는 평민(Plebeians)이 법률의 권위 있는 문헌화를 요구한 결과, ‘12표법’이 시장 광장에 청동판으로 게시되었다고 한다. 현존하는 빈약한 증거로 보건대, 이 12표법은 전통적 관습규칙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96쪽. 계약, 유언 등과 같은 행위를 입법 권한의 행사로 이해하기(Contracts, wills, &c., as the exercise of legislative powers). 이러한 비교에 대해서는 Kelsen, General Theory, 136쪽에서 ‘법을 창출하는 행위(law creating act)’로서의 법률행위(legal transaction)를 다룬 논의 참조.

제5장 제3판 주석 (CHAPTER V 3rd ed. NOTES)

80–81쪽. 일차 규칙(primary rules)과 이차 규칙(secondary rules) Hart는 이 구별을 일관되지 않게 사용하여 다음과 같은 다양한 차이를 지칭한다: (a) 규범의 유형 (81쪽: 일차 규칙은 의무를 부과하고, 이차 규칙은 권한을 부여함), (b) 지배 대상 (94, 97쪽: 일차 규칙은 행위를 지배하고, 이차 규칙은 규칙을 지배함), (c) 사회적 기능 (40–41쪽: 일차 규칙은 행동을 지시하고, 이차 규칙은 제도적 수단을 제공함), (d) 중요도 (91, 235쪽: 일차 규칙은 인간 사회에 필수적이며, 이차 규칙은 유용하지만 필수는 아님), (e) 발생 순서 (91, 95쪽: 일차 규칙이 먼저 등장하고, 이차 규칙은 그 이후에 생김). 이러한 변형은 다음의 저자들에 의해 지적된 바 있다: Colin Tapper, 「Powers and Secondary Rules of Change」, A. W. B. Simpson (편), Oxford Essays in Jurisprudence, 248–68쪽; Neil MacCormick, H. L. A. Hart, 103–6쪽; Joseph Raz, The Authority of Law (Oxford University Press, 1979), 177–9쪽; P. M. S. Hacker, 「Hart’s Philosophy of Law」, P. M. S. Hacker 및 Joseph Raz (편), Law, Morality, and Society, 19–21쪽.

82–87쪽. 의무(obligations)의 성격 Hart가 언급한 언어적 사용례(82쪽)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에 대해선 Edgar Page, 「On Being Obliged」 (1973), Mind 제82권, 283쪽 참조. 또한 86–87쪽의 분석은 규칙이 ‘의무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여겨지는’ 상황에 대한 서술임을 유의해야 한다(87쪽, 강조 추가). 즉, 이는 정당화적 분석이 아니다. 또한 Hart에게 있어 의무를 부과하는 규칙과 그렇지 않은 규칙의 구별은 정도의 문제이다. 즉, 이는 규칙에 대한 순응을 강요하는 사회적 압력이 얼마나 강한지, 그리고 그 규칙이 얼마나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는지에 달려 있다.

Hart는 이 문제를 Essays on Bentham 제6장 「Legal Duty and Obligation」에서 다시 다룬다. 여기서 그는 Bentham의 입장을 검토하고 Dworkin과 Raz의 비판에 응답한다. 이 글에서 그는 법적 의무 진술은 “그 의무를 가진 행위 주체가 수행해야 하거나 부과되어야 하는 행위들을 지시하며, 이는 그들에게 정당하게 요구되거나 강제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그러하다”고 주장한다(160쪽). 이러한 주장이 그가 앞서 제시한 설명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불분명하다.

88–91쪽. 예측 이론과 ‘외부적 관점(external point of view)’ 법적 의무에 대한 진술은 일반적으로 이론적(즉, 행위 예측적)이 아니라 실천적(즉, 행위 지시적)을 목적으로 한다. Hart는 이러한 점을 포착하기 위해 법을 ‘의무 부과적 규칙’을 수용하는 자의 ‘내적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위의 56–58쪽 주석 참조). 이에 대해 Kelsen은 의무와 행위 사이의 관계를 귀속(imputation)이라는 sui generis 원칙을 통해 이해할 것을 제안한다. (Pure Theory of Law, Max Knight 번역,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67, 75–81쪽). Raz는 이를 ‘분리된(detached) 법적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Practical Reason and Norms, 170–177쪽). 이와 관련된 유익한 논의는 Kevin Toh, 「Raz on Detachment, Acceptance and Describability」 (2007), Oxford Journal of Legal Studies 제27권, 403쪽 참조.

91–98쪽. 법의 발생(emergence of law) 법 이전(pre-legal) 상태에서 법적 사회로 이행하는 Hart의 주장에 내포된 방법론적 전제를 검토한 연구로는 Neil MacCormick, H. L. A. Hart, 제9장 특히 106–108쪽을 참조하라. 이에 대비되는 입장은 John Finnis, Natural Law and Natural Rights, 제1장 특히 6–18쪽 참조. ‘단순한 사회 질서(simple social orders)’에서의 ‘결함(defects)’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이 책의 서론에서 Leslie Green이 논의한 내용을 참고하라 (xlix–l쪽).